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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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임박하게 되자 뉴 해양박물관장과 괴물 아쿠아리움관장의 건의가 올라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곳은 연휴에 문을 닫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곳곳에서 개장 문의가 들어오고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의 요구가 많아 부득이 개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부 귀성객은 당장 오고 싶었으나 추석 연휴 때 고향으로 내러와 보겠다고 미루고 있었다고 야단입니다.”
“그럼?”
“근무조를 편성하여 교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는 수 없네. 공휴일 근무는 휴일 수당을 지급하고 특히 추석명절이니 특별 수당을 책정하여 지급하도록 하세요.”
이런 경험을 처음하는 것이라 무심했던 건 사실이나 평소에도 주말에는 항상 운영해 왔고 월 요일 평일에 쉬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직원의 휴일은 개인적인 휴가를 내어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서비스업이란 남들이 놀 때 일하고 일을 할 때 노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차례를 지내는지, 지내지 않는지 명절날 아침부터 차들이 몰려들어 박물관과 아쿠아리움은 연일 관람객이 터져 나갔다.
흔히 말하는 명절 특수였다. 바로 대박이 터진 것이었다.
상준은 금요일 저녁 상미를 데리고 어머니댁으로 달려갔다. 이미 어머니는 차례 준비를 다해두셨고 남매가 오기를 기다리고 계셨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상준은 입을 열었다.
“어머니. 내일 아침 차례를 지내고 아버지 산소에 다녀온 뒤 모처럼 우리 가족 가리비 별장에 가서 푹 쉬다 와요.”
“그래요. 별장도 완성되었고 엄마하고 같이 가려고 저도 아직 가보지 못했어요.”
상미도 오빠의 말을 받아 어머니의 표정을 살피며 조르듯이 거들었다.
“그랬나? 그럼 가봐 야제. 내가 이런 호사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호사는 무슨.”
“너네 회사는 며칠간 쉬노?”
“예, 9일간 쉬지만 박물관과 아쿠아리움은 계속 운영됩니다.”
“그라면 우야노. 그 사람들도 차례를 지내야 하는데.”
“연휴 때 찾는 사람이 많아서 교대 근무 하라고 했어요.”
“그랬나. 요즘 직원들 너무 부리지 마라. 세월이 어디 옛날 같아 야제.”
“예, 알고 있습니다.”
상준은 사실 직원들에게 미안한 감이 많았다. 마음 같아선 전면 휴관하면 좋을 것 같은데 관람객 편의도 생각해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엄마, 본래 서비스업이란게 다 그런 거예요. 항공사도 그렇고, 놀이공원도 그렇고 열차나 버스 회사도 그렇고.”
“하기야. 그러네. 그래도 직원들께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네.”
다음날 아침 상준은 차례를 지낸 후 아버지 산소에 갈 준비를 하는데 다슬이가 어머니께 전화를 하였다.
“어머니, 저 다슬이에요.”
“그래, 차례는 올렸나?”
“예, 어머니. 어머님은 지냈어요?”
“그래, 우리도 방금 지내고 상소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산소에 가시게요? 그럼 어머니 저도 산소에 같이 가고 싶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왜, 여기 올라 꼬?”
“네, 저도 마을 뒷산 아버지 산소에 왔거든요. 지금 출발할게요.” 그리고 다슬은 전화를 끊었다.
“상준아. 슬이가 집에 온단다. 차가 마이 밀릴껀데.”
일찍 출발하려 했던 산소가 점심때가 넘어서야 다슬이 도착했다.
“우리 점심 먹고 산소에 가자.” 결국 어머니는 산소에 가시는 시간을 늦추고 다슬을 기다리면서도 표정은 그리 나쁜 것 같진 않았다.
남편의 산소에 다슬을 데려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금정산 까지는 거리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으나 산성 입구는 차가 밀렸다. 모두 명절이라 산소를 찾는 성묘객이 많은 것 같다. 성묘를 하면서 어머니는 다슬을 소개하였다.
“여보, 얘가 우리 며느리 될 다슬이. 잘봐 두세요.”
그리고 어머니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으셨다.
