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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22화 (122/225)

〈 122화 〉 뿔난 두툽 상어(2)

* * *

상준은 주리를 보며 엄지를 치켜 올려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한마디를 더 던졌다.

“인물 되지, 실력 되지, 이젠 낚시도 되네.”

주리는 얼굴을 붉히며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얼마 후 상준은 명호가 올린 방어를 보며 똑 같은 반응을 보여 주었다. 가을바람은 시원하기 그지없는데 추석을 지나고 나니 본격적인 가을이 온 것 같았다. 하늘은 맑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족관에도 어느 정도 고기들이 늘어났다. 새 요트에 가장 큰 매력이 수족관이다. 갑판위에 뚜껑을 열면 수족관이 있다. 원래는 창고였는데 상준이 개조한 수족관이다. 뚜껑을 덮으면 앉을 수도 있고 식사를 할 때는 간이 식탁도 된다. 그리고도 주변에 얼마든지 의자를 놓을 수도 있고 만약 비가 오면 천막을 닫을 수도 있다. 선실 지붕 높이로 접이식 자동 천막 개폐기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필요할 때는 모터 대신에 돛을 올릴 수도 있게 설계되었다. 바람을 받아 천천히 이동이 가능한 것이었다.

이름 그대로 최신 요트가 갖춘 모든 시설은 다 구비하였다.

선실에 들어가 어군 탐지기를 살펴보았다. 바닥 층에 많은 고기들이 놀고 있었다. 다시 어류탐지기 버튼을 누르자 수중 카메라가 물속으로 가라않는다. 각종 고기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바다 속 풍경도 잡을 수 있다.

상준은 다시 선실 밖으로 나와 낚싯대를 바다로 던져 넣었다.

꿈의 요트.

상준의 요트는 레져용이 아닌 낚시용이다. 그래서 좀 다른 특징이 있다. 수족관도 그렇고 어군탐지기도 그렇다. 레져용의 해저 탐지기와는 기능 자체가 차이가 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분신이다.

이제 10월.

상준의 포부는 하늘 높이 나른다. 이미 다음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괴물 낚시장비의 개발에 있다.

10월에 해야 할 자신의 사업 목표다.

돌아가는 즉시 공장 부지를 확보하여 공장을 짓는 일, 생산설비를 갖추는 일, 인력을 채용을 서두르는 일,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일,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홍보를 비롯한 유통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내만으로는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상호는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이 없다.

[뉴 해양]

모든 낚시 제품에 붙을 상호명이다.

그때 상준의 낚시에 약한 떨림이 전해졌다.

가볍게 챔질하여 올려 봤더니 두툽상어였다. 어제 낚아 올린 변종하고는 다른 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독침이 없다. 얼른 수족관에 넣어두고 다시 바다로 던져 넣었다.

휴대폰에 진동이 전해져 얼른 꺼내보니 상미였다.

“오빠, 지금 어디에요?”

“거문도와 초도 사이.”

“멀리 갔네. 엄마 내려 가셨어요. 아침에 출근하니 가시겠다고 하시더라고.”

“좀 모시다 드리지.”

“그랬지. 근데 출근 시간 다 됐는데 갑자기 그러셨어. 퇴근하고 모셔다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기어이 오늘 가셨어.”

“응. 할 수 없지 뭐.”

“근데 엄마 차 언제 나와?”

“그거 네가 알잖아?”

“난 모르는데.”

“.....?”

“알았어. 내가 알아볼게.”

‘가스나, 계약은 지가 해놓고. 저거 요즘 정신 어디 두고 다니지?’

다시 낚시에 신호가 왔다. 이번에도 역시 두툽상어였다.

‘차라리 변종이면 모르지만 작은 상어들이.’

“대표님 차 한잔 더하세요.”

언제 끓였는지 주리가 보이차를 가져다주며 상준에게 권했다. 상준은 차를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뜰채를 가지고 수족관에 담겨진 변종 두툽을 꺼내보았다. 역시 조금 다른 건 맞다.

두툽상어.

‘오늘 점심은 이걸 먹어봐야겠다.’

상준은 일단 상어의 배를 갈라 자신의 목표물을 찾아보았다. 대추알 크기의 주홍빛 원석이었다.

“대표님 이것 뭐예요?”

주리가 물었다.

“이게 바로 보석 원석이지.”

“상어에 저런 것이 들어있어요?”

“글쎄, 들어있네.”

상준은 대충 얼버무렸다.

“저 수족관에 들어있는 상어에게도 있겠네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럼 나도 상어 잡아야지.”

“근데 저것 얼마쯤 하는 거예요.”

