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 억새 밭에 묻은 사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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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미와 상준의 결혼 생활이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의부인 뷰미는 비록 남편이 결혼하기 전에 얻은 혼 외자 슬준이 있었지만 자신의 친 아들 이상으로 극진히 보살피며 사랑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시어머니는 처음부터 뷰미를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이미 재벌의 반열에 오른 아들이 뿌리도 없는 여자를 데리고 와서 결혼을 하겠다고 하자 아들이 다슬이를 잊지 못해 저지르는 정신나간 행동으로 오해를 하는 것 같았다.
사람을 시켜 뷰미의 근본을 알아보라 하였고 뷰미에 대해 꼬투리를 잡으려고 부단한 애를 섰다.
그러나 그 누구도 뷰미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미 들어나 있는 사실 이외에는 꼬투리는 잡을 수 없었다.
‘부모 없는 고아 출신.’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무학력자.’
그러나 이건 이미 아들 상준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두 가지만으로도 그녀를 거부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했다고?’
부모 없는 고아라는 것만 해도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인데 학력도 없다.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죽순 바위섬 출신으로 호적에 등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대를 할 것이었다.
“이 사람아, 자네 위치를 생각해 봐. 자네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어떻게 뿌리도 없는 사람을 네 아내로 맞이 한단 말이야? 네 같은 정도면 우리나라 어느 집 규수라도 빠지질 않는데?”
“어머니.”
“남들이 알면 우리 집안을 얼마나 비웃겠어?”
“어머니, 제가 사랑하는 여자에요.”
“그건 자네가 다슬이가 그렇게 죽자 이성을 잃어서 그런 거야. 정신 차려 이사람아?”
“그렇지 않아요. 어머니.”
상준은 원래부터 효자였다.
어머니 말씀을 거역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끝까지 반대하였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뷰미의 근본에 대해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ㅂ뷰미는 인어였고 자신에 의해 사람으로 환생한 고아라는 것을 말할 수도 없었다.
설사 말을 한다 해도 자신의 말을 믿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어쩌면 자신을 미친놈으로 몰아갈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아들 슬준이가 뷰미를 잘 따르고 있지 않는가?
“어머니. 제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슬준이가 잘 따르고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낳은 아이가 생겨나봐. 지금 같이 돌봐 주리라고 생각하는가? 옛날부터 계모가 전처의 자식을 제ㄷ대로 길러준 건 듣지도 못했어.”
그러나 끝까지 어머니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
무엇보다 뷰미를 지켜주고 싶었고 또 뷰미에게 그렇게 약속했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너를 지켜줄게."
어머니께는 불효자가 되더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뷰미를 놓지고 싶지 않았다.
결국 상준은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간소하게 뷰미와 결혼하게 되었다.
뷰미의 입장을 생각해서 가까운 친적들만 모인 가운데 글로벌 재벌 상준은 뷰미와 단촐하게 결혼을 한 것이었다.
상준의 입장에서는 첫 결혼인 셈이다.
비록 아들 슬준이 있었지만 그것은 혼전 다슬의 관계에서 낳은 아들이었다.
뷰미도 시어머니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어느 날 상준은 뷰미를 데리고 부산에 계시는 어머니를 뵈러 갔을 때 어머니의 표정에서 모든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어머니, 제가 슬준이를 잘 키울게요.”
몇 번이나 말씀을 드렸지만 하락한다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뷰미는 너무나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오빠를 생각하면 온몸이 짜릿하고 목숨이라도 내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린 슬준이도 진심으로 사랑하고 보살펴 주고 싶었다.
더구나 오빠가 자신을 사랑하여 사람으로 환생하게 해주지 않았던가?
그의 부인이 되어 헌신하고 싶었고 자신을 사랑해준 그에게 두고두고 보답하고 싶었다.
비록 시어머니의 축복을 받지는 못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낳아준 어머니라 며느리 로써 도리를 다하겠다고 결심도 하였다.
