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뿔난 두툽 상어(1)
* * *
“어 선실에 가면 카메라백이 있어. 한번 열어봐.”
결국 주리는 종이를 펴 씨를 쓴다고 포음을 잡았다.
상준은 갑자기 동길산 시인의 [시가 있는 등대이야기]란 시집이 생각났다.
거친 파도를 맞으며 한결같이 어두운 바닷길을 밝혀주는 등대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이야기 한다.
이 시를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평정을 얻으며 감명 받았던 기억이 살아났다.
다시 채비를 하여 바다에 던져 넣었다.
요트의 불빛은 사방을 비추고 있다.
“이 팀장. 이제 한건했으니 낚시나 해.”
“예, 감사합니다.”
이 팀장은 카메라를 내려 놓으며 낚시에 대한 열의가 엿보인다.
얼마가지 않아 상준과 명호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각각 참돔 한 마리씩을 건져 올렸다.
손맛은 살아있었다.
때가 때인지라 물고기의 생기가 넘쳐나고 빛깔이 죽여준다.
그때 다시 명호의 낚싯대가 찌르르 울리며 파열음을 낸다.
야광찌가 물속으로 차고 들어가고 명호의 팔에 힘이 더해진다.
“야호!”
명호는 이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챔질을 하여 보기 좋게 물고기와 일전을 벌린다.
“음.”
명호의 낚싯대 움직임을 보며 예사 놈이 아니란 걸 직감하였다.
자신의 낚싯대를 거치대에 꽂아두고 뜰채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야, 힘 좋네.”
명호는 의기양양하게 놈과 맞서며 정면 승부를 노리고 있었다.
당기고 늦추기를 한참 동안 한 끝에 드디어 놈의 정체가 물 위로 드러났다.
“오, 예스.”
큼직한 감성돔이 물위로 떠오르며 상준의 뜰채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묵직한 감성돔을 가슴에 안고 명호는 기념 사진을 찍어달라고 법석을 떨었다.
그제야 상준도 다시 낚싯대를 쥐고는 바다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소식은 좀처럼 오지 않고 괴물의 흔적도 눈에 띄지 않았다.
양주리는 쓰던 종이와 볼펜을 갑판 수족관 뚜껑위에 얹어두고 방금 잡은 고기를 들여다 본다.
소식이 없자 낚싯대를 쥐지 않고 거치대에 걸어두었다.
선실로 들어가 생수 한 병을 가지고 나와 목을 축이면서 양주리가 올려 둔 메모를 들여다보았다.
제목 등대,
‘저기 저 먼 곳에 등대불이 반짝인다.’
그리고 끝이다. 더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
‘시를 쓰다가 똥꼬 막혔나?’
상준은 혼자 비시시 웃으며 양주리를 바라보며 한마디 하였다.
“저별은 나의 별, 저별은 너의 별. 등댓불 아래서 춤추는 저 파도.”
“아, 대표님. 멋져요. 그 시. 누구시에요?”
“누구시라니 내 시지.”
상준은 농담을 하며 다시 낚싯대를 잡았다.
그때였다.
수심 5 m 정도에서 주홍빛 섬광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정체모를 괴물이 그의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 너 반갑다.’
상준은 그제야 제 물건을 찾은 듯 손아귀에 힘을 주며 놈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릴을 감으면서 요트 가까이 오도록 근접시켰다.
그러나 놈은 좀처럼 미끼를 물지 않았다.
상준은 즉시 낚시를 회수하여 루어를 빼고 갯지렁이를 달아 다시 던진다.
보고 있던 양주리가 한마디 하였다.
“저 빛이 뭐예요?”
“뭐? 저게 보여?”
“저 붙빛 말이에요.”
“음.”
상준은 순간 긴장했다.
‘주리 눈에 저것이 보이다니?’
결국 놈은 상준의 미끼를 덥석 물었다.
워낙 작은 놈이라 별 저항도 없이 쉽게 걸려 올라왔다.
“상어네.”
두툽상어였다.
주리는 상준이 올린 두툽상어를 보며 신기한 모양이었다.
두툽상어의 길이는 불과 40 Cm내외였다.
놈의 색깔은 진한 고동색을 띠고 있었고 등에는 날카로운 독침 몇 개가 돋아나 있었다.