“아버지. 걱정마시고 늘 편안하게 계십시오.” 그리고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다. 상준은 어머니를 모시고 중산으로 행했고 상미는 다슬의 차를 타고 중산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을 들어서는데 거실에서 놀고 있던 용석이가 상준을 알아보았다.
“아바, 아바.” 하고 다리를 붙잡는다. 상준은 하는 수 없이 아기를 안아주자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어머니가 아기를 보며
“이 얘가 누고?”
“도우미 아줌마 아기예요.”
“그래? 보자. 이리와 봐.”
상준의 어머니는 손벽을 치며 손을 벌리자 아기가 상준의 어머니께 낯을 가리지 않고 덥석 안겼다.
“그 놈 참. 잘생겼다.”
그때 아줌마가 자기의 방에서 뛰다시피 나오며 재빠르게 인사를 한 후 아이를 받아 자기 방에 데려다 두고는 문을 닫고 다시 나왔다.
“죄송합니다. 오시는 시간을 몰라서.”
아마 가족들이 없을 땐 아이를 거실에 내어두다가 식구들이 오면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나 보다.
상준의 어머니는 아기를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뺏긴 기분이 드는지 약간은 섭섭해 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다양한 식자제 준비한 후 낚시준비를 완료한 후 인어도로 향했다.
상준이 가족에 다슬이가 함께하였다.
요트가 출발하자 선내를 돌아보며 상준은 한마디 농담을 던졌다.
“며칠간 내가 꽃밭에서 살겠네.”
“상준의 말을 들은 어머니가 꽃밭도 꽃밭 나름이 데이. 아차하면 벌에게 쏘일 수도 있데이.”
언제나 저녁 무렵 중산 신항을 벗어나면서 날로 변해가는 항구를 보며 상준의 꿈도 변해가고 있었다.
해자도를 한 바퀴 돌고 인어도로 향하면서 상준은 다시 고개를 돌려 모두가 들어 달라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어머니. 저 어머니 차한대 뽑아 드릴게요.”
“내차?”
“네.”
“마, 됐다. 내가 차가 왜 필요하노?”
“새벽에 시장 갈 때도 차 있으면 좋고, 차가 있으면 우리 집에도 자주 오실 거고.”
“자주 오면 뭐가 좋을 게 있다고.”
아무래도 어머닌 새벽시장 보러 다닐실 때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더는 반대를 하지 않으셨다.
“오빠. 나도 차 바꿔줘.”
“알았어.”
“외제 차는 사지마라.”
“네.”
인어도 부근에 다다르자 상준은 손가락질을 하자 모두들 갑판으로 나가 인어도를 처다 보았다.
야간 조명에 단장된 가리비 별장이 보이자 상미와 다슬은 감탄사를 연발 하였다. 상준은 의도적으로 섬 전체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도록 먼 거리에서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돌았다.
“너 집짓느라 고생했다.”
“예, 어머니.”
“오빠, 정말 멋있어요.”
“언니는 좋겠다.”
“너 왜그래. 네가 쓰고 싶으면 언제든지 쓰면되지.”
상준도 상미를 보며 무슨 말을 하느냐며 나무랐다.
“그래, 오빠 말이맞다. 형제 남매 사이는 니꺼, 내꺼가 어디있노.”
어머니는 못을 박듯이 한마디 하였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
다슬은 어머니 말씀의 진의를 파악하고 생글생글 웃었다.
“자 여기서 내리세요.”
상준은 요트를 몰아 진입로 앞에 요트를 새웠하였다.
“짐이 좀 많아요.”
짐을 챙겨들고 계단을 따라 오르다 약수터에 도착했다.
“어머니 여기 약수.”
상준은 매어둔 바가지로 약수를 떠서 어머니께 드렸다. 상미도 바가지를 받아 물을 마시면서
“오빠, 여기 수질검사 해봤어?”
“그럼, 오빠가 누군데.” 상미의 말에 상준은 은근 어깨를 으슥했다. 신기하게도 약수라니 모두들 한 컵씩 맛을 보고는 몸에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였다.
계단을 다 올라서니 대문이 나오고 오른 쪽에는 관리인 숙소가 나온다.
“이 집은 뭐지?”
“관리인 숙소.”
