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 인어와 해인(1)
* * *
상준은 유튜브에 뜬 방탄소년단의 칼 군무를 보며 한국을 빛낸 미국에서 활동하는 그들의 모습에 감탄하고 있었다.
상미는 저녁을 먹고 데이트를 나갔는지 기척이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열어 보라색 진주알이 박힌 목걸이를 찾아들고 다슬의 집으로 갔다.
다슬의 어머니는 모처럼 찾은 상준을 보며 매우 반가워하였다.
다슬은 자기 방에서 열공하고 있나 보다.
“어떻게 연락도 없이 이렇게?”
“네, 그냥 한번 들리고 싶었어요.”
“슬이 만나 보고 왔어?”
“아뇨. 아직.”
“걔 요즘 공부 한다고 잠도 잘 안자.”
“시험 날짜가 다가오니 많이 긴장되나 봅니다. 꼭 합격해야 할 텐데.”
상준은 어머니께서 차를 내어 오겠다며 일어서려고 하자 상준은 극구 말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가는 길에 다슬이 먼나 격려 좀 해주고 돌아갈게요.”
“고마워.”
상준은 다슬이 어머니께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와 다슬의 문을 두드렸다.
펜션을 하는 다슬의 집은 여러 채로 독립이 되어 있어 그녀의 방은 어머니가 거처하는 곳과는 다른 조용한 별채였다.
한때 상준이 이곳에서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그를 본 다슬은 깜짝 놀란다.
“오빠?”
다슬은 그를 보자마자 의자에서 일어나 그의 목을 끌어안고 매달리는 것이었다.
“고생 많네.”
상준은 다슬을 떼어내어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는 호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
그녀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준다.
“이건?”
“별장에서 약속했던 목걸이.”
“아이 참.”
“왜?”
“이런 걸 선물할 땐 분위기를 좀 잡아야지.”
“그래서 밤중에 찾아 왔잖아?”
“분위기 잡으려고?”
“분위기는 잘 모르지만 불만끄면 무드가 잡히잖아?”
“나, 참. 호호호.”
갑자기 밤에 찾아와서 목걸이를 걸어주니 자신이 생각해도 멋대가리 없는 것 같았다.
"미안. 분위기 못살려서."
“아냐. 그게 오빠 매력이야.”
“차나 한잔 줘.”
상준은 의자에 앉아 멀거러미 처다보고 있었다.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다슬의 어머니였다.
깍은 과일과 찻잔을 들고 서 계셨다.
“어머니, 들어오세요.”
상준은 소반을 받아 탁자 위에 올려두고 다슬의 어머니께 들어오라 권했다.
“이 목걸이 선물 받았어?”
“네, 엄마.”
어머니는 목에 걸린 다슬의 목걸이와 자신의 것과 비교하며 몇번이나 예쁘다는 말씀을 반복하셨다.
“엄마, 이 목걸이는 세상에서 하나 뿐인 것이래.”
“그렇겠지. 내 목걸이도 그렇다고 했잖아?”
“맞아요. 어머니.”
다슬의 어머니는 상준의 손을 잡았다.
“연대표, 이제 내가 마음이 좀 편해지겠어.”
“무슨 말씀이세요?”
“요즘 애들 사귀면서 커플링이니 뭐니 하며 서로 잘도 주고받고 하던데.”
“엄마도 참.”
“근데 너흰 그런 거 하는 거도 보지 못했거든.”
“반지는 나중에요.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는 자리를 뜨셨다.
“자네는 좀 더 놀다가. 난 들어가서 이제 자야겠다.”
다슬의 어머니가 안으로 들어가셨다.
“내가 좀 늦었나봐. 어머니께서 걱정을 하셨나 봐.”
“그러기에 말이에요."
"이제 걱정은 하지 않게 해야지."
"전 오빠가 어머니 선물을 해주실 때 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상준은 한참동안 다슬의 앨범을 보며 어릴 ㄸ부터 대학 재학, 심지어 승무원 때 앨범까지 들여다보며 그녀가 공부하는 옆에서 앉아 있다가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튼 날 상준은 동생 상미와 어머니 목걸이도 전해 드렸다.
11월 첫 토요일을 맞이하여 아침 일찍 뷰리와 함께 차를 몰아 진영에서 부산외곽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기장 대변항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이 넓어 주차하기는 매우 좋았다.
