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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84화 (184/225)

〈 184화 〉 총각 딱지(2)

* * *

아기 깨비가 일러준 공동묘지에 들러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악령에게 붙잡혀 세상을 떠도는 영혼을 위해 악령을 잡아주고, 인간에 빌붙어 사람들을 괴롭히는 귀신들을 제거하면서 약간의 귀금속을 얻기는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그들은 본래 가진 것이 없는 빈곤층 영령인가 싶다.

‘고마워요. 청년.’

죄 없는 영혼들은 미준을 보며 고마워했다.

“은혜야. 나 이번 여행 실패했어.”

“뭘?”

“내 계획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 네가 협조 안 해서.”

“뭐래. 내가 뭘 협조 안했다고.”

“다음 사냥 때는 성공하고 와야지.”

“.....?”

집으로 돌아온 미준은 은혜를 보낸 후에 도깨비감투를 쓰고 공원으로 나갔다. 감투의 효과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남들이 나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 날아갈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편했다.

‘장난이나 좀 해볼까? 나쁜 일에 쓰면 안 된다고 했는데.’

미준은 가로등이 없는 침침한 곳에서 부둥켜안고 있는 커플을 찾아내어 남자의 머리카락을 뒤로 살짝 당겼다.

“왜?”

남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아마 자기 머리를 여자가 당겼다고 착각하는 것 같았다.

“뭐?”

여자가 남자의 얼굴을 처다 보며 대답을 하였다.

이번에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조금 더 세게 뒤로 당겼다.

“하지 마.”

“뭐?”

그리고 그들은 떨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키득키득 웃더니 다시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서로가 장난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보였다.

‘요거 재미있네.’

계속하면 자신이 좀 아닌 것 같았다.

‘얏호!’

‘이제 사는 것이 심심하지는 안겠어.’

며칠 후 다시 병원으로 출근 했다. 미준의 안 호주머니엔 언제나 감투를 넣고 다녔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감투를 사용해 볼 작정이었다.

회진 시간이 되자 다시 의료진과 대동하고 있었다.

정형외과 입원실을 순회할 때 침대에 다리를 걸고 누워있는 사람.

한쪽 어깨에 붕대를 감은 사람.

보조 기구를 사용하는 사람.

갈빗대가 나간 사람.

목을 붕대로 칭칭 싸맨 사람 등 각양각색인데 그 중에서도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침대에 걸쳐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 환자의 증세는 어때요?”

미준은 김동수 정형외과 과장에게 물었다.

“무릎 뼈에는 별 이상이 없는데도 다리를 잘 움직이지 못해 입원한 환자입니다. 무릎 근육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준은 그의 붕대를 풀어 보라고 간호사에게 지시를 했다.

그의 눈에는 이미 고슴도치 영령이 그의 무릎안쪽에 찰싹 달라붙어 그의 피를 빨고 있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이러니 뼈에 이상이 없지.’

미준은 그의 다리와 무릎을 만져보며 김 과장을 보고 말을 꺼냈다.

“제대로 보셨네요.”

원장이 자기 분야도 아니면서 자신의 환자를 보고 진료를 하자 약간 기분은 언짢았으나 그래도 좋게 말을 하니 그런대로 나쁘진 않았다.

“아픈지가 오래 되었어요?”

“예 2년이 다 됐지만 수많은 병원을 다녀 봐도 고치지 못했어요.”

“그래서 새로 생긴 우리 병원으로 오셨군요.”

“네. 그러나 기대는 안 해요. 누가 잘한다고 하긴 하던데.”

“잘 오셨네요. 우리 김 과장님 완전 실력파죠. 거의 완쾌 되었네요.”

“.....?”

미준은 그의 무릎 안쪽을 고슴도치 정령과 함께 싸잡아 쥐고 발목을 좌우로 흔들다 앞으로 당겼다.

“아야.”

환자는 얼굴은 찡그리며 미준을 처다 봤다.

그사이 미준의 왼손은 호주머니에 잠깐 들어갔다 다시 나왔다.

“이제 한번 걸어보세요.”

갑작스런 통증에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보던 환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번 걸어 보세요.”

“어, 별로 아프지 않네.”

“김과장님. 며칠 문리치료 받으면 다 나을 것 같지요?”

“네, 그러네요.”

환자의 움직임을 보고 김 과장도 수긍을 하였다. 그는 며칠간 물리치료 받은 후 퇴원을 했다.

