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화 〉 축제의 현장(2)
* * *
다음 날은 푹 쉬고 저녁에 되어 아라와 약속했던 호텔 커피숍으로 차를 몰았다.
이미 아라는 친구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좀 늦은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아뇨, 아저씨 우리가 좀 빨리 왔어요.”
“응, 잘 지냈어?”
“네.”
“손진주에요.”
“아저씨 제 친구, 뉴 해양 백화점에 근무한다던.”
“연미준입니다.”
“볼일이 있다더니 다 봤어?”
“볼일이 뭐 따로 있겠어요. 이 친구도 만나고 아저씨도 보고 하면 그게 볼일이죠.”
“백화점 근무 어때요?”
“뭐 그냥 그렇죠. 뭐.”
“그런데 이 친구 왜 아저씨라 그러죠? 결혼 하셨어요?”
“아냐, 얘. 결혼은.”
“그럼 왜.”
“글쎄, 말입니다.”
“그럼 전 뭐라고 하죠?”
“편하실 대로.”
“미준씨라 했죠? 여기 요즘 헌터로 유명한 그분 맞죠?”
“유명하진 않지만 그 사람 맞습니다.”
“뭐야. 난 아저씨라 하는데 넌 미준씨. 이게 말이 돼?”
“네가 쉬운 대로 불러.”
“난 아저씨라 할 거야. 아저씨가 편해.”
“식사는?”
미준 궁금하여 물었다.
“제가 오늘 쏠게요.”
바로 진주였다.
“너 짠돌이가 오늘 웬일이야?”
“미준씨 만난 기념.”
진주는 성격이 맺고 끊는 데가 분명한 것 같다.
“그럼 난?”
“너도 만났고.”
결국 그들은 호텔에서 나와 오리탕 집으로 함께 들어갔다.
식사를 한 후 진주는 친구에게 중산공원 불빛축제장으로 가자는 제안을 하였다.
중산 불빛축제는 중산 공원에서 호수 주변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와 년 말, 년 초 까지 형형색색 조명등을 달아 꾸민 매년 있어온 행사였다.
진주는 이것을 알고 여러 친구에게 중산 지역 안내를 한다면서 미준을 끌어넣었다.
“와!”
역시 아라는 성격이 활발하여 조명으로 밝혀진 공원의 풍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진주에도 이와 비슷한 남강 축제가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모양이었다.
불빛 조명 터널과 크리스마스트리도 만들어져 있고 루돌프와 산타의 마차도 만들어 두었다.
특히 이곳은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끌고 있었다.
특히 어린이 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은 이곳에 아이를 태워 앉혀두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였다.
“아. 예쁘다.”
시시각각으로 색이 변하는 불빛의 조화.
호수 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섬 트리에서 호숫가에 서 있는 풍차까지 갖은 색깔의 불빛이 수를 놓은 듯 꾸며져 있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보기로 아껴 두었던 풍경들이 결국 하루 만에 이 두 아가씨들과 함께 미준의 눈에 모두 노출되었다.
그때 미준은 뜻하지 않게 사슴의 영령을 목격하게 되었다. 루돌프 옆에 몇 마리의 영령들이 함께 모여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사슴들의 영령 위에 불꽃놀이 홀로그램처럼 도깨비불 소용돌이가 휘젖고 다녔다. 그리고 몇 개는 포물선을 그리며 루돌프를 향해 내려앉고 있었다.
얼른 보면 불빛과 어우러져 의도적으로 꾸민 불꽃놀이 같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보고 놀라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저건 내 눈에만 보이겠지?’
도깨비장난은 미준의 눈에만 보이고 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미준은 아라의 손을 슬쩍 밀에 자신의 팔에서 떼어낸 후 장난을 치고 있는 도깨비 불빛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그냥 두면 오늘 밤 어떤 장난으로 축제에 온 사람들을 괴롭힐지 모른다.
마침 아이를 안은 젊은 부부가 불꽃 터널을 막 들어서려 하는데 도깨비 두 마리가 아이의 머리위로 쌍곡선을 그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러자 무엇에 놀란 것처럼 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하였다.
아이의 아버지는 아기를 달래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있었지만 아기의 울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아기의 엄마도 남편이 안고 있는 아기의 손을 잡고 흔들어도 얼레기도 하였으나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뿐만 아니었다.
중년 아주머니가 불빛 터널 안으로 막 들어서면서 불빛의 조화에 탄성을 연발하다 바닥에 깔아둔 부직포에 걸려 넘어졌고 아기의 울음소리는 찢어질 것 같았다.
부부의 표정은 걱정으로 바뀌었다.
