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섹시한 뷰미(1)
* * *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 낚시를 시작하게 되었다.
밤낚시는 본래 그가 가장 선호하는 낚시 스타일이다.
팀장 박일준과 사원 양주리도 흥미롭게 낚시에 빠져들었다.
“박 팀장님. 우리 회사 슬로건이 뮌지 아세요?”
“네.”
“저도 알아요.”
“낚시도 마찬가지예. 일이라 생각지 말고.”
[무엇을 하든 즐기면서 하자]
“멋진 슬로건입니다.”
“바로 우리에게 맞는 적합한 슬로건 이죠.”
그때 그의 눈에 손가락 크기의 작은 섬광들이 바글거리고 있는 것이 목격되었다.
“두 사람, 저건 보이세요?”
“예, 연두색 불빛이네요.”
“작은 새드윔이나 테일그럽윔을 한번 써 보세요.”
즉시 박팀장과 양주리는 곤충의 유충을 모방한 말랑말랑한 테일그럽윔 통을 꺼내 미끼를 교체하였다.
이것 역시 원석 분말이 들어간 자사 제품이었다.
“물었습니다.”
“저도 물었습니다.”
손가락 정도 밖에 안 되는 홍멸치를 보고 그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두 사람이 잡아 올린 홍멸치가 11마리나 되었다.
“이 홍멸치는 두 분이 괴물을 낚을 수 있는 능력자임을 증명한 것입니다.”
상준은 그들이 보는 앞에서 홍멸치의 배를 갈랐다.
전에 상미와 함께 무인도에 발이 묶이기 직전에 자신이 잡은 홍멸치와 다름없는 것이었으나 방금 잡은 홍멸치에는 완두콩 모양의 원석이 들어있었다.
그때는 분명 다양한 색깔을 띤 진주였는데 지금 건진 것들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 보였다.
그런데 두 사람은 홍멸치의 섬광을 읽을 수 있었다.
“보세요. 이 원석, 하나가 수백은 할 겁니다.”
“와!”
그들은 상준의 말을 듣고서야 탄성을 질렀다.
“오늘 잡은 것은 성과금이 추가 지급될 것입니다.”
“아, 그러네요. 특별 성과금?”
“그래서 너도 나도 낚시팀을 부러워하죠.”
그제야 그들은 자부심을 가지며 특별 보너스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 같았다.
활기를 찾은 낚시팀은 다시 집중하였다.
얼마 후 상준은 다시 대형 방어를 시원하게 건져 올렸다.
1 m나 되는 방어는 꼬리를 치며 발버둥 쳤지만 상준의 노련한 솜씨에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체 잡히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가자 수평선 위에 반달이 또 올랐다.
둥근 달이 떠오르는 모습은 본 적이 있었지만 반달이 떠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또 얼마나 시간이 흘러갔을까?
크고 작은 물고기가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걸려들었고 그들은 나름 흥미를 느끼며 잡아 올렸다.
놓아줄건 놓아주고 담을 건 담아가며 즐기고 있을 때 다시 그의 낚싯대가 춤을 추었다.
“따따따따.”
윔을 물고 빠르게 옆으로 도망치듯 한다.
보통 돔은 바위틈으로 숨어들기 마련인데 이놈은 노는 모양새는 좀 다르다.
도망치는 모양이 독가시치다.
쉽게 항복하며 따라 올라왔다.
엄청남 대물이나 쉽게 제압되어 갑판위에 올라왔다.
“대물 독가스치.”
놈의 길이가 90에 육박하고 두껍기가 엄청 크게 느껴진다.
파닥이는 품새가 자칫하면 사고를 칠 것 같다.
상준은 두 사람과의 거리를 두고 대도를 이용하여 놈의 목을 잘랐다.
피가 갑판위에 붉게 물들었다.
변종 독가스치.
놈이 진정되자 상준은 다시 두 사람을 불렀다.
이 놈의 해부를 부탁하였다.
박 팀장은 칼을 꺼내 능숙하게 해부했다.
등줄기에 있는 대형 가시를 일단 절단하여 제거한 뒤 원종에는 없는 양쪽 날개를 잘라 내었다.
그리고 배를 갈라 은색 진주알 세개를 추출한 후 양옆의 살을 뼈만 남겨 놓은 채 분리시켰다.
주리는 고기살을 받아 쟁반에 담아 냉동처리 하였다.
“고기 많이 다뤄 본 솜씨 같습니다.”
