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136화 (136/225)

〈 136화 〉 인어와 해인(2)

* * *

다음날 아침 상준은 아침을 먹고 불광산 계곡으로 차를 몰았다.

아예 계곡 아래쪽에 주차를 하고 계곡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장안사가 있는 불광산은 기장이 자랑하는 명산 중 하나다.

불광산에는 장안사, 백련사, 척판암 등의 사찰이 있고 숲이 울창하고 활엽수림이 분포하고 있어 여름 뿐 아니라 단풍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장안사로 올라가는 계곡을 따라 나무터널이 형성되어 시원하면서도 주변 경관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길을 따라 숲을 이루어 산을 찾는 사람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에도 나무 그늘이 이어져 있어 산뜻한 기분으로 산에 오를 수 있다.

더구나 계곡 옆 곳곳에는 넓은 공간이 많아 나무 그늘 아래에는 가족 단위로 모여 앉아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사람이 꽤 많이 있었다.

거울처럼 맑고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는 1급수에만 산다는 비단개구리, 가재, 피라미 등이 손에 잡힐 듯 놀고 있다.

온갖 열매와 산나물, 산짐승을 쉽게 만날 수도 있어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이 사람들을 부르고,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또한 단풍이 지고 나면 앙상한 나무가지에 눈으로 덮여 겨울을 동경하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얼마가지 않아 장안사 주차장이 눈에 들어오면서 오른 편에 고즈넉이 자리한 장안사가 앉아 있다.

“와!.”

뷰리는 다시 탄성을 질렀다.

이마에 땀이 흐른 뷰리의 얼굴은 놀람과 기쁨의 연속이었다.

“아름답지?”

“네, 단풍이 이렇게 고운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젊은 남녀 한 쌍이 팔짱을 끼고 대웅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뷰리는 얼른 상준의 팔을 잡고 그들이 섰던 자리에 같이 섰다.

“부처님. 저의 소원을 이루게 해주세요.”

뷰리는 오랫동안 상준을 잡고 기도하고 있었다.

장안사 뒷산은 노란색 단풍이 절정을 이루었다.

산새 모형도 아름답고 풍광 멋졌다.

현재 장안사에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극락전, 응진전, 명부전, 산신각, 천왕문 겸 종각 그리고 요사 등이 있고, 경내에는 3층 석탑과 5층 석탑이 있다.

대웅전은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37호로 지정되었다.

뷰리는 3층 석탑 앞에서 꼭 같은 포스로 무엇인가 기원하였다.

그는 뷰리의 소원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하였다.

돌아오면서 계곡 웅덩이에 발을 물에 담그 보았다.

얼마 전에 온 태풍으로 계곡엔 많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계곡 웅덩이엔 단풍잎들의 물돌이가 일어나고 있었고 물에 담근 상준의 발은 차기가 그지없다.

그래도 시원하다.

계곡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않아 마지막 단풍을 즐기고 있었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였다.

상준은 다시 뷰리를 데리고 대변항으로 돌아왔다.

대변항 방파제 옆 해안 갯바위에 낚시를 던져두고 올 때 사온 참치 김밥과 햄버그를 먹으며 대변항의 마지막 낚시에 몰입하였다.

“잡았어요.”

뷰리가 올린 낚시에 양태 한 마리가 걸려 있었다.

“조심해. 등에 독가시가 있어.”

그래도 뷰리는 매우 좋아했다.

작은 고기라도 상관이 없다.

뷰리는 고기를 뽑아 바다에 던져준다.

그녀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지워지질 않는다.

그냥 즐겁고 힐링이 되면 그것으로 족하다.

얼마 후엔 다시 작은 문어를 건져 올렸다.

상준은 차에 가서 가스버너와 냄비가 들어있는 가방을 찾아 돌아왔다. 그 사이 뷰리는 다시 보리멸 한 마리를 추가해서 잡았다.

보리멸은 작지만 그가 좋아하는 술안주 감이다.

버너에 불을 붙여 문어숙회를 만들고 보리멸을 잘라 회로 만들었다.

김밥을 먹고 햄버그를 먹은 뒤라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초장 맛이부족한 입맛을 보충시켜 준다.

“먹자.”

뷰리도 이제 잘 먹는다.

“아저씨.”

뷰리는 낚싯대를 만지는 그의 입에 보리멸 한 조각을 초장에 찍어 넣어 주었다.

다시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하나 더.”