아기의 우는 모습이 무슨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악을 쓰고 있었다.
이 모두가 모두 도깨비장난이란 것을 미준은 알 수 있었다.
“한별아! 울지 마. 저기 저것 좀 봐.”
아기 엄마의 얼굴은 거의 울상이 되었고, 넘어진 아주머니는 발목뼈에 이상이 생겼는지 절룩거리며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길옆에 앉아 발목을 만지고 있었다.
그 뿐 아니었다.
중학생들로 보이는 몇몇 아이들이 조명이 설치된 느티나무 아래서 옥신각신 다투기도 하였다.
그들의 머리 위에도 도깨비불이 휘 젖고 다녔다.
‘괘씸한 놈들.’
‘아예 축제장을 난장판으로 만들려고 그래.’
미준은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즐겁게 찾아온 불빛축제를 도깨비 몇 마리가 재를 뿌리고 있었다.
‘야, 장난 하자 말고 모두 사라져.“
그제야 도깨비 들이 동작을 멈추고 미준을 응시했다.
‘넌 뭐야?’
‘나? 너희들을 잡아가는 저승사자다.’
‘킥킥. 제가 저승사자래. 아이고 무섭다 야.’
도깨비들은 미준을 보고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이 촐랑촐랑 대면서 한꺼번에 미준을 향해 돌진하였다.
‘스르릇.’
미준은 가볍게 손바닥을 벌려 그들을 움켜잡듯 끌어 당겼다.
순식간에 일이다.
“아저씨 뭐해요?”
어느 새 아라는 다시 미준의 팔을 잡고 빙긋 웃으며 연인처럼 처다 보았다.
“아냐. 아무 것도.”
“아저씨 저것 좀 보세요.”
“저기 저 터널.”
아라가 가리키는 곳은 느티나무에 장식된 불빛터널이다. 워낙 조명이 탁월하게 되어있어 사람들이 터널 속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그때 이미 미준의 손에는 야광주 다섯 개가 잡혀 있었다.
‘도깨비장난.’
말로만 듣던 도깨비장난을 오늘 미준은 직접 보았다.
그들에게는 장난 같지만 아기가 갑자기 이유 없이 울어대고 아주머니가 엎어지며 발목을 다쳤고 학생들이 서로 시비를 붙어 싸우고 있었다.
이런 것에도 알고 보니 도깨비장난이 개입하는 듯 하였다.
진주는 미준에게 괴물 사냥과 영령 사냥에서 무엇을 얻는지 하나하나 물었고 병원의 공사는 어느 정도 진척되어 가는지도 묻고 있었다.
“미준씨.”
“.....?”
“재벌 2세란 소문이 있던데?”
“그건 루머죠.”
간혹 루머로 번지고 있었던 미준의 신상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묻곤 하였다.
조금 더 지나가니 호수 주변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끼 자랑 재치 자랑]
주로 청소년들이 춤과 노래 등을 발산하고 있었다.
미준의 일행은 멀찌막이 서서 그들의 노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잘하네.”
노래도 잘했지만 그룹들이 나와 춤을 잘 췄다.
유명 아이 돌 그룹이 추는 춤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데 마치 살짝살짝 몸을 움직이며 몸놀림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라가 갑자기 흉내는 내며 약간의 몸을 비틀고 있었다.
“미준씨, 고등학교 때 아라가 학교에서 인기짱 그룹이었어요.”
“네, 그럴 줄 알았어요.”
“이제 제게도 말씀 낮추세요.”
“....?”
“제가 아라 친군데요, 뭘.”
“그럼 그럴까?”
미준은 진주에게 싱긋 눈웃음을 보내주었다.
별빛 축제 현장을 둘러 본 뒤 공원 카페로 들어서니 어느새 카페도 아름다운 불빛으로 꾸며져 있었다.
예쁘게 꾸며진 공원 카페도 불빛 축제에 맞춰 새로 단장을 한 것 같았다.
며칠 전만 해도 없었던 트리가 홀 한편에 켜져 있어 년 말 분위기에 맞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아, 예뻐.”
자주 들리던 곳이었으나 미준의 눈에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며칠 만에 공원에 이런 조명시설을 다 하진 못했을 것이다.
설치만 해 두고 한꺼번에 불을 켰을 것이다.
차를 마시고 헤어질 시간이 되자 아라는 미준에게 내일은 뭐하느냐며 일정을 물었고 진주는 미준을 향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었다.
“미준씨. 가끔 연락해도 되죠?”
“네, 그렇게 하십시오.”