“원석이 저 정도면 3,000은 되지 않을까?”

상준은 변종 두톱의 껍질을 벗기면서 주리의 처다 보았다. 주리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점심 식사는 두톱회로 주 메뉴를 정하고 아침에 주리가 끓일 참치 매운탕을 데워서 식사를 했다. 두툽회는 몇 점 되진 않았으나 약간은 여물고 맛은 고소하였다. 오래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한 것 같았다.

상준은 낚시에 참여하는 직원에게 성과에 따른 보상을 해 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 성과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번 성과금은 얼마를 책정하실 계획이신지요?” 명호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1인당 100만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리는 명호에게 조용히 물었다.

“낚시 참여하면 성과금 있어요?”

“응, 낚시 성과에 따라 성과금이 있어.”

“전에도 받은 적 있어요?”

“난 많지. 많을 땐 월급의 100%일 때도 있었어. 그래서 우리 회사를 꿈의 직장이라 하지.”

“네∼에.”

잠시 후 명호와 주리는 광어를 건져 올렸다. 요트에서 꾀 먼 거리에서 한차례 수면에서 보일링이 일어나는 것 같아 다랑어 낚시에 다시 기대를 걸었으나 곧 사라지고 더는 소식이 없었다.

상준은 다슬에게 전화를 했다.

“오빠.”

“나, 너 보고 싶어.”

“며칠 됐다고 그래요?”

“그래도.”

이러는 상준의 모습은 아직 어린애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명호가 보기에도 그렇고 주리가 보기에도 그렇다. 그러나 정작 상준이 자신은 그렇게 보인다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지금 뭘 해?”

“열공.”

“그만 둬. 내가 먹여 살릴게.”

“호호, 난 안 먹어도 돼요.”

“허허, 끊자.”

“조심.”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우리 가야겠지?”

“벌써요?”

명호가 놀란 표정을 짓자 주리도 덩달아 반대하였다.

“우리 2박 3일 출장 끊었어요.”

“집에 가서 하루 쉬어야지.”

“이제 제가 낚시에 대해 좀 알 것 같은데.”

“네, 대표님. 여기까지 왔으니 하루만 더 하고 가시죠.”

상준은 하는 수 없이 그들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럼 계속 낚시해, 난 들어가서 좀 쉬었다 나올게.”

상준은 선실에 들어가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잤을까?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와 보니 명호가 방어를 걸은 것 같다. 온 힘을 집중시켜 균형을 잡고 한판 승부를 벌리고 있었다. 멍하니 서서 지켜보고 있는데 주리가 옆에서 뜰채를 들고 서 있었다.

이제 보니 제법 낚시의 한조가 탄생한 것 같았다.

상준은 생수병을 들고 기다리다 명호가 대형 방어를 올리자 물을 건네주었다.

갑자기 명호는 물을 받지 않고 옆에 있던 주리의 손을 잡고 폴짝폴짝 뛰더니 그제야 생수병을 받아 마셨다.

상준은 의자에 앉아 멍 때리고 있었다.

“대표님, 낚시 안하세요?”

“저녁 먹고 하지 뭐.”

“그럼, 대표님 저녁부탁해요.”

“응? 내가?”

“낚싯배에서 낚시 안하는 분이 밥해야 되지 않을까요?”

상준은 그럴 것 같은 말이라 심통이 났으나 선실 안으로 들어가 저녁 준비를 하였다.

오늘 저녁은 방어요리.

방어를 회로 먹을 때 맛이 있는 부위 중 뱃살을 뺄 수가 없다. 먼저 창자를 제거하고 잘 씻은 다음 옆으로 눕혀 목 부위를 절반 정도 자른 뒤 등뼈를 따라 꼬리 쪽으로 살살 베어 나간다. 꼬리에 도달하면 방향을 바꾸러 껍질을 잡고 다시 머리 쪽으로 얇게 나가면 껍질이 제거된 한쪽 단면의 살이 나온다.

그런 다음 뱃살 부위를 절단하여 회감으로 쓰고, 등쪽 살은 돈가스를 만들 듯이 방어살 가스를 만들기로 했다. 회는 썰어 고추냉이 간장소스와 초장을 만들어 준비를 해 두고 방어살 가스는 물기를 제거한 후 맛소금과 후추를 가볍게 뿌렸다. 다음은 달걀을 푼 물을 뒤집어 쉬운 뒤 빵가루를 묻혀 식용유에 튀겨 내었다. 그제야 주리가 싱크대 앞에 와서 상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자기가 하겠다고 넋두리를 한다.

