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 사랑의 매물도 낚시(2)
* * *
“아, 맛있다.”
상준은 칭찬대신 맛있다는 표현을 하였다.
식사를 하면서 민수의 행동을 넌지시 지켜 보고 있는데 드디어 민수가 겨자가 듬뿍 들어있는 초밥을 골라 꼭꼭 씹고 있다.
‘히잇.’
“으으.”
“오빠 왜? 돌 씹었어?”
민수가 얼굴을 찡그리며 벌레 씹은 얼굴을 하자 상미가 민수를 돌아보며 묻는다.
“내 옆에서 초밥 만들었지?”
“아니. 왜?”
“아냐?”
민수는 초밥을 먹다 오만 인상을 쓰며 선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민수 오빠, 돌 씹었나 보네.”
돌아오는 민수를 보자 상준이 태연한 척 말을 걸었다.
“너, 고기 밑밥 줬지?”
상준은 그제야 폭소를 터트렸다.
“그럼, 네가?”
상준은 다시 폭소를 터뜨린다.
“초밥은 원래 겨자가 좀 넉넉하게 들어가야 제 맛이 나지.”
“언제 넣었지?”
“밑밥을 많이 줘야 낚시도 잘 되고.”
"여하튼 이친구."
점심을 먹고 다슬은 커피를 탔다.
“음, 커피 향 죽여주네.”
“오빠, 제가 탄 거예요.”
“역시, 우리 다슬이가 최고네.”
“잘들 놀고 있네.”
다시 오후 낚시가 시작되었다.
드디어 상준도 대물을 걸었다.
한 손에 힘을 주면서 한 쪽 다리는 요트 뱃전을 떡하니 버티면서 포음을 잡았다.
“오빠, 멋있어.”
다슬은 상준을 돌아보며 자신도 이제 걸리기만 하면 멋진 포스를 취해보겠다고 생각하였다.
언제 보아도 상준의 낚시 포스는 프로다웠다.
조금도 빈틈이 없고 당황하지도 않는다.
찬찬히 낚싯대를 치켜들고 하늘을 향해 감는 것 같았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끌어오는 폼을 잡는다.
다슬은 그의 낚시 포즈만 봐도 가슴이 설렌다.
“오빠, 커?”
“음, 좀 큰거 닽애."
당겼다 감고, 당겼다 감으며 낚싯대를 낮추었다 세웠다를 반복하였다.
결국 상준은 80 cm대 대물 감성돔을 잡아 올렸다.
“우와!.”
민수도 감성돔의 크기에 놀란 것 같았다.
“오빠, 오후에는 내기 안 해?”
“알아, 안할 거.”
“뭔 소리래?”
“해봐야 뻔한데 어디 하겠어?”
“그럼 우리가 또 진다 말이야?”
“해보나 마나지.”
“민수 오빠. 우리 내기하자. 오빠 얄미워 죽겠어.”
“뭐 그러던지.”
“좋아, 오빠, 저녁 식사당번?”
“.....?”
“오빠 들었어? 언니도 들었지?”
“응.”
“근데 방금 잡은 감성돔은 빼고 이제부터야?”
“.....?”
“알았지?”
“알았어.”
지면 저녁 식사당번.
오후 낚시 내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시간은 오후 여섯시 까지.
“민수 오빠. 이제 힘내세요.”
“알았어요.”
“잘들 놀고 있다.”
상준의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코 웃음을 쳤다.
“오빠. 우리도 파이팅!”
다슬은 상준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자 상준도 같이 응답해 주었다.
잠시 후에 상미가 중자 참돔을 걸러 올리며 소리를 쳤고 다슬이도 지지 않으려는 듯이 비슷한 참돔을 걸어 올렸다.
그때 였다.
드디어 그는 대상어를 발견하였다.
장어 모양의 길쭉한 푸른빛 섬광을 띤 놈이 상준의 미끼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몸 놀림이 유연하고 미끼를 두고 희롱하는 것 같았다.
‘야, 너 뭐야? 누구 놀리려고 그래?’
“고놈 참!”
상미가 오빠의 독백을 듣고 감을 잡았다.
“오빠, 괴물고기는 제외시킨다.”
‘짜식. 지금 대회가 문제야. 이게 얼마짜린지도 모르는데?’
“알았지? 오빠?”
“알았어.”
‘전부 지 맘대로야.’
