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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15화 (115/225)

〈 115화 〉 보물선에서 건진 보물(4)

* * *

“넌 이번 추석 연휴 땐 어떻게 지낼거야?”

“그건 걱정없어요. 책도 읽고 틈틈이 아쿠아리움 고기도 돌보고.”

“휴간데?”

“그래도 누군가는 근무해야 하잖아요?”

“관리인들 있잖아?”

“그래도 그분들은 차례도 지내고, 산소에도 가고 하실텐데 제가 좀 도와 줘야죠.”

언제 저렇게나 철이 들었는지 대견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른 곳은 다 쉬드라도 아쿠아리움엔 누군가가 남아 관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휴가기간이 길어 지루 할 켄데?”

“아저씨. 제차 뽑았거든요. 혹시 알고 계세요?”

“차 뽑았어?”

“네.”

“뭐로?”

“쪼그마한 예쁜 차.”

“응.”

“그거 타고 여행이나 할 거예요.”

“명정때는 복잡할 텐데.”

“시간이 많잖아요. 지금까지 못가 본 곳을 다녀올게요.”

“그래. 항상 차 조심하고.”

상준은 염려가 되긴 했으나 별다른 대안도 없었다.

“이제 들어가서 자요.”

뷰리는 선실로 들어가 간단하게 머리를 감고 몸을 딱은 후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누웠다.

소파의 길이가 뷰리의 신장에 맞춤처럼 잘 맞는 것 같았다.

추석이 지나면 새 요트가 도착하게 된다.

지금 것 보다는 제법 크고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헌 요트를 가져가는 대신 6,000 만원은 디시 해준다는 조건이었다.

새 요트가 도착하면 포경용 작살 두 대는 새 요트로 옮겨 장착할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괴물이 출현하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은근히 새 요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새 요트에는 제대로된 통신시설도 갖추어져 있고 시동을 끈 상태로 며칠간은 전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실내 샤워시설도 갖춰져 있고 내부가 잘 되있어 편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어군 탐지기이다.

새 탐지기는 물고기의 움직임에서 고기의 모양과 색깔까지 식별이 된다는 것이다. 낚시꾼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선실에 들어갔더니 뷰리는 소파에 누워 잠이든 것 같았다.

자신 역시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탁자를 치운 후 추리닝을 갈아입고 모포를 깔고 자리에 누웠다.

이번 탐사도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기온이 설렁하여 다시 일어나 여름철에 사용하는 얇은 홑이불을 꺼내 뷰리에게 덮어주고 자신도 한 장을 펼쳐 뒤집어썼다.

“아저씨.”

“아직 안 잤어?”

“팔다리가 아파 잠이 안와요.”

전에 누가 그랬더라?

상미였나?

뷰리와 꼭 같은 말을 했던 애가?

“그럼?”

“조금만 만져줘요.”

그 기분은 잘 알고 있다.

심한 노동으로 팔다리가 아플 땐 자신의 손으로 아무리 만져도 시원한 느낌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남의 손을 빌리면 왜 그렇게 시원하고 편안해지는지 이해가 안 된다.

‘가스나. 꼭 티를 내.’

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뷰리의 종아리와 발목을 만져주고 팔도 만져주었다.

언젠가 보문에서 다슬이 해준 타이 마시지 흉내를 내 보았다.

발바닥에 지압을 넣고 쪼물쪼물 만지다가 발가락 하나하나를 당겨주었다

오늘 하루 종일 뷰리는 고생을 했다.

평소보다 힘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녀가 한 일을 생각해 보면 이정도 서비스는 일도 아니다.

“아, 시원해요.”

이번엔 손바닥을 문지른 후 손가락도 역시 튕기듯이 당겨주었다.

“아, 진짜 안마 잘하신다.”

“이게 맛사지의 꽃이지.”

상준은 마지막으로 뷰리의 머리에 두손의 모아 두피 마사지를 해주었다.

손가락을 오므려서 두피를 골고루 눌러준 뒤 손바닥을 펴서 문질러주었다.

뷰리는 눈을 꼭 감은 상태로 천정을 향해 누워있었다.

귀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한 금발의 소녀.

