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120화 (120/225)

〈 120화 〉 다랑어 낚시(1)

* * *

추석 연휴가 끝나자 어느 듯 10월의 첫 주가 시작되었다.

상준은 새 요트가 도착하자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꼈다.

즉시 새 요트에 작살 두 개를 설치하고 지금까지 사용하던 요트를 넘겨주었다.

'이건 그냥 호텔과 다름없네.'

신형이면서 크기도 크다.

시운전을 해 본 후 새로운 조작 기능도 내부 장식도 고상하게 꾸몇다.

무엇보다 GPS 항법장치 활용에 신경을 쓰면서 어군 탐지기와 어류 탐지기 판독에 시간을 투자 했다.

엔진소리가 거의 나지 않고 미끄러지듯 잘 나간다.

이래서 고가가 좋은가 보다.

이번 주말에는 거문도 앞바다로 출조할 예정이다.

지금 이곳에는 참다랑어 출현이 빈번하다고 한다.

다랑어 낚시에 도전하기로 했다.

적오도 프로라면 참다랑어 정도는 올려봐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어디 가서 큰 소리를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상준은 다랑어 낚시팀을 어떻게 편성해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부서 조직표를 컴퓨터에 띄워놓고 체크를 해 보았다.

방송자료나 동영상 자료 확보를 생각하면 두 말 할 것 없이 방송제작부가 먼저일 것이다.

Y S J 인터넷 방송 TV와 유튜브 동영상 제작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또 방송 제작부 부장인 동생 상미를 포함시켜야 하고 실무팀 선혜영 팀장과 이명호 팀장을 포함 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들에게 오해을 받을 소지도 있고 선혜영과 자꾸 얽히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 이번엔 팀을 바꾸어서 도전해 보자.’

결국 상준은 방송 홍보팀을 빼고 방송제작부에서 영상제작 팀만 동행하기로 결심하였다.

영상 제작팀 팀장 이명호와 사원 양주리를 선발하여 자신과 더불어 세 명이 함께 출조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회사의 역사가 짧고 젊은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일부 인원을 제외하면 모두 젊다.

장점이라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비서실장을 불러 주말 출조 계획과 참다랑어 도전팀에 통보하도록 하고 출조 준비를 지시하였다.

장소는 계획대로 거문도 근해로 목표를 잡게 되었다.

비서 전송이도 동행하겠다고 몇 번이나 건의했지만 끝까지 사양하였다.

출조 시간은 수요일 아침이었다.

비서실에서 준비해준 식자재를 싣고 다랑어 낚시준비를 완료하여 이명호와 양주리를 대동하여 출조길에 올랐다.

“대표님, 지난 번 요트하고는 비교가 안되네요.”

명호도 좀 놀란 모양이다.

주리는 그저 입만 벌리며 이곳 저곳을 구경하느라 바쁜 것 같았다.

날씨는 초가을 답게 하늘은 화창하고 바람은 잔잔하였다.

나로도를 지나 거문도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 듯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난 오후로 접어들고 있었다.

출발을 할 때는 선상 점심을 계획하였으나 시간이 지체되어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하는 수 없이 거문도 항에 요트를 정박하였다.

횟집식당에서 물회를 먹고 다시 바다로 출발하였다.

원래 거문도 낚시는 갯바위 낚시가 특히 유명하다.

주 대상어는 계절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감성돔과 참돔을 노린다.

운이 좋으면 80 cm가 넘는 대물들도 만날 수 있다.

수월산 끝자락에 위치한 거문도 등대를 지나 3 Km 정도를 더 지나갔다.

배낚시를 즐기는 주요 포인트다.

채비를 하여 낚싯대를 던져 넣자 이 팀장은 카메라를 돌려 동영상을 찍고 양주리는 사진 촬영에 열중이었다.

일단 낚싯대를 거치대에 꽂아둔 뒤 생수병을 꺼내 물을 마시려는데 양주리가 커피를 탄단다.

“대표님. 여기 커피.”

“양주리라 했지?”

“네, 대표님.”

“낚시 해 본 경험 있나?”

“아뇨, 전 이번이 처음입니다.”

“음.”

“낚시 하고 계실 때 보고를 드리라고 하던데?”

“누가?”

“선혜영 팀장님께서.”

“무슨 보고?”

