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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48화 (148/225)

〈 148화 〉 말하는 가오리(3)

* * *

집으로 돌아온 상준은 일요일 밤 뷰리를 불러 가오와의 친밀도를 높여주기 위해 함께 놀아 주도록 하였다.

다행히 가오는 뷰리를 보며 “누나, 누나” 하며 잘 따라 주었다.

“내일 아침 아홉시 까지 가오를 데리고 아쿠아리움에 나와. 기자들께 공개할 거야."

"예, 알았어요."

공개 시간이 되자 아쿠아리움 안과 밖은 기자들과 관람객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가오의 말에 관중들은 모두 입을 딱 벌려다.

카메라의 후래쉬가 계속 터진다.

가오는 순간 긴장하는 것 같다.

"너 어디서 왔어요?"

"....."

"대답해 봐 가오."

뷰리는 가오에게 말을 시키려 했다.

"바다."

"몇살이에요?"

역시 대답이 없다.

그러자 상준에게 카메라가 옮겨 간다.

기자들의 질의에 빠트리지 않고 대답을 하며 그들의 궁금증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을 하였다.

기자들의 질문은 끝이 없었다.

그는 가오의 핑게를 대었다.

이러면 가오가 위험합니다.

"어디에서 잡았느냐?”

“다른 말도 할 수 있느냐?

가오는 형, 누나, 아줌마, 아저씨. 안녕 등의 말을 그들 앞에서 따라 할 수 있었다.

상준은 마지막으로 가오를 대형 수족관에 넣어주고 물에서 유영하는 가오의 모습을 잠깐 보여주고 모두 밖으로 내보내라고 하였다.

그러나결정적인 질문을 받게 되었다.

“앞으로 소족관에서 기를 셈이냐?”

“집에서 같이 지낼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은?”

“전복과 고등을 좋아하고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다시 바다로 놓아줄 생각이 없느냐?”

“본인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

“아쿠아리움에서 계속 공개할 것인가?”

“당분간은 하루에 한번씩 공개하겠다.”

그 후 가오는 뷰리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틈틈이 상준은 뷰리의 집을 찾아 가오를 만났고 가오와의 친밀도를 향상시켜 나갔다.

아쿠아리움을 찾는 사람은 국내 뿐만아니라 해외 관광객도 많이 있었다.

중산 진호동에 다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3월이 되자 다슬은 중산고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초임교사라 1학년 담임을 맡았다고 했다.

학기초가 되다보니 교재연구에서 업무파악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판이었다.

퇴근을 할 때는 항상 지쳐있었고 교내연수와 교육연수도 만만하지 않았다.

상준은 바쁜 다슬을 위로도 할 겸 모처럼 전화를 내었다.

“오빠. 학교에 이렇게 잡무가 많은 줄 정말 몰랐어요.”

“일이 좀 많다고 하더라고.”

“좀 많은 게 아니에요.”

“힘들겠다.”

“전 학생들 공부만 가르치면 되는 줄 알았어요.”

다슬은 약간 놀랐다는 듯이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어때?”

“고등학교 1학년 때 까지가 고비래요. 2학년부턴 완전히 달라진데요.”

“요즘은 중학생들이 힘든다고 하던데?”

“긴 학생이 고 1까지 간대요.”

다슬은 선배 교사들의 이야기를 전했고 상준은 전화를 하면서 다슬의 의견에 공감을 해 주었다.

3월초 어느 날 뷰미가 상준을 집으로 초대하였다. 가오를 보기 위해 뷰리의 집으로 종종 갔으나 오래 있을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날 상준은 가오가 입을 옷을 맞추어 가방을 매고 벨을 눌렀다.

“아저씨.”

가오였다. 평소엔 늘 형이라 하더니 오늘따라 가오가 아저씨라 불렀다. 아마 뷰리를 따라 하는 것 같았다.

“가오 잘 있었어?”

그날 뷰리는 평소와는 좀 다른 색다른 음식을 준비해 두었다.

다름 아닌 고로쇠로 끓인 장어탕이었다.

뷰리는 전통 시장에 들러 장을 보다 때마침 나온 고로쇠 물을 사서 들고 지나가다 시장통로에 앉아 큰 대야에 민물장어를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이것 붕장어에요?”

금발 아가씨가 민물장어를 보고 붕장어냐고 묻자 할머니가 은근 뷰리를 유혹했다.

“이거 민물장어야.”

장어라 하면 뷰리도 안다.

“그 병 고로쇠 물이네.”

“네.”

“고로쇠 물로 장어탕을 끓여봐. 맛이 죽여줘. 특히 남자들에게 좋지.”

“남자들이 좋아해요?”

“그럼, 남자들에게 최고지.”

