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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43화 (143/225)

〈 143화 〉 축복의 연속(2)

* * *

새해 기해년 1월 7일 날 상미는 민수와 결혼을 하였다.

1월 7일은 상준의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결혼하신 날이다.

가까운 지인들과 회사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의 한 웨딩홀에서 식을 올렸다.

상준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상미를 데리고 입장한 후 어머니와 함께 혼주석에 자리를 잡았다.

요즘 신혼부부들은 대부분이 손을 잡고 나란히 입장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있지만 상미는 기어이 오빠의 손을 잡고 입장하기를 고집하였다.

짧은 시간 상미의 손을 잡고 식장으로 들어서면서 상준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상미의 손을 친구 민수에게 넘겨주면서 두 사람이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간절하게 기원하였다.

‘상미와 민수. 영원한 사랑과 행복이 깃들도록 해 주십시오.’

상준은 혼주석에 앉아서도 늘 이것만 기원하고 있었다.

그날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시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셨지만 돌아가신 남편 생각이 났는지 결국 참지 못하셨다.

상미 역시 마찬 가지였다.

그동안 겪은 고초와 시련이 주마등처럼 스처 지나가면서 울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트트리고 말았다.

상준은 혼주석에 앉아 내내 눈물이 어려 참아 내느라 애를 먹었다.

그리고 그들은 9박 10일 간의 유럽여행을 떠나면서 꿈에 부푼 신혼의 첫 걸음을 걷게 된 것이었다.

그 무렵 다슬은 1월 초에 있는 임용고사 2차 시험에 응시하여 그동안 공부한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마음의 안정과 시간적 여유를 얻게 되었다.

이제 1월 말에 발표가 나면 간단한 신규교사 연수를 마치고 3월 1일 새 학기가 되면 신규교사로 발행을 받게 될 것이다.

만약 이때 발행을 못 받는다 하드라도 다음 9월 학기에는 반드시 발행받아 교단에 설 것이다.

상미가 없는 집은 텅빈 것 같았다.

이제 그 넓은 집에 도우미 아줌마와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게 된 것이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날이 되자 어머니는 상준의 집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때를 맞춰 다슬이 역시 그의 집에 와서 함께 자리를 같이 하였다.

민수와 상미의 모습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다.

예쁜 상미 옆에선 민수의 모습은 서글서글하면서도 너무나 잘생긴 멋진 사나이였다.

어머니 앞에서 넙죽 절을 올리는 두 사람을 보며 상준은 너무나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래, 여행은 잘 다녀왔나?”

“네, 어머니 덕분에 편히 잘 쉬고 왔습니다.”

“이제 어서 떡두껍이 같은 손주만 안겨주면 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이 두 사람 조금만 기다리면 잘 생긴 손자하나 안겨줄 겁니다.”

상준은 그제야 미소를 머금고 어머니께 동생의 임신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지금쯤은 어머니도 알고 계셔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머님이 더 섭섭해 할지도 모르겠고 또 본인들이 꺼내기 곤란한 것이라 자신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 하노?”

“엄마,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어머님.”

상미와 민수가 얼른 어머님께 죄송하다는 말로 실토하였다.

“그럼, 너희들?”

어머니는 상준을 처다 본다.

“그래서 그랬네. 이 사람이 갑자기 상미 결혼을 재촉하고 날을 빨리 잡자고 서두르고 있더니. 내가 눈치가 없었네”

어머니는 미소를 머금고 계셨다.

어쩌면 모든 걸 짐작하고 계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단지 부모들은 속고 사는 것이 이력이 난 분들이라 한다.

세상에 부모들이 다 그렇다고 들었다.

알면서 모르는체. 모르면서 아는 체.

“그래, 축하한다. 사돈들도 알고 계시나?”

“아직, 모르시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갑자기 TV 위에 놓은 휴대폰을 달라고 하시더니 민수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예. 아이들이 여행 갔다가 방금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아 그래요? 다 사돈 어르신들 덕분입니다.”

“근대 제가 딸년을 잘못키워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나도 이제 방금 알았는데 글쎄 야들이 좀만 있으면 손주를 안겨준다고 하네요.”

“나도 참 기가 차드만 결혼식까지 했으니 뭐 어쩌겠습니까?”

“아들이라크네요.”