학력이 없는 자신을 알기에 늘 공부하며 독학을 하였고 학력만 없을 뿐이지 그 누구 못지않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외국어 공부에도 전념하였고, 요리 학원을 다니고, 인간으로서의 교양을 쌓는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끝내 축복받는 결혼은 할 수가 없었다.
뷰미는 한 때 많이도 울고 가슴 아파했다.
부모가 없는 천애의 고아라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러나 뷰미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오빠 상준과 화촉을 밝혔다.
결혼을 한 상준은 늘 일찍 퇴근하여 이들 슬준과 놀아주었고 자신을 끔찍이 아껴주었다.
자신 역시 슬준을 자신이 낳은 아들 이상으로 사랑을 베풀었다.
오빠 상준은 자신을 배려해서 2층 새방으로 옮겨 신혼의 단꿈을 꾸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시누이 상미는 오빠의 마음을 잘 알기에 뷰미를 이해하며 잘 대해 주었다.
“오빠, 정말 사랑해요.”
불같은 상준의 사랑을 받으며 오늘 밤도 뷰미는 행복한 밤을 보내고 있었다.
간혹 시어머니는 전화를 해서 뷰미의 행동을 묻는 것 같다.
가사도우미에게도 전화를 하고 슬준을 돌보는 보육 도우미에게도 전화를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자신에게는 전화를 하시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뷰미는 종종 연락하여 안부도 물었다.
뷰미의 이런 마음이 약간씩 어머니께 전해지고 있을 무렵 뷰미는 결혼 3년 만에 임신을 하게 되었다.
“우리 내일 병원에 가보자.”
상준은 아내에게 병원에 가자며 몇 번을 말을 했으나 뷰미는 단호하게 혼자 가겠다고 거절 하였다.
보통 신혼에 임신을 하게 되면 남편을 졸라 병원으로 달려간다.
이것이 상식이고 펙트였다.
그러나 뷰미는 여러 가지 핑계를 대어 혼자 다녀왔다고 하였다.
“병원에 가보니 이상이 없었어요.”
“정말 가 봤어?”
“네. 다녀왔어요.”
사실 뷰미는 혼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병원엔 거의 가지 않는다.
감기 몸살 이외엔 건강 검진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뷰미는 자신의 출생에 자신이 없다. 의사의 진찰에 무슨 말이 나올까 그것이 염려스러웠다.
“환자분, 다른 삶과는 다른 것 같아요. 정밀 검사라도 받아보세요.”
뷰미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언젠가 뷰리가 자신에게 한 말이 트라우마로 가슴속에 박혀있다.
“아무리 우리가 발버둥을 쳐봐야 우리는 난태생 물고기에 불과해.”
뷰미의 행동을 보고 질투를 느낀 뷰리가 던진 말이다.
이 말을 들은 뷰미가 어떻게 병원으로 갈 수 있을까?
자신에 대해 신문과 방송에 떠들어 댈 것 같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친다.
‘만약 인간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의 행복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 같았다.
임신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
래서 극구 혼자 가겠다고 고집을 세웠고 결국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차라리 임신을 하지 않았으면.’
뷰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배는 점점 불러 올랐다.
“하느님. 제발 제 아기에게 아무 이상이 없게 해 주세요.”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자신 만의 고민이 생겨난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 상준에게도 차마 이 말은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상준은 임신한 아내를 격려하기 위해 아내를 데리고 가까운 곳에 여행을 제안하였다.
아들 슬준은 보육 도우미에게 맡겨 두고 모처럼 둘만의 여행을 하게 된 것이었다.
더구나 아내는 임신을 한 가운데도 슬준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쓰고 늘 아침저녁으로 직접 슬준을 초등학교 등하교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뷰미야. 네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애.”
상준은 사랑스런 아내의 손을 잡고 진심어린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오빠. 그렇지 않아요.”
도우미 아주머니가 임신한 아내를 생각해서 자신이 하겠다는데도 뷰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며 슬준에 대해서는 남다르게 보살피고 있었다.
이런 아내가 상준은 너무나 고마웠다.