소문은 항상 빠르고 중산 일대로 점점 번져가며 환자가 조금씩 밀려들기 시작했다.

가끔 미준은 감투를 쓰고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의료진의 고민도 경청하였다. 그때마다 불편한 점을 개선해 나갔다.

오늘은 진호동 앞바다 해자도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해자도는 육지와 가까워 교량이 설치된 작고 아름다운 섬이다.

다리가 생겨난 후 섬은 더 아름답게 단장되었고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원지가 되었다.

오늘은 평일인데도 해자도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모처럼 해자도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데 은혜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은혜야.”

“오빠 어디 있어요?”

“해자도.”

“낚시하나 보네.”

“어, 모처럼.”

“오빠, 하나 물어볼게 있어.”

“뭔데?”

“그때, 군산 갔다 올 때 내가 협조를 하지 않아 실패했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미준은 이제 와서 은혜가 왜 그걸 묻는지 좀 생뚱맞은 것 같았다.

“갑자기 그건 왜?”

“그 말을 들을 땐 아무 생각 없이 넘겼는데 자꾸 생각이 나잖아.”

“몰라. 내가 그런 말을 했어?”

“그랬는데.”

“신경 쓰지 마. 나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테니.”

“....?”

“끊자.”

낚시는 잘 되지 않았다. 5월의 날씨는 생각보다 따가웠다. 집으로 돌아와 막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데 소희가 퇴근길이라며 미준을 불러 세웠다.

“아저씨, 오랜만이네요.”

“그러네.”

“저녁에 집에 계실 거예요?”

“왜?”

“나중에 놀러 가게요.”

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들어 왔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신문을 보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소희였다.

키를 눌러주자 소희는 쟁반에 여러 음식을 담아 들고 들어왔다.

“아저씨. 요즘 뭐하고 보냈어요?”

“뭐 낚시도 하고. 어영부영.”

“네.”

“아저씬 취업은 안하실 거예요?”

“취업?”

이 아가씨 아직 미준이 백수인 줄 아나보다. 미준은 자연 소문이 나서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뱃라고 하니.

역시 자신은 아직 까지는 미미한 존재란 걸 확인한 셈이다.

사실 미준은 병원 관리팀에 은밀하게 지시를 내려 두었다. 바로 병원 가까이 있는 뉴 해양 낚시공장과 중산 시내에 있는 낚시 백화점 매각설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상태였다.

“취업만 하면 난 아저씨가 좋은데.”

“취업을 안 하면?”

“그걸 모르겠어요.”

“왜 무슨 일 있어?”

“몰라요, 제가 아저씨를 좋아하나 봐요.”

소희는 요즘 아이들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 살에도 세대차이가 난다더니 소희를 보면 자신이 좀 늙은이가 된 기분이다.

스스럼없이 자신의 감정을 있는 대로 노출한다.

“뭐?”

“왜 놀랐어요?”

“너 몇 살이라 했지?”

“이제 스물 셋.”

“야. 나 스물여덟이야. 넌 어려서 안 돼.”

“그게 뭐 어땠어요.”

“요즘 연하가 대세라잖아.”

“난 아닌데.”

몇 잔의 술을 마시고 난 뒤 소희는 좀 뜸을 들이다 결심이라도 한 듯 말을 꺼냈다.

"근데 아저씨가 밤마다 제 꿈에 왔다 가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자존심이 상해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

“늘 오셔서 제 입술에 뽀뽀하고 가거든요.”

그리고는 다시 소주 한잔을 원샷으로 털어 넣었다.

“뭐야. 네가 전에 내 입술에 뽀뽀하고 도망갔잖아. 그래서 그런 것 아냐?”

“그런가?”

“뽀뽀 말고 또 한건 없어?”

“아저씨 알고 보니 되게 엉큼해.”

“근데 넌 이런 것까지 남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그게 뭐 어땠어요. 한 낱 꿈 얘긴데.”

“됐고. 회사 생활은 어때?”

미준은 대화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소희의 회사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혼자 벌어 아저씨 먹여 살릴 수 있을까?”

“됐어. 임마. 그만해.”

소희는 아마 미준이 나이 많은 이웃집 아저씨로 생각하고 거리낌 없이 주절대는 것 같다.

미준도 술이 올라 소파에 기대 눈을 감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저씨, 미안.”