“가면 혼좀 많이 내 주세요.”

“네.”

어머니가 민수 어머님께 전화를 하는 동안 모두 입을 다물고 조용히 듣고만 있었지만 이미 해답은 나온 것 같았다.

“뭐라 하셨습니까?”

상준은 짐작은 되었지만 어머니께 전화 내용을 물었다.

“뭐라하기는 뭐라 하겠어. 집에 가면 둘 다 혼이 나겠지.”

“이 사람 민수.”

“예, 어머님.”

“상미가 좀 칠칠맞아도 자네가 조심했어야지.”

“죄송합니다.”

어머니 얼굴엔 편안한 미소가 가시지를 않았다.

“올라가서 좀 쉬다가 저녁 먹으러 내러와.”

민수와 상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3층으로 올라가는데 어머니는 상미에게 한마디 하였다.

“너 방에 가서 부산 어머니께 여행 잘 다녀왔다고 전화드리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려.”

“네.”

두 사람이 올라가고 없는 자리엔 민수와 다슬이 그리고 어머니뿐이었다.

“어째든 이제 한 시름 놓았다.”

“어머님 좋으시죠?”

상미의 임신 소식을 다슬이도 처음 알았다.

“응, 그래. 여자는 어째든 결혼하면 빨리 손주를 안겨줘야 사랑을 받거든. 뭐 이제 다 잊어버렸다.”

어머니 역시 그들의 임신 소식이 싫지는 않나 보다.

“나도 좀 쉬어야겠다.”

어머니가 아랫층 당신 방으로 들어가시자 소파에 남은 사람은 상준과 다슬이 뿐이었다.

다슬은 상준을 보며 미소를 가득 담고 생글생글 웃었다.

“어머님이 좋은신가 봐요?”

“그렇게 보이지?”

“어머님 표정 보니 오빠가 임신 이야기 꺼낼 때부터 좋아 하시드라고.”

“그럼, 우리도 먼저 만들까?”

상준의 말을 들은 다슬을 얼굴에 홍조를 띠고 상준의 팔을 꼬집었다.

다슬을 데리고 상준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베란다에 앉아 중산 신항을 내려다보고 서 있으니 다슬이도 나와 상준의 옆에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 식사를 알리는 음악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

주방에는 오늘 신혼부부를 맞이하는 큰 상이 차려져 있었고 다양한 음식이 가득 하였다. 아울러 식탁 위에는 와인이 준비되어 자리마다 세팅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와 상준이, 다슬이가 먼저 주방 식탁에 앉아 신혼부부를 기다리고 있는데 민수 부부가 주방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모두 박수를 쳤다.

다슬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부터 와인을 부어드리며 마지막 병을 받은 상준은 다슬의 잔을 채워 주었다.

“어머니 덕담 한 말씀.”

어머니는 잔을 높니 들더니 말씀하셨다.

“여기 한 쌍의 신혼부부가 새출발을 합니다. 이들에게 늘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게 해 주십시오.”

상준은 어머님 말을 받았다.

“신혼부부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위하여.”

그리고 모두 잔을 비웠다.

“이번엔 새 신랑이 한잔씩 올려라.”

민수는 어머니께 먼저 술을 권했다.

“여보게, 많이 드시게.”

“감사합니다.”

그들은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저녁을 하고 있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 갈 때쯤 상미가 오빠를 바라보며 한마디 한다.

“오빠, 우리도 여기서 같이 살면 안 돼?”

상미의 갑작스런 말에 모두가 당황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상미를 보며 말을 했다.

“넌 민수 집에 가서 살아야지. 왜 우리 집에 살아?”

“여기도 우리 집이 잖아?"

"이젠 아냐."

“잠깐.”

상준은 상미의 말을 중단시켰다.

“저럴 것 같아서 미리 준비했지.”

“뭘?"

"결혼 선물.”

모두가 상준을 바라보았다.

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거실로 나갔다가 봉투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민수에게 전해주었다.

“재매, 이거 두 사람에게 주는 결혼 선물이야.”

민수가 봉투를 열어보려 하자 상미도 같이 들여다보았다.

그 봉투에는 김민수, 연상미 두 사람의 공동 명의로 된 아파트 비번과 출입문 키가 들어 있었다.

아울러 법원에서 발급한 등기부 필증과 축하 카드가 들어있었다.

