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화 〉 젊음의 로망(3)
* * *
미준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진주에 잠깐 내려 영미의 집 앞에서 그녀를 내려주고 돌아오고 있는데 휴대폰에 카톡이 울렸다.
“오빠 즐거웠어요. 고마워요.”
영미였다. 지금까지 미준에게 늘 아저씨라 부르고 있더니 이제야 오빠로 호칭을 바꾸었다.
“나도. 즐거웠어.”
빌라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려는데 차창 밖에서 새로운 문자가 나타나 있었다.
[귀하의 스펙 6급. 순발력 18. 감별력 18. 투시력 15. 전투력 19. 조정력 5.]
미준은 자신에게 뜬 문자를 살펴본 후 짐을 챙겨 빌라로 들어왔다.
이번 사냥에도 제법 많은 것들을 수집하였다.
특히 중산은 우주 산업이 발달한 곳이라 이런 획득물을 처리하는 데는 매우 쉬운 곳이었다.
마음 만 먹으면 물건이 없어 못 팔 지경이었다.
“띠리 리링 띠. 띠리 리링 띠.”
빌라의 벨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더니 맞은편에 살고 있는 한소희였다.
“언제 왔어요?”
“그런데 무슨 일로?”
“여자 친구가 몇 번이나 왔어요.”
“....?”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집은 잠겨있고 영 울상이던데?”
“잘 알겠습니다.”
“여행 좋았어요?”
“.....?”
“오래 안보이면 여행 갔겠죠. 집안 둘러보니 직장인은 아닐 테고.”
눈치 백단 아가씨가 틀림없었다.
“좀 들어갈게요.”
엉거주춤 문앞에 선 미준을 밀치고 자기가 먼저 거실로 들어갔다.
“어디로 주로 다녔어요?”
“울산. 남포, 포항.”
“혼자 갔어요?”
“친구와.”
“아저씨, 내일 친구들이 제 생일 파티 해 준다는데 같이 오실래요?”
“내일은 좀.”
“제 생일인데 아쉽네요. 그럼 다음에 식사 한번 해요.”
아무래도 삐낀 것 같다.
미적대고 있을 줄 알았는데 금방 돌아간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잠깐 뒷산에 올라 운동을 한 뒤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집에서 먹으려니 마땅한 반찬이 없었다.
공원 주변 도로 옆에 있는 아구탕 집에 들러 식사를 하는 중 그제야 은혜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은혜의 목소리는 반가움과 원망이 뒤 섞인 목소리였다.
“응, 은혜야.”
“어딘데?”
“우리집 부근 아구탕집.”
“식사하고 있어요?”
“응.”
잠시 후 은혜는 식당에 나타났다.
자리에도 앉지않고 화난 얼굴로 미준을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왔어? 식사는?”
대답이 없자 미준은 아주머니께 공기밥을 추가하여 자리 세팅을 부탁하였다.
“그러지 말고 앉아서 식사 해.”
미준도 표정 없이 은혜에게 식사를 권했다.
은혜는 마지못해 자리에 앉으면서 원망이 담긴 어투로 말을 꺼냈다.
“왜 전화를 안 받아요?”
“전화했어? 배터리가 나갔나?”
“내가 무슨 잘못을 했어요?”
“무슨 소리야? 잘못은 무슨. 누가 그래?”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내 걱정을 왜 해?”
“그걸 말이라고 해요?”
미준은 시침을 뚝 떼고 엉뚱한 소리를 하였다.
“아주머니, 여기 소주 한 병.”
술이 나오자 한잔 부어준 뒤 자신의 잔에도 술을 채웠다.
“어디로 갔었는데?”
“포항. 지난 번 얘기 안했나?”
은혜는 단번에 술잔을 비워 버렸다.
“넌 어린 게 무슨 술을 그리 잘해?”
“.....?”
은혜는 자신을 보고 어리다고 하니 웃음이 나와 피식 웃어 버렸다.
“참내.”
“왜 그래?”
“몰라서 그래요?”
“내가 뭐 어쨌기에.”
“술이나 더 줘요.”
“식사 하라니까.”
미준이 술을 채워준 후 그녀 앞에 놓인 빈 그릇에 끓고 있는 아구탕을 퍼서 은혜 앞에 놓아주었다.
“너 답지 않게 왜 그래?”
“참 나.”
은혜는 아직 눈을 흘기며 미준을 쳐다보았다.
“앞으로 어딜 가면 내게 허락받고 다녀요.”
“엉?”
“그냥 두고 보니 불안해서 안 되겠어.”
“미안.”
미준은 뭣이 미안한지 그냥 미안하다고 했다. 그것이 화가 난 그녀를 가장 쉽게 진정 시킬 수 있을 거 같았다.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들어오는데 은혜도 같이 따라왔다.
엘리베이트에 올랐어도 은혜는 별로 화가 풀린 것 같지 않았다.
거실로 들어선 미준은 피곤하다며 소파에 누웠다.
“아저씨. 아저씨.”
