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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42화 (142/225)

〈 142화 〉 축복의 연속(1)

* * *

뷰리의 아파트에 도착할 쯤 뷰미는 뷰리에게 전화를 하였고 주차장 도착했을 땐 뷰리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뷰리의 얼굴엔 반가움과 함께 서운한 표정을 읽을 수가 있었다.

‘저 표정은 뭐지?’

상준은 뷰미의 옷과 신발, 빵이 든 봉지를 꺼내주고 돌아오려고 하였다.

"아저씨?"

"....?"

뷰리는 저녁을 먹고 가라고 조르고 있었다.

그냥 돌아오려다 오늘 일로 뷰리가 섭섭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같이 집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아저씨,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같이 있으니 불편한 점은 없어?”

“불편할 게 뭐 있어요. 심심하지 않고 좋아요.”

상준은 송년회때 숙녀의 방이라 일일이 방을 둘러보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이 없는타라 저녁을 기다리며 뷰리의 방과 뷰미의 방을 차례대로 들여다보았다.

방안의 모습은 여느 처녀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단지 다른 사람들처럼 처녀들이 좋아하는 잔잔한 소품과 장식이 없이 매우 단출하고 단정하다는 느낌만 들 뿐이었다.

두 소녀의 방에는 커다란 침대와 작은 탁자 하나와 소파가 놓여있었고 화장대 위에 기본적인 화장품만 놓여있었다.

‘성격들이 꽤 깔끔한 애들이네.’

상준은 가끔 남의 집에 갈 때마다 거실을 꾸민 풍경을 보고 주인의 성격을 짐작하곤 했다.

대체로 두 가지 유형이 있었던 것 같다.

그중 하나는 거실 벽에 한 두개의 그림에 소파와 TV만 놓여 있을 뿐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는 분위기가 있었고 다른 하나는 작은 거실장이 곳곳에 배치되어 여행 기념품과 좋아하는 그림들, 사진들, 예쁜 소품들이 가득하게 채워져 있어 아기자기하면서도 예쁘게 가꾸어진 집들이 있다.

장단점을 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주인의 취향이고 성격인 것 같았다.

이들과 굳이 비교를 한다면 이 두 소녀는 아마 전자와 가까운 것 같았다.

거실에서 풍겨오는 전체적인 느낌도 마찬가지였다.

저녁을 먹으면서 뷰리가 뷰미에게 일침을 놓는다.

“뷰미, 앞으로 필요한 것 있으면 내게 말해, 아저씨께 폐 끼치지 말고.”

“아니야 내가 아저씨께 얘기하진 않았어.”

“그래 맞아. 날씨가 추워져 옷 몇가지 사줬어.”

“그건 그렇고 아저씨, 크리스마스이브 땐 뭐하실 거예요?”

“응, 약속 있어.”

“흐으응. 안돼요.”

잡아둔 약속은 없었지만 미리 못을 박았다.

“너희들 크리스마스 때 같이 시내 나가 놀아. 영화를 보던지. 공원을 산책하든지. 볼거리가 많을 거야.”

“네.”

뷰리는 서운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곧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저씨, 이것 한번 들어보세요.”

뷰리는 시장에서 산 고들빼기 장아찌를 그에게 권해본다.

뷰리가 권하는 고들빼기를 맛보니 겨울 음식 답지 않게 입맛에 맞았다.

“맛있네.”

그들은 주로 시장통에서 파는 반찬들을 사와서 애용하는 것 같다.

열무김치, 총각김치를 포함하여 가자미 졸임, 멸치 졸임 등을 하나하나 맛을 보니 반찬가게에는 파는 것이란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들이 반찬을 잘 만들 수가 있을까?

사다 먹다 보면 조금씩 눈에 익어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게 될 것이다.

자라면서 누구엔가 배운 것이 없고 어릴 때부터 먹어보지 못했으니 당연할 것이었다.

애당초 구경조차 하지 못했을 테니까.

“참, 아저씨. 술을 깜박했어요.”

뷰리는 주방으로 가서 소주 한병과 잔 세개를 들고 나왔다.

“받으세요.”

뷰리는 상준과 뷰미에게 잔을 채워주고는 자신의 잔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저도요.”

상준은 뷰리에게 술을 부어주면서 그녀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뷰미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하고 있고 뷰리는 약간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 술잔 들어. 위하여.”

