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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51화 (151/225)

〈 151화 〉 요트에서 맺은 사랑(1)

* * *

결국 상준은 중산에 보석 백화점을 개장하여 외국인들의 관광을 촉진시켰으며 유럽뿐만 아니라 북미, 남미 할 것 없이 상류 계층의 한국 방문을 촉진시켰다.

심지어 멀리 아프리카 상류층도 많이 찾아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기적인 낚시자료 확보를 위한 서해안 탐사에 올랐다.

이번에는 뷰미를 데려 가기로 결정하였다.

뷰미는 처음 박물관 안내를 맡아 자신의 일을 충실히 잘 하면서 보람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갑해 하기 시작했다.

넓은 바다를 마음 끗 누비다 새로운 삶에 적응하면서 모든 것이 새로워 호기심을 가졌으나 같은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점차 스트레스가 사이고 염증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녀의 본성이 살아나는 것 같기도 하다.

결러다 어느 순간부터 수시로 그에게 바다로 가자고 조르기도 하고 낚시를 가겠다며 버티기도 했다.

그러다 그가 서해안 탐사에 나선다는 소문을 들었는가 보다.

아예 대놓고 동행하겠다고 떼를 쓰더니 장기 휴가를 신청해 버렸다.

결국 상준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준비를 마친 후 서해안 낚시 탐사에 돌입하였다.

완도와 진도를 돌아 목포 앞바다에 일단 멈췄다.

뷰미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마음이 들떠 있었다.

이곳 목포 앞바다는 몇번이나 왔었지만 결코 실망을 시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일단 여기서 해 볼까?”

“아저씨가 좋다면.”

“넌 뭣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거야?”

“그건 저도 몰라요. 뭔지 모르게 불안하고 가슴이 뛰고 진땀이 나요.”

“병원에는 가 봤어?”

뷰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낚시가 좋을 거야. 스트레스 풀기엔.”

상준은 동해안 탐사 때 한 아주머니의 기억이 떠올라 그렇게 대답했다.

요트를 세우자 뷰미는 바다에 뛰어들 기세부터 취했다.

“수영은 나중에 해. 아직 시간 많잖아.”

“....?”

채비를 해서 낚시를 던져두고 의자에 앉아 바다를 지켜봤다.

위치를 파악해 보니 비금도 앞바다다. 이곳 역시 꾼들이 많이 찾는 유명 낚시터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소식이 없자 작은 여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닻을 내렸다.

뷰미의 모습은 임수빈을 닮았다고 한다. 억지로 엮으면 그렇게도 보인다.

뷰리는 얼굴은 유보아를 닮았다고 하고 생각하면 정말 그런 것도 같다.

따지고 보면 사람은 누군가와 조금은 닮은 것 같다.

상미도 그렇다.

잠시 후에 뷰미의 낚시에서 광어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넣어 둘까요?”

“응.”

이곳에 올 때 수족관 청소도 깨끗하게 해 뒀다.

아무래도 장기 탐사가 될 것 같아서다.

“아저씨, 배 안고파요?”

그로고 보니 점심시간이 좀 지났다.

일찍 출발하다보니 아침을 제대로 먹질 못했다.

“김밥 드실래요?”

“김밥도 만들 줄 알아?”

“좀 만들어 봤어요.”

뷰미는 선실로 들어가 챙겨온 김밥을 내어 놓았다.

다양한 재료를 넣어 신경을 써서 만든 것이 틀림없었다. 모양은 좀 굻고 투박해 보였으나 맛은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맛있네.”

상준의 칭찬에 그녀만의 독특한 미소를 지었다.

“너도 먹어.”

“전 아저씨 먹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내가 뭐 어떻게 먹었기에.”

“맛있어 보여요.”

“음식이야 네가 더 맛있게 먹지.”

뷰미는 젓가락으로 김밥을 집어 상준에게 내 밀었다.

“너나 먹어.”

“아저씨.”

하는 수 없이 상준은 입을 벌려 뷰미가 주는 김밥을 받아먹었다.

식사를 하는 중에 딸랑이 소리가 듣고 들려 보니 상준의 낚싯대 끝이 출렁거렸다.

‘뭐지?’

상준은 급히 릴을 감았다.

역시 고등어다.

