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화 〉 억새 밭에 묻은 사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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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은 처음 계획과는 완전히 뒤틀렸지만 마치고 돌아올 땐 섭섭했던 마음은 많이 해소되었다. 금요일 저녁 집에 도착했을 때 언제 번호를 알아냈는지 상준의 휴대폰에 경선의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아저씨. 고마워요. 그리고 존경해요.”
“그래, 나도 즐거웠어. 기회 되면 또 보자.”
상준은 어머니께 통화하여 어버이날에 내러가지 못한 사정을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다슬의 안부까지 물으셨다.
"그런 건 신경쓰지 말고 네 건강이나 잘 챙겨."
"죄송합니다. 어머니."
"다슬이도 잘있겠지?"
"예, 다슬이도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상준은 적당히 대답하고 넘어갈까 하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염려가 되시는지 말씀을 덧붙인다.
"걔가 원래 전화를 자주하는데 요즘 소식이 없어서 그러니 별일이 없는지 알아 봐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난 다음 상준은 다슬의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혹시라도 다슬이에게 소식이 있나 해서 전화를 내었다.
“아직 연락 없어. 가스나, 연락도 안되고 미치겠어.”
다슬의 어머니도 답답하기는 매 일반이었다.
좀처럼 이런일이 없던 딸이 이렇게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자네도 너무 걱정하지 말게. 오면 내가 혼좀 내 줘야겠어."
토요일에 온다던 다슬은 일요일이 지나고 월요일에 됐는데도 소식이 없다.
다슬의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하였고 다슬의 동생도 집으로 내러왔다.
상준도 곳곳으로 알아보았다.
공관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한결 걱정을 덜어주었다.
“지금 정다슬씨는 영국에 들렀다가 핀란드에 입국을 했어요. 기다려 보시면 곧 연락 올거예요.”
그것이 전부였다.
'그래, 무슨 사연이 있겠지.'
'원래 다슬이가 그럴 여자는 아니찮아.'
처음에는 이렇게 스스로 위로를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처음 이야기지 날자가 계속 흘러가고 있다보니 점점 더 속이 타고 미칠것 같았다.
"다슬아."
상준은 어느 날 괴로움을 참지 못해 술을 마셨다.
의식을 잃을 정도로 만취한 상태에서 화암대 갯바위로 나가 쓰러져 버렸다.
뷰미가 상준을 찾아 나섰다가 갯바위에 쓰러져 있는 상준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하여 병원으로 후송하였다.
"아저씨."
눈을 뜬 상준을 바라보는 뷰미의 얼굴엔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가득하였다.
"미안하다. 뷰미야."
이 일이 있은 후 부터 뷰미는 본격적으로 상준을 돌보면서 돌보기 시작했고 그를 적극적으로 위로하고 그의 힘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다슬의 동생은 누나가 근무하던 중산고등학교에 휴직원을 냈다. 휴직 조건이 맞지 않았지만 행방불명으로 제출하였다.
같이 간 원어민 교사도 역시 행방이 묘연하였다.
상준은 아예 식사도 거르고 동분서주하며 찾아보았으나 전혀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핀란드로 들어갔다는 것이 최종 그들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였다.
현지 영사관에서도 핀란드 입국이 자진 입국한 것으로 판단하여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후 상준의 앞으로 한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오빠, 미안해. 그리고 너무너무 사랑해.”
“나를 찾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
“난 여기가 너무 좋아. 여기서 살고 싶어.”
“그동안 고마웠어.”
“잊지 못할 거야. 안녕.”
편지의 필체가 다슬이 분명했다. 비슷한 내용은 그녀의 어머니와 동생에게도 날아들었다.
“미친.”
며칠 밤을 꼬박세우며 다슬의 행동을 이해하려 했으나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이러한 경우는 행방불명도 아니고 법죄 피해신고 대상자도 아니라 하였다.
"다슬아. 내게 왜이래."
"난 너없이는 못살아."
"내가 뭘 잘못한 일이 있는가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다슬의 태도가 달라질 일은 찾아내지 못했다.
미칠것 같은 상준의 고통이 시간이 지날수록 원망으로 바뀌면서 어느 순간부터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상준은 점차 지쳐갔고 다슬의 동생과 그의 어머니가 핀란드를 찾았으나 그녀의 종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행방불명 신고를 했다. 그 뒤에 다슬의 어머니께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그러나 그 내용은 아무도 모른다.
다슬의 어머니는 굳게 입을 다물었고 상준의 동생도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경찰이 전해준 내용에 대해서는 상준에게도 말해주지 않았다. 어쩌면 상준도 알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엄마, 나 여기서 결혼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그리고 미안해. 나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아.”
언젠가 어머니께 보낸 다슬의 편지였다.
상준은 다시 화암대로 나갔다. 고기를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세월을 낚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간혹 상준의 옆에는 뷰미가 앉아 낚시를 한다.
상준의 괴로움을 위로해 주려는 듯 많은 이야기로 재잘대고 있다.
상준의 나이 스물아홉이 되는 해 해외공장이 세워지게 되었다.
