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150화 (150/225)

〈 150화 〉 바람 맞은 미시족(2)

* * *

입을 꼭 다문 채 그 아주머니를 보며 잠깐 미소를 흘러 보냈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그 사람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인다.

그런데 다 들린다.

“너 여기까지 와서 스트레스 풀고 가. 누가 너보고 뭐라 하겠어?”

“흠마, 잘생겼다.”

그 아주머니는 다시 곁눈 길로 상준을 훔쳐본다.

이 아주머니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것 같다. 그 중에서는 가장 어려 보인다.

그때 등을 보이고 앉아있던 다른 아주머니가 술잔을 들고 상준에게 부어주며 한마디 더했다.

“아저씨, 오늘 좋은 일 좀 하세요.”

“....?”

“어디서 오셨어요. 이곳 사람 같진 않은데?”

“.....?”

이제 대놓고 말을 걸고 주변 사람들의 의식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상준이 오히려 남들이 볼까봐 창피스러웠다.

뭣 때문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이리 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꼭 계획된 시나리오 같고 신파의 한 장면 같다.

급기야 한 아줌마가 그 여자를 일으켜 상준의 옆에 앉힌다.

내숭을 떨고 있던 그 아줌마도 더는 사양하지 않고 상준의 옆에 앉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한 후 사라져 버렸다.

남은 사람은 그 여자와 상준이 뿐이다.

“여기 한잔.”

상준이 술을 권하자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두 손을 모아 술잔을 받았다.

“숙소가 어디세요?”

“골든 리빙.”

“그럼 술한잔 하시고 들어가세요. 다른 아주머니들은 숙소로 갔어요?”

“그런가 봐요.”

아줌마는 술을 마시고 자신이 마신 잔을 휴지로 닦아 상준에게 건네주었다.

“아저씬 어디서 오셨어요?”

“저는 낚시하러 왔어요.”

“네.”

상준도 사내다. 모든 걸 자제하고 바르게 살아왔지만 그 또한 남자다.

“낚시하다 바람이 심해 저녁 먹으려고 들렀어요.”

“네.”

상준이 술잔을 비우자 다시 잔을 채워주었다. 상준도 그 여자의 잔을 채워주었다.

“결혼 한지 오래 됐어요?”

“네, 아무 철없을 때 그 사람을 알아가지고.”

“헤어졌어요?”

“아니요. 결혼 초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어느 날 총각 때부터 사귀던 사람을 만났다고 하더니.”

“나쁜 놈.”

“.....?”

“그럼 왜 이혼 안했어요?”

“아이도 있고. 부모님은 모르고 있어요. 충격 받을까봐 말씀도 못 드리고. 반대하는 결혼을 억지로 했거든요.”

“.....?”

“그런데 한번은 연락이 와서 곧 돌아온다고 했는데.”

“그리곤 요?”

“그러고도 영 소식이 없어요.”

상준은 밖으로 나왔다. 그 아주머니도 따라 나왔다.

“숙소는 어느 쪽이에요?”

“여기서 좀 먼 것 같아요. 올 때 함께 차를 타고 왔거든요. 하서 부근이라 하던데.”

“일행이 같은 차를 타고 왔어요?”

“네, 5명이 같은 차를.”

바닷가로 나왔더니 정자항에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멀리 방파제 등대가 깜박이고 있었다.

상준은 말없이 발걸음을 방파제로 옮겼다.

방파제 안쪽에 배를 대어둔 사이사이에 고등어 낚시에 빠진 사람들이 있었다.

쌀쌀한 밤인데도 아이를 데리고 나온 낚시꾼도 보였다. 계단을 오르면서 아주머니는 약간 비틀거린다.

“잡으세요.”

상준은 자신이 잡아주려 마음을 먹었다가 그러지를 않았다.

아주머니는 상준의 왼편에 다가서더니 팔을 잡았다. 아주머니의 머리카락이 날려 상준의 턱에 부딪힌다.

막상 서 보니 아주머니의 키는 더 작아 보였다.

몸이 가냘프고 연약해 보인다. 바람막이를 걸친 아줌마의 모습이 청순가련형이다.

‘죽일 놈. 이런 여자를 두고 바람을 피다니.’

“추우세요?”

“약간요.”

불빛을 받은 아주머니의 얼굴은 빨갛게 홍조를 띄고 있었다.

‘술 때문인가?’

작은 체구의 그 아주머니가 상준의 눈에 섹시하게 비춰진다.

“그럼 더 가까이 붙으세요.”