고등어는 박스에 집어넣었다. 고등어를 살리려면 요즘은 좀 어렵다.

“자, 너도 한입.”

뷰미가 식사를 제대로 안하는 것 같아 김밥 한개를 입에 넣어 주었다.

“너 이거 준비하느라 잠도 못했겠네.”

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새벽잠을 놓쳤을 것 같다.

그러나 상준은 식사를 하면서 뷰미가 먹을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일부러 음식을 천천히 먹었다.

“자, 다시 해보자.”

“네.”

“넌 낚시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그냥 여행 왔다고 생각해.”

“일단 좀 해 보고요.”

낚싯대를 던져둔 뷰미는 언제나 처럼 의자를 당겨 상준의 옆에 바싹 붙었다.

그리고 그들은 낚시에 전념하여 참돔과 노래미를 잡아 올렸다.

그날 밤 상준은 뜻하지 아니하게 서해의 명물 홍어를 잡았고 급기야 대상어를 찾아내었다.

바로 다슬 조기였다.

잉어머리에 조기의 몸통을 한 그놈이었다.

서해안 지역에서 여러 번 잡은 기억이 있었고 그때마다 자신을 기쁘게 해준 바로 그 다슬 조기였다.

‘이번엔 이 놈이 무엇을 선사할까?’

다슬 조기의 머리에 번데기 모양의 돌기와 인어의 보물이라 일컬어지는 아쿠마린 원석이 들어있었다.

다이야 몬드는 이제 인공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가짜도 아니고 유사품도 아닌 진짜 다이야몬드가 만들어 진다니 인간의 능력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큐백이라 해서 인조 다이야가 전부였었다.

그러나 이놈은 진짜인 것 같다. 아직은 사람들이 자연 생산을 하지 못한다.

하루를 마감하고 잠을 청했다.

장기적인 탐사는 자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소파에 누워 뷰미의 잠든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다 자리를 깔고 잠을 청했다.

다슬 조기를 여기서 잡았는데 다슬은 지금 무엇을 할까?

그녀는 요즘 바쁜가 보다.

주말인데도 특기적성 교육이니 시간외 근무니 하며 짬이 없는가 보다.

4월이 접어들자 연락도 없고 만나기도 어렵다.

지척에 있건만 시간이 맞지 않아 보기조차 힘이 든다.

며칠 전 밤에 그녀를 만나러 그녀의 집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집에 없었고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요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눈을 감았으나 잠을 들지 못하고 뒤척이기만 했다.

얼마 후 상준은 꿈속으로 빠져 들었다.

요트를 타고 항해를 하고 있다.

태평양의 제도의 어느 섬 같다. 야자나무가 해안에 들어서 있고 밀림으로 된 무인도 같았다.

‘내가 왜 혼자 여기 있지?’

상준은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으나 보이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가냘픈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사람 살려요.”

‘무슨 소리야?’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 살려요.”

위기에 처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분명히 섬에서 들리는 소리 같았으나 아무리 살펴봐도 보이는 건 없었다.

요트를 섬 가까이 정박시키고 대도를 차고 요트에서 내렸다.

‘이 섬에 사람이 살고 있단 말인가?’

허리에 찬 대도를 다시 확인한 후 조심조심 소리가 난 곳으로 이동을 하였다.

그때 그의 뇌리에 누군가가 자신의 응시하고 있다는 걸 직감하고 즉시 몸을 낮추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화살이 등 뒤에 선 나무에 박히는 걸 목격했다.

“탁.”

상준은 앞에 놓은 돌을 집어 들고 화살이 날아온 곳으로 있는 힘을 다해 집어 던졌다.

“탁.”

“윽.”

둔탁한 목탁 소리가 들리고 사람의 비명이 들렸다.

순간 한 놈이 상준을 향해 돌진하면서 칼로 상준의 어깨를 내리 찍었다.

상준은 슬쩍 피하면서 대도를 뽑아들었다.

행색을 보니 원주민이 틀림없다.

그것도 아프리카 오지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복장이었다.

놈은 자세를 가다듬어 다시 공격하였고 상준은 결국 놈의 가슴에 칼을 박았다.

“으악”

상준은 대도에 뭍은 피를 나뭇잎을 이용해 대충 딱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여기요.”

나무 위다.

원주민이 쳐 놓은 그물에 여인하나가 걸려있었다.

