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 바다 친구 뷰미(2)
* * *
이튼 날 점심을 먹으면서 전날 잡은 야광 진주알을 꺼내 보였다.
“자 이것 하나씩 고르세요.”
레오피쉬에서 획득한 야광 주홍진주, 보라진주, 파랑색 진주였다.
“오빠, 이거 우리 주는 거야?”
“응, 내가 주는 선물.”
“그럼 난 이거.”
먼저 상미가 주홍진주를 골랐다.
“어머니 먼저 고르세요.”
다슬은 어머니께 선택권을 드렸다.
“네가 먼저 골라야지. 우리야 뭐 아무 거면 어떠노.”
결국 어머니는 파란색을 고르셨고 다슬은 남은 보라색을 골랐다.
상준이 보기엔 보라색이 더 예뻐 보였는데 어머님이 다슬에게 양보하신 것 같았다.
다슬이도 어쩌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다시 회수.”
“오빠, 그런게 어디 있어?”
“목걸이를 맞춰 다시 나눠드릴게요.”
“비싼 진주 같은데?”
어머님의 말씀에 다슬이가 대신 대답을 한다.
“아마 3천은 할 것 같아요.”
다슬은 언젠가 자신의 어머니께 선물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어느 정도 일지 추측을 하였다.
“아마도.”
상미도 대충 감을 잡았다.
“그럼, 난 안할란다. 내가 그 비싼 걸 말라꼬.”
“엄마, 오빠 선물이니 그냥 받아줘요.”
“이거 세계에서 하나 뿐인 진주에요. 값으로는 계산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선물하는 거예요.”
"자, 오늘은 낚시대회 갑니다."
“이야!”
“오늘은 어머니도 참가해야 합니다.”
“내가 내가 무슨 낚시를?”
“해 보세요. 정말 재밌어요.”
사양하시는 어머니께도 기어이 채비를 하여 낚싯대 하나를 맡겨 두었다.
“네 아버지도 살아 계실 때 낚시 참 좋아했다. 상준이 넌 기억나나?”
“예, 기억나요.”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한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엄마, 물었어.”
상미의 찌가 물속으로 들어가자 챔질을 하여 올리고 있었다.
“참, 상품이 있어야지.”
“지는 사람 두 명은 저녁 식사 당번.”
상미는 볼락을 잡아 올렸다.
신기하게도 그때 어머니의 찌가 물속으로 처박혔다.
“야야∼”
“어머니, 감으세요.”
어머니 팔이 후들후들 떨렸다.
그러나 상준은 어머니를 도와주지 않고 그냥 구경만 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정신력은 대단하셨다.
이를 악물고 지지 않겠다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끌고 온다.
"낚싯대 더 세워 봐요."
상준은 뜰채를 쥐고 건져 올려드렸다.
“이야!”
상미와 다슬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한다.
올라온 고기는 큰 우럭이었다.
“우럭이네.”
어머닌 고기 종류는 웬만하면 다 알고 계신다.
젊으실 때부터 시장을 누볐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날따라 상준의 낚시에는 별로 소식이 없었고 다슬이가 그래도 몇 수를 올렸다.
생각보다 어머니는 많이 잡았다.
광어를 비롯하여 노래미와 게르치 등을 잡아 올렸고 다슬이와 상미도 광어와 볼락을 잡아 올렸다.
어느 새 어머니도 낚시에 푹 빠지신 것 같다.
낚시의 재미는 구경이 아니다.
몸소 하는 체험이 넋을 빼 놓는다.
“너 담배 끊었는가 부다.”
“네.”
“다슬이 니가 끊으라고 시켰제?”
다슬은 당황하여 웃고만 있었다.
그러자 상준이 말을 받았다.
“네, 어머니. 다슬이 땜에 할 수 없이.”
“그래, 잘했다. 남자들이란 여자 하기 나름이라 안 카드나? 애미가 말할 땐 들은 척도 안하더만.”
“아니에요. 어머니. 오빠 제말 안 들어요.”
“글나. 여자 말 무시 하는 놈 잘되는 놈 못봤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마, 시끄럽다. 다슬이 인데 좀 잘해라. 울리지나 말고.”
사실 상준은 화가 나서 담배를 끊었다.
그러나 아직은 잘 모른다.
요즘도 간혹 담배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다.
“오빠, 오늘 저녁 당번 누구야?”
