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149화 (149/225)

〈 149화 〉 바람 맞은 미시족(1)

* * *

상준은 새로운 사업으로 대형 보석 매장을 열기로 하였다.

대부분의 귀금속 매장이 대도시 중심으로 위치해 있지만 지방 중소도시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중산 시내에 초대형 매장을 설치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자체 생산하고 있는 우주 보석 판로가 확대될 것이다.

이 곳에는 해외 유명 제품과 함께 자사 제품도 함께 전시하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이다.

중산 시내에서도 중심가에 위치하여 주변상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된다.

상호는 [뉴 해양 보석 배화점]

상준은 총무부장을 추진 위원장으로 삼아 중산 백화점 인근 상가를 매입 추진하고 설계에 들어가도록 준비를 하였다.

일부 상가는 이미 매입하였으나 주변 상가에서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도 만나고 지역 의원들의 협조도 요청하여 전방위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이었다.

주변 민원도 잠재워야 할 것이며 결코 지역민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음을 홍보해야 한다.

준공이 되어 문을 열게 되면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역 출신을 우대하는 채용시험을 치러 일자리 확대에도 보탬이 되도록 추진하라 일러두었다.

계획하고 있는 주요 품종은 국산 제품과 해외 수입품을 양분하여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를 전부 비치하고 국내 유명 전시장은 별도로 마련하여 보석류 전시장, 보석시계 전시장, 보석 반지 전시장, 보석 팔찌 전시장, 보석 귀걸이 전시장을 중심으로 하고 4, 5층에는 문화센터, 어린이 놀이장, 지하 1층에는 다양한 음식매장, 해물 식자재매장 등을 입점 시킬 계획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대형 주차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인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들어올 수 있어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국내 인들도 마찬가지지만 관광 겸 쇼핑을 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당분간 상준은 측면지원 하기 위해 바쁠 것이다.

새해가 시작 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 말로 접어들고 있었다.

상준의 일정도 다소 차질이 생겨났다.

가오를 방생하라는 여론이 돌자 상준은 아쿠아리움 김관장과 협의하여 방생하기로 결정하였다.

사실 가오는 몇 번을 확인해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였으나 일부 단체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상준 또한 가오를 이용한 관객 동원이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냥 가오리가 아닌 약간의 언어 능력이 있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 같다.

그 뿐 아니라 뷰리가 24시간 돌봐야 하는 일도 만만지 않기 때문에 뷰리의 힘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어느 날이었다.

방송부에 요청하여 가오의 방생 장면을 촬영하도록 하였다.

근해가 아닌 바다로 나갔다.

물론 요트를 이용하였다.

진주도 부근에서 자사 제작진과 몇몇 기자들을 대동하여 방생을 하였다.

가오가 떠날 때 뷰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작별 인사를 하였고 상준도 눈시울이 찡하여 남모르게 참느라 부단히 애를 썼다.

무엇보다 어이없는 것은 떠나기 싫어하는 가오의 표정은 언제나 처럼 웃는 얼굴이었다.

그 뒤 누군가의 댓글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돌아가기 싫어한다더니 가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네.”

참! 댓글이란 이런 것이구나.

“진실을 알고 싶다.”

상준은 이런 댓글을 달고 싶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가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였다.

그리고 그는 동해안 일대 낚시 탐사를 추진할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요트를 두고 차편과 여객선을 이용할까 하다 시간적으로나 경비 절약에 도움이 되지 않아 요트를 이용기로 결심을 굳혔다.

효트를 이용하면 숙박문제와 식사 문제가 자연히 해소되고 낚시터 선택도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이번 낚시 탐사는 장기 계획으로 혼자 가기로 결정하였다.

시기적으로 상준의 주변에 오랫동안 함께 낚시에 동행할 마땅한 사람도 없을 뿐만아니라 다들 생계와 직장에 매인 몸들이라 시간적인 여유들이 없기 때문이었다.

요트에 가스를 충전하고 모든 식자재와 이불도 교체하고 모포 까지도 모두 바꾸었다.

