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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18화 (118/225)

〈 118화 〉 바다 친구 뷰미(1)

* * *

잠에서 깨어나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시끌벅적하여 거실로 나왔다.

어머니는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계시고 다슬이와 상미가 아점(아침과 점심)을 한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잘 주무셨어요?”

“그래, 너도 잘잤어?”

“예.”

“여기서도 TV가 잘 나오네.”

“예, 위성 안테나를 달았어요.”

상준은 주방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니 옆에 계신 어머니가 상준의 손목을 잡았다.

“그냥 둬.”

“예?”

벌써 어머니는 상준의 행동을 예견하고 계셨다.

“저렇게 해야 속정이 드는 기여.”

상준은 그냥 주저 않아 있으려니 발이 근질근질 하였지만 주방에서는 상미와 다슬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킬킬대기도 하고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거리기도 하였다.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데 어머니는 계속 아들의 손목을 꼭 잡고 계셨다.

“식사준비 다됐어요.”

식탁위에는 상준이 말했던 식사메뉴가 다 올라있었다.

우럭과 광어회, 물고기 뼈와 대가리를 넣은 매운탕, 광어와 미역을 넣은 광어지리. 그리고 그 외에 보조 반찬들과 상준이 좋아하는 버섯 튀김 등.

“어, 괜찮네.”

어머니의 반응이었다.

“이야. 진짜 맛있다.”

이건 상준의 반응이었다.

“오빠. 이건 내가 했어.”

상미의 자랑이다.

다슬을 웃기만 하고 별 말이 없었다.

아점을 먹고 상준은 반찬거리를 확보할 겸 요트에서 낚시를 하려고 잠깐 내러왔다.

“모두 쉬고 있어요. 내 나가서 반찬거리 좀 건져올 테니.”

상준이 밖으로 나오자 다슬과 상미가 따라 나섰다.

어머니가 상미의 옆구리를 꾹꾹 찌르며 가지 말라고 하신다.

“넌 어찌 눈치가 그리 없냐?”

“내가?”

“자꾸 따라 붙는 게 아니여.”

상미는 하는 수 없이 눌러 앉았고 다슬은 상준을 따라 요트에 올랐다. 상준은 선실에서 썬캡을 꺼내 다슬에게 주었다.

“쌩큐.”

채비를 하여 낚싯대를 던져 넣었다. 던지기가 바쁘게 전어가 걸려들었다.

“아니 전어 때가 들어왔나?”

“오빠, 나도 할 거야.”

상준은 낚싯대를 꺼내 채비를 해 주었다.

아예 다슬의 낚싯대에는 여덟 개의 바늘이 달린 미끼를 달지 않는 전어 전용낚시를 달아주었다.

“우와!”

한꺼번에 네 마리의 전어가 대롱대롱 달려왔다.

‘오늘 내 낚시는 끝장났구나.’

아니나 다를까?

“오빠, 좀 뽑아줘.”

“내 이럴 줄 알았다.”

“잘 낚죠?”

“허허.”

“그렇죠?”

“몇 번이나 묻는거야?”

“오빠가 대답을 안했잖아.”

“그래 알았다. 너 어제 밤 어디서 잤어?”

“어머니와 상미랑 잤지.”

그날 다슬은 전어 낚시에 대박을 쳤다.

그러나 상준은 쫄딱 망했다.

많이 올라올 땐 일곱 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휴대폰으로 사진 한 장 찍어줘요.”

그날 상준은 사진을 찍으랴, 고기를 빼 주랴 정신이 없었다.

한 시간 만에 끝을 봐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일주일 정도는 몸살로 앓아누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그만하자. 한통 차겠어.”

아쉬워하는 다슬을 달래 요트를 몰아 햇볕이 없는 섬 그늘로 이동하였다.

유별나게 이번 추석은 햇살이 더 따가웠다.

“내 이야기 잘 들어.”

“....?”

“이건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이야.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돼.”

“....?”

“바다에는 두 종류의 인어가 있어. 흔히 말하는 인어는 상체는 사람이고 하체는 물고기야.”

“알아요.”

“다른 하나는 상체와 하체가 모두 사람하고 똑 같아.”

“그런 인어가 어디 있어요?”

“그런 인어를 바다 인간이라 하지.”

“어차피 상상의 동물이잖아요?”