그때 다시 문을 두드리며 맞은 편에 살고 있는 소희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것 좀 드세요.”
“이게 뭐죠?”
“부모님이 여행 다녀오시면서.”
소희는 사각으로 포장된 물건을 건네주고 흘깃 현관 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더니 금방 문을 닫고 돌아갔다.
거실에 들어와 포장을 뜯어보니 일본 화과자가 가득 들어 있었다.
“과자 먹어.”
“누구에요?”
“응, 현관 맞은편에 사는 사람.”
미준은 화과자 하나를 풀어 은혜에게 건네주고 자신도 하나를 입에 넣었다.
유별나게 향긋하였지만 자나치게 단맛이 입안에 멤 돌았다.
“다리는 이제 괜찮아?”
“다리야 나은지 오래 됐지.”
“반찬이 없죠?”
“뭐, 아무거나 먹고 그래.”
“내일 반찬 좀 만들어 두고 갈게요.”
“내일? 아, 내일이 토요일이구나. 벌써 일주일이 됐나?”
“....?”
“거제 갔다 온지 말이야.”
“그러네.”
미준은 은혜와 함께 같이 있으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벌써 열두시가 다 됐어.”
“그러네.”
“넌 안갈 거야?”
“반찬 만들어 준다고 했잖아요.”
“배고프지?”
미준은 운동복 추리닝 위에 점프를 걸쳐 입고 밖으로 나왔다.
공원 입구에 호떡을 굽는 포장마차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래, 좀 춥지만 이때 점수를 좀 따는 거야.’
밤기운이 쌀쌀한데도 아직 젊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호떡집 앞에는 한쌍의 남녀가 같은 호주머니에 두 사람의 손을 넣고 서서 호떡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데이트를 저렇게도 하는구나.’
‘내가 너무 숙맥인가?’
그들이 떠난 후 호떡을 사들고 빌라로 돌아온 미준은 은혜 앞에 호떡 봉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포크를 찾아와 호떡 하나를 꽂아 주었다.
“춥죠?”
“먹어봐. 맛있을 거야.”
미준은 목소리를 저음으로 낮춰 은혜를 바라보며 권해 보았다.
“오빠도.”
은혜는 미준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가스나. 이제 좀 풀리나?’
‘그래, 목소리를 이렇게 하는 거야.’
‘목소리가 좋아야 멋있게 보이지.’
‘그래야 여자들이 내 멋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지.’
미준은 자기 혼자 자기 궁리에 빠졌다.
호떡을 먹으면서도 어떻게 먹는 것이 더 멋지게 보일지 살짝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막무가내로 나갈 수는 없지 않는가?’
‘지가 좋다고 달라붙으면 좋은데.’
“오빠 무슨 생각하는 거야?”
“너를 막무가내로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야.”
“누가 뭐래?”
‘아차. 지금 내가 뭐랬지. 미쳤어.’
“실은 그게 아니고.”
“오빠. 뭐야?”
“뭐?”
다시 둘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꼬이고 있었다.
‘시발.’
‘안되겠다. 여자들은 무조건 예쁘다고 하면 좋아 한다고 했지.’
미준은 작전을 바꾸었다.
“문제는 네가 너무 예쁜게 문제란 말이지.”
“그게 문제예요?”
“아니면 말고.”
‘모르겠다.’
‘이것도 아닌 것 같고.’
“이제 자자.”
“....?”
“누가 같이 자제? 넌 내방에서 자. 난 거실에서 잘 테니.”
“호떡은 다 먹어야지.”
“알았어.”
미준은 배란다로 나와 공원을 내려다보았다. 공원 벤치에 반짝이는 느티나무 조명 아래서 두 남녀가 꼭 껴안고 앉자 있었다.
‘시발, 점마는 좋겠다.’
“오빠 제가 입을 옷 마땅한 거 없어요?”
“옷?”
미준은 그녀에게 줄 옷을 생각해 보니 정말 마땅한 것이 생각나질 않았다. 모두가 커서 자기 옷을 내어주면 이상할 것 같았다.
“내 잠옷 입을래?”
“그거라도 줘 봐요.”
은혜는 방에 들어가 코트 안에 입고 있던 스커트를 벗어 버리고 미준의 잠옷 바지를 입고 아랫도리를 몇 겁이나 걷어 밖으로 나왔다.
상의는 그대로 셔츠를 입고 있었다.
“어때요?”
“됐네. 그런대로.”
“들어가서 자. 난 여기서 잘 테니.”
미준은 혹시 그녀가 추울까 하여 실내 온도를 높여 놓았다. 거실 바닥에 요를 깔고 이불과 베개를 내어 잘 준비를 하는 동안 은혜는 소파에 앉아 화과자를 더 먹고 있었다.
“안잘 거야?”
미준은 거실 바닥에 드러누우며 소파에 앉아있는 은혜를 보며 재촉하듯이 말을 했다.
“잠이 오지 않는데?”
“너 그리 많이 먹으면 살쪄.”
