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 섹시한 뷰미(2)
* * *
“그 손 치워.”
당황하는 뷰미의 앞을 막으며 다시 상준은 타이르듯 달랬다.
“술 취하신 것 같으니 그만 가세요.”
“시발새끼. 뭐라카노?”
“야 너 죽고 싶어?”
상준은 들고 있던 종이 가방을 뷰미에게 건네주며 짜증난 목소리로 경고하였다.
“그만 둬. 죽기 싫으면.”
“뭐? 이 새끼가. 어디 이런 건방진 놈이 있어.”
상준은 그놈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발 제대로 판을 벌려 줬으면 하고.
“죽었뿌라. 이 새끼.”
드디어 놈들은 상준에게 걸려들었다.
상준을 향해 발길질을 하였고 한 놈은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래, 잘 걸렸다."
“아야!”
상준은 일부러 비명을 질러주었다.
그러자 이번엔 다른 한 놈이 상준의 머리를 행해 발을 올려찬다.
순식 놈의 발을 잡아 가볍게 비틀면서 확 밀어버렸다.
“쿠당탕,”
놈은 머리가 벽에 부딪치며 뒤로 벌렁 자빠졌다.
그러자 다른 놈들이 한꺼번에 그를 향해 덤벼들었다.
슬쩍 발을 걸어 넘어지는 놈의 턱을 무릎으로 킥을 하고는 다리를 든 놈의 사타구니를 가볍게 한방에 가격해 버렸다.
주먹을 휘두르는 또 다른 놈은 가볍게 팔을 당겨 옆에 있는 놈과 머리통을 충돌시켰다.
“흑.”
불과 2분 여 만에 5명의 주정꾼들이 모두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때 저 골목에서 후리후리한 키에 검은 신사복을 단정하게 입은 청년 하나가 이들 곁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야, 너들 지금 뭐하고 있어?”
나뒹굴고 있는 청년들을 보며 그 젊은 신사가 힐책하면서 물었다.
“형, 이 새끼 봐. 우릴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
“형님. 오늘 시발 더러운 놈 만나서.”
“조용해. 너거 또 술 처먹었구나? 너희 들 언제 인간 될래?”
그 사람이라도 태도가 달라 보여 다행이라 생각했다.
상준은 그들 보며 변명을 하려했다.
그가 갑자기 상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형님, 상준이 형님?"
"....?"
"접니다.”
“.....?”
“제가 추병연입니다.”
“추병연?”
“네, 형님 덕분에 인간이 된 추병연입니다.”
“아니 그럼 그.”
“예, 맞습니다.”
상준은 그제야 기억에 떠올랐다.
언젠가 끈질기게 자신을 미행하다 결국 자신의 집과 사무실을 턴 그 때 그놈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 때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얼굴도 다르고 입고 있는 옷도 다르고 말과 행동도 달라 보였다.
“야들, 용서해 주십시오. 형님.”
“용서고 뭐고.”
“야, 이 형님이 누군지 알아? 나의 은인이시다.”
“은인은 무슨.”
“어째든 반갑습니다. 형님을 만 난 이후로 전 바르게 살고 있습니다. 야들은 원래 같은 동네에서 자란 후배들인데 모두 실직하여 취업이 안 되다 보니.”
“그래도 그렇지.”
“야들도 그리 나쁜 놈은 아닙니다. 세상이 더러워서 그렇지.”
“.....?”
“이분이 형수입니까? 형수님 정말 예쁘시네요.”
“그건 됐고, 이 친구들 주의 좀 줘라.”
“야, 너희들 용서 안 빌고 뭐하나?”
“죄송합니다. 형님. 술김에 저희들도 그만.”
“알았다. 우린 간다. 다음에 보자.”
“잠깐만요. 형님. 여기 명함. 형님 소식은 잘 듣고 있습니다.”
상준은 뷰미를 데리고 선착장으로 나갔다.
뷰미는 아직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상준의 팔을 붙잡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요트에 오른 상준은 뷰미의 손을 꼭 잡아주자 뷰미는 울음을 터뜨리며 상준의 품에 안겨들었다.
“이제 괜찮아.”
상준은 뷰미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다시 신항으로 돌아온 뷰미는 옷을 갈아입고 토요일 아침 일찍 선착장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조용하게 물속으로 입수하였다.
뷰미와 헤어진 상준은 많은 갈등을 하게 되었다.
제일 마음에 걸리는 건 다슬이었다.
아무리 다슬이가 뷰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하나 둘이 이렇게 약속을 하여 데이트를 한다는 건 모른 것이다.
단풍 구경이 전부겠는가?
단풍 구경은 핑계일 것이고 자신과 함께 보내고 싶어하는 뷰미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상준은 다음날 다슬을 불렀다.
