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 축제의 현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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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음 날 김영 빛축제 현장에서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좀비들이 득실거렸고 각종 유령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주최 측의 농간일지 모른다.
주변 상인들의 바가지요금이 판을 치고 있었고, 교통이 막혀도 안내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관람객의 안전은 무시되고, 화장실 청결은 찾아 볼 수도 없고, 수도 시설도 형편이 없었다.
편의 시설은 이미 이름뿐이고 모자라는 주차장 대신 인근 지역 바가지 주차 요금까지 끝판 왕이 따로 없다.
화장실도 그렇고 손을 씻을 물도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축제는 핑계 일뿐 찾아오는 손님들의 허주머니만 노리는 것 같다.
일방적인 시간 변동에 관람객의 편의는 무시되고 있었다. 이런 곳이어서 그랬을까?
좀비와 같은 인간들과 유령과 같은 상혼에 관람객 등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미준은 축제 현장을 둘러보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좀비 인간과 이런 분위그를 타고 설치는 유령 같은 유령을 몇이나 제거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유령과 좀비처럼 철퇴를 내려 그들이 품고 있던 검은 흑진주을 모두 뺏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 방울 물만 세상에 남긴 채 영원히 사라졌다.
다음 날 밤에는 김해 일루미아 불빛 축제를 구경하였다.
입장권을 팔에 차고 긴 터널을 통과하게 되면 일루미아 광장이 나왔다.
그때부터 축제는 시작되는 셈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어린이들 같았다.
다양한 음악에다 빛 연출이 시작되자 모두의 얼굴에는 환호가 가득하다.
넓은 공원에는 생기 발랄한 아이들이 뛰어 다니고 각종 카페나 푸드 트럭 등 먹거리 장터도 장난이 아니었다.
이런 것이 축제가 아닐까?
값도 비교적 저렴했고 먹거리도 다양했다.
모두 합심하여 최선을 다하 준비라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가끔 가다 도깨비의 장난이 보일 때 마다 남모르게 한 놈씩 제거해 주었다.
빛 축제는 눈이 혼란스럽고 미준에게는 정신이 없었다.
그래야만 축제라 할 수 있고 멋진 분위기라 칭찮을 할 것 같다.
너무나 기분 좋은 밤이었으나 단지 혼자 온 것이 제일 안타까웠다.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깔깔 웃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혼란 가운데서도 저절로 미소를 흘러 나오게 만든다.
일루미아 빛 축제장은 낮에는 주로 경마장으로 이용되고 해가 지면서 엘이디 조명으로 빛 축제가 벌어지니 그야말로 환상의 야경이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아가씨들도 어린이들 못지않게 즐거운 것 같다.
틈만 있으면 셀카를 찍고 틈만 나며 친구와 함께 추억을 남긴다.
연인으로 보이는 한 커플이 미준을 향해 손짓을 한다.
“사진 한 컷 부탁합니다.”
목소리는 왜 그리 고운지 선심으로 몇 컷 더 찍어 주었다.
“혼자 왔어요?”
미준은 그래도 자존심이 있어 친구와 같이 왔다며 거짓말을 하였다.
자정이 되면서 모든 일정이 종료되었다.
‘나도 언제 장가가면 아기 안고 다시 와야지.’
미준은 혼자 차로 돌아오면서 먼 미래에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기 옆에는 아기의 엄마 얼굴이 여럿이 겹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은혜와 아라. 영미와 소희. 그리고 진주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저 애들 모두 내 마누라로 삶으면 안 될까?’
‘미쳤어 내가.’
‘그러지 말고 원시시대로 돌아가던지.’
미준은 차에 올라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은 울산으로 향했다. 울산 대공원에서도 이미 축제는 진행되고 있었다.
울산 대공원을 빛 축제장으로 만들어 그 공간이 엄청 넓은 지역이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조용하면서도 조용한 가운데 사람들의 발걸음은 많았다.
울산 시민들은 대공원을 이용하며 운동도 하고 데이트도 하며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것 같았다.
밤이 되자 젊은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였고 산책길을 따라 아름답게 꾸며진 야간 조명이 너무나 멋졌다.
호수가에 다다르니 큰 풍차가 천천히 회전하며 아름다운 불빛을 제공해 주었다.
어린 꼬마들 남매가 풍차 아래서 즐겁게 놀고 있다.