미준은 진주의 말에 사양을 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인금 마트에서 반찬들을 비롯하여 간식거리를 사들고 돌아오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저씨. 이영미예요.”
‘이영미? 이영미가 누구더라?’
“왜, 진주?”
“아, 영미. 난 누구라고.”
“아라 만났어요?”
영미는 이미 아라가 중산으로 온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응,”
“지금 같이 있어요?”
“아니, 헤어졌어.”
“가스나. 나와 시간 맞춰 같이 가자했는데, 기어이 제 혼자 갔네요.”
“응. 그랬구나.”
“가스나, 제 말 많이 했죠?”
“아니, 한 마디도 안하던데.”
사실 아라는 친구 영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한 것이 없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제가 다 알아요. 전 아라를 잘 알거든요. 많은 험담 했을 거예요.”
“아냐, 정말이야. 아무 말 안했어.”
“그건 그렇고 나중에 제가 갈 때도 중산 안내 좀 해 줘요.”
“.....?”
“참 친구와 같이 나왔어요?”
“어.”
“그 친구 예뻤어요.”
“어.”
“무조건 어 래. 그럼 다음에 봐요. 다시 연락 할게요.”
‘씨, 무슨 전화가 이래.’
미준은 점차 자신의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생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아가씨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가 조심하라더니 정말 여자들을 경계해야 하는 건가?’
미준은 은근히 자신의 이미지에 자신감이 생겨났고 친구들이 늘어나 조심 보다는 자부심이 생겨났다.
‘독자들이 이 글을 보면 하램이라 하겠네.’
집에 들어와서 현관에 붙어있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뭐 그런대로 나쁘진 않네.’
미준은 스스로의 용모에 만족을 느끼며 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밀양 아가씨가 온다는 걸 들었으니까 은근 은혜가 질투심을 가지고 궁금해 할 것 같은 판단 때문이었다.
“응, 오빠.”
미준은 시시콜콜 남자답지 못하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다 하였다.
“근데, 오빠. 왜 내개 그런 이야기를 다 하는 거야?”
“난, 네가 너무 궁금해 할 것 같아서.”
“누가 그런 얘길 듣고 싶겠어?”
“아닌가?”
미준은 은혜와 전화를 끊고 나니 뭔가 좀 억울한 것 같았다.
‘이 등신. 여자 마음을 그리도 몰라? 내가 뭐 정신병 대가라고?’
미준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알겠다. 여자 이야기는 절대 여자들에게는 하면 안 되는 구나.’
‘그걸 몰랐으니 이상한 놈 취급이나 받았지.’
미준은 자신의 주변에서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무엇인가를 곱씹으며 정리를 해보려 생각하였으나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비밀 창고(방)를 열어 그동안 모은 보석과 원석, 귀금속 등을 살펴보며 새로 가져 온 것들을 정리한 후 다시 2중으로 시건을 했다.
그리고 미준은 현장 관리팀장에게 연락하여 당장 내일, 모래 현장 점검을 가겠다고 통고한 후 다음 코스를 고민하였다.
고심 끝에 생각한 것이 크리스마스 전후에 있을 불빛 축제 현장이었다.
생각 했던 것보다 성과가 훨씬 좋았기 때문이었다.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안전사고도 예방하고 도깨비들의 장난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런 곳에는 요정을 포함하여 각종 정령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가자, 불빛축제 현장으로’
미준은 며칠간 집에서 푹 쉬면서 공사 현장 점검을 한 후 먼저 일루미아 빛 축제 현장으로 출동하였다.
빛 축제의 절정은 밤이 되어야만 한다. 교통 편의를 위해 가급적 평일이 좋은 것 같다.
먼저 부산 일루미아 할로윈 축제 헬루미아를 방문했다.
무엇보다 스탬프 투어가 멋진 코스였다.
* 키즈존에서 헬루미아의 유령들을 미션을 통해 봉인하라.
* 성인존에서는 좀비트랙. 즉 좀비들을 피해 무사히 트랙을 완주하라.
고스트 타임에서는 연령 제한 없는 유령들과의 포토, 게임 타임 등이 멋지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미준은 축제 현장 멀찌막이 주차를 한 후 혹시 있을지 모를 진짜 유령들과 좀비들의 출현을지켜보고 있었다.
각종 프로그램이 해학적이고도 짜릿한 쾌감을 주고 빛과 어울려 상상의 날개를 펴며 어린이들과 어른들게 무한한 즐거움과 공포의 짜릿함을 선물해 준다.
이런 장소라면 진짜 유령이 출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진짜와 가짜가 구별이 안 되는 세상.
그러나 그날 밤 미준의 눈에는 이상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스런 축제 현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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