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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62화 (162/225)

〈 162화 〉 거성의 출현(2)

* * *

결국 미준은 미친 새끼로 낙인이 찍혀 버렸다.

피해 학생 부모 앞에 무릎을 꿇는 어머니의 굴욕으로 퇴학까진 모면하게 되었으나 자신에게 맞은 학생들에게 치료비 지급과 공개 사과로 겨우 모면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어려운 생활에서 공장 잡역 일까지 마다않고 아들 하나만을 믿고 살아가고 있는데 아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을 하자 그 고민이란 말 할 수 없었다.

그 사건이 있은 후부터 미준은 입을 다물었다.

말을 해 봐야 믿어주는 사람 하나 없고 문제만 자꾸 발생하게 되니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혼자 해결하려 하였다.

학교에서도 성적이 단연 1위를 하는 미준이 한국대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재목이라 간단한 처벌만 하고 용서를 하였다.

일류 대학으로 진학 가능한 것이 미준이 뿐이어서 인재 하나를 놓지는 것이 아쉬웠는지도 모른다.

미준은 스스로 환각 현상이라 생각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억누르고 참고 지냈다.

미준은 점차 말이 없는 아이로 성장해 나갔다.

사실 자신의 눈에 그런 것들이 보인다는 자체도 미심쩍었다.

정신병에 관한 많은 서적도 읽어보고 나름 연구도 해 보았다. 세계적인 정신병 권위자의 연구 논문도 독파하였다.

‘상상.’

‘환상.’

‘이명.’

‘환각.’

최근에 와서는 자신의 귀에 환청까지 들린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머니께 조차 말을 못했다. 이야기를 할수록 걱정만 할 뿐이다. 이미 유명 정신병원이라면 안 가본 것이 거의 없다.

‘저건 환상이야.’

‘이건 환청이야.’

스스로 자제하고 무시하며 지냈다.

간혹 전문서적을 읽어 보거나 실제 정신병동에도 일어나는 일들을 분석해 보면 자신의 증상과 다를 것이 없는 환자들 같았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계속 중얼중얼 떠드는 사람.

귀에서 환청이 들린다며 귀를 쥐어뜯고 머리를 벽에 쾅쾅 박아대는 사람.

귀에서 계속 이명이 들린다며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환각상태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며 정신 병원을 탈출하려 하는 사람.

환자들의 증세도 가지각색이었다.

남들이 보면 자신의 환각도 다를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니 더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다.

‘일단 나를 인정하자.’

이런 증상 때문에 탈선도 하고 방황도 해 보았으나 도무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미국 유학을 가겠다고 어머니를 졸랐다.

자신도 알바를 뛰며 조금씩 저축도 해 나갔다. 이대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었다.

미국에 있는 세계적인 정신 병원을 찾아 치료를 해볼 작정이었다. 물론 미준은 이런 자신의 생각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혼자 생각한 자신의 묘책이었다.

하바드에 입학하자 어머니가 다니는 회사 근로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어머니를 도와주었고 유학을 가서도 아르바이트는 계속하였다.

유학을 핑계 삼아 미국에 왔으나 진짜 목적은 학업이 아니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정신병원에 수시로 찾아가 상담을 받아 보았다.

처방해 주는 약을 먹어 보았으나 간혹 나타나는 환각 현상은 잡히지를 않았다.

‘여기에서도 별 수가 없구나.’

미국 유학도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하고는 돌연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해 버렸다.

미준의 갑작스런 귀국에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미준아. 네가 유학을 간다기에 얼마나 좋아했는데.”

“미안해요. 어머니.”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 공부를 마치면 어떻겠어?”

“죄송합니다. 어머니.”

“유학만 마치면 먹고 사는 건 걱정 안해도 될 것 같은데.”

어머니는 하바드로 진학한 아들이 자신의 상징이고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미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방황하던 아들이 유학을 보내주면 착실히 공부하겠다며 고집을 하여 빚을 내어서 유학을 보낸 것이 벌써 2년이나 지났다. 그동안 적지 않게 속을 썩이던 아들이 더는 말썽 없이 잘 지내는 것 같아 안심하고 있었건만, 아들의 돌연 귀국에 받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그러지 말고 다시 돌아가 공부 마치는 게 좋지 않겠어?”

결국 미준의 미국 유학을 끝내 포기했다.

어머니는 더는 어쩔 수가 없었다. 성인이 된 아들을 때릴 수도 없고 벌을 줄 수도 없었다.