생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출조한 뒤였으나 전용 낚싯배를 빌려 타고 출조길에 올랐다.
“요즘 많이 잡히는 어종은요?”
상준은 선장에게 묻자 주로 많이 올라오는 것이 갈치라 했다.
갈치는 낮보다 밤에 많이 잡히는데 집어등을 켜면 풀치들이 제법 올라온고 하였다.
기장 앞바다는 원래 멸치가 유명하다.
기장 멸치라면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곳이다.
대변항 역시 부산시 기상군에 속하는 곳이며 오래된 항구로 잘 알려진 곳이다.
대변항을 떠나 태권 V 등대를 지나 넓은 바다로 나가게 되었다.
그는 갈치 프로들이 하는 배낚시 채비를 하지 않고 바늘에 야광 튜브 목줄을 채비하여 지렁이를 달아 던져 넣었다.
갈치가 올라올 시간도 아니었지만 릴로서 한 마리씩 잡는 방법으로 여러 어종을 노리기 위해서였다.
뷰리 역시 같은 채비를 해 주었다.
뷰리는 바다로 들어가 수영을 하기를 원했으나 수온이 낮아 이곳에서는 좀 곤란할 것 같아 제지하였다.
갈치는 같은 종유의 냉동 풀치를 사용하거나 다른 물고기를 미끼로 많이 사용하지만 상준은 지렁이를 이용하였다.
얼마가지 않았는데 고등어 새끼들이 미끼를 물었다.
작은 것은 놓아주고 큰 놈들은 골라 담았다.
전문적인 갈치꾼들은 고등어가 올라오면 버릴 것이다.
그러나 상준은 그렇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
구내식당이 있기 때문이었다.
명물 낚시팀도 마찬 가지다.
뷰리는 고등어를 잡으면서도 신이 난 것 같다.
항상 그래 왔지만 뷰리는 어종도 구별않고 작은 고기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냥 바다가 좋기 때문이고 그와 함께하는 것이 즐거워 보였다.
지금부터 겨울 내내 고등어 철이다.
오늘은 신기하게도 쥐치도 잡히고 크지는 않았지만 우럭도 걸렸다.
저녁이 되면 갈치를 잡는 낚시꾼들이 많이 모일 것이다.
구태여 배를 타지 않고도 대변항 방파제에 갈치를 잡으려는 많은 낚시꾼이 모여들 것이다.
낮 시간은 그렇게 보내고 대변항으로 귀항하였다.
“식사 뭘로 하지?”
“뷰리는 주변을 둘러보며 멸치회를 먹자고 제안하였다.
요트를 이용해 낚시를 주로하는 상준에게는 빌려 타는 배낚시는 불편함이 많다.
무엇보다 식사 문제가 제일 큰 것 같다. 상준은 뷰리를 데리고 가까운 횟집으로 들어섰다.
멸치회는 두 종류였다.
멸치를 두 쪽으로 세로로 갈라 상추나 깻잎에 싸서 먹는 것과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초장을 듬뿍 부어 무쳐서 먹는 방법이다.
멸치 무침은 미역과 미나리를 골고루 썰어 넣고 무채와 함께 무쳐먹는 것이다.
두 가지 맛이 다 별미다.
밤이 되자 기장 앞 바다는 장관을 이루었다.
멸치잡이 배와 갈치잡이 배가 대납같이 환하게 밝히고 수평선 가까이에 많이 떠 있다.
그는 다시 고기통을 메고 다시 대변항 방파제로 나갔다.
갈치를 잡으면서 힐링 낚시를 할까 해서였다.
이번엔 미끼를 잡은 고등어를 끼워 던져 넣었다.
얼마가지 않아 풀치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낮과는 달리 낚싯대 끝 바로 아래쪽에 집어등을 달았다. 그리고 집어등 아래쪽에 바늘 세 개를 달아 던져 넣었다. 잡힌 풀치를 썰어 미끼로 사용
하였다.
뷰리는 밤이 되자 결국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멀리 가지마.”
줄을 선 것 같은 낚시꾼들의 집어등이 주변을 밝히는데도 뷰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물속으로 잠수하였다.
상준은 가지고온 맥주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시면서 낚시에 전념했다. 드디어 사지짜리 갈치가 걸려들기 시작했다.
