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147화 (147/225)

〈 147화 〉 말하는 가오리(2)

* * *

밤이 되자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다슬은 약간의 한기를 느끼는 것 같았다.

“춥지?”

“약간요.”

상준은 선실에 들어가 자신의 추리닝을 찾아 나오려다 소파에서 누워있는 가오리를 보았다.

초승달 같은 눈을 감고 웃음을 띠고 있는 가오리를 보자 신기하기만 하였다.

허리를 굽혀 얼굴을 들여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져 나왔다.

‘얘는 꼭 웃음 전도사 같네.’

예쁘게 웃는 표정의 가오리를 손가락으로 콧구멍을 살살 간지럽혀 보았다.

“에취.”

“허허허.”

'재밌어.'

한번더 코를 건드려 보니 고사리 손을 내어 쓱 문지르고 다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히터를 틀어 선실을 따뜻하게 해주고 밖으로 나왔다.

'고것 참! 웃기네.'

볼수록 웃기게 생겼다.

밖으로 나와 다슬의 어깨에 추리닝을 걸쳐 주었다.

“추우면 들어가서 쉬어.”

“오빠하고 같이 여기 있을래.”

스산한 날씨에도 하늘에 별은 유난이도 많다.

가끔씩 우럭과 돌문어가 잡히고 이따금씩 고등어가 마릿수를 채워준다.

“오빠, 쟤 혹시 말라버리는 것 아니야?”

그 말을 들은 상준은 수건을 물을 축여 가오리의 몸을 덮어 주었다.

한잠동안 입질이 없다.

다슬은 의자를 옮겨와서 상준의 옆에 앉아 팔을 잡았다.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

"예뻐서."

다슬은 그의 팔을 사며시 꼬집는다.

그때 다시 야광찌가 움직인 것 같다.

다슬은 상준의 손을 뒤집어 깍지를 낀다.

조그만 그녀의 손이 상준의 손안에 있었다.

상준도 손을 꼭 쥐어 주었다.

“오빠는 손도 크네?”

“응, 난 발도 커.”

“오빤 모두 다 큰거 같애.”

“그런가?”

다슬의 몸이 떨리는 것 같더니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추운가 보네.’

상준은 안으로 들어가 모포 하나를 가지고 나와 다시 다슬의 어깨에 감싸주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찌를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 후 그의 눈에 자신이 찾는 대상어가 눈에 띄었다.

‘이번엔 뭐지?’

초능력을 발휘하여 놈을 건져 올렸다.

돌연변이 도치였다.

이놈도 전에 화암대 아래에서 잡은 적이 있다.

상아 돌기가 여러개 돋아나 있고 36면을 지닌 주사위 모양의 섬광 원석을 추출한 바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상아돌기 8개를 뽑아냈었지만 내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변종을 잡았으나 다슬의 반응이 전혀 없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잠들어 있다.

상준은 얼른 선실에 들어가 선실 바닥에 머포를 깔아두고 다슬을 안아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오빠.”

다슬은 잠이 깨었는지 상준의 목에 팔을 걸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

그는 천천히 다슬을 눕혀주고 베개를 찾아 머리를 고여 주었다.

그리고는 이불을 꺼내어 덮어 주었다.

다슬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든 것 같았다.

소파에 누워있는 가오리를 보니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언제 보아도 웃는 얼굴.

그것은 가오리의 운명인 것 같다.

상준은 다시 갑판으로 나와 밤낚시에 주력하고 있었다.

간혹 잡어들이 걸리기는 했으나 대부분은 잔챙이들이었고 수족관에 넣을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자정이 다가 오는데 피곤하지도 않았고 잠이 올 것 같지도 않았다.

발가락과 손가락이 조금 시릴 뿐 특별한 건 없었다.

모두가 잠든 시각에 혼자 바다에 나와 있을 땐 가끔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옛날엔 그랬다.

어머니의 얼굴이 제일 많이 떠올랐고 상미의 얼굴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어느 때부터는 다슬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은 누구인가?

가까이 있는 사람은 그리운 걸 모른다.

그립다는 것은 멀리있는 사람.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

가까이 있으면 소중한 걸 모른다.

‘있을 때 잘해.’

그 노랫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뷰미의 얼굴이 잠깐 스쳐간다.

상준은 선실로 들어갔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생수병을 꺼내 한 모금 들이켰다.

가오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수건을 만져보니 많이 말라있어 물을 축여 다시 덮어 주었다.

