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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34화 (134/225)

〈 134화 〉 뷰미와 함께(2)

* * *

상준은 상어볼 살로 회를 뜨서 겨자소스와 함께 내어놓고 전복은 씻은 다음 얇게 썰어서는 소금을 친 참기름소스와 함께 내어 놓았다.

그가 식사준비를 하고 있자 뷰미도 그를 돕겠다며 수저를 놓고 냉장고에 들어있는 울릉도나물 짱아치와 더덕 짱아치를 꺼내 식탁에 올려놓고 공기밥을 펐다.

“많이 먹어.”

뷰미와 마주 앉은 상준은 자신도 모를 묘한 감정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건 상어 볼살회.”

겨자 소스에 살짝 찍어 맛을 본 뷰미는 자신의 입을 의심할 정도였다.

뷰미는 아직 소스의 맛에 길들여지지 않았다.

그냥 먹어도 감미로운 상황인데 소스에 찍어 먹으니 천상의 맛이라 생각되었다.

상준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언제 먹어도 이 맛은 잊을 수가 없다.

뷰미의 식사 모습은 보는 사람들조차 행복하게 만든다.

음식을 씹을 때마다 찹찹하는 가벼운 소리를 내며 이것저것 골고루 입에 넣고 오물조물 씹고있다.

그 모습만 봐도 저절로 입맛이 날아나는 것만 같다.

함께 먹는 사람도 저절로 입맛이 나는 것 같다.

“맛있어 보여.”

“제가요?”

“응, 그렇게 먹으면 복 받을 거야.”

“칭찬 맞죠?”

“맞아.”

하얗게 웃는 그녀의 양 볼에는 작은 보조개가 작게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바다에서 주로 뭘 먹고 살았어?”

언젠가 뷰리에게 물었던 질문이었다.

“이것저것 할 것 없이 잘 먹어요. 다시마와 김, 전복과 소라, 멸치와 홍멸치, 물고기알 등.”

뷰리의 대답이랑 거의 비슷했다.

“모두 날 것으로 먹어?”

상준은 그걸 질문이라고 했나 싶어 자책하고 있는데, 뷰미는 고개를 끄덕였고 익힌 음식을 먹어보니 색다른 맛이 난다고 하였다.

더구나 소스는 처음 먹는 것들이라 입맛을 더욱 돋군다고 하였다.

식사를 하고 난 후 커피를 타겠다고 했다.

물의 양이 좀 적은 것 같았으나 그런대로 색다르기도 하다.

식사를 한 후 다시 낚시에 전념하였고 뷰미는 상준의 휴대폰을 가지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지난 대둔산 호텔에서 샤워를 할 때 부끄러움을 모르고 거실로 활보하던 그때의 모습이 떠 올라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왜 웃어요?”

“아냐.”

휴대폰을 보다 말고 그의 얼굴을 힐끔힐끔 훔쳐보던 뷰리가 입을 열었다.

“아저씨 제가 좀 우습죠?”

“아니.”

“맞는데?”

“아냐. 우습긴 뭐가 우스워?”

“아직 전 인간을 다 몰라요. 제가 잘못하면 이야기 해 줘요.”

상준은 잠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가 고민을 했다.

과연 모든 것을 말해 줘야 할지.

그날 밤 뷰미는 상준을 놀라게 했다.

혼자 잠들기가 무척 외롭다며 그의 방에 건너와 옷을 벗어던진 체 나신의 몸으로 남의 이불속으로 파고들었었

그리고는 그랬다.

“아저씨 저 혼자 심심해서 못자겠어요. 아저씨 옆에서 자게 해 주세요.”

그리고 그녀는 5분이 안되고 잠이 들어 버렸다.

그날 상준은 그녀를 옆에 누워 침만 삼키며 하룻밤을 꼬박 세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자연의 여인.

이성을 모르는 그런 사람 같았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런 것 같았다.

겉은 분명 여자였지만 마음은 그냥 사람일 뿐이었다.

그 날 밤 상준은 완벽한 몸을 가진 여인의 전라를 볼 수 있었다.

본의 아니게 뷰미의 모습을 본 것이었다.

남녀의 감정을 알지 못하는 그녀의 행동에서 마음은 많이 편해졌으나 묘한 아쉬움도 남는 것 같았다.

