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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46화 (146/225)

〈 146화 〉 말하는 가오리(1)

* * *

“그런데, 그건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얼마 후 그들은 고등어 한 마리씩을 나란히 건져 올렸다.

고등어의 크기가 보통이 아닌 시장에 팔고있는 것에 뒤질 것이 없었다.

그리고 다슬은 준비해 온 반찬과 햇반을 꺼내 놓고 그를 불렀다.

“오빠, 우리 식사해요.”

“이건 집밥이네.”

상준은 나무젓가락을 뜯으며 다슬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오느라 골고루 챙겨오지 못했어요.”

“뭐, 이정도면 개꿀이지.”

식탁 위에는 부추전과 오징어파전. 묵은 김치가 먹음직스럽게 놓여있었다.

그 외에도 꼴뚜기 볶음, 돼지고기 볶음도 같이 있었다.

말이 그랬지 엄청 신경을 썼는 것 같아 요트에서는 좀처럼 먹기 힘든 반찬들이었다.

“맛있다. 엄마 솜씨 같네.”

“네, 늦게 일어나 막 아침밥 먹으려다 오빠생각이 나서 전화했는데.”

“그럼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했겠네?”

“갑자기 오느라 식탁위에 반찬들 담아 왔지.”

다슬은 무용담처럼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럼 어머니는?”

“아마 다시 상을 봐서 식사하셨을 걸.”

“야, 너, 크극. 그럼 동생은?”

“올라갔어요.”

“벌써?”

“하숙방도 알아봐야 하고, 수강 신청도 해야 하고, 바쁘다며 일찍 올라갔어요.”

“그렇겠지. 제대하고 나면 처음엔 바쁘지. 복학 준비도 그렇지만 친구들도 만나고 여친도 만나야 하고.”

상준은 자신의 경험담처럼 이야기를 하였다.

“오빠하고 낚시하고 싶다더니 날자가 잘 맞지 않았나 봐.”

“나하고는 술도 한잔 못했는 걸.”

다슬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에 잠깐 와서 차 한잔하고 바로 갔어.”

“응. 오빠 감시 잘 하래요.”

“무슨 말이야?”

“오빠가 너무 잘 생겨서 마음이 안 놓인데.”

“지도 잘 생겼더만.”

상준은 모처럼 너털웃음을 웃었다.

식사를 한 후 다슬은 커피를 내려 주었다.

오후 낚시가 시작되었다.

“너도 학교 출근하게 되면 가까이 있어도 바빠질 거야.”

“당분간 그렇겠죠?”

“학교생활도 적응해야하고. 교재연구도 많이 해야하고.”

다슬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그래도 퇴근 후엔 만날 수 있겠지. 주말도 있고.”

상준은 다슬의 손을 잡아 당겼다.

"....?"

호주머니에서 커플링을 꺼내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 준다.

18금으로 된 폭 3 mm의 작은 반지였다.

"이건 내 손에 끼워 줘."

그리고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고마워요. 오빠. 무드는 없지만.”

“요트 위에서 하는거 아무나 못한다?”

“아무튼 고마워요.”

“네 딴 짓 하지 말라는 거니까 고마워 할 것도 없어.”

다슬은 이를 하얗게 드러내어 활짝 웃었다.

그녀를 안고 입맞춤을 하였다.

다슬은 자신도 모르게 전율을 일으키며 가볍게 몸을 떨었다.

“행복해.”

상준도 행복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의 여자라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고 그녀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이 또한 행복했다.

오후 낚시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볼락과 우럭을 잡았고 고등어 몇 마리를 더 올린 것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지루한 줄을 몰랐다.

언제 보다도 가슴이 뛰고 마음이 설렌다.

그냥 가만히 손만 잡고 있어도 숨이 가빠오고 심장이 날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놈일 거다.”

“나도 그래, 오빠.”

그런데 그때 상준의 찌가 엄청나게 흔들렸다.

거치대에 꽂아둔 낚싯대의 끝이 반원을 그리며 물속까지 들어갔다.

“뭐가 이런 것도 있어?”

다슬도 고개를 돌려보니 엄청난 대물로 느껴졌다.

“오빠, 이거 대물 맞네요.”

챔질을 하여 릴을 감는데 줄만 주르르 당겨 오는 것 같았다.

‘떨어져 버렸나?’

“놓쳤어요?”

“어, 좀 이상해.”

“이상해?”

“물고기가 아닌 것 같애.”