모처럼 만나 차 한잔하고 싶다는 것이 부른 이유였다.
“내가 괜히 불렀지?”
“아니에요. 나도 좀 쉬고 싶었어요.”
상준은 시험 준비에 바쁜 다슬을 오게 한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에게 차를 부탁한 다음 임용고사에 대해 물어보았다.
일단 11월 말에 이론 시험을 먼저 치른다고 하였다.
내용은 주가 교육학이고 교과 교육학, 교과내용 이론시험을 본 뒤 이론시험에 합격하면 실기시험에 응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일단 이론시험을 잘 봐야겠네.”
다슬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부지방은 벌써 단풍이 절정이래. 난 내일 단풍 구경가려고 그래.”
“어디로?‘
“대둔산 가려고,”
“대둔산 좋지. 아쉽네.”
“우린 올해 단풍 구경은 미루는 게 맞겠지?”
“아쉽지만 그래야겠죠?”
“그럼 시험 끝나고 나면 재미있는 시간 보내.”
다슬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쉬워하였다.
토요일 새벽 일찍 차를 몰아 계류장에 나갔더니 벌써 뷰미는 기다리고 있었다.
요트의 문을 열어주었더니 뷰미는 야외로 나갈 옷을 갈아입고 상준의 차에 올랐다.
대둔산 코스는 먼저 진주인터체인지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뷰미는 상준의 옆에 앉아 너무나 들뜬 마음으로 잠시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처음 보는 것이니 수시로 탄성을 연발하였다.
지리산과 덕유산을 지날 때 도로 주변 풍경도 장난이 아니었다. 오색 물결이 도로 얖편에 수시로 등장한다.
자신도 뷰미 못지않게 감탄을 연발하였다.
함양 휴게소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였다. 뷰미는 신고 있던 하이힐을 얼마가지 않아 벗어버렸다. 처음 신는 신발이라 발이 아프고 걸음이 불편했다. 휴게소에 들렀을 때 상준은 단화를 꺼내 신발을 바꾸어 주었다.
하이힐은 초보자가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신발은 아닌 것 같았다.
덕유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는 금산 IC 에서 빠져나왔다.
대둔산 등반은 준비 자체가 불가하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힘을 들이지 않고도 단풍 구경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어두고 계곡 풍경을 감상하며 걸어 올라갔다.
매표소 앞에는 표를 사려는 늘어선 인파가 엄청나게 길었다.
마음 같아서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정상까지 가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그곳 까지 갔다가 돌아 올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기다리기로 하였다.
만약 혼자라면 등반로를 따라 올라갔겠지만 뷰미가 있어 그럴 수도 없었다.
산행을 하기에는 뷰미의 복장이 편하지를 못하였다.
주말이라 그런지, 단풍철이라 그런지 무척 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었다.
여기까지 온 것 만해도 주변 풍경이 너무나 좋은데 인파에 밀려 단풍 풍경이 색을 잃는 것 같다.
사람구경이라 표현해야 할 것 같다.
가을 색은 눈이 부셨고 산정을 올려다보니 산새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단풍과 바위산이 조화를 이루어 그림 같은 장면을 연상 시켰다.
두 시간이나 기다렸을까?
겨우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케이블카를 탄 시간은 불과 5분정도 되었을까?
울긋불긋 물든 산이 눈 아래 쭉 펼쳐지면서 모두 탄성과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저절로 튀어 나온 환호의 탄성이다.
"우와"
뷰미는 아무 말 없이 눈 아래 펼쳐진 가을의 풍경에 빠져 들었다.
‘무슨 생각에 빠져 있을까?’
겨우 발걸음을 옮긴 곳이 인파가 북적이는 대둔산 흔들다리였다.
단풍잎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해 보였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때때로 바다에 혼이 뺏겨 왔지만 산은 산대로 또 다른 마음을 뺏어가는 듯하다.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단풍에서 갈색 잎사귀까지 모두 함께 어울려 더 아름다운 산야를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울 것이리라.
하나하나가 소중하지만 전체라서 더 아름다운 가을의 절경.
그것이 바로 절정을 이룬 가을의 단풍 축제라 생각되었다.
모두가 사진을 찍느라 바쁘게 움직였고 산행의 추억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서 그 추억을 잊지 않으려고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상준은 흔들다리를 배경으로 하여 셀카를 찍었다.
다슬이에게도 보내 주었고 상미에게도 보내 주었다.
그것이 단풍 구경의 히로인 같았다.
그리고 만끽했다.
케이블카를 설치한 덕분일까?
노인들도 많이 보이고 할머니들도 매우 많았다.
그 뿐만 아니다.
어린 아이에서 초등학생.
심지어 아빠들께 안긴 아기까지 있다.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정상에 모였다.