간혹 오지 짜리도 눈에 띄었다.
한참 만에 뷰리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춥지 않아?”
뷰리는 기분이 상쾌하다며 오히려 신이 난 것 같았다.
지켜보던 낚시꾼들이 뷰리를 보면서 걱정을 많이 하였다.
“아가씨. 감기 들어요.”
상준은 좀은 염려가 되었으나 말리 수가 없었다.
“아저씨 못 찾았어요.”
“뭐?”
“원석.”
뷰리는 잠수하여 원석을 찾을까 고심했나보다.
“지금 원석이 문제야. 그딴 걸 왜 찾아.”
“그래도.”
상준은 갈치 몇 마리를 더 건지고는 인근 모텔로 찾아 들었다. 이대로 바닷가에 있다가는 뷰리 상태가 걱정이 되어서다.
“혹시라도 감기라도 걸리면.”
그 역시 뷰리가 감기에 걸릴까 걱정을 하였다.
어쩌면 뷰리는 감기란 것을 모를 수도 있지만 상준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병원을 가는 것도 염려스러웠다.
아직 병원에는 가본 일이 없거니와 만약 의사가 진단을 하면 어떤 말을 할지도 단언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모텔에 들어온 상준은 즉시 욕실에 따뜻한 물을 받아 뷰리에게 먼저 씻으라고 했다. 찬 바닷물에 들어간 후라 욕조에 들어가 몸을 녹이라고 일러주었다.
뷰리는 이제 뷰미 보다는 많이 달라졌다.
창피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고 부끄럽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한참동안 욕조에서 몸을 녹인 뒤에 잠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상준도 이어서 목욕을 하였다.
“뷰리, 저기 커피 있을 거야.”
모텔 방에는 온수와 냉수가 나오는 정수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뷰리는 종이컵에 믹스 커피를 넣고는 온수를 받아 저어 주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즐기고 있었다.
“아저씨, 우리 내일 단풍 구경 가요.”
“.....?”
“이제 남부 지방에도 단풍이 한창이래요.”
상준은 요트를 가지고 오지 않는 것이 후회가 되었다.
기장이 멀다지만 못 가지고 올 일은 없을 것이다. 조금 만 더 시간을 내면 얼마든지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것이다.
시속 80Km는 문제도 아니다.
상준은 휴대폰을 꺼내 검색해 보았다.
“그래, 돌아가기 전에 단풍 구경이나 하고 가자.”
장안사 계곡도 단풍이 멋져 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그런대로 단풍이 절정인 것 같다.
“장안사가 좋아요?”
“글쎄. 나도 아직 가보진 못했지. 계곡 단풍이 아름답다고 하네.”
뷰미는 상준의 옆에 앉아 한족 손으로 상준의 팔을 잡고 만지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윤택의 자연인이 방송되고 있었다.
자연인들은 각기 여러 가지 사연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저런 일로 자연에 묻혀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다고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욕심과 번뇌를 모두 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자연이 주면 주는 만큼. 더 이상의 욕심도 내지를 않는다. 소박한 음식과 소박한 환경과 주어진 삶에 몸을 맡기는 것 같다.
마음을 비운 사람들.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 사는 사람들.
상준은 그런 사람들이 존경스러울 때가 있다.
어느 듯 뷰리는 상준의 어깨에 조용히 기댄 채 잠이 들고 있었다.
“자는 거야?”
뷰리는 잠시 눈을 떴다 다시 눈을 감았다.
“방에 들어가서 자.”
“조금만 더 이렇게 있을게요.”
뷰리는 고개를 저으며 상준의 어깨에 기댄 체 한참동안 그렇게 있다 결국 새록새록 잠이 든 것 같다.
얼마 후 상준은 뷰리를 안아 방안에 놓인 침대에 눕혀주었다.
“아저씨.”
뷰리를 팔을 뻗어 상준의 목을 감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상준의 입에 긴 입맞춤을 한 뒤 풀어 주었다.
상준도 그녀의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 주고는 불을 끈 뒤에 문을 닫아주었다.
상준은 다시 휴대폰을 검색하며 부산 주변의 유명한 단풍지역을 살펴보다 즐겨보는 Ebook을 찾아 잠이 올 때 까지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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