“추석 지나고부터 오시기로 했어.” 상미의 대답이었다.
“와! 정원 정말 멋져. 저건 팔각정, 갈대밭, 집은 이게 뭐야? 조개모양이네.”
상미가 혼자 떠들자 다슬은 그냥 웃고만 있었다.
“저건 갈대가 아니고 억새야. 집은 가리비 지붕이고.”
“아, 그래서 가리비 별장이라 했구나. 저걸 어떻게 만들었지?”
상준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실내로 들어서자 호화로운 별장 내부가 공개되었다.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둘러보기에 바빴다.
“너 고생 많이 했다.”
“네, 어머니.”
“이곳은 앞으로 어머니와 상미방, 이곳은 내방.”
“그럼 다슬이 언니 방은 없네.”
“가스나.”
어머니는 상미를 바라보며 눈을 흘긴다.
“자 이제 우리 여기에서 아무생각 말고 푹 쉬어. 힐링이나 하며.”
이것이 바로 휴가 특수였다. 대박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상준은 비롯하여 무든 가족들은 간편 복장으로 갈아입고 그냥 누워서 뒹굴기도 하고 밖으로 나가 정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기도 하였다.
밖을 둘러보던 상미가 현관문에 들어서면서 큰 소리를 외쳤다.
“엄마, 언니!”
모두들 바라보니 놀란 얼굴이었다.
거실에 누워있던 어머니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아니 왜. 무슨 일인데?”
“저기 밖에 수영장이 있어!”
“아이고, 가시나. 내가 깜짝 놀랬잖아.”
“수영장이 어디 있는데?” 다슬이도 놀라 밖으로 나갔고 어머니도 따라 나썼다. 그들의 뒤를 따라 상준도 수영장으로 나갔다. 손에는 뜰채가 쥐여 있었다.
남쪽 계단을 따라 내러가니 수영장과 우물, 수족관이 있었다. 예상외의 것들이라 모두 놀란 것은 사실이었다.
다슬은 상준의 옆에 서서 상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자, 내일은 여기 있는 물고기로 회도 하고 지리도 하고 매운탕도 해 드릴게요.”
“너 정말 신경 많이 썼구나.”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흐뭇한 표정을 오랫동안 지으셨다. 상준은 어머니의 손을 잡아주었다.
수영장 옆 밴치에 한참동안 앉아 있다 돌아올 때는 우럭과 광어를 뜰채에 건져 담고 안으로 들어왔다. 상준은 앞치마를 두르고 물고기를 장만하여 회는 숙성을, 매운탕거리와 지리국거리는 따로 준비하여 냉장실에 넣었다.
어머니는 주무신다고 하며 방으로 들어가시자 상준은 혼자 밖으로 나와 팔각정에 앉았다. 바다를 바라보니 마음이 편안하고 알 수 없는 행복이 온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족들이 어울려 그냥 함께 지내는 것 자체가.’
‘올 추석 때도 모든 국민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스트레스 안 받으면 좋겠고, 안전운전 하여 사고가 안 났으면 좋겠다.’
상준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자기는 못하면서 잘난 척 하는 사람, 남의 흠이나 찾아 꼬집는 사람,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하는 사람. 다 부질없고 어이없는 것을.
이런저런 생각에 집중되어 있을 때 정원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상이와 다슬이었다.
“왜 나왔어? 좀 쌀쌀해.”
그들은 팔각정으로 올라섰다.
“오빠, 그동안 고마웠어.” 상미의 말이었다.
“아냐. 네가 수고를 많이 했지.”
“난 오빠를 찾은 것이 너무 행복해.”
“그야 나도 그렇지.”
상미는 옛 생각이 나는지 잠시 숙연해 지더니
“나 먼저 들어간다.”
그렇게 말하고는 상미는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에게 시간을 주려는 상미의 배려심이 틀림없었다.
“오빠, 저도 고마워요.”
“너희 둘 오늘 짰어?”
“정말이야, 오빠.”
“알아. 나도 그래.”
상준은 다슬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상준의 어깨에 기대앉은 다슬의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 준 뒤 둘은 멀리 바다를 내려다보며 상념에 젖었다.
인어도의 첫날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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