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165화 (165/225)

〈 165화 〉 괴물 헌터(2)

* * *

갑자기 찌가 물속으로 쏙 들어간다.

문을 열고 막 나오려는데 그의 차와 거리를 두고 힌색 승용차 한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곧 전조등이 꺼지더니 미등 또한 곧 색을 잃었다.

문을 다시 닫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창문을 올리려다 시동을 끈 상태라 가만히 있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아 그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흑.”

미준의 예상은 어긋나지 않았다.

‘창문이라도 닫고 지랄하지.’

자신의 차 옆에 캠핑차가 있으면 사람이 있다는 건 잘 알 텐데 염치라곤 전혀 없어 보였다.

‘창문 닫는 것도 잊은 건가?’

“아흑. 아앙. 아앙.”

잘은 모르겠지만 여자의 반응이 과장이 심하다.

승용차가 흔들흔들 한다.

‘지랄들 하네.’

그때 갑자기 그의 눈에 그들이 탄 승용차 주위에 검은 뭔가가 득실거리는 걸 볼 수 있었다.

분명 괴물 같았다.

“아흑, 아항.”

차 안에서는 여자의 신음 소리가 밤의 적막을 깨뜨리고 있는데 차를 에워싼 괴물들의 움직임은 힌색 승용차를 호수를 향해 밀어붙이고 있었다.

'질투를 하는 거야 뭐야?'

아는지 모르는지 차는 계속 흔들거리고 차안의 분위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승용차는 조금씩 호수로 밀려간다.

‘저대로 두면 호수에 빠질 것 같은데?’

등산 스틱을 단단히 쥐고 한 손에 손전등을 쥐고 차에서 내렸다.

자세히 보니 나찰들이었다.

나찰녀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나찰녀는 사람의 고기를 먹고 산다는 괴물 중에 괴물들이다.

‘저들의 생명이 다된 것인가?’

저대로 두면 그 짓을 하다 호수에 빠져 죽을 것은 뻔한 일이다. 저승사자도 아닌 나찰들이 모여 사람의 생명을 빼앗으려 한다.

‘저대로 죽으면 행복하게 죽는 건가?’

‘행복하게 죽게 버려둘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온갖 생각이 그의 뇌리로 스쳐가고 있었다.

벌써 승용차는 호수를 향해 굴러가고 있었다.

“아흑. 아앙.”

미준은 재빨리 등산 스틱으로 나찰녀의 머리를 후려치면서 돌 하나를 차바퀴 아래에 툭 차 넣었다.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사라져.’

그러나 나찰들은 끄덕도 하지 않고 나찰녀를 에워싸고 그를 향해 팔을 뻗어 온다.

다시 재빠르게 나찰의 팔뚝을 내리치고 있었다.

“키긱.”

‘뭐야 이거?’

미준은 잽싸게 발을 들어 올려 나찰의 복부를 뒤꿈치로 내리 찍었다.

“캑.”

그러나 놈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힘으로 오려울 것 같다.

‘세이렌. 긴급구조.’

자신도 모르게 세이렌을 부르며 다시 스틱으로 나찰의 머리를 내리치고 있었다.

그러자 하나가 픽 스러지면서 스르르 녹아내려 사라져 버린다.

보이는 족족 놈들을 향해 정신없이 휘두르자 하나 둘 나찰들은 사라지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건 나찰녀뿐이었다.

‘넌 뭐야?’

몸서리치는 나찰녀의 소리다.

입에는 검은 피가 흘러내리고 아귀 모양으로 험상궂게 벌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들어내고 있다.

기회만 되면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기세였다.

‘난 괴물 잡는 헌터다.’

‘방해하지 말고 비켜.’

‘그럴 순 없지.’

미준은 침착하게 세이렌을 생각하며 나찰녀의 목에다 등산 스틱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다시 나찰녀의 정수리에 일격을 가했다.

‘키키킥.’

그제야 괴상한 소리를 내며 사라지고 있었다.

모든 나찰이 진압되었다.

“탕탕탕.”

주먹을 쥐고 차문을 두드렸다.

“빨리 내려!”

갑작스런 고함소리에 정신을 차린 남녀가 옷을 제대로 입지도 못한 상태로 차에서 뛰어 내렸다.