낚시가 다소 소원해 지자 상미가 물었다.
“내가 보니 너네.”
어머니가 상미를 보며 조롱조로 말을 하시면서 자신의 조과에 만족하신다.
“우승 정순자 여사. 준우승 정다슬씨, 삼등 연상미씨, 꼴등이 접니다.”
“다슬아, 우리는 가서 쉬자.”
“네, 어머니. 정말 낚시 잘하세요.”
“글체, 오늘 좀 되네.”
결국 남매가 저녁 식사 당번에 당첨되었다.
상준과 상미는 작은 잡어들을 장만하여 적당하게 잘라 냄비에 넣고 매운탕 준비를 하였다.
양피와 무, 마늘과 고추 가루를 적당량 넣어 푹 끓인 다음 풋고추와 파를 썰어 넣었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제피가루로 마감하였다.
접이식 탁자를 갑판위에 펼쳐두고 밥과 매운탕을 상위에 올려 두고는 참기름을 친 간장을 같이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석 차례상에 올렸던 각종 전과 고기를 함께 올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추석 음식 탓에 제법 다채로운 저녁상이 차려져 나왔다.
“식사 합시다.”
선상에서 먹는 저녁 식사는 언제 먹어도 맛이 최고다.
“상준아, 네가 끓였나?”
“예, 어머니.”
“간은 좀 볼줄 아네.”
“맛있죠? 어머니.”
“넌 뭐 했노?”
“마늘도 두드리고 고추도 썰고. 파도 저가 썰었어요.”
상미의 대답이었다.
“내사 보니까 니 오래비가 다 하드구만.”
“저도 했어요. 엄마.”
그날 저녁은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일단 맛있게 먹었으니 진수성찬이 뭐가 필요하겠는가?
그만큼 낚시는 많은 에너지도 소비시키는 것 같다.
“저녁 먹고 올라가요?”
“아니, 낚시는 원래 밤낚시잖아. 조금만 더해보고 올라가야지.”
밤낚시에는 붕장어가 올라오고 가끔 우럭도 따라 올라왔다. 누구 낚시라 할 것도 없이 종종 걸려들었다. 어머닌 이제 신발도 벗어버리고 본격적으로 고기를 잡으시며 손맛이란 것을 알기 시작하셨다.
밤낚시에서 상준은 다시 어제 잡은 것보다 조금 작긴 하나 레오피쉬 한 마리와 대형 가오리를 잡아 올렸다. 레오피쉬에서 완두콩 같은 그린색의 보석 두개를 채취하였다.
그린 보석은 은은한 빛을 띠고 우아한 품위가 엿보여 점잖하고 가풍있는 집안의 중년여성에게 있기가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뉴 해양 우주보석]에서 가공되는 제품들은 90%이상이 주로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태리, 독일 등으로 나가지만 영국의 상류층과 일본에서도 매우 선호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기로 고가의 보석이 서양인들의 실용주의 영향으로 아시아권에서만 인기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것은 상당하게 잘못된 생각이다. 진짜로 비싸고 희귀한 보석들은 서양의 귀부인들이 더 많이 애용한다. 그것이 옛날부터 내러온 그들의 전통인 것이다.
이것으로서 삼일 째의 낚시는 종결되었다.
다시 별장으로 돌아온 상준의 가족들은 차를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아직도 밖은 추석에 뜨는 보름달이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환하고 시원하고 상쾌한 밤이다.
“어머니 졸리지 않으세요?”
“야야, 화투 없나?”
“화투요? 뭐하시게요.”
“우리 추석때 하는 민속놀이 하자.”
“근데, 화투가?”
“오빠, 요트에 없어요?” 상미가 무엇인가 잡히는게 있는지 요트를 들먹인다.
“요트?”
“왜, 하계휴양 때 혹시나 쓸까하고 마트에서 하나 샀잖아. 기억 안나?”
상준은 요트키를 뽑아 상미에게 내 밀었다.
“그럼, 너 요트에 가서 찾아봐. 공구가 들어있는 서랍장에 한번 찾아봐. 거기 없으면 없어.”
결국 상미는 키를 받아 요트로 내러 갔다.
“다슬아, 다슬아.”
어머니는 방에서 책을 보고 있는 다슬을 불렀다.
“네, 어머니.”
“너 고스톱 할 줄 알아?”