그 외에도 간식거리와 반찬거리까지 넉넉하게 준비를 해 두었다.

“잘 다녀오세요.”

오늘은 도우미 아줌마가 계류장까지 나와 배웅을 해 준다.

상미의 지적을 받았는지 복장이 이제 많이 달라졌다.

짧은 원피스에 앞치마 까지 두르고 있었다.

결혼한 상미는 오빠가 도우미 아줌마 둘만 사는 것이 신경이 많이 쓰이는가 보다.

종종 들러 도우미 아줌마께 잔소리를 해 댄다.

상준은 천천히 요트를 몰아 부산을 지나 울산으로 나갔다.

울산 앞바다엔 이외로 많은 낚싯배가 떠 있었다.

방어진 방파제 부근인 것 같다.

‘여기서 해 볼까?’

동해안 탐사를 하려면 엄청나게 멀다.

특별한 일정도 잡혀있지 않다.

낚싯배를 지켜보니 삼치 잡이가 대세인 것 같다.

상준은 루어를 달아 멀리 던졌다.

그리고 빠르게 감아올린다.

원래 삼치는 잘 잡히는 고기가 아니다.

운이 좋아 때 몇 마리 정도 올릴 수 있다.

슬도에서 방어진 방파제까지 새까맣게 낚시꾼들이 줄을 서 있다.

대부분은 생활 낚시꾼들이라 고등어가 주된 대상 어종인 것 같다.

수십 번 던진 끝에 겨우 50 cm급 삼치 한 마리에 만족을 했다.

‘이번엔 찌를 달아 미끼를 띄워보자.’

낚싯대를 던져두고 냉장고를 뒤져서 포도 통조림을 들고 나왔다.

혼자 낚시하면 이런 점이 좋다.

메뉴에 전혀 개이지 않고 식사시간도 맞출 필요가 없다.

그저 배가 고프면 시간에 상관없이 아무것이나 먹으면 그만이다.

잠시 후 상준에게 벵에돔 한마리가 걸려들었다.

35 cm정도에 불과한 놈이다.

수족관에 넣어 필요할 때 먹을 수 있는 요리감이다.

이런 것이 요트가 편하다.

원정을 해서 고기가 잡히면 요트가 없으면 처리가 곤란하여 주로 염장처리한다.

그러나 요트는 수족관이 있어 무척 다행이다.

죽으려는 놈부터 먼저 건져먹으면 될 일이다.

요트를 다시 동쪽으로 이동시켜 정자 앞바다에 정박시켰다.

정자 해수욕장에도 줄을 선 것처럼 사람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요트에서 바라보는 정자해수욕장 풍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해수욕장 뒤편은 새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있고 해수욕장에는 생활 낚시인들이 장사진을 쳐 줄을 선 것 같다.

‘여기에서 해 보자.’

그들과 거리가 멀어 대화를 못해보니 그 점이 좀 아쉽다.

파도가 제법 일렁이고 있었다.

남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요트가 출렁인다.

다시 낚싯대를 던져 넣었다.

올라오는 것들은 망상어와 보리멸, 고등어가 전부였다.

이런 것들은 수족관에 넣지 않고 고기통에 담았다.

서서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육지 상가에 불빛이 들어오자 항구의 야경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정자항 고래 등대도 불이 켜졌다.

“휴대폰에서 음악 소리가 들린다.”

뷰미였다.

“아저씨. 어디세요?”

“울산 정자 앞바다.”

“누구랑?”

“나 혼자.”

“알았으면 나도 갈 건데?”

“무슨 일로 전화했어?”

“그냥 계시면 차 한잔하려고.”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네, 별일 없어요.”

상준은 전화를 끊고 캐미를 꽂은 야광찌를 사용했다.

파고가 높으니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얼마가지 않아 찌가 물속으로 들어간다.

‘일단 왔어.’

상준은 정체 모를 놈과 한판 승부를 벌리며 힘을 써 본다.

모처럼 느껴지는 짜릿한 맛이다.

팔과 다리에 힘을 주면서 조금씩 릴을 감아올렸다.

방어다.