“네, 생활낚시는 많이 했습니다.”
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을 해주었다.
그러고 난 다음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그의 눈에 붉은 빛 섬광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시 두 사람을 불러 모았다.
“저 불빛은 보여요?”
“네, 보입니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대답을 하였다.
“그럼 저 놈을 잡아 보세요.”
상준은 한 발자국을 물러서서 두 사람에게 기회를 주었다.
둘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재빨리 낚시를 건져 붉은 섬광이 보이는 곳으로 투척하였다.
쉽게 잡진 못했지만 결국 양주리가 괴물을 잡는데 성공하였다.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아쉬워하는 박팀장을 뒤로하고 끌어 올렸다.
낮에 잡은 붉은 머리 홍두라치가 분명하였다.
그 때는 두 사람이 섬광 자체를 보지 못했었는데 이번엔 또 기이하게 목격을 했다.
박 팀장은 즉시 놈의 배를 갈랐다.
그가 이 모습을 지켜보는 가운데 놈의 내장에는 주홍빛 수정 원석이 추출되었다.
낮에 잡은 것에는 주홍빛 구슬이었다.
다른 점은 오직 두 가지 뿐이었다.
하나는 낮 시간이었고, 그리고 지금은 밤 시간대이다.
그리고 하나는 붉은색 구슬 세개가 추출되었지만 방금 잡은 놈은 붉은 빛을 띤 수정원석이었다.
여기에서 이들의 능력에 차이가 있는지 가늠하게 되었다.
명확하지 않지만 괴물 낚시팀원으로 손색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그의 가을 낚시팀의 계획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들은 다시 특별 보너스를 추가할 수 있었고 낚시에 빠져들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었다.
“두분 오늘 축하합니다. 앞으로는 종종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들은 진심으로 상준의 배려에 감사하게 생각했다.
“이제 명물 낚시 제품도 날개를 얻게 되었고 낚시팀도 자신들의 능력을 개발해 가고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에 있겠는가.
상준은 낚시를 거치대에 걸어두고 선실로 들어와 자리에 누웠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선실 안에서 들으면서 깊은 휴식으로 젖어들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땐 해가 떠오른지 한참 지난 후였다.
“아직도 하고 있어요?”
“잘 주무셨어요?”
주리는 얼은 낚싯대를 접어두고 선실에 들어가 아침 준비를 하였다.
상준은 고기통을 열어보니 어제 밤 보다 많은 고기들로 꽉 차 있었다.
주리는 홍멸치를 이용한 콩나물국과 멸치회를 맛보여 주었고 10월의 가을 낚시를 마음 끗 즐기고 귀항하게 되었다.
다슬은 그 때쯤 임용고사 원서를 내게 되었다.
두 곳에 내려던 원서를 한 곳에만 내었다.
채용인원은 몇명되지 않았다.
총원으로 보면 많은 인원이었지만 과목별로 나누면 소수 인원이었다.
어떤 과목은 단 1명도 채용하지 않는 과목도 있었다.
그러나 다슬은 영어교육과라 그런대로 인원이 많은 편이었다.
간혹 그는 명물 낚시팀이 괴물을 잡았다는 보고를 받았고 그럴 때마다 보너스를 지급하도록 회사 내규를 수정하도록 했다.
잡은 상품가의 10%를 특별 보너스를 정해놓고 지급해 나갔다.
단풍이 익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바다를 찾는 생활 낚시꾼도 많이 늘어났다.
산에 가면 산사람이 많고 해안에 가면 해안에도 역시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무덥던 여름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원해지리란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구온난화로 난대성 기후가 되어 여름이 더 덥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겨울은 더 춥지 아니한가?
그렇다면 난대성 기후라 말을 할 수 있을까?
‘더 덥고 더 추운 새로운 기후가 생긴 것이 아닐까?’
어느 날 집 앞 갯바위에서 전어를 잡아 볼까하고 앉아 있는데 모처럼 뷰미가 모습을 들어낸다.
만날 때마다 뷰미의 손에는 항상 무엇인가 들고 나온다.
“오늘은 우주원석.”
어떻게 해서 건진 몰라도 빈손으로 올 때는 거의 없었다.
“너 이런 것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인간들은 원래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다면서요?”
“....?”
“더구나 남의 집에 갈 때는 빈손으로 가면 실례잖아요?”
“어째든 고맙다.”
뷰미는 상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확실하였다.