상준은 기를 모아 초능력을 이용하여 레이저 눈빛을 발산하였다.
결국 놈은 새드윔을 물었다.
‘그렇지. 그래야지.’
상준은 조심조심 건져 올렸다.
손맛이 미약하고 큰 저항은 하지 않았다.
장갱이었다.
그런데 이 놈은 보통 장갱이가 아었다.
배가 불룩한 배불뚝이 장갱이었다.
배불뚝이 장갱어.
원래 장갱이는 몸은 길고 원통형이지만 몸통을 지나 꼬리로 갈수록 점점 얇아진다.
다시 말하자면 몸통은 원통형이나 아래쪽은 갈치처럼 납작하게 되어있다.
입이 크고, 위턱의 뒤끝에 눈이 있다.
뒤에 이른다. 등지느러미는 가슴지느러미 위에서 시작되어 꼬리지느러미까지 길게 이어지지만 꼬리지느러미와 분리되어 있다.
등지느러미 아래쪽에 등의 외곽선과 평행을 이루며, 꼬리지느러미 뒤 가장자리는 직선형이다.
몸은 연한 갈색 바탕에 그물 모양의 진한 갈색 무늬가 얽혀 있었고, 배 쪽은 연한 노란색을 띤다.
등지느러미의 가장자리를 따라 검은색 줄무늬가 길게 나타난다.
잡아 올린 장갱이는 배가 불룩하고 모양이 좀 촌스럽다.
전장의 길이는 60 cm 내외였다.
측면에서 보면 배가 불룩한 갈치와 비슷하다.
즉시 배를 갈랐다.
놈의 내장에는 대추알 크기의 푸른빛을 띤 원석 두 개가 추출되었다.
장갱이를 손질하여 그릇에 담아 싱크대에 올려두고 다시 낚시에 도전하였다.
추출한 원석을 민수가 집어 들고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이것도 보통 원석이 아닌 것 같다?”
“응, 그렇지. 뭔가 좀 색다르지?
“조금만 깎으면 꾀 비싼 보석이 나올 것 같은데?”
“그래. 속을 비춰보면 그냥 구슬이 아니야. 다이야 결정체와 비슷한 형태가 보이는 것 같고 뭔가 좀 색다른 물질로 만들어진 것 같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상미와 다슬이도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무슨 이야긴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들은 다시 낚시에 돌입하였다.
그때 민수는 대물을 걸은 것 같다.
민수도 이제 점점 프로가 되어간다.
상준과 민수는 감성돔과 참돔을 차례로 올렸고 다슬이와 상미도 벵에돔과 참돔을 건져 올렸다.
해가 저물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선실로 들어가 저녁 준비를 하였다.
상준의 뜻을 알았는지 다슬이도 따라와 상준의 요리를 도와주었다.
“민수오빠. 오빠가 내기를 포기 했나봐.”
“글쎄, 아닐 걸.”
상준은 낮에 잡아둔 장갱이를 가지고 졸임을 하였다.
잘 씻을 장갱이를 몇 토막 내고 무를 듬성듬성 적정량 썰어 넣은 뒤 다진 마늘과 고추를 썰어 넣고 고추 가루를 뿌려주었다.
“간 좀 봐 줘.”
다슬은 한 숟갈 떠서 간을 본 후에 맛소금을 조금 더 뿌려주었다.
“이제 됐어요.”
“회를 칠까?”
상준은 다슬에게 의견을 물어 본다.
“회 자주 먹는데 뭐.”
“하지 말자는 얘기지?”
고개를 끄덕이자 상준은 마트에서 사온 총각 김치와 명란젓을 내어 식탁위에 올려 두고 공기밥을 푼다.
“식사하러 오라고 해.”
다슬은 문을 열고 낚시에 빠진 두 사람을 불러 들였다.
식후에는 항상 차를 마신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다며 허브차를 끓여 나눠주었다.
“음, 향기 좋다.”
차를 받을 때마다 상준이 날리는 기본 멘트다.
휴식을 취한 후 낚시를 했지만 소식이 없어 소원해 진다.
상준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를 주도했다.
민수도 그동안 낚시에 빠져 대화를 못하다가 상준이 말을 걸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인 낚시는 잠시 후에 시작되었다.
다시 그는 배불뚝이 장갱이를 추가하였다.
매물도 낚시도 성공인 것 같다.
민수도 상미도 참돔과 감성돔을 연거푸 올렸다.