무엇보다 아들이 뷰미를 잘 따르고 있는 것만 봐도 뷰미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은 절대 속일 수 없다.
어른들이 베푸는 가식적인 사랑은 피부로 느껴 알게 된다.
흔히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를 거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착각일 뿐이다. 비록 말을 할 줄 모르는 아기조차 그걸 느끼며 따르기 일수 이다.
하물며 미준이 초등학교 1학년, 나이가 벌써 8세나 되었다.
뷰미의 사랑을 피부로 느끼며 자기를 낳은 친 어머니를 잊어가며 잘 자라나고 있다.
“뷰미야. 배 좀 만져보자.”
남편 상준이 불러 올라오는 자신의 배를 만질 때마다 무척 행복해 보였다.
“제발, 하느님. 다른 아기와 꼭 같은 아기가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러나 운명은 늘 뷰미에게 좋은 방향으로만 전개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임신 6개원 만에 갑작스런 통증으로 고통을 호소하였고 결국 병원 입원 끝에 조기 출산의 위험이 있어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상준의 어머니도 중산으로 오셨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수술을 한 결과 뷰기가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수술에 들어간 의사는 간호사들과 수근 거렸고 이 소식이 상준의 모자에게도 전해지게 되었다.
“뭐? 그런 일이.”
“대체 무슨 소리야. 아기가 아니고 알이라고?”
어머니의 이야기는 수술에서 깨어나 의식이 돌아오고 있는 뷰미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람아. 가만히 보고만 있어 되겠어?”
“.....?”
“이 사실이 밖으로 나가봐. 모 기업 회장 부인이 알을 낳았다고 소문이 나가봐. 하루 아침에 자네 얼굴이 어떻게 되겠어.”
뷰미는 모자의 이야기를 듣고 죽고 싶었다.
“뷰미는 밖으로 나갔다. 병원 창문에서 뛰어내릴 곳을 찾아서였다.”
이 모든 것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죽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간호사 하나가 뷰미를 붙들었고 또 다른 사건으로 병원은 발칵 뒤집혔다.
“뷰미야. 너 왜이래. 제발 나를 생각해서라도 진정을 해.”
남편 상준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뷰미는 의식을 잃었다.
뷰미가 깨어 났을 땐 VIP가 입원한 개인 입원실이었다.
눈을 감고 있는 뷰미 옆에 담당의사와 상준의 모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빨리 알은 처분하고 소문이 병원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차단하라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병원장의 협조를 얻어 모든 관계된 직원들의 입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뷰리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어.’
이제 결단을 내릴 때가 온 것이라 확신하고 기회를 엿보게 되었다.
자신이 낳은 알을 가지고 자취를 감출 것을 결심하였다.
진정 자신이 낳은 알이라면 과연 그 속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혹시 계란처럼 부화를 한다면?
가만히 누워 그냥 당할 수만은 없을 것 같았다.
"뷰미야. 내가 어떤일이 있더라도 너를 지켜줄게."
이렇게 남편 상준이 약속을 했건만 그 약속을 그는 더이상 지키지 못할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결국 뷰미는 자신이 낳은 알을 찾기위해 종적을 감춰었다.
그러지 않고는 미칠것 같았다.
기회는 결국 얻게 되었다.
자신이 낳은 자식.
알을 찾은 뷰미는 자신만이 이것을 보호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는 영원히 종적을 감출 결심을 하였다.
상준은 반 미친 사람으로 보였다.
아들의 충격을 본 상준의 어머니는 뒤 늦게 후회를 하였지만 며느리의 종적을 찾지 못했고 아들 상준은 더는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지 않았다.
하늘만 보고 눈물만 흘릴 뿐 새로운 사랑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린 아들 슬준도 밤낮 어머니를 찾았으나 결국 어머니 없는 자식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어."
상준은 가슴을 파고드는 아픔과 외로움에 넋을 잃어갔다.
그러나 세월이 약이라 하지 않았던가?
1년, 2년 그리고 또 몇 년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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