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133화 (133/225)

〈 133화 〉 뷰미와 함께(1)

* * *

명물 낚시팀의 조과 보고는 상준의 마음을 더 흐뭇하게 만들었다.

이젠 자신의 조과보다 이들의 조과 소식이 더 기쁘고 반가웠다.

회사 게시판에도 이들의 소식이 자주 올라온다.

그들의 소식이 자주 올라 와야만이 그 만큼 회사는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그 소식은 또다른 의미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의 만든 낚시팀의 목표가 도달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사업 구상에 전념할 수도 있거니와 빨르면 내년 봄 쯤 회사 상장도 가능할 것 같았다.

[주식 상장]

상장만 된다면 자신의 목표가 한 단계 더 상향될수 있다.

실적을 분석해 봐도 상장 주가가 원가의 지금의 10배는 될 것 같다.

실제 가치가 높다는 분석이다.

이대로만 간다면 상장된 이후 주가는 10배는 더 뛸 것이다.

가을 단풍 구경을 나름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였다.

원래 이번 가을에 직원 단체연수(단합대회)를 고려하고 있었지만 한꺼번에 회사 전체가 쉴 수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봄으로 연기하였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어디에서 보낼지도 탐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의 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다.

[여수 연도]

연도 등대 앞바다 갯바위 부근이 낚싯배들이 많이 들어오는 포인트였다.

상준은 이곳을 10월을 보내는 마지막 낚시 포인트로 선정하였다.

‘혼자 갈까?’

아무래도 혼자는 무리일 것 같다.

본래 밤낚시는 2인조는 되어야만 한자.

2인조가 되야만 안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무슨 일이라도 혼자서는 위험하가.

그래서 항상 2인조를 강조한다.

대물을 걸어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낚시팀은 이제 그들만으로 제 역할을 하는데 구태여 그들을 대동할 이유가 없어졌다.

요즘 상미는 종종 오빠께 충고를 한다.

낚시를 접고 회사 경영에만 주력하라고 권하곤 한다.

바다에 나가면 돌아올 때 까지는 늘 걱정이 된다고 하였다.

어머니도 그러시고 다슬이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네도 좀 쉬어. 너 아니라고 돌아 가젆아?”

어머니의 충고이면서 상미와 다슬의 의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프로 낚시꾼이라 자부하고 있다.

아무리 회사가 번창하드라도 낚시와 자신은 떼어 놓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어느 날 낚시부 이차만 부장의 건의가 올라왔다.

명물 낚시팀에 낚싯배 한척을 구입해 달라는 특별 건의였다.

어차피 그들이 남의 낚싯배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해안 갯바위를 사용하다 보니 불편함이 많고 조과에도 차질을 준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럴까?'

낚싯배 구입을 허용해 주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낚싯배를 구입하면 자격과 경력을 갖춘 선장을 채용하는 일이었다.

그렇게만 되면 실질적인 낚시팀이 완성되는 꼴이다.

잠깐 뷰리를 생각해 보다 그것도 접었다.

엄연히 자기 직책이 있고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고 있는 아이를 본인의 필요에서 불러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이번엔 뷰미를 생각해 봤으나 가을 산행을 같이 다녀 온 터라 그도 접었다.

‘이번엔 혼자 다녀올까?’

‘이래서 낚시꾼은 외롭다고 하는 것인가?’

언제나 함께 같이 갈 친구가 있는 낚시꾼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지 못하면 혼자 다닌다.

때로는 가족과 때로는 친구와 다니기도 하지만 늘 그럴 수 없는 것이 낚시꾼이다.

젊은 아빠들은 부인을 대동하거나 어린 아이를 데리고 갈 경우도 있다.

아마 그러고 싶을 것이다.

혼자 가기엔 고독이 너무 싫고 외로움을 탈 때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안 되면 혼자 간다.

상준의 이번 낚시가 바로 그런 것 같다.

오전 출근으로 회사 일을 끝내고 점심 식사 후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어디로 가실 거예요?”

도우미 아줌마였다.

“여수 연도로 갈 예정입니다.”

“저도 한번 가보고 싶어요.”

순간 상준은 도우미 아줌마와 함께 갈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또 마음을 접었다.