‘정말 내 병을 고칠 수 없을까?’

머리가 뛰어난 미준은 다시 한국대 의대로 진학하여 학교 장학금으로 신경정신의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의사가 되고 병원장이 되는 것이 꿈이 아니었다.

자신의 병을 스스로 공부하여 치료하기 위한 것이 급선무였다.

미준은 외로웠다.

발도 없는 소문이 잘도 따라 다닌다.

자신의 고민을 누구하고도 의논할 수도 없고 말만 꺼내면 정신병자로 취급받는 것이무엇보다 싫었다.

어느 날 지도 교수가 미준을 불렀다.

“너 이상한 소문 있던데 정말이야?”

“아니에요. 교수님.”

너무나 가슴 아픈 질문이었다.

“시발 모두 때려치우고 군에나 가야겠다.”

그러나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정신 이상으로 진단이 나서 대한민국 군대도 가지 못했다. 정신병자는 군에서도 결코 환영받지 못했다.

남들이 다 가는 군에도 못가는 참담한 인간으로 전락되었다.

‘아, 죽고 싶다.’

너무나 괴로웠다.

그날 미준은 병원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죽고 싶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무엇도 생각나지 않았다.

“시발. 내게 왜 이래!”

그리고 옥상에서 뛰어 내렸다. 정신이 깨어났을 땐 공원 벤치에 누워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공원 전봇대에 큰 독수리 한 마리가 앉아 상준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번엔 내가 꿈을 꾼 것일까?’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으나 다친 곳은 전혀 없었다.

‘자살한 사람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막상 죽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나니 가슴 아파할 어머니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았고 충격을 받을 걱정도 되지 않았다.

의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원했으나 소문이란 참 빠르기도 하다.

“정신병자가 정신과 의사를 하겠다고?”

미준을 아는 초, 중, 고, 대, 동창생들의 입으로 소문은 참 빠르기도 하였다.

“미준아. 너도 회사에 입사하여 직장 생활을 해보는 건 어때?

보다 못한 어머니는 미준을 불러 입사를 권장했다.

미준은 사양하였다.

‘지칠 만도 하시지.’

미준은 어머니 도움 없이 자신의 문제는 자기 힘으로 극복하려 애를 쓰고 있었다. 결국 미준은 병원 취업을 포기하고 알바를 하며 틈틈이 모음 자신의 재산을 모두 찾아 시내에 있는 조그만 오피스텔 하나를 세를 얻어 독립하였다.

어머니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도저히 집에서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죽도록 정신의학과 정신 신경과에 공부를 하며 집에 박혀 있었다. 사람 만나기도 두려웠고 밖으로 나가기도 정말 싫었다.

책을 읽다 지쳐 책상위에 엎어져 잠깐 졸았다.

“미준아.”

“누구십니까?”

“난 세이렌. 바다의 요정.”

‘내게 또 이런 환각이 나타나다니.’

미준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최근에 와서 보지 못했던 환각 현상이 다시 나타나게 되자 미칠 것만 같았다.

“환각이 아니야.”

“네?”

“자 이걸 받아라.”

“이게 뭐죠?”

“너 집안에 진 빚을 네게 갚으려고.”

“.....?”

“자신을 가져.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나를 불러.”

미준은 두 손을 벌려 세이렌이 준 것을 손으로 받아들고 펴 보았다. 분명 손에 잡혔는데 아무 것도 없다.

“미친.”

그때 휴대폰에서 벨이 울렸다.

‘꿈이었나?’

전화를 받고 보니 어머니였다.

“미준아. 엄마 친구가 소개하는 처녀인데 한번 만나볼래?”

대뜸 전화에서 어머니가 한 말씀이었다.

“소개팅 나가라는 거예요?”

“왜 싫어? 얼굴도 예쁘고 착하다는데. 너 한번 만나봐.”

보다 못한 어머니는 친구하나 없이 방에만 박혀있는 아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혹시라도 여자라도 사귀면 아들의 증세가 좋아질까 하는 기대도 섞여 있었다.

“저를 보고 누가?”

“네가 어때? 키 크지. 얼굴 잘생겼지. 의사 자격까지 가지고 있는데.”

“그야. 이름뿐인 의사죠.”

“그래도 만나봐.”

미준도 이제 남들이 다 하는 연애라는 것을 한번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아니 자신을 정신 병자로 보며 멀리하는 여자들을 죽여 놓고 싶었다.