급기야 아주머니는 상준의 허리 뒤로 팔을 감아 상준의 잠바 뒷자락을 손으로 움켜잡는다.

그녀의 젖가슴이 상준의 옆구리에 와 닿는다.

“이제 갑시다.”

아쉬웠는지 망설이다 겨우 대답한다.

“네.”

“몇살?”

“서른하나.”

“다른 사람 같으면 아직 결혼도 안했을 텐데.”

“네.”

상준은 그녀를 데리고 요트에 올랐다.

“이거 요트지요?”

“네.”

그리고 천천히 요트를 몰아 방어진 항을 빠져나왔다. 바람은 여전히 많이 불었고 파고는 만만치 않았다.

요트를 몰아 다시 포항쪽으로 이동을 하다 양남 앞바다에 정박시켰다. 그래도 이곳은 바람이 좀 자고 파도도 많이 약한 것 같았다.

상준은 의자를 내어 그 여자에게 내어주고 자기도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이 아주머니께 스트레스를 풀어줄 겸 심심하던 차에 하서 부근에서 낚시를 해볼 마음이었다.

“저기 저 간판 보이네요. 숙소.”

“골든 리빙이라 했죠?”

아주머니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모텔이었다.

“자, 낚시 한번 해보세요.”

상준은 밤낚시 채비를 하여 지렁이를 끼워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던져 넣었다. 여기에도 역시 고등어였다.

조금 있으니 상준의 낚시와 아주머니의 낚시가 내기라도 하듯이 고등어들이 물고 올라왔다. 이 부근에 고등어 떼가 붙은 것이 들림 없었다.

“낚시는 처음이에요.”

고기를 당기며 흥분을 한다.

“오흥.”

생긴 것도 그렇지만 목소리도 꽤나 여리고 가냘프다.

“그런 것 같네요. 스트레스 푸는 데는 낚시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요.”

“사실 이번 여행도 스트레스 풀려고 왔어요. 그래서 언니들 모임에 억지로 따라 붙었어요.”

얼마 후 그녀는 감성돔 한 마리를 건져 올렸다.

“아항.”

상준은 뜰채로 그녀가 잡은 고기를 건져 주었다.

“아, 커요. 너무 커.”

이날 밤 그녀는 고등어 잡이에 정신이 없었다.

이날 상준도 감성돔을 포함하여 대물 참돔도 건져 올렸다.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을 잊고 낚시에 몰입하고 있었다.

“이제 사람이 좀 살 것 같아요.”

자정이 지나자 낚시가 뜸해지고 정신이 돌아 왔는지 한마디 하였다. 상준은 선실로 들어가 매실 주스를 가지고 나와 한잔 부어 주었다.

얼마 후 아주머니는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다. 종일 여행과 마신 술 탓에 피곤이 갑자기 몰려오나 보다.

상준은 가볍게 여자를 안고 선실안으로 들어갔다. 몸이 작았으나 균형을 이루었고 가냘픈 허리가 한 팔에 쏙 들어오며 아주 가벼웠다.

선실 바닥에 눕혀준 뒤 이불을 꺼내 덮어주고 일어서려는데 그녀는 와락 상준을 끌어당겨 자신의 품이 안았다.

그녀의 얼굴이 상준의 가슴에 와 닿았고 그녀의 부푼 가슴이 상준의 체중에 깔려 버렸다.

어디에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생각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녀의 몸을 덮쳐버린 것이었다.

“아.”

그녀는 두 팔을 뻗어 상준의 어깨를 꼭 붙잡았다.

상준은 그녀를 꼭 안아 주며 한참동안 그냥 있었다. 풍만한 가슴에 밀착되자 상준은 순간 심리적 갈등이 일어나고 있었다.

상준은 그녀를 안아 다시 소파위에 올려 눕혀주었다.

“아.”

그녀는 다시 작은 신음을 토하며 상준의 목에 팔을 감자 상준은 그녀의 입술을 찾아 가볍게 키스를 해주었다.

“으응.”

그리고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전신에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며 몸을 떨었다.

그러자 상준은 그녀를 두고 밖으로 나왔다.

새벽이 훤하게 밝아 올 무렵 그녀는 선실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상준의 뒤에 붙어 서서 꼭 안았다.

상준은 비닐 봉투에 건져 올린 참돔과 감성돔을 담은 뒤 고등어 몇 마리도 함께 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하서항 선착장에 배를 대어 주고 비닐 봉투를 주며 이야기를 했다.

“아주머니 친구들께 밤새워 같이 낚시했다고 이야기 해 주세요.”

“고마워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분명히 애기 아빠는 돌아올 거예요.”