가오가 누운 반대편 소파에 주저앉았다.

조명등에 비친 다슬의 얼굴이 상준의 시선을 끌어 당겼다.

오늘따라 다슬이가 더 큰 여자 같았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근무하다 망설임 없이 사표를 던진 여자.

‘오빠와 좀 더 가깝게 있고 싶어.’

그리고 그녀는 중등 임용고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합격했다.

이제는 엄연히 중등교사가 되었다.

자신의 앞에서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다.

지역 출신 모 국회의원은 대학 강의를 하고 있는 자신의 딸을 소개하였다.

상준은 그의 딸에게 정중하게 거절했다.

‘사귀는 사람이 없었다면 당신과 분명 좋은 인연이 되었을 것이라고.’

그 사람도 웃으며 대답하였다.

‘사람의 인연은 누가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상준은 소파에서 일어나 다슬의 옆에 앉았다.

이마에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넘겨줬다.

도톰한 그녀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어 보았다.

따스한 콧김이 자신의 손가락에 와 닿는다.

흐트러진 이불을 가지런히 펴서 그녀의 턱까지 당겨주었다.

그리고 상준은 다시 갑판으로 나왔다.

그러나 더는 낚시가 되지 않았다.

담요를 뒤집어쓰고 안락의자의 등받이를 넘겨 들어누웠다.

잠깐 잠이 들었을까?

누군가가 와서 팔을 툭툭친다.

담요를 벗겨 고개를 들어보니 쪼끄마한 아이가 서 있었다.

가오리였다.

아니 천가오였다.

“형.”

“너 왜 자지 않고?”

가오는 다시 바다를 가리켰다.

이번엔 주황색 섬광이 공처럼 뛰고 있다.

보나마나 돌연변이 도치다.

챔질을 하여 도치를 잡아 올려 해체하지 않고 수족관 안에 던져두었다.

그제야 가오를 자세히 살펴보니 가오의 짧은 양 팔 앞뒤에 지느러미가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다리 안팎도 마찬 가지였다.

상준은 가오의 지느러미를 손으로 만져보며 한마디 하였다.

“너 이것으로 수영을 하는구나.”

상준은 지금까지 저 짧은 팔과 다리로 어떻게 수영을 하는지 미심쩍었다.

날이 밝으면 가오의 수영 솜씨를 직접보고 싶었다.

상준과 가오의 말 소리를 들었는지 다슬이 잠에서 깨어나 부스스한 얼굴로 선실 밖으로 나왔다.

“흐응, 오빠.”

마치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다.

비틀거리며 그의 품에 안겼다.

“깼어?”

“응.”

쓰러지려는 그녀의 몸을 안아 지탱해 주었다.

“키키키.”

다슬의 모습을 보며 가오가 어이없다는 표정이로 웃는 것이었다.

다슬이 미쳐 가오를 의식하지 못하다가 비웃는 듯 한 이상한 웃음소리에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다 가오를 본 것 같았다.

“왜 웃어?”

“키키. 아줌마. 키키키.”

마치 조롱이라도 하는 듯이 키키 소리를 연발해서 낸다.

가오의 표정에 그 역시 따라 웃었다.

어리광을 피우다 어린 아이에게 들킨 것처럼 무안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허허허.”

“큭큭큭.”

“형.”

가오는 상준을 보며 따라 들어가 보란 듯이 선실문으로 다리를 밀었다.

“그냥 둬.”

이번엔 짧은 팔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상준의 허벅지를 잡아 당겼다.

못이기는 채 그는 선실고 안으로 들어가니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다시 누워 있었다.

“더 자려고?”

대답이 없자 외투를 벗어두고 다슬이 누운 이불을 들치며 파고들었다.

다슬은 긴장한 듯이 눈을 뜨고 있었다.

“춥다.”

“아이 차워.”

찬바람에 냉기가 서린 그의 몸이 닿자 다슬은 돌아누우며 가볍게 떤다.

“내 몸이 차지?”

자신의 오른 팔로 다슬을 당겨 안으며 자신의 배를 그녀의 등에 밀착시켰다.

“몸이 얼었어요.”

“응, 밤 날씨는 아직 차.”

상준의 손이 그녀의 셔츠를 끌어 올리려 하자 다슬은 상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아랫배에 붙여 꾹 눌렀다.

따뜻한 다슬의 손이 상준의 손을 잡고 녹이는 것 같았다.

“내 손 차지?”

