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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72화 (172/225)

〈 172화 〉 거제의 명물(2)

* * *

“오빠 걸린 것 같아요.”

드디어 은혜가 낚싯대를 당기며 팔에 힘을 주고 있다.

민물낚시 보다 바다낚시가 더 어려운 것 같다.

“낚싯대를 세워 릴을 감아봐.”

미준은 낚싯대를 갯바위에 걸쳐 두고 은혜의 옆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거 무슨 고기야?”

자세히 보니 고등어 같다.

“고등어.”

“우와!”

은혜의 얼굴이 함박꽃 같은 미소가 가득 담겨 있었다.

하얀 치아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훨씬 더 멋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미소가 아름다운 여자.’

“오빠, 제가 해냈어요.”

미준은 고등어를 빼내 통에 담아두고 다시 지렁이를 끼워주었다.

그때 중년 아저씨가 낚시가방을 매고 그들에게로 다가 왔다.

한참이나 구경을 하다가 한마디 하였다.

“두 사람 다 초보네요.”

‘알아. 그렇게 말 안해도 다 알아.’

뉴 해양 루어를 달아 던지고 있는 미준의 자세를 보더니 낚시대를 던지는 자세를 교정해 주려 애를 쓰고 있다.

“낚싯대를 머리 위로 똑 바로 넘겨 던져 보세요. 그럼 목표 하는 방향으로 나갈 거예요.”

“네.”

“그리고 루어는 프로 괴물낚시꾼들이 사용하는 거예요.”

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렁이 보다 여기 있는 새우 미끼를 쓰보세요.”

그리고 그는 조금 떨어진 갯바위로 옮겨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사람이 일러 준대로 자세를 고쳐 던져 보았다.

확실하게 방향은 제대로 잡히는 것 같다.

“저 아저씨가 오빠가 초보란 걸 척 보고 아나 봐.”

“나 초보 맞아.”

“오빠 프로 아니야?”

“바다 낚시는 이번이 세 번째야.”

“엥?”

“왜? 실망 돼?”

“난 오빠가 낚시도 프로인 줄 알았는데.”

“아니냐. 저 아저씨 눈이 정확해. 난 너와 거의 비슷해.”

은혜는 미준을 보며 이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오빠, 또 잡았어.”

새우를 단 탓인지 은혜는 금방 고등어 한 마리를 또 걸어 올렸다.

“난, 너 시다나 해야겠다.”

미끼를 달아주며 은혜를 보자 은혜의 표정엔 신이 난 것 같았다.

“거봐. 나보다 났네.”

미준의 낚싯대는 영 소식이 없다.

“루어는 안 되나?”

그때 미준의 찌가 물속으로 치고 들어간다.

“나도 왔어.”

미준은 챔질을 한 후 당기기 시작했다. 손 맛도 괜찮고 꽤나 흥분되었다.

“나도.”

은혜의 낚시에 다시 걸린 것 같다.

갑자기 갯바위에 생기가 돌았다.

거의 동시에 참돔 한 마리씩을 걸어 올렸다.

“화이팅!”

미준을 은혜에게 손바닥을 펴서 내밀었다.

"화이팅!"

은혜도 같이 손바닥을 맞 받아 치며 파이팅을 외친다.

은혜는 점점 낚시에 빠져 들었고 미준은 은근히 괴물 고기에 기대를 해 본다.

신기하게도 은혜는 참돔을 곧잘 걸어 올린다.

가끔 가다 고등어도 잡았지만 참돔 마릿수가 늘어가고 있었다.

얼마 후 미준의 눈에 두 눈을 부릅뜬 물고기 잔영이 눈에 들어왔다.

“음.”

미준은 점점 괴물 고기에 기대를 하면서 천천히 릴을 감기 시작했다.

“오빠 물었어?”

자신에 비해서 뜸하던 미준이가 포물선을 그리며 낚싯대를 감아 올리자 은혜는 반색을 하며 물었다.

“그런 것 같애.”

“큰 놈 같애?”

"응."

20여분 만에 건져 올린 고기는 분명 괴 물고기였다.

전장 70 cm 급 날개돔 감생이였다.

미준은 나이프로 감성돔의 배를 갈라 스피넬 원석을 채취한 후 고기는 회를 쳐서 먹기로 하였다.

“오빠. 물고기에도 귀중품이 나와요?”

“응, 나도 말은 들었지만 처음이라서.”

“그럼 나도 괴물을 잡아야지.”

미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의 능력을 또 하나 확인하였다.

날아갈 것 같은 쾌감을 맛보았다.

거제 죽림 지역은 참돔의 보고 같았다.

고등어와 감성돔, 참돔 중에서 참돔의 마릿 수가 심심하지 않게 걸려 들었다.

