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화 〉 젊음의 로망(2)
* * *
다시 차는 산업도로를 달려 금장에서 형산강을 따라 포항으로 달렸다. 형산강 하류에 들어섰을 땐 이미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뒤였다.
“뭐 먹을래?”
“아저씨 좋아하는 것.”
“그럼 우리 매운탕 먹을까?”
식당으로 들어서는데 커다란 카메라를 하나씩 들고 찍은 사진들을 되돌려 보고 있는 60대 아저씨들이 보였다.
아마 그들도 식당 한쪽에 자리를 잡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잠깐 고개를 들고 미준 일행을 보는 것 같더니 다시 사진을 보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민물 매운탕 주세요.”
미준과 영미가 자리를 잡자 그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이것 봐. 좀 아까워.”
옆에 앉은 일행에게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며 안타까워하는 말투였다.
“이거 매지? 수리부엉인가?”
“말똥가리라고 하지.”
“응, 숭어를 낚아채 날아오르는데 초점이 잘못 잡혔어.”
“황어 아닌가?”
“황어 맞아.”
“숭어는 이게 숭어지.”
“그러네, 초점만 맞았으면 멋진 작품이 되었을 텐데.”
그들은 분명 매, 아니면 수리부엉이가 형상강에서 고기를 잡아가는 광경을 순간 포착한 것 같았다.
아마 새가 고기를 잡는 장면을 찍으려는 사진작가 같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미준은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들에게 물었다.
“매가 낚시하는 걸 자주 볼 수 있어요?”
그제야 그들은 미준 일행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 같다.
“자주는 못 보지. 며칠 째 왔는데 겨우 이걸 찍었구만.”
“물고기가 커요?”
미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에 담겨있는 그들의 사진을 살펴보았다. 미준이 호기심을 나타내자 자랑이라도 하듯이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넘기면서 보여주었다.
“우와. 오후에도 하실 거예요?”
“이왕 왔으니 식사하고 또 해봐야지.”
“그럼 저희들도 구경한 번 해볼게요.”
“뭐 그러던지.”
미준은 시간도 있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들을 따라 매가 물고기를 잡아가는 광경을 구경하기로 하였다.
미준의 생각은 잘하면 그곳에서 새로운 정령들을 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처음엔 생각 없이 무작정 여행을 다니곤 했었다. 그러다 보면 혹시라도 괴물 정령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
지금은 아니다. 정령이 나타날 곳을 미리 예상하고 사냥에 나서는 것이 달라졌다 할까?
“영미야. 지루하지 않아?”
“아저씨가 있는데 제가 왜 지루해요.”
“너 시험되면 울산에 살겠네?”
“그래야겠죠. 독립도 해야하고.”
가끔 한 번씩 공사현장 감독의 전화가 걸려 왔고, 은혜의 문자가 들어오긴 했으나 미준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식사를 마친 후 아저씨들을 따라 형산 아랫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 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형산강 하류 수면위로 숭어인지 황어인지 물고기들이 뛰어 올랐다.
미준과 영미는 바위에 앉아 그냥 강만 바라보고 있었다.
“너, 포항 들어가면 운동화 하나 사야겠어.”
“괜찮아요.”
아무래도 영미는 발이 아픈지 힐을 옆에 벗어두고 맨발로 앉아 있었다.
“아저씨는 사진 안 찍으세요?”
“내가 뭐 사진 찍으려고 왔나?”
“그럼?”
“정령을 잡으려고.”
얼마 후 매 한 마리가 형산에서 떠오르자 많은 작가들이 카메라를 잡고 분주하게 움직이며 매를 다라 카메라를 돌린다. 미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따라 예리한 눈빛으로 매를 따라 다닌다.
강 위를 날던 매가 다시 하늘로 솟아올랐고 방향을 바꾸어 강바닥을 향해 내리 꽂힐 때 미준은 팔을 뻗었다.
죽음의 악령이 강물 위에 퍼덕이며 손을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오너라.’
미준의 두 손이 형산강 바닥을 내리치는 순간 매는 숭어 새끼 한 바리를 두발로 움켜쥐고 천천히 비행을 하고 있었다.
미준은 다시 매를 향해 두 손을 펼쳤다. 갑자기 고기가 매에서 떨어져 강물 위로 첨벙하고 나가떨어진다.
‘잡았다.’
