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화 〉 괴물 낚시 장비개발
* * *
회사로 출근한 상준은 즉시 부장 회의를 소집하였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다음 사업 계획의 발표에 있었다.
다시 말하면 괴물을 잡을 수 있는 명품 장비의 개발에 있다.
대표의 의견을 들은 각부 부장들은 당장 괴물낚시 장비의 수요를 걱정을 하였다.
그러나 상준은 보통 낚시가 아닌 세계 최초의 괴물 낚시장비 개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 물고기를 못 잡는 것은 아니란 것도 설명하였다.
부장들을 설득하고 나서 주총회의에서 가결시켰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새 사업 추진에 필요한 추진단을 구성하여 업무 분장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추진단 이름은 (명물낚시 추진단)
기본적인 업무는 상준이 제시하였다.
다음은 담당 부서의 선정이었다.
서로 눈치를 보며 기피하는 눈치였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제시한 업무분장표는 다음과 같다.
세부적인 것은 부장회의에서 결정하도록 지시하였다.
첫째, 공장 부지를 확보하 일.
둘째, 생산설비를 갖추는 일.
셋째, 인력을 채용을 서두르는 일.
넷째,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일.
다섯째, 새로운 유통망의 확보.
여섯째, 세계적인 홍보망 구축과 효율적인 홍보효과를 거두는 일이었다.
새 공장의 상호는 [뉴 해양 명물낚시].
본사 안에는 명물 낚시부를 설치하는 일이다.
상품의 대부분은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
그의 지시에 따라 부서별로 업무를 분장하여 일사천리로 추진되었고 새로운 사실이 있을 때마다 대표에게 보고되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그는 낚시에 손에 놓지 않았다.
식사를 한 후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의 취미인 낚시를 위해 화암대 갯바위로 출조하였다.
주로 올라오는 건 전어들이 많았다.
간혹 고등어가 잡히기는 했으나 큰 놈이 아니어서 놓아주었다.
‘밤에 다시 와야겠다.’
상준은 낚시를 접고 방으로 올라가 정원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아기의 손목을 잡고 정원 잔디밭으로 데리고 나왔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던 아기가 정원으로 나오자 비틀비틀 거리면서도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닌다.
그의 눈은 자연스럽게 아기의 노는 모습을 따라가고 있었다.
간간히 엎어지기도 하고 간간히 뛰기도 하고 무엇인가 집어서 입으로 집어넣는다.
아기 엄마는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아기의 뒤를 따라 다니고 있었다.
아줌마의 복장이 많이 달라졌다.
기온이 점차 떨어지다 보니 긴 홈드레스로 바뀐 것 같다.
모유 수유 때문이지 가슴골이 많이 패인 드레스다.
아무생각 없이 바다를 바라보다 다시 아기를 찾아 눈길을 돌렸다.
그때 아이 엄마가 아들의 손을 잡고 상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어 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이가 뭐라 말을 하는 것 같다.
“아바, 아바.”
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TV를 켜려다 서재로 들어갔다.
조용하기 그지없는 상준의 서재다.
대학을 다닐 때 부터 모아둔 책과 전공교재, 전문서적, 각종 물고기 도감과 괴물고기 책들이 가득 꽂혀있다.
최근에는 경영학 이론과 회사법, 주식, 이윤의 창출,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 사회적 기업 등 기업경영에 필요한 책들이 많이 늘어났다.
또한 낚시에 관한 책도 많이 꽂혀있다.
책에 몰입되어 정신을 놓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났다.
2층 서재에는 자신 외에는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곳이다.
“네.”
도우미 아줌마였다.
“대표님, 과일 챙겨왔어요.”
앞에 계신 아주머니는 한번이 이런 경우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외의 일리라 당황하면서 인사부터 했다.
“고맙습니다. 아줌마.”
“대표님, 죄송해요.”
“....?”
“아기가 대표님을 보고 자꾸 아빠라고 해서.”
“네, 뭐 아직 어린데요. 뭘.”
“그래도 죄송스러워서.”