결국 뷰리는 생각지도 않은 장어를 사게 되었고 급기야 장어탕을 끓이게 되었다. 그것도 할머니가 일러주는 대로 그대로 하였다.

고로쇠 장어탕.

“이거 남자들이 엄청 좋아한다 해서 제가 끓여 봤어요.”

제대로 배웠는지 장어탕 안에는 잘게 썰은 파가 동동 떠 있었다.

뷰리는 상준에게 큰 그릇에다 장어탕을 그득히 담아 상준의 앞에 올려놓았다. 상준은 먼저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았다.

고로쇠 물을 넣은 탓인지 감칠맛이 나면서 먹을 만 하였다.

“맛있네.”

상준의 표정만 살피던 뷰리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맛있어요?”

“응. 맛있어. 같이 먹자.”

뷰리는 조그만 그릇에 장어탕 국물에 밥을 말아 가오에게 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그릇에 담아 상준과 마주 앉았다.

“음, 맛있어요.”

뷰리는 자신의 입맛에도 잘 맞는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식사를 했다. 가오는 얼른 한 그릇을 먹고 나서 더 달라고 그릇을 내밀었다.

“넌 그만 먹어. 많이 먹었어.”

가오의 입이 실룩하더니 삐친 모양으로 제방에 들어갔다.

“좀 더 주지 그랬어.”

“많이 먹으면 소화를 잘 못시켜요. 맛있다고 많이 먹을 땐 꼭 사고를 내요.”

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씬 한 그릇 더 드세요.”

“네가 장어탕을 끓일 줄은 상상을 못했네.”

“시장 할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해봤어요.”

상준은 시원하면서도 달콤하고 뜨뜻한 장어탕이 마음에 들었다. 다시 한 그릇을 더 받았다.

“가오에게 말을 가르쳐 줘 봤어?”

“아직 어려서 그런지 발전이 없어요.”

“틈나는 대로 따라하라고 해봐. 원래 애기들은 그렇게 배운데.”

“네. 아저씨 낚시 계획 없어요?”

“이번 주말에 같이 가요. 가오도 데리고.”

“그럴까?”

“이번 주말이 9일이에요. 1박 2일. 약속했어요?”

“알았어.”

식사를 한 후 가오의 방문을 열어보니 가오는 욕조에 들어가 있었다.

가오의 방 한쪽에는 제법 큰 욕조가 놓여 있고 다른 편에는 작은 침대가 놓여 있다.

그리고 탁자엔 과자 봉지가 놓여있었다.

“너 나와서 이 옷 입어봐.”

상준은 거실로 나와 가방을 열어 가오의 옷을 꺼내 주었다.

다슬은 가오에게 옷을 입혀 주었다.

모양이 좀 이상하긴 해도 옷을 입혀보니 영락없이 애기 같았다.

그러나 정작 가오는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옷을 입은 채 입고 욕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저씨, 가오를 어떻게 하실 거예요?”

“뭘?”

“그냥 데리고 있을지, 아니면 바다로 돌려보낼지?”

“나도 그걸 모르겠어. 너 생각은 어때?”

“저야 좋죠. 같이 있음. 심심하지도 않고. 매일 가오를 공개하다 보니 저도 이제 스타 다됐어요.”

“그건 그런 것 같애.”

소파에 앉은 상준에게 뷰리는 커피를 들고 나왔다.

“우리 가거도 어때요?”

“가거도?”

“네,

“가거도는 왜?”

“프로 낚시꾼이라면 당연히 한번은 가야 하잖아요?”

결국 그날 상준과 뷰리는 가거도로 행선지를 결정하였다.

사실 상준도 가거도 낚시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기도 했다.

“가오!”

갑작스럽게 뷰리가 가오의 방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너.”

가오가 옷을 입은 채 욕조에 들어갔다 물을 함북 뒤집어 쓴 채 그대로 거실로 나오고 있었다. 가오의 방과 거실에는 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런 일도 있구나.’

“뷰리 너 힘들겠다. 가오가 아직 철이 없어.”

뷰리는 얼른 가오에게 다가가서 가오의 옷을 모두 벗겼다.

“애가 한번씩 이래요. 욕조에 들아 갔다 닦지를 않고 그냥 돌아다녀요.”

상준은 얼른 일어나 걸레를 찾아 가오가 흘린 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가오의 옷을 욕실에 던져두고 뷰리는 얼른 상준이 닦고 있던 걸레를 받아 자신이 마저 물을 닦아 내었다.

“가오야, 이제 자러가자.”

뷰리는 가오를 안고 침대에 눕혀주고 물수건을 만들어 덮어주었다.

“잠은 잘 자니?”