미준의 손에는 이미 팥알 같은 사금 덩이가 가득 잡혀 있었다.
그리고 손을 폈다. 오후 햇살을 받은 사금의 덩어리가 반짝이고 있었다.
“아.”
영미는 얼른 미준이 메고 온 가방을 열고 보온병 뚜껑을 열어 물을 버리고는 미준이 쥐고 있는 사금을 받아 담고 있었다.
“너도, 요정이 보이면 시험 삼아 한번 잡아봐.”
“안돼요.”
“요정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마음속으로 주문을 해봐.”
“어떤 주문?”
“죽어줘, 죽어, 사라져 등 생각나는 대로. 그러다 점차 레벨이 오르면 주문을 바꾸고.”
“.....?”
“레벨이 오르면 오너라. 이리와. 내손으로 등.”
처음에는 요정이 남긴 것을 직접 찾아야 하겠지만 나중에는 손안에 잡을 수가 있지.
영미는 미준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에 붙였다.
“이제 해볼게요.”
영미는 사방으로 살펴보았으나 보이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잠시 후 미준은 영미를 데리고 차에 올랐다. 포항 불빛 축제는 해마다 여름철에 영일해수욕장에서 하기 마련이다.
그 대신 오천에서 가을축제가 열린다. 젊은이를 위한 응원축제. 유명 연예인과 가수들을 초청하여 뜨거운 밤을 선물하는 곳이다.
오늘은 오천, 내일은 인근 구룡포에서 과메기 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오천에 도착하여 일단 시장에 들러 영미가 신을 수 있는 운동화 한 켤레를 사서 바꿔 신게 했다.
축제장 인근 지역에 차를 세워두고 무대를 설치하고 있는 주변 지역을 살펴본 후 가까운 오천 서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천 서원은 고려말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림의 공의로 설립되어 선생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포항시 오천읍 문충리는 고려말 충신 포은 선생의 고장이다. 영일 정씨 문중으로 그의 본가가 있었던 곳이 바로 그의 본향이다.
매년 열리는 오천 문화 축제를 포은 문화축제로 부르고 있다. 오천청년회는 포은 정몽주 선생의 충절과 학덕을 기리고 지역의 향토애를 고취시기기 위한 주민화합 한마당으로 행사를 개최한다.
따라서 정몽주 선생의 넋을 기리는 고유제 봉행을 시작으로 포은선생의 장원급제 후 금의환향을 재현한 가장행렬 포은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그러고 난 다음 오천고 포은동아리, 강남로터리 돋보기 무료 나눔, 가훈 써주기, 한지공예, 짚공예 전시, 전통 문화체험, 4D영화 체험 등 가족들과 함께 할 있는 각종 체험부스가 운영된다.
그 중에도 많은 연예인과 가수들이 초청되어 공연이 이루어져 매인 행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원래 오천의 오(?)자는 태양속에 살고 있는 세발달린 까마귀를 뜻한다.
미준이 찾은 이유도 그와 상관치 않다.
영미와 함께 오천 포은 문화 축제를 함께 즐기며 다양한 영물이 지닌 각종 유물과 자료를 얻고 요물들을 잡아내어 원활한 축제가 되도록 남모르게 도와주는 일이었다.
영미는 가수들이 등장 할 때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포은 축제의 핫 매인에 빠져들었고 24세의 아가씨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캠핑카로 돌아와 숙소를 정하려고 하자 영미는 기어이 차에서 보내자고 하였다.
다음 날엔 구룡포에 가서 과메기 축제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찾아 하루를 즐긴 후 마지막 밤을 맞이하게 되었다.
“영미야. 오늘은 내가 원룸 하나 잡아 줄 테니 넌 그 기서 자.”
“아저씨. 안돼요.”
“너 내게 왜 그래?”
“내가 뭘?”
“어제 밤에 차에서 내가 얼마나 불편 했는데.”
“그래도 안돼요.”
“그럼 나, 너 책임 못 진다.”
영미는 가만히 미소만 짓고 있었다.
오늘도 어제 밤처럼 잠옷을 입은 영미가 미준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오늘 밤도 손만 잡고 자는 거예요.”
“영미야.”
“더는 가까이 오지 마세요.”
“영미야.”
간밤에도 영미의 체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잠은 자는둥, 마는둥 뜬눈으로 보내듯이 했는데 오늘밤 분위기도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 같다.