두툽상어 변종임이 틀림없었다.
보통 사람은 상어라고만 생각했을 뿐 변종 상어란 걸 전혀 모를 것이다.
상준은 상어를 해체하지 않고 갑판 수족관 뚜껑을 열고 수족관에 던져 넣었다.
눈은 가늘고 길며 찢어진 구멍 모양이다.
입은 몸의 아래쪽에, 입술 주름은 아래턱 입가에만 위치하고 있다.
양턱 이빨은 뾰족하고 비늘은 턱이와 모양이 같고 아가미는 작다.
고동색 등에는 안장 모양 갈색무늬가 있었다.
그 보다 중요한 건 양주리의 섬광 식별 능력이었다.
“음.”
상준은 잠시 망설이다 결심을 하였다.
“미쓰 양. 낚시 안할 거야?”
“전 낚시에 소질이 없나 봐요. 물에나 빠지고.”
듣고 있던 이명호가 다시 거든다.
“주리씨, 잘못하면 잡혀 먹혀요. 히히히.”
이 팀장 말이 창피한가보다.
얼굴에 홍조를 띤 주리는 어쩔바를 몰라 했다.
조명과 같은 불빛을 받은 탓일까.
오늘 따라 더 예뻐 보였다.
낚시를 던져두고 어떻게 하면 양주리가 낚시에 취미를 붙일 수 있을까 고민을 해 보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았다.
낚시에 대한 의욕도 부족하고 관심도 별로 갖지 못한다.
한번 실수로 포기해 버렸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상준은 언젠가는 주리가 회사를 위해 큰 일을 할 것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새벽이 다가오자 상준은 직원들을 데리고 잠시 눈을 붙였다.
더 이상 소식도 없고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니 잠이라도 자려는 계산이었다.
내일을 위한 충전을 위해서다.
하루의 피곤은 그들에게는 숙면을 가져다주었다.
푹 자고 일어났을 땐 벌써 다른 낚싯배가 많이 떠 있었다.
곳곳에서 환호성이 나오는 걸로 봐서 무엇인가 잡히고 있다는 신호였다.
“자 우리도 낚시 던져두고 아침이나 먹고 시작해 보자.”
주리는 잠을 잘 잤는지 널어두었던 자신의 옷을 걷어 선실로 들어가 갈아입고 나왔다.
“아침은 제가 할테니 두 분은 낚시하세요.”
명호는 연신 싱글벙글한다.
"이 팀장. 그만 놀려."
주리의 얼굴은 언제 했는지 세수를 하고는 자외선 차단 썬 크림까지 바른 것 같았다.
이웃 배 꾼들이 참돔과 가자미를 올리고 있었다.
“대표님, 참치 머리 한 부위만 쓸게요.”
상준이 돌아보니 주리는 비닐 봉투에 든 참치 한 덩어리를 꺼내 치켜들고 보여준다.
"그렇게 해."
주리가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낚시를 했지만 별 소식은 없었다.
“식사하세요.”
선실로 들어가 탁자에 앉자 주리는 어제 저녁 보다는 다소 기분이 전환되었는지 얼굴엔 자주 미소를 지었고 아침준비도 비교적 깔끔하게 상을 차려두었다. 주 메뉴가 참치머리 매운탕이었다.
“음, 매콤하고 신선해.”
상준은 매운탕부터 한 수갈 먹어본 후 주리를 향해 엄지를 추켜세웠다. 명호도 역시 상준을 따라 주리의 매운탕을 칭찬해 주었다.
주리는 두 사람의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 반응이 좋아보이자 기분이 상승하는지 다른 반찬을 두 사람 앞으로 밀어주며 많이 드시라며 권하기도 하였다.
상준은 이왕 내킨 김에 주리를 확실하게 띄워주려고 한 마디 던졌다. 그래야 주리가 기분이 전환되어 다시 낚시에 몰입할 수 있고 그래야만 뉴 해양 컴퍼니 직원답게 낚시에 빠져들기 때문이었다.
“우리 회사 인사팀이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다.”
“.....?”
상준의 말에 명호와 주리가 무슨 말씀인가 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준을 바라보았다.
“직원을 채용할 때 실력으로 뽑지 않고 미모로 뽑는가봐. 그거 잘못된 것 아니야. 문책을 좀 해야겠어.”