“네, 이렇게 해 주면 곧 잠들어요. 그러다 아침이 되면 욕조에 들어가고.”

뷰리의 행동은 꼭 아기 엄마 같은 모습이었다. 상준은 가오를 대하는 뷰리를 보자 한편 미안하고 한편은 대견스러워 보였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 같은 모습.’

상준은 뷰리에게서 그런 것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 가오가 정말 더 성숙하게 될까?’

아기가 자라듯이 가오도 점점 더 자라나게 될지 그것도 의문이고 점점 철이 들면 말을 잘 할 수 있을지 그것도 알 수 없었다.

토요일 아침 상준은 뷰리를 데리고 가오와 함께 보트를 타고 가거도로 향했다.

여서도와 추자도를 지나 가거도 까지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되었다.

도착하자마자 먼저 점심부터 먹고 나서 비로소 채비를 하여 낚시를 시작했다.

가거도는 해안에 여가 발달하여 섬 전체가 낚시 포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을 뒤쳐 가거도 1구 깨끼 포인트가 가장 좋은 곳이라 하여 배를 께끼 포인트 앞바다 쪽에 정박시켰다.

도착하자 마다 뷰리는 먼저 바다의 맛을 보려 물로 뛰어 들었다.

뷰리가 바다로 뛰어들자 가오도 그 짧은 숏다리로 첨벙 바다로 뛰어 들었다.

뷰리는 요트 주변을 돌면서 여에서 낚시하는 낚시꾼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하고 물속으로 곤두박질치며 물고기 모양으로 시원스럽게 유영을 하며 즐기고 있다.

그런데 가오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혹시 저러다 낚시꾼의 미끼를 물지 않을까 상준의 마음을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얼마 후 뷰리는 요트에 매달려 상준에게 손을 내 밀었다.

아직은 수온이 찬 탓인지 물에서 나온 뷰리의 얼굴은 붉은 홍조를 띠고 있었다. 그제야 옷을 갈아입고 낚시에 도전한다.

드디어 상준의 찌가 물속으로 처박는다.

쿡쿡 처박는 모양이나 바위틈으로 들어가려 앙탈을 부리는 모양새가 감성돔이 틀림없다.

역기 가거도는 환상의 섬이다.

결코 그에게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

첫수의 크기가 50cm급 물건이었다.

상준의 낚시에 감성돔이 걸려오자 뷰리도 집중하며 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얼마가지 않아 가거도 괴물을 낚아 올렸다.

노래미였다. 엄청난 크기의 노래미라 흔히 말하는 쥐노래미가 틀림없었다.

“아저씨, 이 고기 뭐야?”

“노래미.”

“노래미가 이렇게 커?”

“쥐 노래미라고 하지.”

뷰리는 노래미를 빼내 선상 수족관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였다.

오늘의 미끼는 새드윔을 쓴다.

새우와 지렁이가 준비되어 있었으나 느낌이 좋아 새드윔을 쓰기로 했다. 상준은 요트 주변에 밑밥을 뿌렸다.

멀리 갯바위에서도 감성돔을 잡았는지 손을 치켜 올려 요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저 아저씨 좀 흥분했나봐.”

“그러게.”

다시 상준의 찌가 물속으로 차고 들어간다.

“아하.”

상준도 연이은 입질에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하려 애를 썼다.

“나도 물었어요.”

뷰리도 용을 쓰며 낚싯대를 당긴다.

동시에 두 사람이 같이 용을 쓴다.

얼마나 보고 싶은 광경인가. 이럴 때는 그만 하늘로 날고 싶다. 팔에 전해오는 이 떨림.

이건 아마도 참돔이 분명하다.

“아저씨 이것 뭐 같아요?”

상준을 보고 뷰리가 흥분되어 목소리를 높였지만 상준이 지금 그것을 볼 여유도 없다.

“글쎄.”

가거도 괴물은 쥐노래미와 감성돔. 아니면 참돔이다. 그 외엔 모두가 잡어와 다름없다. 그제야 어디 있다가 가오가 나타났다.

“아저씨.”

발음도 분명하지 않으면서 상준을 부른다. 요트 주변에서 방실방실 웃고있 가오가 보였다.

“기다려."

상준은 대물과 싸우면서 서서히 릴을 감아올렸다. 한 끗 포음을 다잡고 있다.

‘그렇지.’

상준은 마지막으로 뜰채를 들고 마감을 했다. 60cm급 참돔이었다.

“커요.”

뷰리는 릴을 감으면서 상준이 올린 참돔을 보며 아는 채 해 준다. 역시 낚시를 아는 여유 있는 아가씨다. 상준은 뜰채를 쥐고 뷰리의 옆에 바삭 다가섰다. 드디어 뷰리가 제압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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