복장도 가지각색이다.
등산복으로 무장한 사람들과 간단한 나들이 복장에다 구두를 신은 중년 아저씨와 아줌마도 보였다.
노인들 까지 합세를 하다 보니 현대 시설의 장점을 한 눈에 다 볼 수 있어 좋았다.
마치 각지각양 단풍처럼 사람들의 조합도 똑 같이 좋아 보였다.
약간은 쌀쌀한,
그러면서도 시원한 바람도 좋고, 공기도 좋았다.
단풍은 가히 절정이라 할 수 있었다.
뷰리는 늘 상준의 팔을 끼고 마치 연인처럼 행동을 했다.
상준도 역시 싫은 눈치는 아닌 것 같았다.
많은 연인들이 단풍을 찾는 이유는 뭘까?
하산을 한 후 휴양림을 돌아본 후에 인근 호텔에서 일박을 하게 되었다.
이날 밤 상준은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뷰미를 이해를 하게 되었다.
뷰미나 뷰리는 사람들을 경계하면서도 남자를 경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뷰리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런 점이 있었지만 뷰미 역시 그랬다.
남자라고 해서 더 부끄럽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고 자신의 나신을 남에게 보여주는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지금은 많이 달라지긴 했으나 뷰리도 처음엔 그랬는 것 같았다.
아직도 좀 그렇다고 할까?
하물며 뷰미는 육지 생활의 초년생과 다름없다.
스스럼없이 그의 앞에서 옷을 벗고 욕실을 드나들며 가슴의 노출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모든 것을 알고 보니 지극히 당연하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바다 생활에 젖어 남을 의식하거나 부끄럼을 타거나 노출을 하는 건 아무 의식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들의 생활방식이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누가 이들을 부끄러움을 모르는 아가씨들이라 욕을 할 수 있을까?
철면피라 할 수도 없고 예의를 모른 다고 탓할 수도 없다.
태어난 이후로 처음부터 늘 그렇게 자유롭게 살아온 그들의 본성이기 때문이었다.
잠을 잘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풀리면 남녀의 구별이 전혀 없다.
상준의 품에 파고들었던 뷰리나 지금의 뷰미도 똑 같았다.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 자신이 더 우스운 꼴이었다.
잠을 잘 때 옷을 입고 잔다는 것도 얼마나 그들에게 거추장스럽겠는가?
남들이 본다고 가린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있는 그대로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신의 몸으로 상준의 침대에 올라왔다.
상준을 보며 얼굴을 만져보고 가슴도 만져본다.
그가 안아주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그들에게는 순결을 지킨다는 개념도 없었다.
그냥 순결하게 살아온 것이었다.
순결에 대한 관념은 인간이 만든 하나의 룰이다.
그런데 지금 뷰리는 많이 변했다.
인간의 문화와 관습을 배우고 인간의 문자와 역사도 안다.
그러나 뷰미는 그런 것도 없다.
그냥 순박하고 순진하고 착한 인어다.
그것이 착한 것인지도 자신은 모른다.
은혜를 입으면 고맙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도와주면 감사하다는 건 아는 것 같다. 그리고 보답은 하려고 한다.
그것이면 족하다.
상준은 인어 소녀 뷰미와 하루 밤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니 뷰미의 얼굴은 더 화사하였다.
생애 가장 즐거웠던 밤이라고 자랑을 하였다.
그리고 상준에게 감사하게 생각했다.
이런 좋은 곳에서 많은 볼거리와 경험을 하게 해준 그런 고마움이었다.
상준은 뷰미를 데리고 인근 식당으로 나와 점심식사를 하였다.
토종닭 집에서 백숙을 먹었다.
“맛있어요. 이런 것도 처음 먹는 음식이에요.”
상준은 고기를 골라주며 뷰미의 얼굴을 다시 확인하였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대둔산 단풍처럼 검은 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인어의 눈. 마치 투명한 보석처럼 상준의 머리에 많은 생각을 남겨주고 있었다.
약간은 노란색 단풍을 연상하게 하는 투명한 눈동자.
울긋불긋 물든 단풍나무 사이에서 홀로 녹색 푸름을 간직한 침엽수 한 그루처럼 그녀의 몸매는 고고하면서도 매혹적이다.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도 물들지 않은 가을이 있다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가을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느낌을 주며 더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겸손한 마음으로 단풍을 보면서 소박한 진리를 찾아낸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하여 그들의 가을 단풍 구경은 막을 내렸다.
“단풍은 어땠어?”
“정말 황홀해요. 너무 아름다워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일 거예요.”
‘그녀의 평생은 얼마일까?’
“아저씨 은혜 정말 잊지 않을게요. 너무너무 감사해요.”
뷰미는 헤어지면서 상준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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