“그런데, 난 두 종류의 인어를 모두 알고 있어.”

“....?”

“그 바다 인간이 바로 뷰리야.”

“에이, 오빠.”

“그리고 뷰리는 난태성 어류 일종이야.”

“.....?”

“저기 저 바위 보이지?”

“....?”

“바위 옆을 자세히 봐.”

“사람 같은데?”

“저게 인어야. 인어도 난태성 어류라 할 수 있지.”

상준은 인어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얼마 전부터 상준은 인어를 발견하곤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인어도 상준을 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잠수하였다.

다슬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 참을 생각하더니 상준의 손을 잡아 주었다.

“정말 뷰리가 인어에요?”

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인가 보네.”

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말을 더 했다.

“가족도 없는 불쌍한 바다 인간이야. 나를 많이 도와주고 있고, 앞으로 많이 보살펴 줘야 해.”

“알았어요.”

다슬은 상준이 너무나 큰 사람처럼 느껴졌다.

늘 믿는다고 말을 하면서도 그를 못 믿어 했던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전어 낚시도 추석 대박이었다.

별장으로 돌아온 그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상미와 어머니는 엄청나게 많이 잡은 전어를 장만하느라 무척 애를 썼다.

전어의 손질은 먼저 칼을 세워 비늘을 긁어내고 머리를 자른 뒤 내장을 제거한다.

내벽의 검은 점막을 모두 긁어 없앤 후 뼈 채로 썰어 새꼬시를 만들거나 무를 썰어 넣고 마늘 어깬 것과 초장을 넣고 볶은 통깨를 함께 넣어 잘 버무리면 전어무침이 된다.

또 전어구이도 그런대로 맛이 있다.

“오늘 저녁은 전어 잔치네.”

가을 전어라 하기엔 좀 이른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맛은 일품이었다.

가을이 되면 전어의 살이 오르고 기름기가 차서 고소한 맛이 배가된다.

상준은 밥 위에 전어무침을 얹은 덮밥을 만들어 먹으면서 전어덮밥이라 명명하였다.

무엇보다 새꼬시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커피 드세요.”

다슬은 차를 나눠준 뒤 어머니 방에 들어가 책을 보고 있었다.

식사를 한 후 날이 어두워지자 상준은 또 그냥 있지 못했다. 낮에 한 낚시는 다슬의 전어낚시 시다를 하며 점수 따기에 급급했지만 프로 낚시꾼 연상준이 추석이라 그냥 놀 사람이 아니다.

“어머니, 좀 나갔다 올게요.”

상준은 요트를 몰아 진주섬 가까이에 정박시켰다.

아무래도 인어도 주변에는 전어 때가 붙어 자신의 대상어를 잡는데 방해가 될 것 같은 판단 때문이었다.

일단 갯지렁이를 달아 채비를 하였다.

갯지렁이는 어종에 따라 미끼를 다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상준은 갯지렁이의 머리 부분에 바늘을 꿰어 기다랗게 늘어뜨렸다. 수심을 조절하여 바닥에서 약 1m 정도 뜬 상태에서 찌를 조절하였다.

이곳은 인어를 본 곳이기도 하다.

낚시를 던져두고 생수를 마시면서 인어가 있는지도 살펴보았다.

시간이 점점 흘러갔으나 하늘엔 추석 보름달이 밝게 떠올라 대낮처럼 비춰준다.

상준의 야광찌가 물결을 따라 까딱까딱하더니 드디어 물속으로 쭉 당겨 들어갔다.

‘하나, 둘, 셋.’

드디어 챔질을 하며 낚싯대를 올렸다.

갯지렁이 길이가 있어 바늘을 삼킬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디리릭.”

손에 전해오는 전률이 팔뚝을 타고 전해온다.

가자미 아니면 광어가 분명했다.

탈탈 터는 손맛이 싫지가 않았다.

제법 큰 광어다.

그때 상준은 주홍빛 섬광을 목격하였다.

“물어라.”

괴물을 노릴 때 뱉어내는 특유의 목소리다.

“터득.”

‘음.’

상준의 팔뚝에 힘줄이 일어나며 힘이 가해진다.

뭔지는 몰라도 적은 놈은 아니다.

‘그래, 오늘이 추석 연휴야. 나도 추석 대박 한번보자.’