“밍크의 산란 장면과 위미항 지귀도 한치 낚시 영상을 제작 완료 했습니다.”

사수와 조수의 관계.

그것은 팀장과 소속 직원간의 관계와 비슷한 것 같다.

선혜영이 하던 보고를 선상 위에서 양주리가 대신한다.

단지 보고 타임을 잘 못 짚은 것만 빼면 모든 것이 꼭 같다.

“수고 했어.”

그리고 상준은 챔질을 했다.

고기가 노는 모양이 감성돔이 틀림없다.

물을 차고 가는 힘이 보통은 아니다. 이명호는 카메라를 가까이 접근시켜 초점을 맞춘다.

그의 팔이 부르르 떨리다가 몸이 앞으로 끌려가는 듯하다.

양주리는 옆에서 같이 용을 쓴다.

그리고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 본다.

“미쓰 양.”

“예. 대표님.”

“경험삼아 한번 해 봐.”

“제가 해도 괜찮으시겠어요?”

“그거 어느 지방 말이야?”

“예?”

“고향이 어디냐고?”

“충청돕니다.”

상준은 있는 힘을 다해 릴을 감으면서도 침착하게 물었다.

“충청도가 다 고향이야?”

상준의 말을 듣고 있던 명호가 히히히 웃는다.

그러다가 웃음보를 터뜨린다.

"이 팀장은 왜 웃어?"

"전에 제게 했던 말씀과 꼭 같으신 멘트라서."

주리는 아직 신입이라 그의 앞에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충남 보령입니다.”

“보령 좋지. 바로 대천해수욕장.”

보령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대천해수욕장이다.

“예, 해수욕장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입니다.”

“응.”

올라온 고기는버티고 있던 고기는 참돔이었다.

"이놈이 그렇게나 버텨?"

80 Cm가 넘은 대물이었다.

참돔의 붉은빛이 강하고 배 부분은 황금색이 감도는 멋진 놈이었다.

주리는 박수를 쳤다.

결국 주리도 이 팀장의 도움을 받아 낚시를 던져 넣었다.

얼마가지 않아 고등어를 잡아 올리더니 넙치도 건져 올렸다.

“낚시 잘하네. 초보라고 하더니 완전 프로구만.”

상준은 주리를 띄워주었다.

“저도 신기해요.”

양주리의 표정도 많이 달라졌다.

이어서 상준은 넙치 한 마리를 추가하였고 그 뒤 한참동안 소식이 없었다.

어신이란 언제 어느 때 누구에게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그것은 오직 물고기만 알고 있다.

고기가 물면 요령있게 올리는 것은 초보와 프로의 차이라곤 하지만 누구 낚시에 걸릴까 하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때때로 초보자가 더 많은 고기를 잡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간혹 낚시 TV를 보면 프로 낚시꾼이 초보자에게 낚시 교육을 하면서도 정작 고기는 초보가 잡는 경우가 허다히 있다.

그러나 대물은 좀 다르다.

초보의 경우 올리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에 요트 전방에서 보일링이 난다.

보일링이란 물고기가 수면 위로 튀어 올라 마치 물이 끓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스 양, 저기 저 보이지? 저 곳에 던져 넣어 무조건 감아.”

상준은 즉시 보일링 중앙으로 집어 던졌다.

이것 때문에 오늘 미끼는 루어를 사용했다.

명호는 보일링 현상을 카메라로 잡으며 상준의 루어를 따라 카메라를 움직였다.

양주리는 몇 번의 실패 끝에 제대로 던져 넣었다.

“물었다.”

분명 참치다.

그것도 다름아닌 참다랑어.

온 힘으로 버티며 놈과 일전을 시작하고 있었다.

“저도 걸었어요.”

순간 양주리는 그대로 바다에 곤두박질 쳤다.

실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이것이 바로 요트의 문제였다.

요트의 안전대가 너무 낮았다.

어선에 비해 절반이 체 안 되는 것 같다.

상준은 잽싸게 요트 거치대에 줄을 걸어두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명호는 특종을 잡은 것처럼 카메라를 돌린다.

버벅대고 있는 양주리의 옷을 잡아 요트 안전대에 붙여주었다.

"이거 잡고 있어."

갑자기 당한 일이라 물을 좀 먹었는지 캑캑거리고 있다.

코에서도 물이 흘러내린다.