거제의 명물 참돔.

걸음을 걸을 때 마다 산행으로 인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낚시에 빠진 은혜는 지칠 줄을 모르고 낚시에 몰입되어 가고 있었다. 낚싯대를 던지는 솜씨도 점점 능숙해 지고 잡아 올리는 자세도 몰라보게 세련되어 간다.

‘내가 이러다 프로 낚싯꾼이 되는 것 아니야?’

미준도 은혜와 마찬 가지로 스스로 만족하여 자화자찬 하였다.

“점심은 우리 회로 먹자.”

미준의 말에 은혜는 차 안으로 들어가 밥을 짓고 미준은 차 밖에서 회를 치기 시작했다. 회를 치는 것도 초보다웠다.

고등어 몇 마리와 감성동과 참돔을 한 마리씩 골라 세 종류의 회를 큰 쟁반에 그득하게 담았다.

“오빠. 이거 횟집에 가면 10만원도 넘겠어.”

“그렇지. 이건 특히 자연산이잖아.”

“그들은 초장과 쌈장으로 점심 반찬에 회를 먹으면서 회를 뜨고 남은 대가리와 뼈는 저녁에 매운탕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너 운전 면허증 있어?”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찍 배웠네.”

“대학 합격 후 면허증부터 땄어요.”

“요즘 애들은 성형부터 한다던데?”

“저야 뭐, 워낙 미모가 있으니.”

미준이 처다 보자 은혜의 두 볼이 빨갛게 홍조를 띠었다.

“넌 키가 얼마야?”

“167.”

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의 키와 은혜의 키가 비슷하다는 걸 느낀 적이 있었다.

“우리 식사 후엔 낚시 그만하고 거제 여행이나 할까?”

“낚시도 재미있는데.”

“우리 많이 잡았잖아.”

“그럼 어디로?”

“휴대폰 검색해봐.”

한참 후 은혜는 바람의 언덕으로 가보자고 하였다. 미준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약국으로 들어가 물파스와 배 파스를 한통씩 샀다. 아무래도 은혜가 심상찮은 같아 처방전이 필요 없는 종합 감기약과 몸살 약까지 함께 구입하였다.

기분이 좋아 넘어가곤 있지만 한번 씩 쿨럭쿨럭 기침을 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차안에 넣어두고 지켜보리라 마음먹었다.

약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들 한다.

바람의 언덕에서 사진 몇 컷을 찍으면서 계단을 오르는 은혜를 보니 점점 통증이 심하게 온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내리막 길이 더 힘들어 보인다.

“미준은 말없이 차를 몰아 주차장 부근 펜션 마다 빈방을 물어보았다. 몇 군대나 전화를 한 후 겨우 빈 방을 얻을 수 있었다.

1박 2일 이면 될 것이다.

“오빠, 펜션은 왜?”

“너 아무래도 따뜻하게 편하게 쉬어야 할 것 같애.”

미준은 일찍 펜션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숙소는 바다가 보이는 경치가 좋은 방이었다. 예약을 해둔 사람이 갑자기 취소하여 생긴 방이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예약 없이 쉽게 얻을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라 하였다.

미준의 예상은 적중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은해의 기침은 심해지는 것 같고 머리에도 약간의 미열이 있다.

“너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누워있어.”

미준은 방 하나에 자리를 깔아 은혜를 쉬게 해준 뒤 식사 준비를 위해 차에 싣고 온 모든 식자재를 펜션으로 옮겼다.

은혜는 아마 몸살인 것 같았다. 몸에 열이 나고 팔다리가 다 아프다며 미준이 애써 만든 저녁 매운탕도 제대로 먹질 못했다.

식사를 한 후 은혜에게 약을 먹였다.

“웬 약?”

“내가 낮에 사 뒀지. 네가 이럴 줄 알았어. 아무래도 무리했나봐.”

“오빠, 미안해.”

“네가 뭣이 미안해. 내가 미안하지.”

결국 은혜는 팔다리가 아프다며 괴로워했고 기침까지 만만치가 않았다.

“그러지 말고 한숨 푹 자. 푹 자고 나면 좋아질 거야.”

미준은 은혜가 잠이 들 때 까지 팔다리를 만져주고 물파스도 붙여준 후 잠이 든 걸 보고 방에 불을 꺼 주고 거실로 나왔다.

TV를 켜서 보고 있었으나 걱정이 여간 아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소파에 앉아 내일 일정을 생각하고 있는데. 방 안에서 은혜가 불렀다.

“오빠.”

미준이 방에 들어가자 은혜는 땀을 흘렸는지 얼굴과 머리카락이 흠뻑 젖어 있었다.

“방이 너무 뜨거워?”