상준은 밥을 퍼서 탁자에 얹어두고 방어 뱃살 회와 만들어 둔 소스를 식탁위에 올려두고 방어살 가스를 같이 올려놓았다. 주리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챙겨 식탁에 정리하더니 선실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명호를 불렀다.

“이 팀장님 식사하세요.”

이 팀장은 대물 방어를 잡은 기분에 아직도 흥분이 가라않지 않는지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잘도 먹고 있다.

“이거 먹어보세요. 맛있어요.”

주리의 태도가 지가 요리를 다한 것처럼 행세를 한다. 적어도 상준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그래 너 잘났다.’

식사를 하던 상준은 선실 문을 닫고 바다를 향해 조용히 신호를 보냈다. 그의 초능력 텔레파시가 제대로 작동하나 시험중이다.

그리고 난 후 다시 들어와 식사를 하였다.

‘너희들 오늘 혼 좀 나봐라’

“이게 고기 전이에요?” 방어살 가스를 보고 명호가 주리를 보며 물었다.

“예, 고기 전이에요. 추석 때 차례 상에 올린 전은 제가 다 했거든요.”

‘그래, 너 잘났다.

가스와 전을 구별도 못하면서 네가 잘도 했겠다. 사실 상준은 상미가 없을 때 고등학교 때부터 명절 때나 아버지 기제사 때 어머니를 도와 전들을 구웠다. 물론 어머니가 준비를 다 하셨지만. 그때부터 튀김과 전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다.

식사를 마친 뒤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선실 안에서는 뒷정리를 하는지 한참 뒤에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주리씨,

수고 했어요. 명호의 말이었다.

주리를 상준에게 커피를 권하며

“방어회 보단 참치회가 맛있어요.”

“.....?”

‘그래, 나도 알아. 그래서 뭐?’

그들은 다시 낚시에 빠졌다. 밤이 되니 기온이 제법 많이 내러갔다. 상준은 낚싯대를 바다에 던져두고 밤낚시에 도전하였다.

명호와 주리도 다시 낚시에 도전하였다. 얼마 있지 않아 손바닥 만한 참돔이 올라오면서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상준은 자신의 목적이 도달된 것 같았다. 주리의 낚시 솜씨도 많이 좋아졌고 재미도 좀 붙인 것 같았다. 명호는 이미 낚시에 빠진지가 좀 되었다.

“대표님, 소식 없어요?”

방금 참돔을 건져 올린 주리의 말이었다.

“오늘 대표님 잘 안되나 보네요.”

명호의 말이다.

‘그래 좋겠다. 낚시 잘 돼서.’ 상준은 자신이 고기를 잡았을 때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돌이켜 보았다. 자신이 저지른 일은 잘 모른다. 기억에도 없다. 포음을 잡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남들도 나를 보고 좀 얄미웠을까?’

그때였다. 크라캔이 조용히 머리를 올렸다. 요트 옆쪽이라 명호와 주리는 보지 못하고 있다.

상준은 미소를 지으며 크라캔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크라캔은 조용히 사라졌다.

“엄마야.”

순식간에 크라캔이 다리 하나를 들어 주리의 몸을 휘감아 자신의 머리위로 당겨올렸다.

‘사람 살려.“

명호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어,....어.”

상준은 고개를 푹 숙이고 조는 듯 앉아있었다.

“대, 대, 대표님, 저, 저”

“살려 주세요.”

크라캔이 순식간에 뒷걸음치는 명호를 다른 다리로 휘감아 양쪽 어깨에 메고 요트에서 점점 멀어졌다.

“사람 살려요.”

가만히 보고 있던 상준은 오라는 신호를 보내자 다시 요트로 접근하였다. 상준은 대도를 뽑아 크라캔의 어깨에 뛰어 오른 후 명호를 빼내 요트에 올려주고 주리를 보니 사색이 다 돼 있었다. 그제야 주리를 뽑아 요트위로 뛰어 내렸다. 갑판 위에 널브러진 둘을 보며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고 호통을 쳤다.

“이놈 당장 물러가거라. 만약 오늘 두 사람을 헤쳤으면 내 그냥.”

‘상을 줄려 했다. 가거라.’

상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낚시에 전념하였고 한참 후 두 사람은 기진맥진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표님 방금 그것이.”

“뭐?”

“대표님. 우릴 구해주셨잖아요.”

“내가 언제?”

명호와 주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안이 벙벙하였다.

“너희들 왜 그래. 내가 해준 저녁밥 잘 먹고 웬 헛소리들이야?”

“.....?”

그날 밤 상준은 두툽상어를 한 마리 더 건져 올리고 거문도 낚시의 막을 내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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