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 사랑의 매물도 낚시(3)
* * *
어느 날 상준은 다슬에게 한가지 부탁을 하였다.
“혹시 너 시내 나갈 일 없어?”
“왜요?”
“부탁할 일이 있어서.”
“뭐?”
“하얀색 드레스 하나만 사다 줘.”
“.....?”
“뷰미 있잖아. 가끔 해안에 나타나 선물을 주곤 하는데 보기가 그렇잖아?”
“보기가?”
“아무리 인어라지만 가슴 노출이 심하고.”
상준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뷰미에게 드레스를 입혀주면 보기도 좋고 편할 것 같았다.
“아, 이제 알겠어. 난 깜짝 놀랐잖아?”
“미안, 너도 요즘 바쁠 텐데 이런 부탁까지 하고.”
“아냐, 오빠 그런걸 제게 부탁해 줘서 오히려 고마워요.”
상준은 동생 상미에게 부탁하지 않고 일부터 다슬에게 부탁을 한 것도 혹시 있을 다슬의 오해를 받기 싫어서였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슬은 중산 시내로 달려가 드레스 한 벌을 사들고 돌아왔다.
소매가 없고 약간의 가슴이 노출되기는 했으나 하얀 예쁜 드레스였다.
그의 부탁을 받은 다슬은 무척 신경을 쓰고 고른 것 같았다.
그날 밤 상준은 낚시를 준비하여 화암대 아래 갯바위로 나갔다.
달은 중천에 떠 있었고 물결은 오늘 따라 더 잔잔하욨다.
오늘도 그가 앉아있는 건너편 갯바위에 뷰미가 나타났다.
상준은 손을 들어 뷰미를 불렀다.
"이것 봐"
가까이 다가 온 뷰미에게 새하얀 드레스를 펼쳐보였다.
“이거 네 옷이야. 한번 입어 봐.”
망설이든 뷰미는 갯바위에 걸터앉아 두 손을 들었다.
새하얀 가슴이 달빛을 받은 탓인지 더 하얗게 보인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그녀의 젓가슴은 마치 선녀처럼 아름답기만 하였다.
상준은 뷰미가 드레스를 입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햐, 너 정말 예쁘다.”
까만 머릿결에 하얀 드레스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은색 비늘로 덥혀 있던 하반신까지 긴 드레스가 드리워지자 전혀 사람과 다름이 없었다.
뷰미는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손으로 예쁜 드레스를 만져보고 있었다.
그러나 발이 있어야할 곳에는 Y자 모양의 꼬리지느러미가 나와 있었다.
상준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뷰미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이게 너 모습이야.”
자신도 신기한지 무슨 말을 하려하는데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상준은 다시 미끼를 갈아 던져 넣었다.
“넌 여기서 구경이나 해. 난 낚시를 할 테니.”
상준은 다슬에게 뷰미의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다.
“오빠, 예뻐.”
“네가 옷을 제대로 고른 것 같애.”
낚시를 하면서도 그의 눈은 종종 뷰미를 바라본다.
볼록한 가슴 라인이 조금 노출되었고 날씬한 몸매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시선처리가 거북하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았다.
잠시 후 상준은 우럭 한 마리를 건져 올리자 뷰미는 옆에 앉아 박수를 치더니 고기가 올라올 때 마다 박수를 치곤하였다. 말은 못했지만 의견 표시는 다하고 있었다.
잠시 후 뷰미는 손을 흔들며 물속으로 사라졌다.
상준은 낚시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았다.
뷰미는 과연 말을 인간의 언어를 배울 수 있을지?
뷰리 처럼 뷰미도 문자의 습득이 과연 가능할지?
다시 찌가 물속으로 처박히며 큰 노래미가 걸려들었다.
그때 뷰미가 다시 나타났다. 뷰미는 손을 들어 상준에게 무엇인가 쥐어주었다. 상준은 팔을 뻗어 뷰미의 손을 잡아 끌어당겨주자 뷰미는 다시 갯바위로 올라왔다. 뷰미의 젖은 드레스가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 매혹적인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상준은 뷰미가 전해준 것을 손바닥에 펼쳐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 것이 무엇인지 감이 오질 않아 그냥 조끼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낚시를 계속하였다.