상준은 분위기를 반전시켜보려 큰소리로 건배 제의를 하였다.

그리고 술을 원샷으로 마셨다.

그러자 그들도 상준이 하는 것처럼 모두 따라 하였다.

“뷰미는 왜 말이 없어?”

“전 별로 할 말이 없어서.”

“그럼 한잔씩만 더.”

상준은 그들에게 술을 한잔씩 더 부어 주었다.

“아저씨, 우리 같이 살아요.”

갑작스럽게 뷰미가 생뚱맞은 소리를 했다.

“야! 너 왜 그래? 말을 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미안, 나도 모르게.”

요즘도 뷰리는 인간의 문화와 예절 교육에 신경을 쓰나보다.

뷰미는 아직도 자신이 모르는 인간들의 문화에 서툰 점이 많다.

할 얘기인지 안할 얘기인지를 구별하지 못하고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남의 눈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처음 보단 많이 좋아졌다.

언젠가 뷰미가 상준의 사무실에 들렀던 날 전송이 비서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때 뷰미는 송이와 상준을 번갈아 보더니 ㅓㅅ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아저씨, 이 아가씨와 언제 결혼했어요?”

“얘는 한번씩 농담도 잘해.”

그날 상준은 그렇게 얼버무리며 넘긴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술 몇잔을 더한 뒤 아쉬워하는 그들을 남겨두고 천천히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왔다.

“아줌마, 이 빵 드세요.”

상준은 빵 한봉지를 도우미 아줌마에게 건네주고 술기운이 있어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낚시 방송을 보며 멍 때리고 있는데 아줌마가 빵을 잘라 가지고 나왔다.

“아줌마 드시지 않고.”

“아직 많이 있어요.”

“상미 왔어요?”

“아직.”

상미는 요즘 바쁜 것 같다. 결혼을 앞두고 수시로 민수와 만나면서 결혼 준비에 몰두하고 있겠지.

아줌마는 잠시 상준의 옆에 서 있다가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왠지 오늘은 자신이 한 일이 찝찝한 기분이다.

뷰미에게 옷을 사준 것까지 괜찮다는 생각을 했는데 뷰리와 뷰미 관계가 걱정이 되었다.

뭐하나 꼭 집히는 건 없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

그 기분을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이 기분은 뭐지?’

빵 한 조각을 먹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밤바람이 무척이나 차다.

남아있던 술기운이 확 달아나는 것 같다.

상준은 터벅터벅 해안가로 나왔다.

상가를 지날 때 다시 베이커리에 들아갔다.

그리고 이번엔 신경을 써가며 종류별로 담았다.

버터크림빵, 블루베리 크림빵, 공갈빵, 프로마쥬, 크로와상, 프레즐, 마늘빵, 초코머핀, 호두버터롤 등을 큰 봉투 두개에 꼭 같이 담았다.

“많이 필요하신가 봐요.”

두 봉지를 사는 상준을 보자 주인인지 알바인지 상준을 처다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떤 빵이 더 맛있는지 몰라 그렇습니다.”

“우리집 빵은 다 맛있어요.”

“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 ‘거짓말.’이란 눈빛으로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정말인데?”

상준의 표정을 보고 마음을 읽었는지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상준은 양 손에 한봉지씩 들고 다슬의 집으로 향했다.

먼저 어머니 방문을 두드렸다.

다슬의 어머니가 상준을 보고 축하부터 해 주었다.

“동생 결혼 한다며?"

"예."

"축하해.”

“고맙습니다. 이것 빵이에요. 어머니 드세요.”

상준은 베이커리가 담긴 봉지 하나를 쥐어드렸다.

“응 고마워. 오빠부터 했으면 더 좋을 걸.”

“글쎄,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오며 다슬의 방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을 느낀 다슬은 얼른 방문을 열어주었다.

“공부하고 있어?”

“응.”

“들어가도 돼?”

다슬은 대답대신 웃기만 하였다.

“자, 베이커리. 맛있는 걸 몰라 골고루 사왔어.”

“아유, 이거 내가 좋아하는 것인데.”

봉지를 열어보며 그를 처다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으니 어머니께서 커피를 끓여 다슬의 방에 넣어주셨다.

“어머니, 귀찮게 해드려 죄송해요.”

“별말씀을 다한다.”