“....?”
그리고 상준은 시침을 떼고 열심히 밥을 먹고 있었다.
3분 정도 정적이 흐르더니 그제야 명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요? 대표님.”
상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명호는 한 마디 더 하였다.
“확실히 인사 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명호의 말에 얼굴이 좀 긴장하는 것 같던 주리가 그제야 얼굴을 피며
“왜 그래요. 팀장님까지.”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저 실력도 있어요.”
상준은 마지막 한마디를 던졌다.
“낚시가 채용 기준의 기본이라 했는데.”
“.....?”
상준은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의자에 앉아 찌를 바라보며 멍 때리고 앉아 있었다. 식사를 마친 명호도 다시 낚시에 돌입하자 정리를 마친 주리가 밖으로 나와 한 마디 하였다.
“보이차를 드릴까요? 허부차를 드릴까요?”
“난 커피.” 명호의 명쾌한 답이었다.
“대표님은요?”
“커피.”
“그럼 난 허브차를 마셔야지.”
잠시 후 커피를 들고 나와 상준에게 주면서
“저 마음먹으면 낚시 잘 할 수 있어요.”
“그래요?”
상준은 명호에게 낚시채비를 해주라는 눈짓을 하였다. 차를 마신 주리도 다시 낚시에 도전 하였다.
“자, 우리 자리를 잠깐 옮겨 도전해 봅시다.”
상준은 요트의 시동을 켜 이동을 하였다. 거문도에서 거금도 내해로 이동하여 초도 가까이에 정박시켰다. 다시 말하면 거문도와 초도 중간 지점이라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도전해 보자.”
“여기서 제주도까지 멀어요?”
“제주도는 멀지. 차라리 거문도에서 가깝지.”
“제주도에도 낚시 가 보셨어요.”
“어, 얼마 전에. 동영상 못 봤어?”
“아, 맞다. 위미항이 제주도지요.”
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준은 집어를 위해 요트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밑밥을 듬뿍 투척해 주었다. 목적은 단 한가지였다. 어떤 고기든 많이 모여 손맛을 좀 보여주려는데 있었다.
미끼는 전부 갯지렁이로 통일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잠시 후부터 어신의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왔어요.”
“저도 왔어요.”
크지는 않았으나 돌돔이었다. 몇 수를 건진 명호와 주리는 점차 낚시에 빠져들고 있었다. 사실상 명호는 낚시에 빠진지가 제법 오래되었다. 자신의 직책상 카메라 촬영에 몰두하다 보니 그때마다 손맛을 못보는 것을 아쉬워하였다. 거문도의 목표도 어느 정도 도달했고 오늘은 마음 놓고 손맛을 보리라 작정하였다.
연거푸 고기가 물어주자 주리의 얼굴에도 웃음이 일어났다. 일단 낚시는 작은 고기라도 자주 올라와야만 기분이 좋다. 그러다 보면 빠져들기 마련이다.
틈틈이 명호는 주리의 낚시에 조안을 해주며 한 쌍이 된 것처럼 흥분해 있었다.
이들의 낚시를 지켜만 봐도 기분이 좋다. 그제야 상준도 주리를 지켜보며 서서히 빠져드는 주리를 보고 흐뭇해하였다.
“너무 커요.”
결국 주리가 걸려들었다. 제법 큰 고기가 확실하였다. 명호는 재빨리 낚싯대를 놓아두고 주리의 옆에 붙어 서서 보조를 해 주고 있었다.
“이 팀장. 주리의 낚싯대는 잡아주면 안 돼.”
명호는 손이 근질거려 주리의 낚싯대를 잡아주고 싶어 환장을 하고 있었다. 주리의 입술이 한일자로 다물며 드디어 이를 악물고 있었다.
“아구, 아구, 으으.”
주리의 입에서 기쁨의 비명이 흘러나왔다.
“감아, 감아.”
명호도 옆에서 응원을 하였다.
“뜰채.”
상준의 말을 듣고 명호는 뜰채를 쥐고 건져주었다.
“감성돔이다. 야호 흥.”
쥬리는 스스로 대견스러워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치켜 올리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상준을 흘깃흘깃 바라보며 상준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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