‘가스나, 한번 주면 덧나나?’
미준은 오늘 밤 보낼 일이 또한 걱정이었다.
영미는 줄곧 미준과 함께 같이 밤을 보내자며 조르기만 하고는 자신의 몸은 허락하지 않았다.
오늘도 방을 따로 잡겠다는 미준에게 하소연을 하듯 함께 하자면서 어떻게 오늘 밤을 무사히 보낼지 미준의 혈기가 감당하기 어려웠다.
‘시발. 강제로 해버릴까?’
‘아냐. 그건 아니지.’
“하느님.”
“제게 인내의 힘을 주소서.”
‘미친 인내는 뭐. 내가 수절하는 홀 애비인가?’
미준은 등을 돌려 자리에 누웠다가 반듯하게 등을 붙이고 이불을 끌어 당겼다.
그때 역시 반듯하게 누워있던 영미의 손이 미준의 손을 잡자 다시 몸을 돌려 영미를 향해 돌아누웠다.
“영미야.”
“이렇게 자요.”
“영미야.”
영미는 더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미준은 도저히 이대로는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차 밖으로 나왔다.
차안에 있는 화장실은 공간도 협소하고 혼자가 아닐 때는 곤란 할 것 같았다. 차 뒤편에서 소변을 본 뒤에 자신의 양물을 손으로 잡고 하늘을 향해 몇 번 문질러 주었다.
짜릿한 쾌감과 함께 무릎이 절 뚝 꺾이는 듯 하면서 하늘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분출하였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다시 차에 올라 자리를 잡고 그녀의 손을 다시 잡았다.
영미는 어느 새 잠이 들었는지 새근새근 숨소리가 고르게 들렸다.
고개를 들어 영미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입술로 살짝 빨아 보았다.
저절로 목에서는 침심키는 소리가 크게 울려나왔다.
“꼴깍.”
한참 동안 지켜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영미와 잡은 손바닥에 촉촉하게 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어제 밤에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었다.
자위를 하고 나면 쉽게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잠은 오히려 더 달아난 것 같다. 그렇다고 자꾸 움직일 수도 없고 계속 부스럭거리며 소리를 내어 그녀의 잠을 깨울 수도 없었다.
눈은 감은 채 꾸준히 버티다가 영미의 손에서 살그머니 손을 뺐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영미의 이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으면서 가슴골이 페안 옷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래도 영미는 깊은 잠이 들었는지 가만히 있었다.
스펀지 같은 폭신한 느낌으로 그녀의 브래지어가 손끝에 느껴진다. 짜릿한 전율이 손끝으로 전해지며 전신을 따라 흐르는 것 같다.
그녀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숨결이 약간은 달라진 것 같았으나 여전히 잠에서 깬 것 같진 않았다.
다시 조심스럽게 그녀의 브래지어를 위로 밀어 올리며 그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음.”
그녀는 약간 움직인 것 같더니 이내 조용해 졌다.
미준은 다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녀의 볼록한 한쪽 가슴이 미준의 손안에 모두 들어왔다.
“음.”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했다.
살며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어 보았다.
그녀의 유두가 딱딱하게 굳어져 미준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지고 있었다.
“휴.”
미준은 한숨을 쉬었다.
손은 다시 반대편 가슴으로 넘어가며 다시 움켜쥐었다.
“음.”
그녀 역시 목이 막히는 듯 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가슴을 움켜쥔 그는 본능적으로 먹고 싶었다.
사실 그는 여자의 경험이 한번도 없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같은 반 아이들이 여학생들을 따먹었다는 이야기를 할 때 마다 얼마나 그들이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한번도 그럴 기회가 오지 않았다.
어떤 때는 첫 경험이 꿈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로망이고 장래 희망 같았다.
‘여자와의 성적관계.’
사춘기 소년의 성적 로망이었을까?
미준은 다시 손은 옮겨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는 살살 문지르고 유두를 꼭꼭 만져 보았다.
“흠.”
그와 동시에 영미의 손이 미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렇게 하고 그냥 자요.”
영미는 미준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붙여 꼭 누르고 있었다.
“음.”
영미의 손에 잡힌 미준의 손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 채 그녀의 가슴을 매만지며 잠을 청했다.
허나 그게 쉬운 일인가?
‘기회는 또 오겠지.’
솔직하게 말해서 한번쯤은 여자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