순간 승용차는 미끄러지듯 호수로 빨려들어 갔다.

“할 거 하드라도 차는 제대로 세워두고 해야죠.”

“.....”

“그거 하려다 죽을 뻔 했잖아요?”

“미안합니다.”

정신이 없어 멍하게 서 있는 둘을 쳐다보며 손전등을 켜 바닥을 살펴보았다.

나찰들이 사라진 곳에는 나찰의 방망이에 박혀있던 천계의 보석들이 쏟아져 있었고 나찰녀가 찾던 팔찌와 발찌, 목걸이들이 땅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두 남녀는 미처 정신을 수습하느라 미준의 이런 행동을 감지하지 못한 채 물속으로 가라않고 있는 자신의 차만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것을 수습한 미준은 그제야 낚싯대를 건져 올렸다.

커다란 메기가 걸려 있었다.

“고맙습니다. 아마 제가 브레이크를 당기지 않았나 봅니다.”

“네. 날이 새면 견인차 불러 건져 올리세요.”

“이 은혜를 어떻게?”

남자는 명함을 하나 꺼내 미준에게 건네주었다.

미준은 명함을 보지도 않고 호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분명 부부는 아닐 것이다.

부부라면 이런 곳에 와서 이렇게 급히 저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보니 낮에 만났던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얼른 낚싯대를 챙겨 그들에게서 떠날 생각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그 불윤 커플이 분명 자신의 차에서 하루 밤을 신세 지겠다고 할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면 허용해 줬겠지만 이런 불윤 커플에게 자신의 캠핑카를 빌려줄 생각은 전혀 나질 않았다.

“조심해서 가세요.”

“고맙습니다.”

남자의 나이는 40대 초반, 여자의 나이는 30대 중반 쯤으로 짐작되었다.

하는 짓거리로 봐서는 프로 사진작가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아마추어 작가들이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사진은 핑계고 목적은 다른 곳에 두는 족속일지도 모른다.

차에 올라 시동을 막 켜려 하는데 차창에 비치는 작은 영상이 창에 비췄다.

레벨이니, 파워니, 능력치니 하는 단어들이 숫자와 함께 캠핑카 앞창에 비치는가 하더니 그만 지워졌다.

‘뭐지?’

지난번에도 이번과 비슷한 글자들이 뜬 것 같았다.

차를 몰아 조금 이동한 뒤 생태과학관 주차장에 다시 차를 세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꿈속에서 세이렌이 나타나 중얼거린다.

‘파워가 더 올라갔네.’

‘파워라뇨?’

‘자고 나면 느낄 거야.’

그리고 다음날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게 되었다.

그동안 잡은 것들의 가치를 평가 받기 위해서였다.

‘천상의 보석.’

이 지구상에는 처음 있는 보석들이었다.

짧은 기간 획득한 보석들이었으나 그 수가 제법 되었고 산삼의 가치도 수억이 넘게 평가되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요정과 괴물을 자신만이 보게 된다는 확실한 입증과 이들을 쉽게 잡을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확인한 것이었다.

‘이것이 결국 세이렌이 준 파워인가?’

“네 집안에 진 빚을 너에게 갚는 거야.”

분명 꿈에서 본 바다의 요정은 그렇게 말했었다.

‘우리 집안에 진 신세?’

미준은 이 점이 궁금하였다.

산삼 세 뿌리는 자신이 보관하고 나머지는 모두 경매 처분하였다.

미준은 산삼 한 뿌리를 시험 삼아 갈아 마셔 보았다.

온 몸에 퍼지는 기괴한 마력이 전신을 감싸며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산삼도 산삼 나름인가보다.’

자신이 먹은 건 그냥 산삼이 아니라 100년 묵은 동자삼이다.

산삼을 캔 것이 화재가 되어 미준은 이름이 세상에 공개되고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하였다.

“혹시 무슨 계시라도 받았습니까?”

“글쎄, 그걸 모르겠어요.”

“그럼 길몽이라도 꿨는지요?”

“전 아기 동자승을 본 것 같습니다.”

“꿈에서 봤다는 말씀인지요?”

“꿈이 아니고.”

“그럼?”

미준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잘못 말을 했다가는 거짓말을 한다고 엉뚱한 방향으로 나갈 것 같은 불안한 예감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 오른 댓글에는 미준의 과거가 털리고 있었다.