“응.”

상준의 손은 더는 어쩌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선실안 온도는 따듯하였다.

한참 동안 그러고 있으니 점차 상준의 몸도 많이 녹았고 시리던 손에 온기가 돌아왔다.

그러자 상준은 조심스럽게 손을 빼어 다슬의 셔츠 안으로 자신의 손을 밀어 넣었다.

브래지어 속으로 밀고 들어갔다.

급기야 숨 쉬고 있는 봉긋한 그녀의 젖가슴을 가만히 움켜잡았다.

잠이 들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상준은 손을 옮겨 다른 다른 쪽 가슴을 다시 잡았다.

“음.”

다슬의 입에서 소리가 들린다.

"그냥 가만히."

말은 그러면서 가볍게 몸을 떨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고 한참 후 그녀의 브라지어를 옆으로 밀친다.

“브라 늘어나요.”

상준은 손을 빼내 그녀의 아랫배를 슬슬 쓰다듬다 청바지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그 속으로 다시 손을 밀어 넣었다. 그의 손이 허벅지에 닿자 그녀는 무릎을 꼭 붙이고 다리에 힘을 주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상준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에 끼인 것처럼 정지되어 있었다.

또 한참 시간이 지났다.

그녀의 몸이 서서히 풀리면서 작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그녀의 셔츠위에 봉긋하게 솟은 가슴을 다시 움켜쥐었다.

“흠.”

그녀는 다시 몸을 움찔한다.

“아줌마.”

밖에서 가오가 다슬을 부른다.

다슬은 듣지 못했는지 가만히 있었다.

“아줌마.”

“형.”

대답이 없자 이번엔 상준을 찾는다.

상준도 가만히 있었다.

이불을 뒤집어쓴 상준은 다슬의 등 뒤에 누워 자신의 팔을 뻗어 팔베개를 해주고 오른 손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 쥔 채 잠을 자려는 것 같았다.

가끔 그녀의 침 넘기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땐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오빠.”

“응. 깼어?”

“응.”

상준은 다슬을 앞으로 돌려 눕혀 허리를 당겨 꼭 안아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가오.”

“천가오!.”

가오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도 상준의 뒤를 따라 나와 찾아보았으나 가오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오겠지.”

상준은 싱크대로 가서 아침 준비를 하였다.

먼저 쌀을 씻어 렌지에 올려두고 짱아치와 꼴두기 볶음을 찾아 식탁위에 올려두고 묵은 김치와 돼지고기와 함께 썰어 넣어 김치찌개를 만들어 보았다.

양파와 마늘을 다져 넣고 고춧가루를 조금 더 넣어주었다.

“이거 간 좀 봐.”

그녀는 숟가락을 들고 조심스럽게 간을 보았다.

“어때?”

“맛있어요.”

다슬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식사를 해야 하는데도 가오는 통 나타나질 않았다.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작정하였다.

기다리는 동안 검색을 해보았다.

[말하는 가오리].

제목 자체가 엄청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괴물 아쿠아리움].

[괴물 낚시꾼 연상준].

엄청난 댓글들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큰일이다.

‘만약 가오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벌서 댓글에 가짜 뉴스라는 추측성 글들이 판을 치고 있다.

‘사기 같다.’

‘고객 유치 작전이다.’

‘세상에 그런게 어디 있어.’

“잡아둘 걸 그랬나?”

다슬을 보며 걱정스럽게 말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어린 것을 감금할 순 없잖아요?”

그녀의 말투가 물고기를 대하는 말투가 아니었다.

아기를 두고 하는 말투였다.

‘큰일이네, 내가 흥분해서 너무 앞서 갔나?’

뷰리에게 전화가 왔다.

벌써 아쿠아리움에 인파가 엄청나게 몰렸다고 한다.

상미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오빠. 월요일에 공개한다고 했는데 벌써 기자들이 몰려들고 있어.”

그런데도 가오는 상준과 다슬이의 속을 태우더니 두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들 앞에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주먹만한 운석 덩이를 들고 나타났다.

“너 이거 찾으러 다녔어?”

가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고프지. 밥 먹어.”

그제야 다슬은 다시 찌개를 불판위에 올려놓고 가오와 함께 식사를 하였다.

가오는 이가 없었다.

김치찌개 국물에 밥을 말아주고 고기를 가늘게 썰어주었다.

신기하게도 곧잘 밥을 먹는다.

“우리 식사하고 바로 돌아가자.”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