뷰미는 곧잘 스킨십을 하면서도 아무런 감정도 부담도 없이 그냥 본는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얼마가지 않아 상준의 릴에 신호가 왔다.

농어였다.

여에 부딪치며 일어나는 거품에서 농어가 함께 뛰는 것 같았다.

여는 물위에 드러나지 않고 물속에 숨어 있는 바위나 산호 군락을 의미한다.

이런 곳은 선박에게는 암초가 되지만 물고기들이 많이 서식하기도 한다.

갯바위의 부딪치는 파도의 소용돌이나 여에서 일어나는 파도의 거품이 농어를 불러들이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상준은 다시 여의 물이 도는 주변 바다로 풍성하게 밑밥을 던져 넣었다.

밑밥은 주변 고기들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한다.

얼마 가지 않아 신호가 왔다.

“휘청.”

다시 낚싯대가 수면을 향해 포물선을 그린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른 동작으로 챔질을 하였다.

“물었어요?”

뷰미는 상준을 보며 물었다.

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릴을 감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고기인가?’

처음 보는 물고기다. 대갱이처럼 생기긴 했으나 명확하진 않다. 장어 모양 길쭉하게 생겼으나 크기가 작아 놓아주었다.

“뷰미, 커피 한잔만 더.”

상준은 낚싯대를 걸어두고 안락의자를 뒤로 눕혀 비스듬히 누웠다.

맑은 하늘엔 하얀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아아, 기분 좋다. 이렇게 상쾌하다니.’

상준은 심호흡을 하며 폐 깊숙이 공기를 흡입하여 상쾌함을 즐겼다.

낚시 못지않게 소중한 시간이다.

좀은 쌀쌀하고 어쩌면 시원한 밤 바람이 무척이나 좋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뷰미와 같이 있는 것도 행복하였다.

세상 물정 모르는 건 순진함일까.

바보 같은 것일까?

아니면 무지 일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세파에 때 묻지 않은 천사 같은 소녀라 생각하면 된다.

“커피요.”

“이번엔 더 맛있게 탔네.”

“고마워요. 아저씨.”

“또 뭐가?”

“맛있다고 해줘서.”

“나도 너 많이 좋아졌어.”

“정말요?”

“나 혼자 낚시할 때 내 친구 해줘.”

“말씀만 하세요. 언제든지.”

얼마 후 상준은 감성돔 한 마리와 참돔을 건져 올리고 제법 큰 복어도 건져 올렸다.

‘복어회 맛 좀 볼까?’

언젠가 상준은 복어회를 만들어 먹은 경험이 있다. 그러나 좀 번거로울 것 같아 놓아주었다.

복어회도 피만 잘 뽑아내면 그 맛이 일품이다.

아주 얇게 썰어 소스에 찍어 먹으면 쫄깃한 맛이 죽여준다.

자칫 독이 위험하기 때문에 무자격자는 요리가 금지되어 있다.

그 뒤에는 소식이 없었다.

하늘에는 유별나게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반쪽이 된 하현달은 끝없는 바다를 비춰주고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뷰미는 쉬어야겠다며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바다가 이렇게 넓고 아름다운 무인도가 너무나도 많은데 편안하게 쉴 곳을 갈구하는 것 같았다.

오지랖이 넓은 상준은 그것이 걱정이었다. 이 세상에서 적어도 쉴때 만큼은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가 있어야 하고 편안한 기분으로 잠을 잘 수 있는 것, 이것이 또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 들어가서 푹 자고 가.”

만날 때마다 늘 뷰미는 그랬던 것 같다.

바다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뷰미에겐 늘 편안한 곳만은 아닌 것 같았다.

뷰리가 선실로 들어간 후 상준은 낚시를 던져두고 새로운 기업의 활로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형 유통 사업을 생각해 보긴 했으나 지역 소상인들께 민폐가 너무 많을 것 같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대형매장이나 백화점 같은 것을 설립하게 되면 지역발전에는 도움은 되겠으나 소상인들에게 분명 타격이 클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계를 위협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사업을 하는 상준은 ‘경우의 수’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때 모처럼 상준의 낚시에 신호가 왔다.

챔질을 하였으나 꼼짝을 하지 않았다.

“바닥을 쳤나?”

어떻게 보니 땅바닥에 걸린 것 같기도 하고 해초에 걸린 것 같기도 하다. 조금씩 당겨보니 돌은 아닌 것 같다.

