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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14화 (114/225)

〈 114화 〉 보물선에서 건진 보물(3)

* * *

“식사하자.”

뷰리는 수중 작업을 하는라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급 전복이랑 해삼을 곧잘 먹었다.

자신도 점심을 겸해 든든히 먹었다.

그리고는 잠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저씨 이제 제 실력 알겠죠?"

"흐흐흐."

요트를 다시 거북섬 방향으로 더 전진 시킨 후 다시 수심을 체크해 보았다.

처음보다 좀 더 깊은 곳이었다.

30 m 내외였다.

장비를 챙겨 물속에 뛰어 들었다.

뷰리는 물에만 들어가면 물 찬 제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것이 더 염려가 되었다.

자나치게 자심감을 가지고 유영을 하고 있으니 언제, 어느 때, 어떤 일이 있을지 잠시라도 뷰리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때 뷰리가 수신호를 보낸다.

뭔가 발견한 것 같다.

뷰리의 신호를 감지하고 천천히 수심 깊이 하강하였다.

뷰리가 가리키는 곳은 낡은 폐선이 분명해 보였다.

상준은 수압계를 들여다보며 수중라이트로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배의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다.

비록 배의 원형은 알 수는 없었으나 미역과 다시마로 뒤덮여 있었고 홍합과 해초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선박은 분명했다.

뷰리는 상준의 동행하자는 손짓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선박 내부 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역시 서둘러 뷰리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폐선의 안쪽에는 생각보다 많은 물고기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뭔가를 발견해야 크라캔을 부를 텐데.’

발견만 되면 크라캔의 힘을 빌러 건져 올릴 계산이었다.

아무리 뒤져도 시선을 끄는 것은 나타나질 않는다.

이미 세월이 흐른 만큼 각종 어패류와 해초가 엉겨 무엇이 무엇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일단 올라갔다 오자.’

상준은 뷰리에게 신호를 보내 다시 요트로 복귀하였다.

요트에 매달려 있던 뷰리가 수경을 벗어놓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아저씨. 찾는게 전혀 안보여요?”

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게 금괴예요?”

“금괴와 자기.”

“도자기 말이에요?”

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금괴 상자나 도자기 상자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몰라.”

“네.”

요트에 매달린 채 잠시 쉬었다 다시 물속으로 하강하였다.

선박으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도중 창고로 보이는 곳에서 사과 상자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뷰리의 신호를 보고 상준은 허리에 찬 대도를 뽑아 쿡쿡 질러보았더다.

분명 철로 만든 상자 같았다. 두 손으로 잡고 들어보았으나 꼼작도 하지 않았다.

상자의 수는 5개였다.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뷰리에게 신호하여 다시 요트에 올랐다.

상준은 탱크를 벗고 슈트마져 벗었다. 모든 장비를 내려두고 크라캔을 불렀다.

“그라캔. 나 좀 도와줘.”

뷰리는 상준의 지시를 받아 요트에 매달려 기다리고 있었다.

“크라캔이 오더라도 놀라진 마.”

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죽순섬 연안에서 크라캔에게 잡혀 죽을 경험을 한 일이 있었지만 상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고 그 후 며칠간 상준이 하는 크라캔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공포심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크라캔이 요트 주변에 얼굴을 드러냈다.

상준은 크라캔이 알아 듣게 자세하게 설명한 후 뷰리와 함께 하강지시를 하였다.

상준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벅찬 감정을 억누르고 가만히 요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뷰리를 따라 침몰 선박으로 접근한 크라캔은 뷰리가 가리키는 철상자를 휘감아 요트에 올려 놓았다.

한 번 잠수에 두 개씩 운반하였고 나머지 상자까지 모두 올려놓았다. 상준은 상자를 움직여 보니 겨우 한 쪽 모서리가 들려질 정도였다.

그리고 크라캔은 상준이 던져준 사과와 배를 우걱우걱 씹으며 물속으로 사라졌다.

뷰리도 요트에 올라 슈트를 벗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의 심장은 매우 빨리 뛰었다. 뷰리는 한쪽 옆에 서서 그가 일을 지켜보고 있었고, 대도를 꺼내 수초와 조개들로 뒤 덮인 상자 고리 하나를 내리쳤다.