그리고 어머니는 안으로 들어가신다.

“내가 너무 자주 오는 것 아냐?”

“참, 오빠도. 난 매일 오면 좋지.”

“빨리 시험이 끝이 나야 데이트 좀 할 건데.”

“맞아. 빨리 날자가 지나갔으면 좋겠어.”

“넌 용돈 있어? 좀 줄까?”

“아녜요. 나 돈 많이 모아뒀어요. 퇴직금도 받았는걸.”

“그래? 그래도 좀 받아둬.”

상준은 지갑에서 수표 몇 장을 꺼내 다슬에게 내 밀었다.

그동안 돈 한 푼 없는 뷰미에게 너무 소홀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워 다슬이에게 용돈이라 하며 내어준 것이었다.

그리고 상준은 오늘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다슬이에게 털어 놓았다.

저녁을 얻어먹고 집으로 왔는데도 찝찝한 자신의 기분까지 모두 이야기 했다.

“오빠, 그 애들도 여자에요. 오빠는 그 애들이 인간과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렇지 분명 질투심이 있을 거예요.”

“질투심?”

“그럼요.”

“뷰미에겐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에겐 소홀히 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당연히 질두하죠.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그럴까? 그럼 너도 그래?”

“저라고 뭐 여자 아니에요?”

“.....?”

“내 얘기 들으니 질투심이 막 나고 그래?”

“호호. 약간. 상대가 걔들이니 대놓고 말을 못해서 그렇지.”

“....?”

“오빠. 크리스마스 때 뭐하실 거예요?”

“약속 있어.”

“.....?”

“내가 이렇게 대답했거든. 뷰리가 묻기에?”

“정말 약속 있는 게 아니고?”

“있지?”

“누구랑?”

“너랑.”

“나?”

“응.”

“그랬으니 분위기가 그럴 수밖에.”

상준은 커피와 빵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처신에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상준은 연말 결산보고회를 가진 후 전 직원들에게 푸짐한 선물과 두둑한 보너스를 지급하고 격려를 해 주었다.

부장들과 송년회를 가지며 회사의 발전을 위한 단합대회도 가졌다.

대신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다슬이와 함께하며 오붓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엔 중산 일대에 눈이 제법 내렸다.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던 곳인데 올 겨울엔 벌써 세 번이나 눈이 내렸다.

영화를 본 후 무작정 시내로 걷기도 하고 길옆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도 먹고 닭똥집도 먹으면서 옛날에 하고 싶었던 것을 다시 다해 보았다.

청소년으로 되돌아 간 기분.

신기하게도 재미가 있고 이상하게 흥분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송년회는 상미와 함께 부산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 한해를 마무리 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재야의 종소리를 듣고 오랑대에서 일출을 맞이했다.

해맞이를 하면서 새해의 계획을 정리해 보았다.

하나하나가 모두 성공하기를 기원하였다.

일출을 본 후 차가 너무 밀려 일찍 돌아오지 못하고 해광사에 들렀다 귀가하였다.

해광사는 연화산 기슭 기장 해변의 원앙대에 자리하고 있으며 약 100년 전 승려 김목암이 창건하였다고 전해져 온다.

불자들의 원력으로 돌담을 쌓고, 초가로 네 칸의 법당을 지어 바다에서 인양한 목조 불상을 봉안하였으며, 절 이름을 해불암이라 칭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했다.

새해에는 제일먼저 할 일은 상미의 결혼식을 무사히 끝내고 그들의 살림을 내는 일이다.

두번째는 무엇보다 새로운 사업을 완성하는 일이다.

보석 백화점을 개장하고 무엇보다 새해에는 [뉴 해양 컴퍼니]를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일이다.

주식 상장은 상준의 운명을 바꾸게 될 것이다.

기업 자산의 평가가 처음 자산 보다는 30배가 늘었으니 원가 5천원의 주식을 최하 10만원에 상장이 가능하다.

상장 후 주가 변동도 관심 중에 하나다.

그리고 자신은 프로 낚시꾼이다.

동해안 탐사와 서해안 탐사를 완성한 뒤에 괴물 낚시의 기초 자료 확보가 우선일 것 같았다.

좀 더 간다면 제주도 일주도 탐사하고 싶다.

그리고 만약 순조롭게 풀리면 년말 쯤 부터는 본격적인 해외 원정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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