뷰리는 문어숙회를 찍어 다시 입에 넣어주었다.

“어때요?”

“맛있어.”

그는 접이식 의자를 펴서 찌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고 뷰리는 숙회를 먹으며 수시로 상준의 입에 숙회와 보리멸을 넣어주곤 한다.

“아저씨. 이왕 왔으니 하루만 더 쉬었다 가요.”

“내일 출근은?”

“월차 쓰죠 뭐.”

상준은 잠시 망설였다.

이번 낚시는 이름 그대로 힐링 낚시였다.

처음부터 많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현지에 와 보니 특별히 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안 되는 것도 없다.

상준은 뷰리의 말대로 그냥 하루를 더 쉬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 때 그의 낚시에 신호가 왔다.

챔질을 하면서도 기대를 하지 않고 당겨 보았다.

전해오는 감각이 제법 묵직하다.

‘이건 뭐지?’

'혹시 우럭일까’

감을 잡지 못하고 끝까지 올려 보았다.

“쏨뱅이에요.”

뷰리가 상준이 건진 묵직한 쏨뱅이를 보며 박수를 쳤다.

붉은색 쏨뱅이가 제법 큰 놈이었다.

갯바위에서 간혹 올라오는 고기지만 이렇게 큰 놈은 보기 드물다.

제철 배낚시에서 종종 올라오는 어종이긴 하다.

뷰리도 지지 않으려고 중자 크기의 우럭을 건져 올렸다.

그리고 더는 어신의 소식은 없었다.

뷰리는 또 바다로 뛰어들 기세를 보이더니 그가 말리자 주변 갯바위에서 고동을 잡고 따개비를 딴다.

갯바위에 붙은 돌미역을 건져 올리고 보말을 잡고 배말도 땄다.

"이건 삶아야 겠죠?"

잡은 고동들을 씻어서 냄비에 물을 부어 삶아내었다.

“뭐 하게?”

“이것들로 라면 끓이게요.”

“좀 있다 횟집에 가자.”

“아뇨. 이걸로 라면 끓이면 맛이 죽여줘요.”

결국 뷰리는 삶은 고동과 조갯살을 모두 뽑아내어 라면을 끓였다.

“너, 많이 발전했다?”

“피자집 고양이 치즈 맛 안다고, 제가 아저씨 따라다닌 것이 벌써 얼만데요.”

“그 말이 맞다.”

상준은 뷰리를 만난 때를 돌이켜 생각해 봤다.

그동안 뷰리는 많이 변해 있었다.

맛은 독특하면서도 특히 국물 맛이 제대로 죽여준다.

“아저씨 맛있죠?”

“응, 죽이네.”

라면을 먹으면서 뷰리는 그에게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궁금해 하던 것을 묻고 있었다.

“아저씨. 바다에서 봤던 괴 생명체를 확인했어요?”

인어에 대한 질문을 한다는 걸 알아 체고 있었다.

어쩌면 그때 진주도 부근에서 괴 생명체를 처음 봤을 때 뷰리가 직감으로 물속에 뛰어든 걸 기억하고 있었다.

이미 뷰리는 그 생명체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응, 만났어.”

“저와 같은?”

“아니. 인어.”

뷰리는 더는 묻지 않았다.

상준은 뷰리에게 뷰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저도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그럼 한번 불러 봐. 이미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뷰미라 했어요?"

"응."

"뷰미! 뷰­미!”

얼마 후 뷰미는 거짓말처럼 그들이 앉아있는 건너편 갯바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뷰미를 보자 손을 흔들어 주었다.

뷰리는 뷰미에게 다가가서 무슨 이야긴지 오랫동안 하고 있었다.

상준은 뷰미가 사람으로 변신하면 줄 생각으로 남아 있는 조개 국물에 물을 더 채운다음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맛을 보니 진한 맛은 줄어든 것 같지만 라면 특유의 맛은 여전하였다.

“둘 다 건너와.”

상준은 라면을 떠서 뷰미에게 주고는 뷰리에게도 더 권해 보았다.

“아저씨. 전 배가 불러요. 아저씨 더 드세요.”

상준은 뷰미와 함께 남은 라면을 먹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정립해 주려 생각하고 있었다.

“우린 친구하자.”

결국 뷰리가 먼저 뷰미에게 입을 열었다.

뷰미나 뷰리도 서로의 처지가 비슷한 탓인지 무척 반가운 것 같았다.