상준은 릴 감기를 멈추고 잠시 기다려 봤다.

그때 다시 와락 당김 현상이 나타나며 낚싯대가 다시 휘청거렸다.

그때였다.

불과 3m 전방 물위로 고개를 불쑥 내미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헤헤헤. 안녕하세요?”

상준은 깜짝 놀라 뒤로 나가 주저앉았다.

“가오리 같은데?”

얼굴은 분명 가오리다.

멜론 크기의 가오리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한다. 눈은 초승달 같고 코는 조그만 구멍 두개가 뚫려 있었으나 입술은 꼭 아기 입같이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다. 한쪽 손을 들어 보여주는 것이 낚싯줄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바늘에 걸린 것도 아니고 손으로 줄을 감아쥐고서는,

“넌 뭐야?”

“헤헤헤.”

꼭 아기 하나가 물속에 들어가 낚싯줄을 붙잡고 장난을 하는 것 같았다.

“너 장난했어?”

다슬이 신기해서 물었다.

가오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끼를 문 것이 아니라 낚싯줄을 손에 쥐고 당긴 것이었다.

“너 이리 올라와.”

다슬이 손을 내밀자 가까이 다가와서 다슬의 손을 잡는다.

다슬은 가오리를 당겨 올렸다.

“요건 참 신기하네. 내가 이제 바다에서 못 보는 게 없네.”

상준은 요리조리 살펴보며 건져 올린 가오리를 재어 보았다.

키는 불과 80cm. 무게는 겨우 20kg. 앞뒤가 둥근 원통모양의 아기 가오리다. 피부는 꼭 오징어 같고 황토색이다.

머리는 작고 몸통은 긴데 다리는 숏다리다. 꼭 가오리 인형 같다.

‘저걸 어떻게 하지?’

‘말하는 가오리.’

상준은 순간 저놈을 잡아 아쿠아리움에 잡아두면 대박을 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줌마.”

가오리는 다슬을 보고 아줌마로 부른다.

“나 아줌마 아니야.”

“아줌마.”

다슬은 선실에 데리고 들어가 과일 캔 하나를 따서 먹여 주었다. 잘도 받아먹는다. 짧은 다리로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웃길 일이다. 볼수록 귀엽고 웃음을 자아낸다.

“형”

갑판으로 나온 가오리는 상준을 보고 형이라고 부른다.

“나 형 아니야. 아저씨야.”

“형,”

상준은 놈을 잡아 그물에 담을까 하다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았다.

“너 이름은 천가오라고 해.”

“천가오?”

“그래, 너도 이름이 있어야지. 성는 천, 이름은 가오.”

상준은 천뷰리와 천뷰미가 생각이 나서 천가오라 하였다.

“가오야?”

“가오야?”

가오는 상준의 말을 반복하며 따라하였다.

돌연변이 가오리. 천가오.

상준과 다슬은 낚시는 잊어먹고 가오와 함께 노느라 정신이 팔렸다.

가오는 피부가 마르면 곤란한지 한 번씩 물에 들어갔다 나오곤 하였다.

독자들이 보면 거짓말이라 할 것이다.

간혹 독자 중에는 판다지란 걸 알고 웃고 있을 것이다.

“너, 여기서 놀다 나중에 나랑 같이 우리집에 가서 살아.”

“.....?”

“우리집에 가면 대형 수족관이 있어. 거기가 있으면 맛있는 것도 많이주고 재미있게 놀아 줄게.”

“너, 부모님 있어?

가오는 고개를 저었다.

“다슬은 작은 소리로 상준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려구요.”

“아쿠아리움에서 넣어 얼마간 돌보다 놓아주면 되겠지.”

“그건 사람들이 반발 할 텐데.”

“좋은 수가 있어?”

“집에서 키우다가 일정 시간에만 선보이면 안 될까?”

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상미에게 전화를 하였다. 말하는 가오리를 찾아냈다고. 상미는 방송제작부 담당 부장이다. 이 소식을 언론에 제공하고 아쿠아리움에서 공개하겠다고 보도하라 일러 주었다. 가오의 동영상을 찍어 카카오 톡으로 보내주었다.

내일이 되면 전국적인 화재가 될 것이 뻔하고 아쿠아리움은 다시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상준은 다시 낚시를 하였다. 다슬은 아예 가오에 빠져 낚시를 할 여유가 없었다.