“네. 고마워요. 오늘 은혜 잊지 않을게요.”

“애기 아빠 오시면 떳떳하게 만나야 하지 않겠어요?”

“네,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요트에서 내려 그들의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몇 번이나 돌아보며 상준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날 그는 다시 하서에서 포항으로 향했다.

얼마 후 상준은 감포항에 도착했다.

이 지역은 경주에서 가장 수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요트를 정박해 두고 농수산물 시장을 둘러 본 뒤 해안 횟집으로 들어갔다.

횟집에 들러 아구탕으로 마음을 달랬다.

전날 먹은 술로 속이 시렸으나 시원한 국물이 많이 풀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점촌항 밖에 요트를 정박시켰다. 그곳에도 역시 생활 낚시인들이 많이 붐볐다.

학꽁치를 비롯하여 고등어가 주류였다.

그때 그의 눈에 대상어의 움직임이 시야로 들어왔다.

이번 출조에서 처음 만나는 괴 물고기다.

낚싯대를 던져두고 조용한 목소리로 능력을 발산한다.

“드르륵.”

상준은 챔질을 하며 낚싯대를 당겼다.

그의 낚싯대가 하늘은 향해 솟아야 하지만 낚싯대 끝은 활처럼 휘어져 바다를 향해 처박고 있다.

엄청난 무게의 대물이다.

그것도 그냥 대물이 아니 괴물고기다.

‘첨촌의 대물, 이게 뭐지?’

상준은 놈과 한판 일전을 할 각오로 낚싯대를 당기며 가만히 기다렸다.

놈의 기가 좀 꺾이기를 기다린다.

“치리릭.”

실이 풀리며 릴이 역회전을 한다.

상준은 재빠르게 몇 번을 감고는 다시 팽팽하게 기다리고 있다.

심하게 요동치며 반항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물속으로 처박고 들어가는 놈도 아닌 꿈틀거리며 묵직한 느낌이다. 마주서서 줄다리기를 하는 기분이다.

올라온 놈의 모양은 체장이 짧고 체고가 높아서 몸의 형태는 구형이다.

이건 분명 뚝지의 돌연변이다.

뚝지는 근육이 부드럽고 체형이 일정하지 않다.

눈은 작고 머리의 등쪽에 있으며 두 눈 사이의 간격은 넓어 보기에는 좀 둔해 보이며 배지느러미는 둥근 흡반으로 변형되어 있다.

몸의 상반부는 진한 녹갈색 바탕에 검은 점들이 있고, 배 부분은 연한 황갈색을 띤다. 모든 지느러미는 몸 색깔과 비슷하고 검은 점들이 흩어져 있다.

대체로 길이가 약 40cm 내외가 일반적이다.

지금이 바로 산란기이다.

바위에 알 덩어리를 붙이고 수컷이 알을 보호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놈은 좀 다르다.

변형이거나 돌연변이 뚝지다. 무엇보다 배가 불룩하고 산란기의 알이 꽉 찬 것 같다. 놈의 길이는 70cm는 족히 되어 보인다.

상준은 쾌재를 부르며 놈을 건져 올렸다. 이놈은 즉시 해체하여 보석을 뽑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변형 뚝지의 배에서 엄청난 알이 쏟아져 나왔다.

양동이에 알이 반 정도나 된다. 알을 뽑아 내었더니 배가 홀쭉해져 날씬하게 변했다. 상준은 뚝지의 내장을 살펴보았다.

뚝지의 내장에는 스피넬 원석과 루비 원석이 쏟아져 나왔다.

그 후에도 울진에서는 광어에서 아쿠아마린을 얻게 되었고 정동진 앞 바다에서 에메랄드를 획득하였다.

낙산 앞바다에서 다이야몬드를, 주문진에서는 사파이어. 속초에서는 토파즈까지 획득하게 되어 동해의 탐사를 마치게 되었다.

잡은 물고기는 개복치를 비롯하여 누루시 볼락과 띠볼락 등이었고 낙지와 청어에서도 획득하였다.

이번 탐사는 상준의 낚시 인생에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그 뒤 얼마 후 상준의 사무실로 발신인이 없는 한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그날 밤 그 아줌마였다.

상준을 처음 만날 때부터 방송을 통해 본 유명 낚시인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와 함께 남편이 돌아와서 용서를 빌어 지금은 같이 살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날 낚시는 정말 재미있었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란 말도 적혀 있었다.

그리곤 말미에 떳떳한 아기 엄마로 돌아올 수 있도록 곱게 보내줘서 고맙다고 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