생각보다 쉽게 떨어져 나갔다.

“.....?”

“아저씨, 뭐예요?”

상준은 손을 집어넣어 움켜쥐어 보았다.

자세히 보니 일화였다.

소화 몇 년인가 하는 흔히 보는 일본 돈. 그것도 아무 쓰잘대기 없는 일제 강점기 때 쓰던 것들.

‘시발.’

뷰리가 보고 있으니 드러내놓고 욕도 못한다.

상준은 상자를 넘어뜨려 모두 바다로 쓸어 넣어 버렸다.

지켜보던 뷰리도 상준의 행동을 보고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였다.

‘모두 이런 건가?’

다시 상준은 다른 상자 고리를 대도로 내리쳤다.

“이건 뭐야?”

역시 일화였다.

“이건?”

이번엔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재빨리 장갑으로 문질러 보았다.

“이건 돌인데?”

주먹보다도 조금 더 큰 돌덩이였다. 상준은 돌의 표면을 대도로 깎아 보았다.

“너 저기 수건 좀 가져와.”

상준은 수건을 받아 쥐고 돌덩이를 문질렀다. 독특한 문양과 모양으로 봐서 수석이었다. 다른 것도 꺼내어 닦아보았다.

“이건 수석을 모은 상자야.”

“수석?”

“일본 놈들이 일찍부터 수석 채집을 했는 가 봐. 아마 수석에 미친놈이었나 봐.”

일본이 항복하자 조선에 있던 왜놈들이 소장하고 있던 돈과 수석을 철괘에 넣어 도망치던 중이었던 것 같다.

‘수석은 어쩌면 가치가 있을 수도.’

다시 다른 상자를 뒤져 보았다.

“찾았다.”

“그건 뭐예요?”

“이건 은괴. 저건 금괴.”

“상준은 뷰리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얼굴엔 미소가 번져 나왔다.

상준과 뷰리는 녹슨 상자를 바다에 버리고 수석과 금괴, 은괴를 선실 안으로 옮겨놓고 모든 잡동사니를 바다에 던져 넣었다.

“커피나 한잔하자.”

그의 말을 듣고 뷰리는 얼른 선실에 들어가 물을 올려놓았다.

“이제 아저씨, 담배 끊었어요?”

“글쎄, 잘 모르겠어.”

상준은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이 과연 담배를 끊었는지 아닌지 확신을 못하는 것 같았다.

이때 마시는 믹스 커피 맛은 담배보다는 더 맛이 있다.

“이제 어떡하실 거예요?”

“이것 밖에 없겠지?”

“한번 더 내러갈까요?”

“어떻게 할까?”

“그럼 아저씨, 여기 가다려봐요.”

순식간에 뷰리가 바다로 뛰어 들었다.

슈트도 입지 않고 장비도 없이 랜턴 하나만 달랑 들고 바다 깊이 잠수해 버렸다.

상준은 순간 당황하였으나 자신도 전혀 채비가 안 된 맨 몸이었다.

하는 수 없이 대도를 차고 손전등을 든채 뛰어들었다.

수심 불과 10여 미터도 못 내러가고 귀가 터질 것 같고 머리가 아파왔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부상하였다. 그냥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1분이란 시간이 이렇게 긴 시간인 줄은 미처 몰랐다.

기분 같아서는 한 시간은 된 것 같다.

시간을 보니 5분정도 되었을까?

“아저씨.”

“야. 너 괜잖아?”

“괜찮다고 했잖아요. 오래있진 못하지만 몸은 더 편하고 속도도 빨라요.”

“....?”

“이것 보세요. 뭔지.”

상준의 손에 술병 같은 걸 건네주고 다시 심호흡을 한 후 잠수하였다.

상준은 뷰리가 준 것을 가지고 요트에 올라왔다.

조개껍질과 이물질이 붙어있어 대도를 이용해 긁어보았다. 분명 이것은 코르크 마개로 만들어진 와인 병이었다.

그리고 다음엔 병 세개를 안고 물위로 올라왔다.

양주병과 와인. 다음에는 도자기 같았다.