가오는 말을 잘 하지 못했으나 시키는 단어는 곧잘 따라 하였다. 다슬이 의자를 내어 상준의 옆에 앉혀 주었더니 낚시하는 걸 지켜보고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다슬이 앉아 다시 낚시를 시작하였다.

“아줌마.”

갑자기 가오가 다슬을 돌아보며 아줌마라 하자 상준은 자기도 모르게 폭소가 터졌다.

“아줌마가 어니고 누나라고 해.”

“아줌마.”

가오는 상대를 부르는 호칭에는 나름 고집이 있어보였다. 상준을 보고는 형이라 하면서도 다슬에게는 끝까지 아줌마라 한다.

“얘가 외이래. 누나라니깐.”

상준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참돔 한 마리를 건져 올렸다. 얼마 후 다슬은 저녁 요리에 바빴고 상준은 낚시에 전념하고 있을 때 가오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무엇인가를 들고 나왔다.

주먹 크기의 운석이었다. 모양을 봐도 그냥 운석이 아니다. 돼지 저금통처럼 생긴 희귀한 운석으로 가히 명품수석 반열에 오를 것 같았다.

“얘가 날 감동시키네.”

상준은 가오를 번쩍 들어 뽀뽀를 하려하자 가오는 조그만 팔을 뻗어 상준의 얼굴을 밀어내었다. 억지로 뽀뽀를 더 하려하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려 버린다.

“하하, 요것 참.”

“형.”

가오는 손가락으로 바다를 가리켰다. 가오가 가리킨 바다 속에는 주황 섬광을 띤 생명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상준은 즉시 윔으로 교체하여 바다에 던져 넣었다. 상준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그래, 너 얼굴한번 보자.’

상준은 주문을 외우며 챔질을 하자 붉은날개 황색복어가 루어를 물고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 볼록한 복어의 배에서 계란 크기의 황색원석 하나가 추출되었다.

“식사 합시다.”

다슬은 우럭 지리를 끓여 놓았고 참치캔과 오징어 젓갈을 내어 놓았다.

“가오 넌 뭐 먹을래?”

다슬은 가오에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쥐어주자 성인용 숟가락이 손에 버거운지 아예 손으로 먹으려고 덤벼들었다.

“안돼.”

“아줌마.”

상준은 그들이 하는 모양을 가만히 지켜보다 가오의 밥그릇에 우럭지리국을 부어 말아주었다.

가오는 국물에 말아있는 밥을 떠먹으면서 간간히 참치캔을 반찬처럼 곁들어 잘 먹었다.

“음, 시원해.” 상준은 마치 노인처럼 우럭지리를 먹으면서 감탄의 소리를 저절로 나왔다.

식사를 하면서 가오를 누구에게 맡겨 키워야 할지 고민을 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뷰리 밖에 없었다. 뷰리야 말로 수중 물고기를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어 하자 않을까?”

집에 데려 가려해도 그것도 아니다. 집에는 현재 도우미 아줌마 밖에 없지 아니한가.

더군다나 아줌마는 자신의 아들을 빼긴 상태다. 그러는 사람에게 가오를 맡긴다는 건 너무 잔인할 것 같다.

뷰리에게 전화를 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한번 보고 싶어요.”

뷰리의 대답이었다.

“그럼 일단 너가 좀 맡아줘. 그리고 아쿠아리움에서 언론에 공개한 뒤 다시 생각해 보자.”

결국 상준은 뷰리와 타협한 후 다시 저녁 낚시로 접어들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가오를 불렀다.

“넌 당분간 바다에 가지 말고 나와 함께 우리 회사에 가자.”

가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 자고 싶으면 선실에서 자던지 수조관에서 자던지 네가 원하는 대로 해.”

가오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수족관 뚜껑을 열더니 그 곳으로 풍덩 뛰어 들었다.

‘아, 가오는 수족관에서 살아야 하는구나.’

상준과 다슬은 수조관을 들여다보니 가오는 이리저리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물위로 고개를 내밀고 밖을 내다보며 뭐하고 말했으나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싫으면 올라와.”

다슬이 손을 내밀자 다시 물 밖으로 솟아 올랐다.

“그럼 너 선실에 들어와.”

다슬은 가오를 소파위에 눕혀주고 이불을 덮어주자 짧은 숏다리로 이불을 차 버리고 그냥 가만히 누워 있었다. 언제 보아도 웃는 얼굴이고 언제보아도 귀엽기만 하다. 잠을 자는데도 가오의 얼굴은 예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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