상준은 낚시를 거둬 차에 싣고 이들을 데리고 송정으로 향했다.

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한 모텔에 방 두개 잡았다.

“이 방은 너희 둘.”

“이 방은 내방.”

가방과 짐을 방에 넣은 뒤 모텔에서 나와 그들을 데리고 인근에 위치한 비어홀로 들어갔다.

“500 세개.”

상준은 기본 안주로 나온 팝콘 외에도 소세지, 두부, 치즈와 계란말이 등이 담긴 종합 안주 세트를 주문하였다.

오징어와 땅콩 등은 메뉴에 없었다.

이 집은 좀 색다른 것 같았다.

“위하여.”

뷰리는 경쾌한 목소리로 건배 제의를 했고 엉겁결에 뷰미도 따라하였다.

“위하여.”

상준의 이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고 자신의 하는 일이 과연 바른 것인지를 고민해 보았다.

인간 문화가 이들에게 끼치는 영향.

그때 상준의 휴대폰에 벨이 울렸다.

“저는 심 제안이란 학생인데요.”

“심 제안?”

“선배님, 그때 선배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 경영학과 학생.”

“아, 그런데 무슨 일로?”

“그때 강의 마치고 커피타임 가질 때 언제든지 가면 낚시팀에 끼워 주시겠다고?”

상준은 모교에서 요청한 특강을 하고나서 많은 학생들의 질문을 받았다.

그 중에서 어떤 한 학생이 이런 요청을 한 것 같았다.

그때 많은 학생들이 상준의 연락처를 가지고 갔고 그 중에서 몇명이 상준의 낚시에 직접동참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물론 그 때는 딱히 거절할 명분이 없어 얼버무린 것도 사실이었다.

“알았어요. 한번 시간 맞춰 봐요.”

전화를 끊자 뷰미가 남은 잔을 마저 비우고 한잔을 추가하였고 상준의 잔도 언제 비었는지 잔을 채워주었다.

“뷰미, 넌 술을 못마셔 봤잖아?”

“시큼한 게 맛있어요.”

“많이 먹으면 취해. 쓰러진다고.”

“뭐 어때요.”

뷰미와 뷰리는 동족을 만난 것처럼 흥분해 있는 것 같았다.

“우리 노래방 가요.”

“노래방?”

“뷰미도 어디서 노래방 이야기를 들었는지 무조건 가자고 졸라대었다.”

“넌 노래도 못하잖아?”

“누가 그래요. 못한다고?”

“.....?”

결국 상준은 맥주집에서 나와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래방에 들리자 뷰리는 완전 지 세상 같았다.

제일먼저 선미의 “사이렌”을 올려 부르기 시작하드니 소녀 시대의 “몰랐니”를 포함해 메들리로 부르더니 겨우 뷰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맥주 몇 컵에 취기가 오른 뷰미는 상준에게 매달이며 춤을 추자고 하고 스킨십을 하며 자신의 파트너처럼 대하고 있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뷰미였다.

아직 인간 세상에 대해 모를 것 같던 뷰미가 가수 신유의 “반”이란 곡을 신청하여 부르기 시작하더니, 박혜신의 “꽉 잡아라”를 부르는가 하면 비록 박자는 잘 맞지 않았지만 고운 목소리로 열창을 하였다.

‘얘들 참, 웃기네.’

상준은 자신도 점차 흥이 올라와서 임창정의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를 부르며 서서히 노래방 분위기에 빠져 들었고 어느 순간부터 술도 추가하고 음료수도 추가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노래방에 빠져 들었다.

언제 돌아 왔는지 기억에도 없다.

아침에 깨어났을 땐 뷰리와 뷰미는 자기 방에 가지 않고 그의 옆에 포져 뒹굴고 있었다.

“뷰미.”

상준은 뷰미를 깨웠다.

“넌 왜 돌아가지 않았어?”

“아저씨. 뷰미도 저와 함께 살기로 했어요.”

부스스 눈을 뜨면서 뷰리가 대신 대답을 하였다.

"안가도 괜찮아?"

"네, 뭐 뷰리도 아저씨하고 같이 사는데?"

아침 식사를 하면서 뷰리는 뷰미에게 인간 예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 간밤에 어이없는 뷰미의 행동을 목격했나보다.

대둔산에서 상준이 본 뷰미의 모습을 간밤에 뷰리도 본 것 같았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