“오빠! 고마워요.”

상미는 오빠를 처다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오빠의 뒤에 서서 오빠의 목을 껴안았다.

“고맙다. 상준아.”

“상준이라니. 내가 너 손위 처남이야.”

모두들 한바탕 웃고 상준과 민수는 처음으로 친구에서 처남 남매 사이가 된 것을 실감하였다.

그리고 모두 박수를 쳐 주었다.

“자네가 애 많이 썼구나.”

어머니는 아들을 보며 흐뭇한 눈길을 보냈다.

“아니에요. 어머니. 이러지 않으면 상미가 우리집에 껌 딱지처럼 달라붙을 것 같아서 미리 수를 좀 써 봤어요.”

“오빠. 그럼 우린 갑자기 집이 두채가 됐네.”

“잘됐다.”

그렇게 해서 다음날 민수 부부는 본가에 가서 며칠을 보낸 후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신혼 살림을 시작하였다.

예상했던 되로 다슬은 1월 말에 중등교사 임용고사에 최종 합격하여 신규교사 연수를 받게 되었다.

2월 어느 날 상준은 부산으로 내러가 어머니가 영업을 하시는 분식집 주변에 빌딩이 나와 이를 살펴보려 어머니 댁으로 갔다.

어머니의 평소 소망이 임대료를 주지않은 자기 건물에서 식당을 하시는 것이 소원이라 하셨다. 상준은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려 했으나 기어이 어머니는 자신이 모은 돈으로 건물을 사겠다고 해서 상준은 약간만 도와줄 뿐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아끼고 힘들게 사셨는지 짐작이 되었다. 어머니 이름을 등기가 완료되자 어머니는 또 눈물을 지으셨다.

명물 낚시부에도 다시 낚시 팀이 두 개가 더 늘어나 총 세팀으로 확대 조직되었다.

처음부터 있었던 낚시팀을 1팀으로 바꾸고 낚시 1팀에 팀장 박일준, 최해석. 낚시배를 보유한 선장 정택조를 낚시 2팀장에 양주리를 승진시켰고 양만우, 선장 주홍일을, 낚시 3팀장 이주연을 임명하고 신승우, 선장 백일준을 배치하였다.

신년 초의 일도 거의 마무리 되자 상준은 다시 갯바위로 나갔다. 2월이라지만 날씨는 여전히 쌀쌀한 편이었다..

두터운 방한복을 입고 낚시를 던졌지만 고등어와 전갱이가 주류를 이루었고 특별한 고기는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어쩌다 벵에돔과 우럭 한, 두 마리가 거의 전부였다.

겨울 방학이 막바지에 올 때쯤 다시 눈이 내렸다.

이번에 내리는 눈은 많은 량은 아니었으나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 온도는 더 떨어져 있었다.

상준은 갯바위에 나갔으나 제대로 되질 않아 재미가 없자 일찍 집에 와서 며칠간의 일기 예보를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바다 날씨 정보를 검색해 보며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보고 있었다.

“저녁 식사 하세요.”

아주머니가 직접 상준의 방문을 노크하며 식사 시간을 알려주자 주방으로 내러 갔다. 식탁위엔 간단한 저녁 식사 메뉴에 술을 한잔 할 수 있도록 세팅이 되어 있었다.

“대표님, 오늘이 제 생일이에요.”

“아, 그래요. 축하합니다.”

상준이 자리에 앉자 아주머니는 불판을 식탁위에 얹어두고 밥과 국을 푼 뒤에 갈비살을 불판에 올렸다. 그리고 법주 한 병을 꺼내 올려놓았다. 상준은 법주 병을 열어 아주머니께 잔을 채워주고 자신의 잔에 부으려하자 아줌마는 얼른 병을 빼앗아 상준의 잔에 부어 주었다.

상준은 잔을 들어 다시 축하한다는 말을 하자 아줌마는 자기 잔을 들어 얼른 상준의 잔에 부딪치며 건배를 하였다..

“호호, 요즘은 자기 생일을 자기가 축하해야 할것 같아요.”

“생일이면 친정집에 가시지 않고,”

“가면 뭘 해요. 반가워하는 사람이 없는데.”

상준은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나 두 사람 밖에 없는 집에 오랫동안 말을 섞기가 싫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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