요트에 올라와 주리의 팔목을 잡고 끌어올려 주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듣고 할 시간이 없다.

다랑어의 발버둥이 여전하였다.

“들어가서 옷 갈아 입어.”

“옷이 없는데?”

청바지에 긴 티를 입은 주리는 예비 옷을 가지고 오지 않았나 보다.

당연한 일이다.

누가 낚시를 가는데 비상용 옷을 더 준비하겠는가?

“조금만 기다려 봐.”

물에 빠진 생쥐 모양이다.

상준은 한참동안 다랑어와 싸우다 결국 갈고리로 놈을 걸어 당겼다.

그리 큰 놈은 아니었다.

]즉시 목을 따서 피를 뽑았다.

순식간에 갑판이 피바다를 이루었다.

그제야 상준은 선실로 들어가 자신의 잠옷을 양주리에게 내어주고 자신은 늘 입던 추리닝으로 갈아입었다.

다행이 아직은 춥지 않으니 별 탈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다랑어 떼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보일링 현상도 더는 보이지 않았다.

잡아 올린 다랑어는 길이가 겨우 1.2 m 정도였다.

그래도 이게 어디란 말인가.

상준은 즉시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그의 경험에 해체 작업은 몇 번 밖에 없다.

백상아리를 해체했고, 일반 상어도 해체한 적 있었다.

그러나 참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잘못 건드리면 아까운 부위를 놓칠 수가 있다.

혹여 하는 생각에 인터넷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참다랑어를 해체하는 동영상이 몇 개가 떠 있었다.

일종의 모방이다.

젊은 새댁이 요리 방법을 모를 때 인터넷을 뒤져서 요리를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과감하게 작업에 들어갔다.

일단 머리부터 잘라냈다.

두툼한 목살 부위가 보기 좋게 드러났다.

다음은 턱살이었다.

부위별로 따로 보관한다.

다음은 뱃살. 뱃살이 가장 맛있는 부위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대 뱃살이 최고다.

붉은빛 고기 덩이에 물결모양의 백색 줄무늬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그리고는 껍질,

그 다음은 눈알, 눈알의 크기는 아기의 주먹만 하다.

일일이 따로 포장을 하고 대뱃살을 제외하곤 전부 냉동시켰다.

그 방법 밖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

요트 갑판 위를 모두 씻어 내리고 저녁 식사 준비에 돌입하였다.

저녁 식사는 참다랑어의 대뱃살이다.

대뱃살의 절반과 목살의 절반을 도마 위에 얹어서 도톰한 크기로 썰어놓았다.

소스는 단 두 가지만 준비했다.

고추냉이(와사비) 간장소스와 소금을 친 참기름 소스.

그리고 등껍질로 매운탕을 끓였다.

“식사하자.”

헐렁하기 그지없는 상준의 잠옷을 입고 가만히 앉아있던 양주리가 이제야 제대로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양주리씨, 대표님 요리 솜씨 한번 맛보세요.”

이 팀장의 말에 창피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여 제대로 식탁 앞에 앉지를 못한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저가 저녁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니야 전혀. 살아온 것 만해도 그게 어딘데?”

상준은 미소를 지으며 놀리는 투어 말을 한다.

“죄송합니다.”

“대어를 낚을 땐 몸의 균형이 중요해. 잘못 실수하면 끌려들어 가거든.”

이명호도 직속부하에게 한마디 던졌다.

“음. 정말 고소해요.”

참다랑어 대뱃살은 환상적이다. 식감이 탁월하고 고소한 맛이 씹을수록 입안에 퍼지는 것 같다. 물결무늬 끝 쪽 어느 부분에 붙은 힘줄처럼 약간 질긴 부분은 씹을수록 고소하여 온 몸을 전율케 하였다.

매운탕 맛은 식사 마무리에 오는 약간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이래서 또 먹는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저녁 식사 후 정신을 차린 양주리는 커피를 끓여 나줘 주고 자신도 컵을 쥐고 밖으로 나왔다.

요트 넘어 거문도 등대의 불빛이 아스라이 멀리 깜박이고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한 줄의 시말이 머리에 떠오르며 시를 짓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이 팀장님. 혹시 볼펜 없어요?”

조용한 밤바다에 달이 중천에 떠있으니 감성이 예민한 젊은 사람이라면 시를 쓰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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