“어머니, 저 고스톱 잘해요.”
“그건 또 언제 배웠노?”
“휴가 때 밖에 나가지 않은 날은 친구들과 종종 통닭내기나 피자 내기 했어요. 저 잘해요.”
“근데 왜 그러시죠.”
“우리 돈 따먹기 고스톱하자.”
결국 그들은 추석명절 전통 민속놀이 고스톱이 시작됐다.
“룰이 어떻게 되는데요?”
“룰이 뭐 필요하노. 3점 나면 기본 500원. 그때부터 3, 5, 7, 9 각 500원씩. 봐주기 없고 보여주기 없다.”
“선보기부터 해라. 주고야비다.”
“....?”
“내가 선이다.”
“광값은 얼마예요?”
“그걸 말이라고 하나? 기본아이가?”
“.....?”
“자 3점. 완 고다.”
“헤해 어머님. 저 고돌이 했어요. 어머니 박이에요.”
“그게 뭐 고돌이고? 고도리는 팔열. 이열. 사열이지. 그건 비열이잖아.”
“비열도 고돌이 맞는데요.”
“부산에는 그런 법 없다.”
“투고다.”
“엄마 이것도 쌍피 맞아?”
“쌍피지 오열인데.”
“아닌데. 이건.”
“쓰리 고다.”
“.....?”
“포고다.” 스톱.
그날 우리의 추석 전통 민속놀이에서 상준이와 다슬이 상미는 부산 아지매 정순자 여사께 포 고 에다, 피박 에다, 32점씩 얻어터지고 계산도 안되는 돈 다 잃었는데 문제는 끝나고 나니 돈을 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산 아지매 정순자 여사는 겨우 본전 했다하시고 상미와 다슬이는 56,000원과 48,000원. 상준은 지갑에 돈이 얼마였는지 몰라서 잃었는 돈이 계산이 안 된다.
첫 설사했다고 빼앗기고, 흔들었다고 4배 맞고, 포고 했다고 8배를 맞았는데 계산이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고 뺏기기만 했다. 이번 추석 대박은 부산 아지매가 친 것 같다.
모든 것이 끝나고 상준은 어머니께 물었다.
“어머니 그때 파이브 고 했을 때 진짜 열여섯 배주는 것 맞아요?”
“야가 머라하노. 버스 지나간 뒤 손들지 마라.”
“아니 그냥 좀 알고 싶어서. 근데 왜 나만 열여섯 배에요. 다슬이는 여덟 배라 하면서.”
“니는 피박 썼잖아. 다슬이는 피박 면했고.”
“그런가?”
그날 새벽 상미와 다슬이는 너무 우스워서 배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
“내가 피박 썼나? 하도 얼렁뚱땅 하시니 내가 정신이 있어야지.”
“넌 다른데 가서 고스톱은 하지마라. 그라다가 살림 다 말아 묵겠다.”
그날 상준은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몰라도 고스톱에 진것이 아니라 계산에서 진것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고것 참, 별것도 아닌 것이 퉁퉁 달겠구만.’
새벽이 되어 자리에 누웠는데도 잠이 제대로 오질 않았다. 옆방에서는 다슬이와 상미. 어머니의 웃음소리가 끝도 없이 나는 걸 봐서 혹시 혼자만 당한 것이 아닌지 그것이 궁금하였다.
‘그럴 줄 알았으면 타짜 영화라도 보고 좀 제대로 배워둘 걸.’
상준은 내년 추석 때는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어보다 혼자 피식피식 웃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다. 낚시할 땐 몰랐는데 고스톱을 하고나니 온 몸이 다 쑤신고 결린다.
아직 추석연휴는 더 남았지만 아침 식사를 한 후 상준은 가족들과 함께 중산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 날 어머니는 상미의 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셨고, 다슬이는 집에가서 어머니 혼자 두고 휴가를 갔다고 된통 꾸중을 들었고, 도우미 아주머니는 무엇이 불만인지 어린 아들에게 수시로 화풀이를 하는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상준은 보채는 용석이를 안고 정원으로 나왔다. 도우미 아줌마의 아이 용석이는 수시로 상준을 보고 “아바”라고 부른다.
“아바, 아바.” 부르면서 기어 올라와 정원 정자에서 놀아주었다. 보체는 아기를 그냥 보고 있으려니 이상하게도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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