독자들이 봐도 그것은 아니란 생각을 할 것 같다.

도우미 아줌마도 같은 식구란 생각을 한다면 같이 가는 것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줌마의 근황이 안 될 같다.

아줌마의 말은 생까기로 하고 준비를 마친 상준은 마트에 들어 반찬을 할 캔 종류와 맥주를 챙겨 요트에 올랐다.

남해와 오동도 해협을 지나 돌산도를 지나가는 바닷길은 언제 보아도 멋진 풍경이다.

지난 번 태풍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는 하나 스쳐가는 뱃길은 아름답기만 하다.

그들의 고통이 마음에 닿지 않아 미안할 뿐이었다.

청정해역.

연도 등대 앞까지 얼마 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언제 보아도 우리의 가을 하늘은 맑기 그지없다.

햇살도 따뜻하고 바람도 상쾌하였다.

목적지에 도착한여 채비를 한 후 낚싯대를 던져 놓고 거치대에 꽂아 두었다.

이 타임에서 뺄 수 없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과거 같으면 담배 한개피다.

지금도 담배 생각이 종종 나곤 한다. 그러나 상준은 커피를 타서 들고 나왔다.

의자에 앉아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모든 것을 다 잊게 해 준다.

그것이 행복이며 낚시의 시작이다.

처음 올라온 고기는 참돔이었다.

이곳 여에서는 주로 감성돔이나 참돔이 잘 잡힌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다시 얼마나 지났을까.

맑고 맑은 청정바다에서 푸른 섬광이 일렁이고 있었다.

크기로 봐서는 분명 대물이다.

놀아나는 모습과 돌아서는 모양이 어디선가 분명히 본 놈 같았다.

‘물어라. 10월의 마지막 날. 난 너를 기념으로 잡아주겠다.’

“드르럭.”

챔질을 한 그의 입가엔 야릇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의 팔은 심하게 요동쳤다.

이런 장면을 보는 사람이 없으니 그는 안타까웠다. 혼자 느끼기엔 너무나 아깝다.

“......?”

“너 언제 왔어?”

요트의 앞쪽에 인어소녀 뷰미가 매달려 있었다. 새하얗게 미소를 머금은 천사 같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아직 말문이 터지지 않았다.

뷰미가 보고 있다는 걸 느낀 순간부터 본연의 폼을 잡고 있었다.

왼쪽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고 팔굽을 접어 어깨높이 만큼 잡아당긴다.

억샌 그의 팔뚝에서 힘이 솟구친다.

오른 손엔 릴을 쥐고 당당하게 서있다. 발버둥치는 놈의 저항에도 꼼짝을 않고 버티고 있다.

‘한번 해보자. 누가 이기나.’

이런 맛이 없다면 누가 낚시를 계속할 수 있을까?

오늘도 남해는 그의 것이다.

세상이 모두 그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 같다.

아니 그런 착각을 하고 있다.

“흐흠.”

상준의 입에서는 가는 신음이 흘러 나왔다.

조금 전부터 릴을 감기 시작한다.

잠깐동안 낚싯대를 늦춰 줬다가 다시 당기며 감기를 반복한다.

“푸르륵.”

세계 최강 뉴해양 릴도 역 방향으로 두세 바퀴 풀리다 다시 감긴다.

족히 30여분은 흐른 것 같다.

오늘 같은 날씨에도 상준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주르르르”

이제 놈이 지친 것 같다.

상준은 빠르게 릴을 감아올리며 조금도 놈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퍼드득. 드드득.”

결국 놈이 버티지를 못하고 물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쳤다 다시 떨어진다.

놈의 마지막 몸부림이다.

상준은 잽싸게 줄을 감으며 요트에 접근한 놈의 멱살을 가차 없이 갈고리로 찍어 걸었다.

그리고 요트 안전망에 갈고리를 걸었다.

성공이었다.

괴물 상어였다.

구룡포 정포항에서 잡은 놈과 거의 크기가 비슷한 것 같다.

괴물의 크기는 약 1.8 m, 무게는 70 Kg.

그제야 상준은 뷰미의 팔을 잡아주었다.

물속에서 세차게 날개짓을 하며 요트 갑판위로 뛰어 올랐다.

