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제멋에 산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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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다슬이 준비한 국수였다.
라면을 먹자고 했으나 다슬은 상준이 잔치국수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고 국수 준비를 하였다.
식자재 마트에서 파는 재첩국을 미리 한봉지 사온지라 금방된다고 하였다.
먼저 물을 팔팔 끓인 뒤 국수를 삶아 찬물에 잘 씻은 뒤 건져 놓고는 재첩국을 냄비에 올려 따끈하게 끓이면서 부추를 송송 썰어 넣었다.
그리고 국수에 넣을 양념을 만들기 위해 잘게 썬 파와 다진 마늘, 고춧가루와 깨소금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몇방울 추가 하였다.
재첩국을 이용한 잔치국수는 국물의 시원한 맛과 양념의 감칠맛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전엔는 먹어보지 못한 나름 독특한 별미였다.
식사를 한 후 햇볕을 쬐기 위해 안락의자를 눕혀 휴식을 즐기다 커피를 내려 나누어 마시면서 다시 낚시를 던져 넣었다.
“아. 따뜻해.”
안락의자의 등받이를 늦추어 누워있기만 해도 좋은 날이다.
정오가 조금 지나자 날씨는 더 화창하고 따뜻한 기분이 전심을 녹여준다.
“이제 입질 안하네.”
“그럼 장소를 옮겨볼까?”
시동을 켜고 나니 인어도 별장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래, 별장에 가 보자.”
상준은 진호동 앞바다를 빠져나가면서 속력을 높였다.
“어디로 가게요?”
“인어도 근해.”
“그럼, 별장?”
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어도로 키를 잡았다.
인어도 남쪽.
평소에는 거의 낚시를 하지 않던 곳이었다.
남쪽에서 보는 별장 모습은 햇볕을 받아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여기에서 해보자.”
상준은 다슬에게 지렁이 미끼를 끼워주고 자신은 새우 미끼를 달았다.
두 종류의 미끼를 달아보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잘 맞는 미끼가 있기 마련이다.
‘오늘은 어떤 미끼를 잘 물어줄까?’
찌는 달지 않고 바닥 층을 노려볼 생각이었다.
수심은 약 20여 미터.
잘하면 광어나 우럭도 한번 노려 볼만하였다.
그리고 상준은 별장 관리인에게 전화를 하였다.
잠 시 후 별장으로 갈테니 미리 별장 난방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바닥에 걸렸나?”
“던진 상태로 감지 말고 줄만 고르고 내버려 둬.”
“다슬은 다시 낚싯대를 건져 상준이 시킨 대로 줄만 팽팽하게 한 채 내버려 두었다.
낚싯줄 끝에는 방울을 달아 두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안락의자에 드러누웠다.
다슬은 다시 팔을 뻗어 상준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얼마 후 상준의 낚싯대에서 딸랑이 소리가 울렸다.
제법 큰 가자미 한 마리가 따라 올라왔다.
방울은 늘 낚싯대를 지켜보지 않아도 소리만 들을 수 있어 좋다.
신속한 챔질이 필요한 예민한 물고기가 아니면 얼마든지 잡아 올릴 수 있다.
다슬은 얼마가지 않아 우럭을 건져 올렸고 이어서 넙치도 잡아 올렸다.
저녁을 먹을 정도는 충분히 될 것 같다.
상준은 요트를 몰아 북쪽 돌계단 아래 요트를 정박해 두고 고기통을 매고 별장 진입로 계단으로 올라갔다.
언제나 약수터가 보이면 습관적으로 달아놓은 바가지로 물을 마신 후 대문까지 도착하여 벨을 눌렀다.
관리인 아저씨가 벨 소리를 듣고 신속하게 뛰어나왔다.
“어서 오세요. 대표님."
"예."
"어? 너 다슬이 아니야?”
“예, 아저씨. 별일 없으시죠?”
“.....?"
상준은 안으로 들어가려다 관리인 아저씨를 보고 당부 말을 해 두었다.
“아참. 아저씨. 들으셨는지는 모르지만 다슬씨는 제 약혼녀입니다. 동네에 괜한 소문 안나게 해 주십시오.”
“그럼요. 대표님.”
원래 관리인 아저씨는 아주머니의 부탁으로 상미가 채용한 분이며 마을 회관 앞에 살고 계신 지역 터줏대감 같은 분이라 다슬이 뿐만 아니라 다슬이 어머니도 잘 알고 계신 분이다.
자칫 이상한 소문이 나면 다슬이 어머니가 곤란할 것 같은 생각이 나서 못을 박은 것이었다.