다슬이도 신이났다.
각종 잡어를 걸어 올렸다.
게르치도 잡고 쏨팽이도 잡았다.
본래 장갱이는 남해안에는 잘 잡히지 않는 고기다. 오늘 따라 유난히 장갱이가 많이 올라온다.
낚시는 일단 어획량이 있어야 신나는 놀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사랑과 우정이다.
낚시를 하면서 서로간의 관계가 돈독해 지고 신뢰감이 쌓이면 금상첨화다.
이들에게는 사랑과 신의다.
행복까지 느끼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일 것이다.
매물도 낚시에서 상준과 민수의 우정은 더 깊어갔고 다슬과 상미 역시 서로의 믿음이 영글어 갔다.
가을 들판에 벼가 영글고 가을 과일이 익어 가듯이 그들의 사업도 날로 팽창할 것이다.
민수와 상미,
상준과 다슬.
이들 사랑도 점점 더 익어갈 갈 것이다.
적어도 상준은 그것을 기대했고 대물뿐만 아니라 참된 사랑을 엮어가고 싶었다.
밤낚시를 무사히 마치고 귀항하였다.
상준은 함께한 사람들과 집 밥을 먹으면서 다슬에게 물었다.
“스트레스는 좀 풀렸어?”
“네, 오빠. 이제 다시 공부 해야죠.”
“상미는?”
“저도 좋았어요.”
“민수는 제대로 된 손 맛을 많이 봐서 그만일 테고.”
민수는 다음에 또 가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온 상준은 새로 추진하는 낚시 사업에 박차를 가하여 얼마후 낚시 공장이 준공되었다.
공장의 위치가 진호동과는 멀지 않은 곳이어서 방문하기에 편한 점이 많았다.
[뉴 해양 명물 낚시].
최종 확정된 상호였다.
주요 생산품은 명물 낚싯대, 명물 자동 알루미늄 릴, 명물 낚시가방, 명물 고기통, 명물 수족관.
가장 중요한 것은 괴물 낚시를 위한 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였다.
공장장은 낚시계의 신동 이차만에게 부장 겸 공장장으로 임명하였다.
본사에는 명물낚시부를 새로 설치하고 부장 이차만, 기술 팀장 신영희, 사원 이주호, 낚시팀장 박일준을 임명하였고 사원 양주리를 이동 배치하였다.
양주리의 자리에는 신입사원 한혜영을 배치하였다.
영업 팀장에는 선우영씨, 사원에는 김규택, 이병진, 서동훈을 발령 내었다.
그 외에도 기술인력과 관리직 사원을 많이 채용하였다.
본격적인 홍보에 들어갔고 홍보와 더불어 해외 수출에 역점을 두었다.
공장에서 나온 모든 제품에는 [뉴 해양] 로고와 상표명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이로써 상준의 [뉴 해양 컴퍼니]에 우주 보석과 더불어 새로운 제조업 공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괴물 낚시 윔과 루어의 개발에 생각보다 많은 경비가 소요되고 있고 세계적인 연구팀을 구성하여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다 보니 연구지원비가 급증하였다.
만약 개발에 성공만 한다면 단가가 비싸 보통 사람들은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상하였다.
낚시의 핵심은 품질 좋은 낚싯대와 릴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괴물이 쉽게 물 수 있는 바늘과 윔 개발이 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괴물이 쉽게 걸려들어야만 명물 낚시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상준은 연구팀에만 일임하지 않고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고 기술 개발에 필요한 조언을 위해 항상 생각하고 고민하는 습관이 생겨나게 되었다.
어느 날 상준은 자신이 건져 올린 변종 물고기를 들여다 보다 변종 물고기의 생태를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삼킨 것이 우주 원석이나 보석이라면 루어와 윔에 이런 우주 원석 성분을 이용하여 제품을 만들 고민을 하였다.
그러자면 자연히 뷰리가 주워 온좁쌀 같은 작은 원석들도 사용가능하리란 판단을 하였다.
뷰리에게 부탁하면 작은 좁살들도 제품개발에 활용되지 않을까?
가능하리라 판단하였다.
일차적으로는 익산에 연락하여 원석 가공시에 버려지는 먼지나 미세한 가루를 모두 모아 명물 낚시공장 연구팀에 제공해 줄 것을 지시하였다.
그것을 이용하여 제품 개발에 활용하도록 조언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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