꼬마의 아버지는 휴대폰을 이용하여 동영상을 찍고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꼬마들이 노는 모습에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는다.
‘저 꼬마들이 바로 행복 전도사 같네.’
자전거를 타는 사람. 산책을 하는 사람. 어린이를 데리고 어른들도 많이 보였다.
어디서 왔는지 외국인들 그룹이 ‘나이스’를 외치며 지나가고 있었다.
차분하면서도 꿈을 안겨주는 빛의 현장.
조금 있으니 축제를 알리는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울산 대종 주변에서 쏘아 올리는 것 같았다.
미준의 눈은 항상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여기에서 아이 도깨비가 장난을 친다.
그래도 그들은 미워할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남녀가 마주 오는 연인들에 의해 갈랐다, 붙었다 하며 장난을 한다거나, 발목을 접 질러 사랑하는 연인에게 만져주게 한다거나. 간혹은 좀 심한 장난도 있기는 했으나 이런 것들은 도깨비의 애교롤 봐줘야 할 것 같았다.
두 대의 자전거가 충돌을 피하려고 우왕좌왕 혼란을 주는 그런 종류의 장난도 치고 있었다.
‘심한 장난은 하지 마.’
미준은 아기 도깨비들에게 타이르듯이 달랬다.
‘아저씨, 우리가 보이세요?’
‘그럼. 보이지.’
미준의 대답을 듣고 아기 도깨비들이 까르르 웃고 사라져 버렸다. 역시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대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카톡이 날아왔다.
‘오빠 어디?’
열어보지 않아도 문자가 보인다.
은혜의 카톡이었다.
미준은 그냥 넘겨 버렸다.
‘가스나. 묻긴 왜 물어. 자기만 자존심이 있나?’
얼마 후엔 영미의 전화가 왔다.
“아, 영미씨 무슨 일로?”
“내일 아저씨 좀 만나려구요.”
“나 지금 멀리 왔는데?”
“어디에요?”
“울산.”
“그럼 내일 울산 계실거에요?”
“아니. 내일은 남포에 갔다가 밤에는 경주.”
“음, 그럼 만나지 못하겠네요.”
“내일 울산에서 면접 있거든요.”
“그럼 다음에 봐.”
미준은 차에 올라 늦은 저녁을 지어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차는 대공원 주차장에 있었다.
일찍 일어나 아침 운동 겸 공원을 한 바퀴 뛰고 있는데 어제 밤 하고는 너무나 분위기가 바꿔 있었다.
야간 조명이 켜진 것과는 완전하게 대조적이었다. 간간히 새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긴 했으나 너무나 한적하고 조용하였다.
풍경도 아름답고 공기도 맑아 심호흡을 해가며 뛸 수 있었다.
호수의 물은 말기가 그지없고 밤새 청소를 했는지 축제 현장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깨끗했다.
역시 광역시라 모든 준비가 철저하고 운영에도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나서 다시 정자로 나가 해안을 따라 남포에 도착했다.
오늘은 낮에 낚시를 하다 밤이 되면 경주로 들어갈 예정이다.
남포항에서 조금 떨어진 민가가 없는 갯바위로 나갔다.
차를 주차한 뒤 채비를 하여 갯바위에 올랐을 땐 오전 10시는 된 시간 이였다.
루어를 달아 바다에 던져두고 갯바위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낚시꾼이 보이지 않은 것이 유명 포인트는 아닌 것 같다.
갯바위 주변에서 작은 돌들을 하나하나 들춰보며 반찬을 할 수 있는 조개나 미역을 채취해 볼까하고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저건 뭐지?’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물위로 드러나 있는 큰 바위 위에 바다거북 한 마리가 가을 햇볕을 쐬고 있었다.
대충 보아도 그 크기가 우리나라 해안에서는 보기 드문 놈이었다.
‘어떻게 저런 놈이.’
그런데 그때 또 다른 거북이 바위위로 기어오른다.
미준은 작을 돌을 뒤집으며 다슬기 같은 생긴 바다 우렁이를 한 마리씩 잡으면서 유심히 거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바위에 붙어 파도를 따라 춤을 추는 작은 돌미역도 채취하곤 하였다.
‘아니.’
미준은 순간 웃음이 나왔다.
‘자슥들. 체면도 없이.’
작은 거북이 큰 거북의 등에 올라앉아 그들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눈을 껌벅이며 무엇을 알고 느끼려 하는 것처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곤 하였다.