“참, 대표님.”
이번에는 관리인 아저씨가 상준을 불렀다.
“제가 여기 근무하면서 심심할 때 마다 낚시를 해서 우물 옆 수족관에 고기를 좀 넣어 뒀으니 얼마든지 요리해 드세요. 작은 것은 먹고 좀 큰 것들만 골라 넣어 놨어요.”
“예, 아저씨도 교대 하실 때 건져 가십시오.”
“예.”
상준은 뷰리를 데리고 거실에 들어와서 난방을 확인해 보니 아직은 설렁한 기운이 남아있었다.
좀 더 일찍 전화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오랫동안 보일러를 틀지 않고 비워둔 집이라 설렁한 데다 저녁 무렵이 되니 급격하게 기온은 하강하는데 거실과 방 온도는 빨리 올라가지 않은 것 같았다.
“일단 우리 저녁이나 해 먹자.”
좀 이른 감은 있었으나 이때는 열을 이용하는 것이 실내 온도를 조금이라도 빨리 상승시키는 방법이다.
상준은 희진을 데리고 우울 옆 수족관을 살펴보았다.
관리 아저씨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혹시 겨울에 수족관이 얼까봐서 비닐과 부직포를 이용하여 수족관을 잘 덮어 두었다.
별다른 고기는 보이지 않았고 오늘 잡은 것들과 대동소이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주꾸미 몇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상준은 오늘 잡은 것을 몇 마리 놓아두고 주꾸미와 넙치와 우럭 각 한 마리씩을 건져가지고 주방으로 들어가 식사 준비를 하였다.
다슬은 아직 물고기 손질은 잘하지 못한다.
상준은 주꾸미와 우럭과 넙치를 장만하고 주꾸미는 볶음으로 넙치는 회를, 우럭은 매운탕을 끓이도록 손질을 해 주었다.
다슬은 신이 나는지 연신 콧노래를 부르며 저녁 식사 준비에 전념하였다.
상준은 거실에 나와 다슬이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어머니, 상준입니다.”
“어, 그래. 무슨 일인데?”
“저 오늘 다슬이와 별장에 낚시 왔어요.”
“그래, 별일 없고?”
“네, 여기 있으니 걱정하시지 말라구요.”
“어, 알았어.”
그리고 상준은 전화를 끊었다.
얼마 후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벗어놓은 다슬의 상의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 했다.
“전화 온 것 같애.”
다슬은 미처 벨소리를 듣지 못하다가 상준은 알려주자 얼른 뛰어나와 휴대폰 받아 쥐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슬아.”
“응, 엄마.”
“너 누구하고 있어?”
“친구.”
“무슨 소리야. 너희 둘이 밖에 없어?”
“응, 둘이지 그럼. 또 누구하고 있으려고.”
“너, 미쳤나?”
“뭐?”
“거기 둘이 있으면 어떡해?”
“.....?”
“너 조심 안하고.”
다슬은 어머니가 눈치를 챈 것 같아 얼버무렸다.
‘여하튼 노친네 눈치 하나는 백단이야.’
다슬은 얼른 전화를 끈 후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밥을 차렸다.
오빠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밥을 차린 다는 것이 무척 행복하였다.
무엇보다 앞치마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 거울에 비칠 때 마다 자신이 몸매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스스로 만족하며 미소를 지어 보았다.
“식사하세요.”
별장에 들어오면서 오빠가 관리인 김씨 아저씨께 자신을 약혼녀라 소개하지 않았던가?
‘뭐 약혼녀가 따로 있나?’
자신이 생각해도 약혼녀가 분명한 것 같았다.
‘약혼식을 해야 약혼녀인가? 결혼을 약속한 여자면 약혼녀지.’
상준은 거실로 들어가 식탁에 차려진 저녁상을 보면서 탄성을 발했다.
“와, 잘 먹을게요.”
상준은 식탁 의자를 빼내 다슬을 앉게 하고 자신은 맞은편에 앉아 식사를 하였다.
주꾸미 볶음, 가자미 회. 우럭 매운탕에 기본적인 반찬들이 갖추어져 있다.
“어, 시원해.”
매운탕 한 숟갈을 입에 넣고 마치 노인처럼 표현하였다.
“자기. 많이 드세요. ”
“응? 자기?”
상준은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
왜 그 말에 웃음이 폭발했는지.
식사를 한 후 상준은 커피를 내려 거실 탁자에 가져나와 다슬을 불렀다.
“자기야?”