상준은 재빨리 나무로 올라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 매어 놓은 그물의 끈을 칼로 자르자 남은 줄에 걸려 땅 바닥 가까이 떨어져 내렸다.

“으으.”

상준은 나무에서 내려와 확인을 했더니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전라의 몸으로 그물에 똘똘 말려있었다.

“보고 있지 말고 좀 꺼내줘요.”

상준은 그제야 이성을 찾아 여자를 구출해 주었다.

“왜 여기에 이렇게?”

“약초를 구하려 육지에 올랐다 원주민에게 걸려서.”

“그럼 아주머니는 어디에서 왔어요?”

자신은 바다의 요정이라 했다.

“요즘 요정이 어디 있어요?”

“이해가 안되겠지만 난 세이렌이라 해요.”

“세이렌?”

“바다의 요정. 사람들은 나를 보고 인어라 해요.”

“인어?”

세이렌은 완전히 벗은 몸으로 천천히 바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어라면 바로 뷰미가 인어다.

바닷가로 나온 그녀는 갯바위에 걸터앉아 상준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사람들은 나를 오해하고 있어요. 내가 사람들을 유혹하여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나쁜 요정으로 알고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난 수 천년을 바다에서 살아 왔지만 한번도 사람을 해치지 않았어요.”

“....?”

“간혹 사람들 중에서 나를 잡겠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괴물에게 당했거나 물길의 소용돌이에서 목숨을 잃은 경우는 본적이 있지만 그 건 내 탓이 아니에요.”

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한참동안 상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인어의 꿈은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 했다. 사람을 만나 진실한 사랑을 얻을 수만 있으면 사람이 된다고 하였다.

간혹 인어 중에는 참된 사랑을 얻어 인간이 된 경우가 있다고는 하나 대부분은 인간에게 속아 희생됐다고 하였다.

자신도 한때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인간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이제 난 너무 늙어 그 꿈을 포기한지 오래됐어요.”

“혹시 뷰미를 아시나요.?”

“제발 그 아이를 사랑해 주세요. 그 아이의 꿈을 이루게 해 줘요. 나를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그리고 발을 바닷물에 담그자 금방 하반신이 물고기로 변했다. 그리고 세이렌은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라져 버렸다.

다음날 아침에 잠이 깼을 때는 일찍 일어난 뷰미가 아침밥을 다 해둔 뒤였다.

뒤 늦게 깨어난 상준은 얼굴에 느껴지는 이상한 촉감으로 눈을 떴을 땐 창밖은 이미 환히 밝아 있었다.

뷰미가 손을 모아 자신의 이마를 짜고 있었다.

“뭐하나?”

“잠깐만요.”

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뷰미가 이마를 누르며 제지하였다.

“여기 뾰루지가.”

“마, 됐다. 여드름이다.”

“그냥두면 안돼요. 점 생겨요.”

언제 부터인가 상준의 얼굴에 여드름 몇개가 돋아나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종종 있었던 일이었지만 최근에 와서 다시 돋아난다.

“에그 터졌어. 이것 보세요.”

휴지로 닦아 상준에게 보여주었다.

“그냥 둬.”

“좀만 더 누워 있어요. 이제 다 돼 가요.”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상준의 얼굴을 만지고 있다.

눈을 뜨고 뷰미를 쳐다보니 하얀 목덜미와 가름한 턱이 눈부시도록 예쁘게 보였다.

그녀의 채취가 황홀하도록 코를 자극하고 그녀의 콧김이 상준의 얼굴을 간질이고 있다.

“으음.”

상준은 헛기침을 하였다.

여드름을 짠다며 상준의 얼굴에 닿을 정도로 엎드려서 들어다 보고 있다.

그녀의 팔꿈치는 자신의 가슴을 누르고 있고 불룩한 그녀의 가슴은 자신의 입술에 닿을 듯 말 듯 하다.

‘얘가, 옷은 왜 이렇게 야하게 입었어.’

출발할 때만 해도 청바지에 힌색 티를 입고 나타나더니 낚시를 한다며 짧은 원피스에 살색 스타킹을 신고 있다.

“시원하죠?”

“응.”

그는 일어나기 싫었다.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에 감싸안았다.

그러나 뷰미는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가 할 일만 계속하고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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