다음 날은 토요일이라 부담 없이 낚시를 즐기고 있는데 갈 생각을 하지 않고 호기심 어린 얼굴로 상준의 낚싯대와 릴을 보고 있더니 미끼를 갈아 줄때 새우 한 마리를 입에 넣고 씹어보고는 그냥 뱉어 버렸다.
그제야 상준은 생각이 떠올라 요트에 들러 포도 주스를 가지고 나와 뷰미에게 건네주고 자신도 생수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뷰미의 행동이 달라지더니 신속하게 바다 속으로 잠수하였다.
그리고 약 34분이 지났을까?
“오빠?”
고개를 둘러보니 다슬이었다.
“뷰미 갔어?”
“응.”
아마 뷰미는 인기척을 느끼고 미리 바다로 잠수한 것 같았다. 정말 예리한 감각 같았다.
“나도 뷰미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응, 근데 이 밤에 여기까지 오면 어떻게?”
“괜찮아.”
“그렇지 않아. 이 밤중에 인적이 없는 이곳까지. 무슨 일을 당하면 어찌하려고.”
“그건 좀 그렇지?”
“앞으로 그러지마. 난 네가 무슨 일을 당하면 살수 없을 거야.”
“조심할게. 오빠.”
“그럼 여기 앉아 구경하고 있어. 나중에 데려다 줄게.”
“응.”
“이제 곧 원서 내야겠네. 지원은 어디어디 할 거야?”
“우리도 하고 타시도 한 곳 더 내야겠지.”
“타시도 하면?”
“타시도에 합격하면 발령을 받은 뒤 시도 교류를 해서 이곳으로 와야지.”
“응.”
다시 상준은 넙치 한 마리를 건져 올렸다.
“이제 자신이 좀 생겼어?”
“응, 약간. 전공과목과 교육학 기필문제 풀어보니 좀 자신이 생기더라고.”
“다행이네. 넌 분명히 될 거야. 난 확신해.”
“.....?”
“너처럼 이렇게 치밀하게 공부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
“그렇지 않아. 오빠. 교사 임용고사에 공부하는 수험생이 얼마나 많다고. 당장 올해 졸업하는 학생도 많고, 재수 삼수하는 사람이 많아. 전부 머리를 싸매고 열공하고 있어.”
“그건 그래, 요즘 학생수가 점점 줄어들어 폐교가 늘어나서 채용인원이 얼마 되지 않는가봐.”
“이제 그만해야겠어. 데려다 줄 테니 그만 가.”
그리고 상준은 낚시를 접고 다슬이와 함께 소나무 오솔길을 걸어 정원까지 올라왔다. 하늘엔 달이 휘영청 밝게 떠올라 있었다.
상준은 현관 앞에 고기통을 내려두고 다슬이와 함께 집을 빠져나와 해안도로로 접어들었다.
북적대던 해수욕장도 붐비던 상가도 많이 조용해 졌다.
밤이 깊어 많은 상가가 문을 닫았고 편의점 불빛과 당구장 불빛 등이 유난히 밝았다. 상가, 가게, 식당, 약국 등과 모텔 간판 등이 가로등과 함께 빛나고 있었다.
다슬은 자연스럽게 상준의 팔장을 끼고 해수욕장 해안도로로 접어들었다, 상가 불빛과 네온사인이 반짝였고 뉴해양 박물관과 괴물 아쿠아리움의 상호가 뚜렷이 비춰왔다.
저 멀리 중산 신항 방파제에서 등대가 깜박깜박 졸고 있었다. 상준이 다슬의 집으로 올라가는 골목을 접어들려 하자 다슬은 등대 쪽으로 상준의 팔을 끌어 당겼다.
“오빠. 좀 더 걸어.”
“더 걸을까?”
상준은 다슬의 요구에 따라 해안로를 따라 한참 더 걷다가 등대가 있는 방파제로 나갔다.
파도 철썩이며 테트라포드에 부딪치는 소리가 철버덕, 철버덕 거리며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도로에서 등대까지 200m는 족히 될 것 같다.
“오빠. 모처럼 데이트하는 기분이지?”
“응. 그래. 이렇게 너와 둘이 걷는 게 한참 된 것 같네.”
상준은 팔을 뻗쳐 다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다슬은 상준의 팔에서 손을 빼어 상준의 허리 뒤로 팔을 둘렀다.