“아냐 약을 먹어서 그런가봐.”

미준은 은혜의 이마를 짚어보니 열은 많이 내렸다.

“왜 불렀어?”

“팔, 다리가 너무 아파. 열은 없는데 특히 다리가 아파.”

“그건 근육통이야. 쉽게 안 풀려.”

미준은 이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어 그녀의 다리를 만져 주었다. 비록 운동복을 입기는 했으나 그녀의 다리 알통이 많이 뭉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준은 다시 매운탕을 데워 밥과 함께 소반에 담아 방으로 들고 들어왔다.

“배고플 텐데 밥 좀 더 먹어.”

저녁 식사 때 은혜는 밀려오는 피로와 몸살로 저녁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걸 보고 미준은 안타까웠다.

“고마워요. 오빠.”

은혜는 따뜻하게 대해주는 미준이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식사를 많이 해야 해. 감기 몸살은 누가 뭐라 해도 밥을 잘 먹어야 해.”

정말 은혜는 맛있게 식사를 했다.

이미 밤 10시가 넘어 저녁을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에서 배가 고픈 것도 사실이었다.

식사를 마친 은혜는 약을 먹은 뒤 흠뻑 전은 땀과 알통이 모인 다리를 풀어줄 겸,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찜질을 하고 싶어 했다.

“오빠. 온수 찜질 좀 할게요.”

미준은 좋은 생각 같아 욕조에 따뜻한 온수를 받아 주었다.

한 시간 이상의 긴 시간을 욕실에서 보낸 은혜가 다소 기운을 차리고 밖으로 나왔다.

“다리 통증은 아직 안 풀리지?”

“처음보단 좀 낫지만 아직.”

“저 쪽 방은 침대가 있던데 침대 방 네가 쓸래?”

“아니. 따뜻한 온돌이 더 좋아요.”

“오빠, 제 땜에 어쩌죠?”

“뭘. 내 목표는 이미 도달했어.”

“그래도.”

사실 미준은 거제의 명물 참돔을 잡아 올리고 무엇보다 괴 물고기 도전에 성공을 하여 거제 사냥 목표는 도달된 셈이다.

미준은 누워있는 은혜 옆에서 여러 가지 집안일과 자신의 성장 과정을 아는 대로 주고받으며 거제의 하루 밤을 보내고 있었다.

은혜는 다시 잠이 든 것 같다.

미준은 조용히 은혜 방에서 빠져나와 샤워를 한 후 운동복을 갈아입고 자신의 방으로 가 침대에 누웠다.

“미준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자리에 앉아 보니 세이렌 이었다. 50은 족히 되어 보이는 세이렌은 미준의 손을 잡고 알 듯 모를 듯 한 말을 흘렸다.

미준은 이제 세이렌을 보자 자신도 모를 묘한 신뢰감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왜, 저를 매번 도와주시는 거지요?”

“이야기를 했잖아. 네 집안의 은혜를 입어 네게 돌려주는 거라고?”

“전 그게 이해가 안 돼요.”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너 하나만을 믿고 살아온 네 어머니에게 잘해.”

“그런 건 잘 알고 있어요.”

미준은 언젠가 자기가 자리를 잡으면 어머니를 모시고 진심 자식 노릇을 하겠다고 결심한 바가 있었다.

“넌 이제 내 도움 없이도 잘 해낼 거야. 진정으로 큰 그릇이 되려면 마음을 넓게 가지고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한 관용과 아량이 필요한 법이지. 꼭 성공하길 빌게.”

그리고 세이렌은 점점 멀어져 갔다.

“세이렌?”

“세이렌.”

그러는 중에 잠에서 깨어났다.

‘꿈이었구나.’

미준은 방금 일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너무나 생생했다.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세시였다. 다시 잠을 청했으나 꿈에서 본 세이렌의 말만 생각날 뿐 더는 잠이 오지 않았다.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에 나왔더니 뜻밖에 은혜가 TV를 켜두고는 소리를 낮춰 보고 있었다.

“왜 일어났어?”

“좀 자다 잠이 깼는데 더 이상 잠이 오질 않네.”

미준은 화장실에 들렀다가 은혜의 옆에 앉았다.

“뭐, 재미있는 것 있어?” “그냥 보고 있어요.”

미준은 리모컨을 들고 이리저리 채널을 바꿔 보았으나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건 없었다. 어떤 외국영화를 하는 곳에 켜두고 멍 때리고 있었다.

“오빠는 참 자상한 것 같아요.”

“글쎄.”

은혜는 손을 뻗어 미준을 손을 잡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남자들은 결혼하고 나면 변한다고 하던데.”

“난 그런 건 몰라. 그건 살아봐야 알지.”

미준은 아직 여자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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