의자를 가져다 내어 주었다.

고개를 끄덕인다.

고맙다는 인사 같다.

드레스에 가려진 그녀의 꼬리가 은색을 티며 그의 눈에 들어온다.

의자에 앉은 뷰미는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정리한 후 드레스로 감아 올려 자신의 몸에 맞게 쓰다듬었다.

그는 즉시 선실에서 도마를 들고 나와 수족관 뚜껑위에 걸쳐놓았다.

괴물상어의 해체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해체 작업은 상준의 전문이다.

포항에서 처음 잡을 때는 전문가에게 의뢰했지만 이젠 이런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먼저 지느러미 상아와 이빨 상아를 모두 채취한 후 상어의 볼살을 도려내었다.

배를 갈라 쓸개를 열어보니 구슬 크기의 사파이어 원석이 들어있었다.

그것도 두개엿다.

부위별로 나누어 모두 냉장실에 보관하였다.

미식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괴물 상어의 부위별 살점이었다.

평생 동안 괴물 상어의 맛을 보기 위해 유명 횟집마다 예약 손님이 많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잘하면 진호 해수욕장 주변 어느 횟집을 다시 전국 유명 횟집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이 기회에 유명 횟집을 한번 개장을 해봐?’

상준은 잠깐 이런 생각을 하다 혼자 피식 웃어 버린다.

지역 상권에 피해를 주지 않고 성공을 하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철학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저씨.”

드디어 뷰미의 말문이 터졌다.

“응. 잘 지냈어?”

“이번엔 왜 혼자 오셨어요?”

“응, 글쎄.”

“저 오라고 그런 거죠?”

“.....?”

뷰미의 말을 듣고 보니 그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라서 마음을 들킨 소년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양동이로 바닷물을 떠서 갑판 위를 모두 씻어 내린 다음 뷰미의 발에 물을 부어준 뒤 단화를 가져 나와 신겨주었다.

그제야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뿐히 갑판위로 걸어보았다.

다시 채비하여 낚싯대를 던져 넣고 의자에 앉았다.

뷰미는 상준의 옆에 앉아 자신의 드레스를 뒤집어 보고 있었다.

“제가 몰랐는데 드레스에도 이런 호주머니가 있더라고요.”

“호주머니?”

상준도 처음 듣는 말이라 그녀가 가리키는 호주머니를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호주머니에서 세개의 원석을 쥐어주었다.

“이건 선물.”

“나, 너 땜에 금방 재벌 되겠어.”

“재벌 되더라도 저 잊으면 안돼요.”

“.....?”

상준은 뷰미의 머리를 당겨 그녀의 볼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너무나도 섹시한 그녀.

그의 마음은 다시 흔들렸다.

“그라캔. 잠깐만 보자.”

상준이 갑자기 크라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때를 맞추어 상준의 폰에 진동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저씨, 뷰리에요.”

“응, 뷰리 원일이야?”

“아저씨, 혼자 낚시 가셨다면서요?”

“응, 그랬지.”

“그럼. 저와 함께 같이 가시지?”

“너, 근무 중이잖아. 주말도 아닌데?”

“그야 그렇지만.”

“다음에 같이 오자.”

전화를 끊고 저녁 식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크르릉.”

“크라캔?”

뷰미는 크라캔을 보자 손을 흔들었다.

상준은 얼른 냉장실에 넣어둔 괴물 상어고기 한 뭉치를 비닐을 벗긴 다음에 크라갠에게 던져주었다.

“크릉.”

크라캔은 긴 다리로 상어 살점을 받아 입에 넣었다.

큰 눈을 살짝 감고 오도독, 오도독 고기덩이를 먹고 있었다.

보통 때와는 다른 엄청난 맛을 음미하는 것 같았다.

“크릉,”

“크라캔도 상어고기 맛을 아는가 봐요.”

뷰미의 말을 듣고 보니 상준도 똑 같은 생각을 하였다.

“너를 부른 건 이 고기맛을 보라고 불렀어. 항상 조심해.”

상준이 손을 흔들어 주자 크라캔은 조용히 물속으로 잠수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손바닥 크기의 전복 하나를 갑판위에 놓아두고 다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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