그리고 아줌마는 조용히 문을 닫고 계단을 내러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저녁식사 후 다시 갯바위로 나갔다.
낚시를 던져두고 한가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뷰미가 나타났다.
뷰미는 바로 인어였다.
그날 뷰미는 어떻게 알았는지 상준이 찾는 금광원석 한 덩어리를 상준에게 건네주었고 상준은 뷰미에게 요트에서 꺼내온 복숭아 통조림을 내어 주었다.
한참동안 그의 낚시를 구경하고 있다가는 손을 흔들며 물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큰 나무상자 두 개가 상준의 집에 도착하였다.
하나는 다양한 모양의 수석이 가득한 상자였고 하나는 도자기가 포장된 상자였다.
지난 번 뷰리와 함께 보물선에서 건져 올린 것들을 표면처리 하도록 의뢰했던 것들이었다.
표면에 붙어있던 각종 어패류와 찌꺼기들이 말끔하게 제거되어 깨끗한 상태로 돌아온 것이었다.
누가 봐도 고가의 자기가 틀림없었다.
일본 놈들이 반도에서 유출하려다 침몰한 선박이 틀림없었다.
수석은 실로 희귀한 것이 많았다.
귀갑석 돌 거북, 청색 사자상 등 형상석 몇 개와 무궁화 문양과 국화 문양이 들어있는 문양석을 포함하여 운석수석, 수정수석, 조개 수석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나하나가 고가의 수석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도자기는 명대 자기 하나와 고려 상감청자 셋, 조선 백자 셋이 전부였고 상준은 이들을 판매하지 않고 2층 대형 장고실에 청자와 백자, 수석을 진열하여 종전에 모아두었던 운석과 함께 진열장의 품위를 한 단계 높여 놓았다.
며칠 뒤 명물낚시 추진단장인 총무 부장의 보고가 있었다.
새 공장부지 확보를 대산동에 하기로 합의 했다고 하였다.
대산은 진호둥 보다 시 중심에서 거리가 멀어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진호동과는 비교적 가깝다는 것이 선정의 이유였다.
“그럼 은밀하게 매입을 서두르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괴물낚시 개발팀에는 전문 경험자가 필요할 것이고 부서 안에 실제 괴물 낚시를 할 수 있는 프로 낚시꾼도 섭외해 보세요.”
“네, 그게 고민입니다.”
“무슨?”
“그 기술을 보유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도 어렵고 실제 기능 보유자인지 판별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인건비가 보통이 아닐 것 같구요.”
“실적를 중심으로 선발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인건비 문제는 큰 걱정마세요.”
“어째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참, 괴물 낚시팀을 조직할 때 반드시 방송제작부에 배치되어 있는 양주리 사원을 인사 이동시켜 낚시팀에 꼭 포함 시키세요.”
총무부장은 들고 있던 수첩에 상준의 지시를 메모하였다.
상준은 다음 낚시 출조 지역을 알아보던 차에 울산 정자 앞바다로 계획을 잡았다.
그리고 낚시팀에 포함시킬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하루였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아쿠아리움 관장 민수가 그에게 제안을 하였다.
“연 대표, 우리 언제 낚시 한번.”
친구 민수의 제안이었다.
상준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다 상미가 했던 말이 기억에 떠올랐다.
“그럴까? 방송제작 부장과 동행하는 거 어때?”
지금은 식당에서 둘만 앉아있는 자리다.
“그럼 더 좋지.”
“그럼 상미에게 전화해서 같이 가자고 그래.”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대물 잡을 만한 곳이 없을까?”
“한번 찾아보지.”
상준은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낚시에 대해서는 주로 도시 어부에 대한 내용만 나오고 그 외 대부분은 지난해 것이거나 오래된 내용만 검색되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제공되는 뉴스도 없었다.
상준은 프로 괴물 낚시꾼협회로 전화를 하였다.
혹시 괴물에 대한 최근 정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요즘 괴물 어획에 대한 들어온 정보가 없어요. 잘 안되나 봐요.”