“그럼?”

결국 미준은 어머니 친구의 소개로 중산 공원 호숫가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여자를 만났다.

늘씬한 키에 얼른 봐도 미모를 갖춘 여성이었다.

“연미준입니다.”

“오빠, 저예요.”

은혜는 미준을 보자 깜짝 놀랐다. 각종 소문을 다 믿은 건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때 본 미준이가 이렇게 변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환한 얼굴에 연예인보다도 몇 배는 더 잘 생긴 것 같고 매력적인 서글서글한 눈매가 자신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누구?”

“은혜에요.”

미준은 어리둥절 맞은편에 앉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찬찬히 자신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너무나 아름다워 얼른 눈을 피해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가만히 은혜라는 이름을 기억해 보았다.

“아, 은혜. 정은혜?”“네. 용케 기억하시네요.”

“그때 그 은혜?”

미준의 머리에 언젠가 초등학교 시절 급우들과 싸울 때 자신의 편을 들어준 어린 꼬마 숙녀가 머리에 떠올랐다.

“너, 정말 예쁘게 자랐네.”

“오빠도 멋있어요.”

“나야 뭐.”

“정말이에요. 오빠.”

그들은 차를 마시며 한참동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심장이 쿵쿵 뛰었다.

“오빠, 아직도 요정이 보이세요?”“너, 내가 진짜 미쳤는지 알아보려 나왔지?”

단도직입적인 미준의 말에 은혜는 얼굴을 붉히며 몹시 당황하였다.

“당황했구나. 미안해. 내가 너무 바른 말을 해서.”

“아니에요. 오빠. 혹시 그게 환각이 아니고 사실일지 모르잖아요.”

“차라리 그럼 얼마나 좋겠어.”

“오빠, 난 결코 오빠가 거짓말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사실은 나도 몰라.”

“소문을 들을 때 마다 어쩌면 오빠가 진짜 그걸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봤어요. 비록 증명은 할 순 없지만.”

사실 은혜는 한때 미준의 소문을 들을 때 마다 미준의 편에서서 변명도 하고 실제 괴물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긴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자신만 이상해져 더 이상 변명을 해 줄 수 없었다. 물론 그땐 어릴 때의 이야기다.

“넌 요즘 뭐하고 지내?”

“회사 취업한지 얼마 안돼요.”

“근무는 할 만 하고?”

“그냥 그렇죠 뭐. 이제 신입인데.”

그들은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난줄 알고 나왔지?”

“미준이라 하기에 오빠가 아닐까 궁금했어요. 아님 이런 자리엔 절대 안 오죠.”

“나도 사실 처음이야.”

“오빠와 같은 이름이 잘 없잖아요. 성도 그렇고.”

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 나가자. 나가서 산책이나 하자.”

그리고 둘은 밖으로 나왔다.

“오빠는 사귀는 여친 없어요?”

“있으면 여기 나왔겠어?”

“사귄 일은 있었고?”

“야, 누가 나를 좋아 하겠어. 미친놈인거 세상이 다 아는데.”

“내가 보기엔 전혀 아닌데?”

그때 미준의 전방 약 5 m 앞 연못가 바위 위에 주먹만한 왕눈이 한 마리가 그를 보고 눈을 껌벅거리고 있었다.

얼굴은 역시 사람의 형상과 비슷한 것 같았다.

‘오늘 같은 날에 또 나타나나?’

‘시발, 제발 좀 없어져라. 날 미친놈으로 만들지 말고.’

그러자 순간 왕눈이는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으며 사라져 버렸다.

“오빠, 뭐라 했어?”

“아. 아냐.”

미준은 방금 왕눈이가 앉자있던 바위를 살펴보니 약간의 물기가 젖어 있었고 젖어있는 바위 위에 무지개빛 콩알만한 구슬이 놓여 있었다.

미준은 휴대폰을 꺼내 얼른 사진을 찍은 다음 슬쩍 그 구슬을 집어 들고 은혜를 돌아보았다.

언젠가 미준은 오늘 같은 일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땐 강 가운데 있던 바위여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진 못했다. 대부분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 일 수 였다.

‘그럼 이 구슬은 무엇인가?’

‘분명 이것은 조금 전에 보았던 왕눈이가 실체였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본 건 진실이 아닌가?’

‘세이렌의 도움인가?’

미준은 혼자 주먹을 불끈 쥐고 짧은 순간이었으나 감격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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