상준은 정체모를 놈과 대치를 하여 풀고 당기기를 반복하였다. 놈의 힘은 만만치 않다. 하는 수없이 한발을 올려 요트 난간을 버티고 섰다.

‘이제 좀 올라와라.’

상준의 낚시를 누군가가 보고 있다. 이미 상준도 그을 목격했다. 인어가 분명하다. 분명히 상준을 따라다니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 누가 볼 때는 상준의 자세가 조금 바뀐다. 왼팔에 낚싯대를 쥐고 어깨 쪽으로 지긋이 당기고 오른 손으로 천천히 릴을 감아올린다.

팔이 조금 떨리고 있다.

상준은 인어를 바라보며 환한 얼굴로 미소를 보내주었다.

그의 이 미소 때문에 많은 처녀들이 가슴 앓이를 하는지도 모른다.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인어 공주야. 잘 봐라. 내가 바로 연상준이다.’

온갖 포음을 다잡으며 겨우 제압에 성공한 것 같다.

릴을 감는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고 버텼던 왼발도 뱃전 바닥으로 내렸다.

결국 놈은 물위로 떠올랐다.

‘뭐 이런 고기가 다 있어?’

올라온 괴물은 시커먼 지느러미가 달린 강아지 같았다.

길이는 약 50Cm, 크기는 베개 정도.

자세히 보니 지느러미 달린 강아지가 아니라 레오파드 같았다.

그것도 배가 아주 볼록한 레오파드.

“그래, 너 이름은 레오피쉬.”

아무리 찾아보았으나 신종 바다괴물이었다.

괴물이라 하기 보다는 귀여운 아기 레오 같아보였다.

이빨도 없는 검은색 아가미에 배가 볼록한 레오파드 새끼.

꼬리부근에는 여섯개의 주홍빛 지느러미가 길게 뻗어 있었다.

상준은 레오피쉬를 건져 올려 볼록한 배를 눌러보았다.

“추르릅.”

레오피쉬의 입에서 최근에 먹은 작은 물고기들과 반쯤 소화되다만 새우, 멸치, 돌게 등이 쏟아져 나왔다. 그 속에는 야광 주홍진주, 보라진주, 하늘색진주가 섞여 있었다.

“대박.”

상준은 재빨리 진주들을 씻어 손에 쥔 체 인어 소녀를 불러 보았다.

“이것 좀 봐. 얼마나 예쁜지.”

인어 소녀는 점차 상준에게 친근감을 느끼는지 가까이 접근하였다. 찬찬히 접근하던 인어는 드디어 요트를 붙잡고 상준의 손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띠며 상준의 손에 있는 구슬을 쥐어보며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금발의 소녀였다.

“너 내 말아 듣겠어?”

인어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들은 매우 소중한 보물이야. 사람들이 이런 것을 좋아해.”

상준은 레오피쉬를 통에 넣은 다음 산소를 공급해 주었다.

이 놈은 앞으로 괴물 아쿠아리움에서 사람들에게 선보이게 될 것이다.

“우리 친구하자.”

상준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너도 이름 없지?”

“인어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준은 선실로 들어가 포도 음료를 꺼내와 인어소녀가 마실 수 있도록 따 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하나를 따서 마셨다. 상준의 모습을 보고 있던 소녀도 포도 속살이 들어있는 포도 음료를 마시고 매우 좋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 이름은 천뷰미야.”

“.....?”

“은발 소녀 천뷰미.”

“알았지? 우린 친구고 너 이름은 뷰미.”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아저씨야.”

“....?”

“그러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해. 혹시도 몰라. 널 잡으려고 할지.”

뷰미는 미소를 지었다.

“요트위에 올라오겠어?”

뷰미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이렇게 해서 상준은 새로운 바다 친구 뷰미를 만났다.

“아저씨는 행운아야.”

“....?”

“너를 만난 것만으로도 난 행운아지.”

상준은 다시 복숭아 통조림을 따서 포크로 찍어 뷰미에게 먹여주었다. 다음에 만나면 예쁜 브라 하나를 선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준은 뷰리와 헤어져 별장으로 돌아왔다. 별장에 돌아오니 모두 잠이 들었고 다슬은 정자에 나와 상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준은 다슬에게 뷰미를 만난 이야기를 해 주었고 이름도 뷰리에 이어 뷰미라고 알려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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