그가 보고 있다는 것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그 때 물새 한 마리가 날아와 작은 거북의 등에 내려앉았다.
얼른 카메라로 그 광경을 사진에 담았다. 평생 한번 볼까말까 하는 그런 풍경이었다.
사진작가가 본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그는 더 이상 그들의 놀이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조개 몇 마리를 더 잡은 뒤에 낚싯대가 놓여있는 갯바위로 돌아 왔다.
“다탁, 닥. 풍덩.”
‘뭐야? 시.’
미준은 인상을 쓰며 해안 절벽 위를 올려다보았다.
절벽 위에는 2030대로 보이는 청년 하나가 절벽 난간에 서 있었다.
‘저 사람이 왜 또 저러나?’
난간에 서서 바다를 보다 발에 걸린 돌이 굴러 떨어진 모양이었다.
‘낚시하는데 조심 좀 하지.’
미준은 다시 찌를 바라보며 소식이 없는 찌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물속에서 사람을 유혹하는 악령들이 나타나 절벽 위에 서 있는 젊은이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들어와.’
‘어서 뛰어.’
‘이것은 또 뭐야?’
미준이 절벽위에 청년을 보자 그는 신발을 벗어두고 물에 뛰어들 자세를 취했다.
‘저 사람이 또 왜 저래?’
‘그럼 저건 물귀신인가?’
그때였다.
결국 청년은 10여 미터나 돼는 낭떠러지를 뛰어내리고 말았다.
“푸풍덩.”
‘에이시. 또 귀찮게 됐네.’
미준은 그냥 둘가 하는 마음을 먹었다가 대충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들었다.
청년의 몸에 악령이 매달려 있었다.
물이 그리 깊지 않는 탓이었는지 그 사람의 머리엔 피가 흘렀고 한쪽 다리도 부러진 것 같다.
‘아, 시발.’
미준은 119에 전화를 한 후 간단하게 차에서 구급상자를 꺼내 응급처치를 하였다.
그때까지도 악령은 그 사람의 머리에 앉아 있었다.
‘마, 가라 임마. 이사람 이제 살았잖아?’
‘내가 보여?’
‘까불지 말고 꺼져.’
그제야 물귀신으로 불리는 그 악령은 자취를 감추었다.
‘자슥. 살려 줬더니 보답도 없이 꺼져 버리네.’
‘자. 여기 있다 시발 눔아.’
갑자기 바다에서 동맹이 하나가 튕겨 올라와 미준의 옆에 툭 떨어졌다.
그제야 청년은 실눈을 뜨며 미준을 향해 원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왜 살려 줬어요?”
“그럼 사람이 없는 곳에 가야죠.”
“....?”
“그건 나보고 살려 달란 말이잖아요.”
미준도 같이 화를 내며 나무랬다.
그때 저 멀리서 119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119 대원들이 남자를 태우고 사라졌다.
아무도 자각하지 못한 가운데 인간의 도덕과 윤리가 무너지고 시기와 질투, 중상모략, 사기와 음모가 판을 치는 세계로 바꿔가면서 이에 영향을 받은 영적 세계에서 점차 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요정의 세계, 령의 세계, 도깨비 세계에서 선과 악의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던 건 이미 오래 되었다.
이것은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을 하면서 이미 시작된 산물일 것이다.
그러나 영적 세계에도 나름의 법칙과 순리가 있어 불균형의 균형을 이루며 봉합되어 왔었다.
그러나 이런 봉합은 인간 세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영적 세계까지 파급되어 점차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변화를 모르는 것은 인간들 뿐이었다.
어쩌면 모른 다기 보다는 미래를 보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무관심에서 오는 현상일지 모른다.
미준은 낚시도 안 되고, 김도 세고, 시간만 낭비 한 것 같아 멍 때리고 있는데 다시 영미의 전화가 왔다.
“아니 왜?”
미준은 약간의 짜증이 나서 자신도 모르게 영미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아니야.”
“이제 면접이 끝났거든요. 순서가 빨라 금방 마쳤어요. 지금 버스타고 경주로 가려고요.”
“알았어, 나도 지금 남포에서 낚시 중인데 낚시도 안 되고 경주로 갈게. 터미널에서 봐.”
영미의 전화를 받고 보니 미준은 차라리 잘됐다면 낚시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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