상준은 손가락으로 뷰리의 꼭 다문 입을 살짝 눌러주고 뷰리의 볼에 뽀뽀를 하고 일어섰다.

“고마워요. 아저씨.”

“뭘 이 정도를.”

“전문 맛사지사 같아요.”

"잘자."

어느 새 뷰리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리고 있었다.

자신역시 금방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땐 아침 아홉시 경이었다.

언제 내려왔는지 자신의 옆에 잠들어 있었다.

뷰리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팔을 빼낸 뒤 홑이불 하나를 돌돌 말아 뷰리의 머리에 받쳐주었다.

스리고 서둘러 아침밥을 준비 하였다.

그때 무엇인가 갑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두둑, 두둑”

순간 긴장하여 선실문을 조금만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크라캔이었다.

“네가 어떻게?”

크라캔은 참외 크기의 멍게 두개를 갑판위에 올려주고 눈을 껌벅이며 자리를 떠났다.

"고맙다."

상준은 진심 크라캔이 고마웠다.

멍게를 씻어 절반씩을 잘라 싱크대에 올려놓고, 밥과 가자미 미역국을 끓여놓고, 뷰리가 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하늘을 보니 화창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의자를 꺼내 따뜻한 햇살을 쬐고 있으면서 오늘 할 일을 정리하였다.

오전 까지는 여기 있고, 점심을 먹고 당장 돌아가서 건져 올린 수석과 금괴와 은괴를 딱아야 한다.

무엇보다 도자기 복원 업체를 찾아 붙어있는 이물질을 제거해야 할 일이 우선 같았다.

과연 중산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자가 있을지도 의문스러웠다.

수석이나 도자기에 달라붙은 이물질은 조개류가 많다.

그리고 작은 부류의 해초거나 굴 딱지, 따개비와 비슷한 회색빛 조개 딱지들이다.

“아저씨, 식사하세요.”

언제 뷰리가 일어났는지 준비해둔 음식들을 탁자에 차려두고 그를 불렀다.

“잘 잤어?”

“네, 잘 잤어요.”

“응.”

“아참, 개불 저기 있는데?”

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쟁반에 담아두었던 개불을 꺼내왔다.

멍게는 언제 먹어도 향긋한 맛이 일품이며 개불은 쫄깃쫄깃하고 식감이 좋아 초장에 찍어먹으면 단맛을 느낄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가자미 미역국을 마시고 나니 한결 속이 든든하고 편안해 진다.

뷰리 역시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

식사를 한 후 뷰리는 어제 저녁처럼 진주도 연안의 모래와 자갈을 일일이 뒤지며 각종 어패류를 곧 잘 잡아내었다.

상당량의 조개와 가리비를 잡았다.

어제 저녁에 잡은 것들과 함하니 양동이가 가득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

“꽤 많이 잡았네.”

“아저씨. 우리 점심때 조개구이 해 먹어요.”

“조개구이 좋지.”

상준은 휴대폰을 열어 수석전문집과 도자기 복원업체를 찾아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추석 때 뭐하실 거예요?”

“나야 뭐, 차례도 지내고, 산소에도 다녀오고, 가족들과 함께 별장에 가서 좀 쉬어야겠지.”

“좋겠다.”

상준은 입맛을 다시며 더 이상은 말을 하지않았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기온이 올라가 햇살이 제법 따갑게 느껴졌다.

뷰리는 수영을 한다며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상준은 휴대폰으로 이북을 읽으면서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다 뷰리는 수정 원석을 가져와 상준에게 건네주었고 수영을 하자고 조르기도 했지만 그녀의 얼굴엔 생기가 돌고 활기가 넘쳐났다.

“이제 가자.”

“벌써요?”

“이제 많이 놀았잖아.”

“조개구이 먹고 가야죠.”

상준은 하는 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회용 가스버너와 석쇠구이 망을 가지도 진주도 갯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너 들어가서 밥 좀 퍼오고 조개나 고등을 좀 골라와 봐.”

뷰리는 조개뿐만 아니라 문어다리 하나와 초장과 기름장을 들고 해안으로 올랐다.

일단 문어다리를 데쳐 숙회를 해 두고 석쇠에 조개를 올려놓았다.

“보글보글.”