중국에는 뉴 해양 괴물 아쿠아룸이, 미국에는 뉴 해양 우주보석 공장이, 프랑스에서는 뉴 해양 우주보석 백화점이, 태국에는 뉴 해양 낚시 공장이 들어서게 되었다.
원래 기업 실적은 회사 이미지와 직결되어 있다. 홍보 마케팅을 통한 성과도 있지만 [눠 해양]이런 기본 이미지 덕분으로 엄청난 매출을 자랑하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만났던 경선이도 뉴 해양 주식회사 입사 시험에 당당하게 합격하여 본사에 근무하는 행운을 얻었고 진호동 출신 소현이는 신용만 이사와 결혼하여 공장장을 맡은 남편을 따라 미국에 가서 우주보석 공장에 근무하고 있다.
다슬의 동생 다훈이도 졸업을 한 후 상준의 회사에 잠깐 근무한 후 프랑스에 있는 뉴 해양 백화점 지점장으로 발령받아 해외 근무를 하게 되었다.
아마 그것은 상준이 베푼 특별배려가 아니겠는가?
뷰리와 뷰미는 부장으로 승진했다.
상준을 도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공을 세운 각부 부장들도 이사로 승진하여 해외 공장장으로 파견을 나갔거나 국내 공장장이 되어 근무하고 있다.
이제 뉴 해양(주)은 글로벌 기업으로 팽창해 나갔고 뉴 해양 주식이 100만원 호가하는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되었다.
수시로 무상증자와 유상증자를 거듭하며 상준의 경제력도 글로벌 재벌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어느 날 상준은 핀란드에서 날아온 전보를 받고 즉시 핀란드로 날아갔다.
키 168 cm, 몸무게 55 kg 이던 다슬의 몸무게가 35 kg이 채 안되었다.
사랑하던 다슬은 상준과 만나면서 임신을 한 것을 알고 병원 검사를 갔다가 췌장암 3기 선고를 받았다.
"치료를 위해 아기는 반드시 지워야 합니다."
의사의 권유를 무시하고 원어민을 따라 영국으로 건너갔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기를 구하려고 세계 최고의 암치료 센타를 찾아 치료를 받으면서 핀란드 어느 작은 호수가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아기는 벌써 다섯 살.
이름은 연슬준.
상준과 다슬의 이름에서 한자씩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 했다.
"바보야. 그런 일이 있으면 함께 고민 했어야지."
"내가 오빠를 몰라. 난 우리 아기를 살리고 싶었어. 더는 아이를 가질수가 없다고 했거든."
상준은 다슬의 손을 꼭 잡았다.
“슬준아, 이분이 네 아빠야.”
“오빠. 우리 슬준이 잘 부탁해.”
다슬은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상준의 품에 안겨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얗게 여윈 다슬을 안고 상준은 울부짖었다.
“죽지 마! 죽지 마.”
“너, 내게 왜 이래?”
“기회는 줘야지. 왜 이래?.”
상준은 다슬의 유골함을 안고 슬준을 데리고 고국으로 돌아와 인어도 가리비 별장 앞 억새밭에 다슬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틈틈히 그녀를 만나기 위해 다슬의 무덤을 찾곤 하였다.
오랫동안 방황하던 상준은 항상 자신의 옆에서 위로와 격레를 해 주던 뷰미에게 청혼을 했다.
뷰미를 엄마처럼 따르고 있는 슬준을 위해서였다.
상준의 나이 서른셋 일 때 일이다.
어머니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준은 청혼을 하면서 어떤일이 있더라도 꼭 뷰미를 지켜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사실 상준도 뷰미를 사랑했다.
오늘 그는 아내 뷰미와 아들 슬준을 데리고 가리비 별장으로 가고 있다.
슬준은 뷰미의 품에 안겨 잠이 들어 있었다.
“슬준아, 일어나.”
“응.”
“엄마 손 잡고 가야지.”
뷰미는 요트에서 내려 슬준의 손을 잡고 별장으로 오르는 계단을 오르다가 약수터에 다다르자 약수 한 바가지를 떠서 슬준이 에게 먹여주었다.
그리고 난 후 자신도 한 모금 마시고 난 다음 상준을 돌아보며 자그만 목소리를 진지하게 말했다.
“오빠, 오늘은 울지 마세요. 그럼 제 가슴이 너무 아파요.”
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슬이 묻혀있는 억새밭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바람에 날리는 억새가 하얗게 손짓을 하며 상준과 슬준을 반겨 주는 것 같았다.
그들의 뒤를 따라오고 있던 뷰미가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가슴 속으로 기도를 하며 다슬에게 약속을 하고 있었다.
“언니, 걱정 마. 슬준이 내가 잘 키울게. 사랑해 언니.”
“엄마, 뭐해. 빨리 와.”
슬준은 뒤를 돌아보며 뷰미를 부른다.
'다슬아! 오빠야. 우리 아이 슬준이도 왔어. 우리 다음 생애에 다시만나자.'
뷰미는 바람에 날리는 억새밭 사이에서 꺾은 노란 들국화 다발을 다슬의 무덤 앞에 놓아 주었다.
글로벌 재벌 상준의 가슴에 다슬은 어느 새 하얗게 핀 억새꽃이 되어 상준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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