“괜찮아.”
“그래도 자.”
“오빠. 이상한 거 알아?”
“또 뭐가?”
“왜 자꾸 자라거래.”
“난 네가.”
“침대에서 자다가 거실바닥에서 잘 수 있겠어요?”
“난 괜찮아.”
은혜는 거실에 불을 껐다. 그리고는 작은 취침등 하나만 남겨 두고 소파에 앉아 볼륨을 낮춰서 TV를 보고 있었다.
미준은 정말 피곤하였다. 이제 아무 생각 않고 그냥 푹 잠만 자고 싶었다.
“아 후.”
하품을 하며 이불을 당겨 얼굴까지 당겨 올렸다.
“좀더 있다 자요.”
“졸려. 요즘 내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거든.”
그러자 은혜는 소파에서 내려와 미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혼자 두면 싫은데.”
“그럼 이리와.”
미준은 팔을 당겨 은혜를 억지로 끌어 당겼다. 못이기는 척 은혜는 미준의 옆에 끌려오듯 들어왔다.
“자, 이렇게 하고 있어. 그러면 금방 잠이 올 거야.”
“미준은 은혜를 억지로 눕혀 팔베개를 해준 뒤 한쪽 팔은 은혜의 허리를 당기며 자신의 다리를 그녀의 다리에 걸쳐 올렸다.
그래도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불이 너무 밝아.”
미준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남아있던 취침 등을 끈 다음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렇게 잘 바엔 차라리 방에 가서 자는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우리 불편한데 방에 들어가자.”
미준은 은혜를 안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혀주고 같이 올랐다.
“음, 좋다.”
미준은 거실에서 처럼 꼭 같이 팔베개를 해주고는 그녀를 부둥켜안고 한쪽 다리를 그녀에게 걸쳤다.
뭔가 푸근한 느낌이 들면서 잠이 금방 올 것 같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번져오는 향긋한 냄새가 묘하게도 코끝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곯아떨어질 것 같던 그는 정신은 점점 맑아지고 몰려오던 잠은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이러다 또 못자는 것 아니야.’
미준은 허리를 감고 있던 팔을 지긋이 당겼다.
그래도 은혜는 똑 바로 누운 자세로 천정만 바라보고 눈을 감고 있었다.
미준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잠을 청했다.
잠이 들었을까 말까하는데 다리가 불편한지 은혜는 꼬물거리며 미준의 다리를 밀어내었다.
“음.”
미준은 다리를 내려 반듯하게 누워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혼자 자던 습관 탓인지 순간순간 잠이 깨면서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이것은 은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미준은 옆으로 돌아누워 은혜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잠이 들었는지 이불을 얼굴까지 덮고는 숨소리만 새근새근 들려올 뿐이었다.
미준은 다시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좀더 당겼다.
잘록한 그녀의 허리가 한줌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미세하게 전해오는 그녀의 숨결이 미준의 팔에 전해지고 있었다.
한참동안 그대로 있다가는 허리에서 빼낸 팔을 아래쪽으로 내려 그녀의 무릎을 조심스럽게 만져 보았다.
저녁을 먹으면서 미준의 눈에 들어왔던 하얀 무릎과 탄력을 지닌 그녀의 허벅지가 눈앞에 어른 거렸다.
“음.”
미준은 목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의 허벅지로 손을 옮겼다.
비록 옷을 입은 그녀의 허벅지였으나 손에 느껴지는 감촉은 너무나 부드럽고 탄력이 느껴졌다.
미준의 손길은 점점 위로 올라갔다.
“음.”
언제 잠이 깼는지 그녀의 입에서도 약간의 미음이 흘러 나왔다.
더는 참지 못하고 손을 떼어 바지의 고무줄 안으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
볼록한 그녀의 둔덕이 미준의 손안으로 들어왔다.
“음.”
그녀는 약간 움찔하더니 가만히 있었다.
‘오늘 밤엔 주려나?’
손바닥에 힘을 주어 그녀의 둔덕을 감싸 쥐었다.
“으음.”
가는 신음을 내며 그녀의 손이 미준의 손을 잡았다.
“오빠. 여기 까지만.”
미준은 더는 어쩌지 못하고 가만히 손바닥으로 그녀의 둔덕을 감싸고 있었다.
그녀의 둔덕 옆에 맥이 뛰는 느낌만 전해 올 뿐이었다.
심장 뛰는 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다.
'내 심장 소린가?'
“은혜야.”
“오늘은 여기까지만.”
"너 참 너무한다."
미준은 마음을 진정시킨 후 그녀의 허벅지에서 손을 빼내 자신과 마주보게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미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마주 끌어안았다.
“사랑해. 오빠.”
미준은 한참동안 죽은 것처럼 꼼짝을 하지 않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거실로 나왔다.
‘가스나.주려면 활딱 벗고 시원하게 줄 것이지 여기 까지라니.’
거실에 깔린 이불 속에 자리를 잡았다.
‘안한다 안해. 더러워서도 안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