“아저씨 혹시 저와 한 약속 지킬 수 있어요?”
“약속?”
“무슨 약속이었더라? 요트는 이미 태워 줬었고.”
“단풍.”
상준의 머리에 스쳐간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아, 그랬지. 그런데 어쩌지?”
“.....?”
“내일은 안되고 모래 어때?”
“전 괜찮아요.”
“그럼, 일단 요트를 타.”
상준은 뷰미의 선물을 받은 대신 자신도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
그녀가 말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다.
“인간들은 원래 선물을 서로 주고받는 다면서요?”
뷰미의 말이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급히 요트를 몰아 중산항으로 배를 몰았다.
요트를 몰렴서 뷰미의 신발과 장갑을 내어 주고 신으라고 하였다.
시간이 늦으면 모든 상가가 문을 내릴 것이다.
중산항에 정박한 후 뷰미의 손을 잡고 선창에 내렸다.
“아저씨, 어디 가시게요?”
상준은 뷰미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뷰미는 처음 보는 백화점 풍경에 넋이 빠진 것 같았다.
“너 드레스 새것 하나 사줄게.”
그리고 상준은 여성의류 매장으로 뷰리를 데리고 갔다.
상준은 남들이 들을까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너 필요한 속옷 골라봐.”
“아저씨 그건 전 필요 없어요.”
“야, 인간들은 다 속옷을 입어. 너 같은 아가씨는 브라도 하고.”
“무슨 뜻인지는 알아요. 바다로 유영하려면 그건 너무 불편해요.”
“그게 불편한가? 더 편할 것 같은데?”
상준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럼 아저씨 저것하나 고를게요.”
"마음 대로 해."
그녀는 여고생들이 많이 입는 짧은 원피스와 그 위에 걸쳐 입을 길이가 짧은 가디간을 골라 점원이 안내하는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여긴 왜 거울이 없을까?”
뷰미의 말이었다.
“그러네, 왜 피팅룸에는 거울이 없지?”
상준도 점원 아가씨를 보며 의아해서 물었다.
“저희들이 봐 드리잖아요.”
“무조건 예쁘다고 그러려고?”
점원 아가씨는 상준의 말을 듣고 웃기만 하였다.
“마음에 들어?”
피팅룸에서 나와 거울 앞에선 뷰미를 보고 그녀에게 물었다.
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랏빛 원피스는 뷰미의 무릎위에 걸려 있었고 가슴이 패인 곳은 쑥색 깃이 하트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난 다음 연노랑 모자와 하이힐을 선택하며 상준을 보고 걱정을 하였다.
“아저씨, 돈 많 쓰시는 것 아니에요?”
“천만에.”
“고마워요. 아저씨.”
그녀가 건네준 원석에 비하면 이런 것은 돈도 아니었다.
벗은 드레스와 새로 산 힐과 모자가 든 봉투를 쥐고는 상준은 추가로 단화를 골라주고 다시 물었다.
“너, 단풍구경 갈 때 입으려고 그러지?”
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뷰미. 내말 잘 들어. 오해하지 말고. 난 너를 위해서야.”
“무슨 말요?”
“바다에 유영할 땐 속옷과 브라가 불편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만약 이 옷을 입고 단풍 구경을 한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불편할지.”
그제야 뷰미는 다시 돌아가서 스타킹과 팬티를 더 골랐다.
백화점에서 나올 때는 폐점시간이었다.
인근 식당으로 들어가 순두부 찌개를 먹고 서둘러 요트로 돌아오고 있는데 컴컴한 선창가 골목길에서 5명의 술 취한 청년들이 시비를 걸어왔다.
골목길을 가로 막고 버티고 선 꼬락서니가 이미 상당량 취한 모습이었다.
상준의 앞에서 골막을 막아서서 횡설수설 하였다.
“야, 시발. 어떤 놈은 계집애 끼고 폼 잡고 있는데 우린 이게 뭐야?”
“그래 시발. 이 가시나 더럽게 이뿌네.”
“야, 니 가시나 좀 빌려주라. 나도 몸 좀 풀자.”
놈들은 지들이 무슨 소릴 하는지 알고나 있을까?
숫자만 믿고 못하는 소리가 없었다.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상준은 뷰미를 데리고 빨리 골목길을 벗어나고 싶었으나 한 놈이 뷰미의 손목을 잡았다.
혼자였으면 그냥 무시 하겠지만 뷰미의 앞이라 그냥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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