이번엔 다슬이 홍조를 띠면서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식사를 하고 나니 실내 온도도 많이 올라갔고 몸에도 열기가 나는 것 같다.
이제야 서서히 정상적인 실내 온도롤 돌아오는 것 같다.
“밤 낚시 할 거예요?”
“아니. 오늘 밤은 그냥 쉬자.”
소파에 앉아 채널을 돌려가며 영화 하나를 보기로 했다.
게임에 빠져 이계를 떠돌다 벌어지는 잔인한 전사들과 싸우면서 진정한 용기와 참된 사랑을 확인해 가는 내용이었다.
영화를 보다 다슬은 상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잠이 들었다.
그녀를 깨우고 싶지 않아 영화가 끝이 나자 다시 채널을 바꾸어 도시어부 재방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도 결국 잠이 들었다.
눈이 떴을 땐 이미 거실 커텐에 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상준은 조심스럽게 다슬을 소파에 뉘어두고 커텐을 걷어 햇살이 거실 전체를 비출 수 있도록 활짝 열어 제치었다.
하나로 된 거실 창 넘어 남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아.’
기지개를 켜면서 두 팔을 들어 쭉 뻗으나 손목과 팔꿈치, 발목과 무릎의 뼈가 쭉 늘어나는 기분을 느겼다.
떠오르는 태양을 가슴에 받아 폐속으로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햇살에 눈이 부셨는지 다슬은 소파에서 일어나 멍하니 창가에 서 있는 상준은 보다 얼른 욕실로 들어가 머리를 손질하여 밖으로 나오면서 상준에게로 다가갔다.
“오빠.”
상준은 얼른 다슬을 돌려세워 등을 맞대고 다슬의 팔을 걸어 등에 걸쳤다.
그리고는 허리를 꾸부려 다슬의 발끝이 바닥에 떨어지게 한 후 좌우로 흔들어 주었다.
“으으, 시원해.”
이번엔 자신이 상준을 업으려고 허리를 굽혔으나 그만 거실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상준은 후다닥 몸을 돌려 다슬의 허리를 팔로 두 팔로 감아 당기자 누운 다슬의 몸 위에 엎드리게 된 이상한 그림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자 상준은 온 몸에 힘을 모두 빼 버렸다.
졸지에 누워있는 다슬의 몸에 상준이 엎드린 채 체중을 실은 격이었고 상준의 체중을 느낀 다슬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상준도 더는 움직이지 않고 그녀의 몸 위에 모든 힘을 뺀 상태로 그대로 엎어져 눈을 감았다.
얼마를 지났을까?
“끙.”
상준의 체중에 눌린 다슬은 힘에 겨운지 끙끙거리자 상준은 팔에 힘을 주어 다슬을 들여다 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슬의 팔을 당겨 주었다.
“오빠, 잘 잤어요?”
“아니.”
“왜?”
“너 땜에.”
다슬은 자신이 상준의 어깨에 기댄 채 밤새 있어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엉뚱한 소리가 나왔다.
“치.”
갑자기 다슬은 거실에서 요가 자세를 취한다.
팔을 위로 뻗어 옆구리 운동을 하더니 발목 잡고 당기기, 무릎 굽혀 종아리 펴기, 팔 뻗어 당기기 등의 스트레칭을 하다가 다음에는 바각에 앉아 무릎을 접어 앞으로 머리 숙이기, 윗몸 옆으로 돌리기, 발끝 당겨 종아리 펴기, 다리 벌려 앞으로 숙이기 등 차례대로 하였다.
섹시한 그녀의 모습이 상준의 눈에 황홀하게 다가온다.
‘요가?’
상준은 멍하니 보고만 있다가는 자신도 일어서서 따라 해본다.
다리 뻗어 앞차기, 옆차기, 돌려차기를 하며 몇번 흉내를 내다 다시 소파에 앉아 그녀의 포주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한단계 더 높여 손 짚고 엎드려 윗몸 젖히기, 무릎대고 두팔 뻗어 어깨 누르기, 몸 비틀어 눕기, 똑바로 누워 발바닥을 마주대고 양손으로 모은 발을 잡아 가슴쪽으로 당기기 등 마치 자신의 유연성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완벽한 요가 포스를 취해나갔다.
“어험.”
상준은 요가 자세를 완벽하게 소화시키고 있는 그녀의 몸매를 구경이라도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옆에 누워 다슬의 동작을 따라해 보았다.
그러나 쉽게 되질 않는다.
급기야 다슬은 상준의 자세를 보고 있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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