‘해초류인가?’

혹시 하고 그냥 걸쳐두고 선실로 들어왔다. 선실에는 뷰미가 모포를 덮고 자고 있었다.

베개를 내려 머리를 고여 주고 어군 탐지기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난 후 수중탐지기 까지 내려 보았다. 역시 잘 보이지를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낚싯대를 힘차게 당겨보았다.

그제야 묵직하게 달려 올라온다.

전해오는 감각이 문어였다.

물을 차고 나가는 것도 느끼지를 못하겠고 발버둥을 치는 것도 아니다.

무게만 묵직하고 움직임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바다쓰레기거나 아니면 문어다.

올라온 것은 제법 큰 돌문어다.

돌문어 중에서는 보기 드문 놈이다.

바늘을 빼고 고기통에 담고는 다시 던져 넣었다.

혼자 앉아있으니 소식도 없고 지루하기만 하였다.

그래서 낚시는 혼자 하는 것보다 친구와 하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

벌써 시간은 새벽 세시에 육박하고 있었다.

벌써 멀리서 낚싯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새벽 일찍 출항한 것이 분명하였다. 갯바위 마다 사람을 내려주고 다시 떠난다.

갯바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프로 낚시꾼이다.

생활 낚시인들은 배낚시를 주로 한다.

낚시에도 생존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

남보다 일찍, 남보다 더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싶다. 그러다 보니 새벽잠을 설친다.

상준은 닻을 올리고 절벽에 좀 빠져 주었다.

그리고 잠깐 눈을 붙이려고 모포를 가져 나와 뒤집어 쓴 다음 안락의자에 길게 누웠다.

편안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해가 뜰 때 까지만 눈을 붙였다가 오전 까지만 하고 돌아갈 작정이다.

그리고 깊이 잠에 빠져 들었다.

언제 일어났는지 뷰미가 와서 상준의 볼에 입맞춤을 하였다. 상준은 잠결에 뷰미의 허리를 당기며 입을 맞추었다.

짜릿한 기분이 전신을 타고 조르르 흐른다.

“아저씨.”

깜짝 놀라 일어나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뭐지?"

눈을 번쩍 떠보니 꿈이었다.

뷰미가 옆에 앉아 해맑은 모습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제야 상준은 손잡이를 당겨 안락의자의 등받이를 세웠다.

해가 벌써 제법 솟아올랐다.

인근 바다에는 낚싯배들이 여러 척 드러와 있었다.

가까운 배에서 소리를 지른다.

“좀 잡았어요?”

상준은 대답대신 손을 흔들었다.

“식사 하세요.”

“식사?”

“아침 준비 해뒀어요.”

선실로 들어가니 식탁 위에는 문어 숙회와 어제 먹고 남은 겨자소스가 올라있었다.

그리고 울릉도 나물 짱아치와 참치갠도 놓여있었다.

"밥은 어떻게 지었어?"

꼬실, 꼬실한 밥그릇이 소복하게 담겨 있었고 숟가락과 젓가락도 질서 정연하게 놓여있었다.

“너, 제법이다.”

뷰미는 웃으면서 참치캔을 따라는 시늉을 했다.

갑자기 상준은 본 듯한 넌센스 퀴즈가 머리에 떠올랐다.

"넌센스 퀴지 하나 낼까?"

"네."

“세상에서 제일 값비싼 새가 뭔지 알아?”

“봉황.”

“땡.”

“그럼?”

“백조.”

"백조가 왜요?

"일조도 십조도 아니고 백조잖아?"

“헤헤헤.”

해맑게 웃는 뷰미가 너무나 탐스럽다.

“그럼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밥은?”

"잔인한 밥?"

"응."

“모르겠어요.”

"그럼 잔인한 김 밥은?"

역시 뷰미는 고개를 흔든다.

“산∼채 비빔밥.”

“호호호.”

그렇게 식사를 한후 한 참을 더 바다에서 맴돌다 돌아오게 되었다.

돌아오면서 남해 미조항에 들러 갈치회 맛을 보고 귀항하였다.

잡아온 괴물 상어고기는 특별히 잘 냉동 보관하라 아줌마께 부탁하고 10월의 마지막 밤을 평가해 보았다.

이렇게 또 한 달이 가는 구나.

다음에는 또 어떤 계획을 세울지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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