간간히 다슬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상준의 뺨을 간질이고 있었고 다슬의 뺨이 상준의 가슴에 닿을 때가 있었다.
등대 아래까지 다다른 두 남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참동안 포옹을 하고 서 있었다. 그냥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상준은 고개를 숙여 다슬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요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불빛을 받은 다슬은 한 떨기 가녀린 코스모스 같기도 하고, 한 송이 백합 같기도 하였다. 상준은 다슬의 입술에 긴 입맞춤을 한 뒤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발길을 돌렸다.
‘이런 것이 행복이란 것이구나.’
다슬은 혼자 생각하며 최대한 걸음을 천천히 걸었다.
그러나 발길은 어느새 다슬의 집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상준은 다시 그녀를 안고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였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다슬의 방에 불이 켜지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시간은 새벽 두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상준의 거실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상미의 방에도 이미 불이 꺼진 상태였고 도우미 아줌마도 잠이 들었는지 불이 꺼진 상태였다.
상준은 거실 불을 끄고 조명등만 켜둔 채 방으로 들어왔다. 금방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베란다에 놓인 탁자 앞에 자리를 하고는 중산 신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진호항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그제야 뷰미가 준 돌들이 궁금하여 조끼에서 꺼낸 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하나같이 몽돌처럼 반질반질한 검은 차돌 같은데 돌의 표면에 푸른 반점이 박혀있었다.
“이걸 왜 내게 가져다 줬지?”
‘이건 몽돌해안에 가면 흔히 있는 돌들이 아닌가?’
‘푸른 반점 때문인가?’
돌의 크기도 아주 작아 굵은 것이래야 청포도 알보다 더 작을 것 같았다.
상준은 다음에 원석 가공업체에 보내볼 예정이었다. 잠시 돌을 탁자 위에 놓아두고 멍 때리고 있는데 방안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다슬이었다.
“왜, 안자고?
“오빠.”
“응.”
“오빠, 사랑해. 잘 자라고.”
“어, 너도 잘자.”
전화를 끊고 간단하게 샤워를 한 뒤 자리에 누웠다.
아침에 일어났을 땐 아홉시가 가까웠다.
“상미는 어디 갔어요?”
아침 식사를 하러 주방에 들렀을 땐 상미는 보이지 않았다.
“네, 아가씨 오늘 약속 있다면서 일찍 나갔어요.”
“아기는 아직 자나 봐요.”
“어제 밤 늦게까지 보체드니 아직 자고 있어요.‘
상준은 모처럼 용석이가 자고 있어 조용한 아침을 먹을 것 같았다.
“대표님은 오늘 뭐하세요?”
“....?”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네, 낮에는 책도 보고 잠도 자고 좀 쉬려구요. 밤에는 다시 바다로 나가야죠.”
“저 위쪽에는 서서히 단풍도 익어간다는데 언제 단풍구경 안가세요?”
“예, 제가 좀 바빠서.”
“언제 별장 구경 좀 시켜주세요. 아주 멋지다던데.”
“들었어요?”
“아뇨, 전 옆에서 상미 아가씨와 다슬이 아가씨가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어요.”
“네.”
식사를 하고 장고 방에 들어가 도자기들을 살펴 본 후 자신의 방에서 게임을 하며 쉬고 있었다.
갑자기 지하실 수족관에 물고기들이 생각나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대형 수족관에는 각종 큼직한 물고기와 변형 물고기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고기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봐서 관리인 아저씨가 제대로 물도 갈아주고 먹이도 잘 챙겨주는 것 같다. 상준을 벨을 눌러 수족관 물을 교체한 후 수족관 맞은편 통제실문을 열어 보았다.
여기부터는 외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통제실은 총 5개의 방이 나누어져 있다. 하나하나가 상준이 아끼는 각종 희귀 보물이 쌓여있는 곳이다. 운석실을 포함하여 보실, 원실, 구실, 석실이 바로 이것들이다.
틈틈이 모은 작은 운석들과 다양한 종류의 원석들, 보라색, 파란 색들 각종 빛을 자랑하는 다양한 구슬들, 수정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철저한 보안시스템과 비번으로 보호되고 있는 보물 창고라고 말해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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