“어쩌다 잡아도 보고를 제대로 안하는 것 아니에요?”
“그럴지도 모르죠. 보고가 꼭 의무는 아니니까?”
상준 자신도 그렇다.
수시로 잡는 변종 어종을 매번 연락을 하지 않고 있으니 협회라고 뭐 특별히 알겠는가?
혹시 하고 전화를 내어 봤지만 역시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 모교 학무과에서 전화가 왔다.
얼마 있지 않으면 졸업 시즌인데 후배들에게 특강을 부탁한다는 전화였다.
자신은 그저 고기만 잡는 낚시꾼에 불과한데 무슨 특강이냐고 정중하게 사양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성공한 선배들이 많지만 젊은 ceo는 그리 흔하지 않을 뿐더러 하는 일이 남달라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최근 학생들의 로망이기도 하고 설문조사에서 가장 높은 인기표가 나왔다고 하였다.
몇 번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전화를 끊지 않고 매달려서 하는 수 없이 승낙하였다.
“그럼, 허락하시는 걸로 알고 매일로 양식 보내 드릴게요.”
잠시 후 상준의 매일에 강의 주제, 가능한 날짜와 시간, 본인 소개 글, 강의 내용 요약 등을 적을 수 있는 양식이 날라 왔었다.
“양식에 맞춰 대충 작성하셔서 메일로 넣어주세요.”
상준은 메일을 받아 간단하게 약술하여 발송하였다.
그리고 그 양식 아래쪽에는 강의료를 입금할 수 있는 계좌번호를 적도록 빈 공간이 있었다.
아무리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 된다지만 강의란 본래 그런 것이 아니다.
신경을 써서 작성을 해야만 창피를 당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싸서 하지.”
서재에 박혀 밤늦게 까지 원고작성에 주력하고 있는데 또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시간을 보니 밤 한시가 넘었다.
상준은 얼른 일어나 문을 열어 주었다.
아이 어머니 도우미였다.
“어떻게 이 시간에?”
“거실에서 처다 보니 불이 있기에 차 한잔 가져왔어요.”
아주머니는 차 두 잔을 소반에 바쳐 들고 서재로 들어와 탁자에 앉으면서 대답을 하였다.
“용석이는 자는 모양이죠?”
상준은 할 수 없이 책상 앞에서 내러와 탁자가 놓인 소파에 마주 앉았다.
“네, 아홉시만 되면 잠이 들어요.”
“밤에는 보채지 않나요?”
상준은 낮에 아기가 설쳐 힘들어 하는 아줌마를 봤기에 자연스럽게 물었다.
“용석이가 많이 설치죠?”
“아기들 다 그렇겠죠. 뭐.”
“그런데 아줌마는 주무시지 않고. 밤에는 제 신경은 안쓰셔도 됩니다.”
상준은 찻잔을 들어 입안에 가득 머금어 본다.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허브 차였다.
“제 차는 보이차에요.”
아줌마는 자기 찻잔을 들며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
“요즘 제가 잠이 안와서요. 용석이는 잠이 들면 아침까지 잘 자는데 제가 늘 잠이 오질 않아 고민이에요. 아마 불면증 같아요.”
“네.”
“용석이 아버지께선 자주 연락이 오세요?”
아줌마는 한숨을 쉬며 신세타령을 하였다.
처음 미얀마에 파견 갔을 때만해도 수시로 연락이 오더니 언제 부터인가 전화도 없고 전화를 해도 잘 받지도 않는다고 했다.
또 말도 안되는 소문들이 동료들의 부인들에게서 들려온다 하였다.
“말이 안되다니요? 무슨 소문을 요? 혹시 다치기라도 하셨다고 그래요?”
“글쎄. 그곳에는 우리 돈으로 한 달에 10만원만 주면 현지처라 뭐라 하는 것이 있어 많은 남자들이 현지에서 살림을 한데요.”
“유언비어일 겁니다. 용석이를 보더라도 어떻게 그런 일을 하시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상준은 아줌마에게 위로의 말을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