줄을 걸이에 걸어두고 대형 뜰채로 잡아보려 했다.

놈은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수면에서 튀면서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었다.

‘갈고리를 써 볼까?’

상준은 참았다.

죽은 방어는 혼자 입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있는 채 잡아야만 오래갈 수 있다.

두 명만 되면 문제도 아닌 것이 혼자 하기엔 낚싯대 조절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는다.

한참 동안 씨름을 한 후에야 겨우 잡아 올렸다.

80 cm가 넘어설 것 같다. 그의 이마에 땀 방물이 맺혔다.

이번엔 총무 부장의 전화가 왔다.

백화점 예정 부지에 마지막 남아있던 식당에서 결국 계약을 했다는 전화였다.

물론 시가의 두 배는 준 것 같다.

“신 부장. 수고 했다.”

“예, 손맛 많이 보십시오.”

요즘은 수시로 전화가 온다.

다슬은 요즘 업무에 바쁜지 소식이 뜸 하다.

상준도 일일이 찾아가지 못했으니 만났는지가 좀 된 것 같다.

발령이 나고 첫 번째 월급을 받았다며 한턱 쏜다고 연락이 왔었지만 그 때 다른 일로 가지를 못했다.

그 후로는 거의 소식이 없는 것 같다.

바람이 점점 많이 불기 시작했다.

상준은 할 수 없이 정자항으로 들어갔다.

바람과 파도를 피해 볼 생각이다.

내항에 들어오니 파고도 자고 바람도 피할 수 있어 낚시하기엔 좋은 것 같지만 고기가 있을지 의문에 된다.

정자항에는 대형 회센타가 자리잡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차들이 줄을 서 있고 회센타 주변 상가는 울산대게란 간판이 즐비하게 보였다.

요트 안에서 잠을 청하려다 구경도 할 겸 회센타로 올라왔다.

늦은 저녁이지만 아직 싱싱한 고기들이 많이 남았었다.

쭉 돌아보며 구경을 하다 조그만 돌돔 2kg을 구입하였다.

새코치로 해달라고 부탁을 한 뒤 안내해 주는 초장집으로 들어가 잠시 기다리니 금방 회를 쳐 가져다 주었다.

“사장님. 여기 소주 한 병,”

초장 집에서는 밥과 매운탕, 회를 먹을 수 있는 초장을 비롯한 채소를 내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상준의 앞좌석에는 30대 중반의 아주머니들 몇 명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여행을 왔는지, 모임을 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혼자 앉아있는 상준을 흘깃흘깃 보면서 건너편에 앉아있던 한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모두 술들이 좀 들어간 것 같다.

“아저씨, 바람 맞았지요?”

체구가 큰 상준을 보며 대뜸 아저씨라 한다.

우리나라 아줌마들은 아무도 못 말린다.

혼자 식사하는 상준을 보며 바람맞은 사람이라 단정을 짓는다.

상준은 아무 대꾸를 하지 않고 술을 마시면서 회를 먹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저씨. 좋은 사람 소개시켜 줄려고 그래.”

상준은 그 아주머니를 잠깐 살펴보니 그 중에서도 제일 못생긴 아주머니 같았다.

‘지랄하네.’

물론 마음속으로 한 말이다.

“우리 대진서 왔거든. 대왕암 구경 갔다가.”

‘누가 물어 봤냐고?’

“옆에 있는 이 아줌마 바람 맞았어. 신랑 바람나 집 나간지 오래 됐어.”

“맞아요. 사실이에요.”

맞은편에 앉아있는 아줌마도 맞장구를 친다.

“바람 맞은 사람들끼리 잘해 보라고.”

상준은 그 옆에 앉은 여자에게 눈을 돌렸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술이 좀 된 것 같은 그 아줌마는 못생긴 아줌마에 비해 좀 더 어려 보였다.

조그만 체구에 균형은 갖추었고 얼굴은 좀 귀여워 보인다.

“언니 왜 그래요?”

“넌 그만 조용히 있어.”

상준은 그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얼른 눈을 피했다.

상준은 갑자기 묘한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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