거짓말을 일삼는 미친놈이었다.

과거에 있었던 온갖 억척과 요정을 보았다며 사고를 쳤다는 미준의 이력 등이 속속 공개 되었다.

그러나 반면 삼삼을 캔 그의 말을 믿고 새로운 신인이 등장했다는 댓글도 있었다.

이런 댓글만 해도 성과라면 성과였다.

미준의 의지는 옛날과 달랐다.

아무리 자신을 미쳤다고 모략하는 인간들이 드글 드글 해도 이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도 미준은 틈틈이 자신이 겪었던 모든 사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상세하게 낱낱이 기록하고 체험한 사실들도 빠트리지 않았다.

책으로 출판할 계획을 세웠다.

태어 날 때부터 시작하여 학창시절에 겪었던 모든 일.

따돌림.

괴롭힘.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갔던 일.

취업을 못해 수모를 당했던 일.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주변의 시선.

한때 있었던 자살 시도 등.

하나도 빼지 않고 모든 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괴물과 요정을 잡으면서 촬영했던 사진도 올려 볼 생각이다.

어느 날 밤 오피스텔에서 사진 정리를 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가 목격한 요정과 괴물들이 사진 속에서는 제 모습을 나타낸다.

‘참 신기하다. 이건 정말 귀신도 아니고.’

그때 은혜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저에요.”

“그래, 은혜야.”

미준은 정말 반가웠다. 어쩌면 새 소식을 은혜가 듣고 전화를 해주리라 기대를 하며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때 중산공원 주차장에서 헤어진 후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먼저 전화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사실 은혜를 만날 여우도 없었고 따지고 보면 며칠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까마득히 오래된 것 같은 건 웬 일일까?

“오빠, 바쁘지?”

“아냐, 바쁘긴. 전혀 아니거든.”

“어디에요?”

“오피스텔.”

“넌?”

“공원.”

“그래? 그럼 기다려 내 금방 갈게.”

미준은 재빨리 옷을 챙겨 입고 차를 몰았다. 공원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공원으로 재빨리 뛰어 들어갔다.

‘내가 왜 이러지.’

미준은 애써 침착을 가장하고 태연하게 은혜를 불렀다.

“은혜야.”

미준을 보자 은혜는 환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그냥 뛰어가서 와락 껴안고 싶었다.

“오빠.”

“그래 반갑다.

미준은 은혜를 데리고 그녀와 만났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대학생들로 보이는 많은 젊은이들이 죽을 치고 앉아 있었다.

“오빠 정말 축하해.”

“그래도 너 뿐이다.”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래, 잘 지냈어?”

“난 오빠 전화 기다렸는데.”

“나도, 너 생각 많이 했어.”

“거짓말.”

“정말이야. 여기 올 때 막 뛰어 오는 것 못 봤어?”

은혜는 미준의 표정을 보며 긍정의 미소를 지었다.

“오빠 많이 밝아졌어.”

“그래, 다 네 덕분이다.”

“내가 뭘 했다고.”

“넌 나를 믿어 줬잖아.”

그들은 또 이렇게 만나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은혜는 헤어지면서 미준에게 무슨 말을 하려 망설이다 끝내 말하지 않고 헤어지게 되었다.

사실 은혜에게 몇 달 전부터 끈질기게 따라 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주말을 맞아 친구와 함께 우연하게 공원에 바람을 쐬러 나왔을 때 그때부터 은혜에게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차 한잔 어때요?”

청년 둘이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접근한 것이 처음이었다.

“아뇨, 그럴 생각 없어요.”

은혜와 친구 진희는 그들의 끈질긴 요청에 못이겨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따라 찻집에 들어갔다. 가끔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은혜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그 둘 중에 영석이란 청년이 은혜를 향해 끈질기게 자신의 신분을 노출해 가며 귀찮을 정도로 달라붙고 있었다.

은혜도 잠시 그런 영석에게 약간의 마음을 연 것은 사실이었다.

집안도 꾀 괜찮은 것 같고 외모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단지 하는 일이 뚜렷하게 없고 만나 볼수록 건달 같았다. 차라리 건달이면 더 좋겠다. 건달이라기보다는 양아치 기질이 다분히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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