소희는 갑자기 미준의 볼을 두 손으로 잡고 미준의 입에 노골적인 키스를 하였다. 미준도 움찔 하였으나 가만히 있었다. 소희의 입술은 정말 예쁘다.

입술 미인 같다.

조그만 입술이 앵두처럼 곱고 탄력이 넘쳐흐른다. 사실 소희의 입술을 보고 있으면 와락 깨물고 싶을 때도 있었다.

미준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 그녀의 입술을 느끼고 있다. 자연히 입이 벌어졌다. 그녀의 혀가 미준의 입속으로 들어와 입천장을 자극하고 미준의 치아를 딱 듯이 감는다.

“아흡.”

숨이 가쁜지 소희는 다시 심호흡을 하며 미준의 입술을 탐하다가 고개를 들고 떨어져 앉았다.

“미안해요. 아저씨. 아저씨 입술이 얼마나 예쁘고 달콤한지 아세요?”

“야!”

“죄송해요.”

소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집으로 비틀거리며 건너갔다.

미준은 한참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스나. 내 입술을 지네 집 수도로 아나?’

그러나 왠지 그리 싫지는 않았다.

병원 환자도 점점 살아나고 있고, 낚시공장과 낚시 백화점만 인수 할 수 있다면. 미준은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언젠가는 세계 굴지의 병원을 세워 많은 사람을 구제하고 싶다. 그렇게 되면 부는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 같았다.

‘뉴 해양 그룹’

이 그룹을 키워낸 그룹 회장을 모델로 삼았다. 그는 미준이 뿐 아니라 모든 청년들의 우상이고 신화다.

어려운 환경에서 세계굴지의 기업을 만든 살아있는 전설.

미준은 언젠가는 자신도 그와 같은 인물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 운동을 겸해 수산물 시장으로 달려 나갔다. 평소에는 대공원을 한 바퀴 돌던 것을 오늘은 다시 중산항 방향으로 뛰고 있었다.

한때 오피스텔에 살고 있을 땐 종종 들리던 곳이었으나 빌라로 이사를 한 후는 처음 것 같다. 그것은 가까이 공원이 있어 여기까지 올 필요성이 없었다.

역시 중산항은 수산물 시장은 새벽이 역시 활기가 넘친다. 많은 어선들이 고기를 잡아 항구로 들어오고 들어온 고기들은 경매를 거쳐 곳곳으로 팔려 나간다.

광주와 전주, 진주와 대구까지 많은 상인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이때 잘 사면 고기도 싱싱하고 헐값에 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현지 중개상인 중에는 금방 경매로 낙찰된 물고기를 돌아 앉아 소비자들에게 약간의 웃돈을 얹은 다음 즉석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이때를 잘 만나면 싱싱한 물고기를 사 올 수 있다.

미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경매하는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오늘의 주된 물고기는 고등어와 광어다. 역시 이곳에는 광어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경매시장 한쪽 편에 작은 량의 잡어를 팔고 있었다. 영세 어민들이 간밤에 잡은 고기를 조금씩 가지고 나와 파는 것 같다.

팔딱, 팔딱 뛰는 망둑어와 꼬시락을 대야에 담아 팔고 있었다. 알고 보면 꼬시락도 망둑어에 속한다. 생김새가 약간 다를 뿐이며 지방에 따라 방언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말뚝 망둑어와는 제법 차이가 있어 보였다.

“이거 만원 어치만 주세요.”

꼬시락을 가리키며 주문하였다.

미준의 주문은 받은 할머니가 미준의 얼굴을 처다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만원어치 얼마 안 되는데.”

“상관없어요. 제 혼자 먹을 거니까요.”

할머니는 팔 생각이 없는지 망설이는 것 같았다.

“할머니, 이만 원 어치 드리세요.”

미준이 돌아보니 수수한 옷을 입은 웬 아가씨가 서 있었다. 그리고 미준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지었다.

“....?”

“처녀 아는 사람이야?”

할머니가 물었다.

아가씨는 얼른 호주머니에서 이만 원을 준 다음 꼬시락이 담긴 비닐봉지를 받아 미준에게 건네주고 따라 오라하였다.

“누구?”

잠깐 만요. 아가씨는 미준의 팔을 끌다시피 하면서 수산물센터를 빠져나와 인근 대형횟집으로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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