전복도 익어가고 가리비 뚜껑도 입을 열었다. 꼬막인지 바지락인지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먹자.”

상준은 문어숙회를 초장에 찍으면서 농담을 하였다.

어느 신문에서 본 내용이다.

“추장보다 높은 게 뭔지 알아?”

“추장보다 높은 거?”

“응.”

“......?”

“고추장이지.”

“히히.”

“그럼 고추장 보다 높은 것은?”

“초고추장.”

“초고추장 보다 더 높은 것은?”

“......몰라.”

“태양초고추장.”

“하하하.”

뷰리는 별것도 아닌 것을 유쾌하게 웃었다.

그때 뷰리가 조개를 먹다 갑자기 입에서 뭘 씹었다.

“아!”

“뭔데?”

뷰리는 입에서 뭔가를 꺼냈다.

모양으로 봐서는 돌을 씹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게 뭐예요?”

“그거 진주잖아.”

“그러네.”

상준은 미소를 띠며 괜찮은지 물었다.

“시, 이 부러질 뻔 했어요.”

“그래도 진준데. 조개 먹다 진주 찾기가 어디 쉬운 거야?”

상준은 진주를 받아 들여다보았다.

알도 크고 구슬같이 둥글어 제법 질 좋은 천연진주가 틀림없었다.

뷰리는 진주조개를 하나 더 열어 들여다보았다.

진주조개는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와 제주도 근해에서 양식을 주로 하지만 최근에는 자연산 조개가 많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상준과 뷰리가 진주도 연안에 요트를 정박해 두고 점심을 먹고 있을 때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있었다.

뷰리가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보자 조금 전까지 고개를 내밀고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던 생명체가 살며시 머리를 물속으로 들어가곤 사라져 버렸다.

“아저씨 보셨어요?”

“.....?”

상준이 바다를 바라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갑자기 뷰리는 숟가락을 놓고 물에 뛰어들었다.

“기기기.”

“기기긱, 기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뷰리가 물속으로 무엇인가를 찾아 잠수를 하며 빠른 속력으로 돌진하였다.

“....?”

‘뭘 보고 저러나?’

‘혹시?’

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뷰리가 가는 방향으로 유심히 살펴봤으나 보이는 건 없었다.

한참만에야 뷰리가 물위로 떠올라 사방을 살펴보고 있었다.

상준은 손짓을 하며 뷰리를 보고 돌아오라고 하였다.

“도대체 뭘 본거야?”

뷰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다.

“혹시 바다인간을 본 것 아니야?”

“아니겠죠?”

그제야 상준은 자신이 본 것을 뷰리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럼 제가 잘못 본 건 아니네요.”

“아닐 거야. 나도 똑똑히 본 건 아니거든.”

“저도 그래요. 워낙 순간적인 일이라.”

“근대, 너희들끼리 통하는 언어가 따로 있어?”

“언어는 아니구요. 신호라고 해야 하나?”

“말은 서로 통할까?”

“만약 저처럼 언어를 배웠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결국 상준은 식사를 마치고 짐들을 챙겨 요트에 올랐다.

돌아오는 내내 뷰리는 바다를 살펴보며 혹시나 하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였다.

잡은 고기들과 해산물을 뷰리에게 나눠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대표님, 어서 오세요.”

새로 오신 가사 도우미 아줌마였다.

전번 아주머니 보다 나이가 훨씬 더 젊어 보이는 새댁 같았다.

상미와 함께 저녁을 먹는데 역시 옆에 대기하고 있었다.

상미가 오빠를 처다 보더니 식탁에 앉아 함께 먹자고 몇 번인가 이야기를 하자 아줌마도 밥그릇과 국그릇을 들고 식탁에 앉았다.

“아줌마. 편하게 하세요.”

상준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아줌마란 말이 흘러 나왔다. 좀 전의 아주머니 호칭과는 사뭇 달라졌다.

상준의 호칭이 상미에게도 전해져 상미도 자연스럽게 아줌마로 부른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커피를 내려 식탁위에 놓아주면서 아줌마는 약간 어려운 말을 꺼내 놓았다.

“저 실은 두 분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

“.....?”

‘며칠 되었다고 벌써 부탁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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