그리고도 몇 번이나 도자기와 술병들을 집어 날랐다.

“나도 슈트 입을까?”

“이제 없어요.”

뷰리는 몇 번 더 다이빙을 해서 도자기 몇 점과 양주와 와인 몇 병을 꺼내온 뒤에 상준에게 손을 내밀며 올려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손목을 쥔 뷰리는 갑자기 상준은 물속으로 당겼다. 아무생각 없이 허리를 숙여 손을 내밀었던 상준은 그만 바다로 거꾸로 처박혔다. 뷰리는 상준의 머리를 누르며 장난을 하다 상준이 잡으려니 물고기 마냥 순식간에 피하며 마치 물개마냥 놀리기 시작했다.

뷰리의 수영 솜씨는 인간이 하는 수영이 아니다 물고기의 유영이었다. 그러다 한참 후 상준의 목에 매달려 요트로 올라왔다.

“아, 시원해.”

“너 정말 그 정도 수심에도 아무렇지도 않아?”

“이 아저씨 왜이래. 내가 누군지 몰라요?”

“.....?”

“내가 바로 인어예요. 바다인간.”

“그래도.”

“걱정 마세요. 전 제가 알아서 할테니.”

결국 상준은 그녀의 심해 수영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해는 수평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일단 상준은 더 어두워지기 전에 안전한 해역을 찾아 이동하였다.

바다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거북섬을 지나 돌아오는 해로 옆에 작은 섬 하나가 기억이 났다.

위치로 봐서는 거북섬과 인어도의 중간 지점이랄까?

해도에서는 진주도라 하였다.

진주도 주변에 정박한 후 일단 저녁 준비를 하였다.

뷰리는 혼자 살아오면서 요리 실력도 많이 는 것 같다. 대왕문어의 다리를 잘라 숙회를 만들고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전복과 고등으로 죽을 끓였다.

쌀을 물에 불인후 데친 전복과 고등을 까서 썰어 넣은 다음 푹 끓여가며 저어 주었다.

“갑자기 죽을 왜?

“다이빙 후에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속도 편해요.”

“이걸 어떻게?”

“그냐 다이빙 하신다기에 좀 찾아 봤지요.”

그리고 그 옆에는 역시 문어숙회, 전복회, 해삼을 썰어 소금을 친 기름장과 함께 내어 놓았다.

선실 안에서 탁자를 펴 두고 뷰리와 상준은 마주 앉았다.

“우리 저녁 먹고 가야겠지?”

“이왕 왔는데 이제 좀 쉬어가요.”

“여기 온 목적은 달성했잖아.”

“우리 같은 사원도 대표님 덕좀 봅시다. 고생했는데 쉬다 가는 건 당연하잖아요.”

“너 그거 자기회사 대표보고 할 소리야?”

“아저씨.”

상준은 웃으며 그러자고 했다.

저녁을 먹고 난후 뷰리는 진주도 해안을 뒤지며 다양한 해산물을 건져 올렸다.

미역도 따고 톳과 곰피를 채취하고 호미를 이용하여 조개도 캤다.

바지락과 피조개, 진주조개도 채취하였다. 우연이긴 하지만 개불 몇마리도 잡아 올렸다.

이래서 이 섬이 진주도가 된 걸까?

밤이 되자 랜턴을 이용해 돌문어와 낙지를 잡는가 하면 바다로 뛰어들어 작은 보석 원석도 건져 올렸다.

“아저씨. 제 실력 보셨죠?”

폼을 잡는 여녀의 몸매가 매혹적이다.

“응. 멋져.”

상준은 아예 낚시를 포기하고 안락의자의 등받이를 넘겨 비스듬히 누웠다.

그냥 좀 쉬고 싶었다. 간혹 한번 씩 뷰리를 보며 바다 상황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그냥 멍 때리고 있을 뿐이었다.

‘혹시 다른 바다 인간이 없을까?’

‘분명히 내가 본 것이 뷰리와 비슷한 바다 인간 같았는데?’

뷰리는 물과 요트를 수시로 드나들며 잡은 수확물을 씻어 정리하고 있었다.

밤이 제법 깊었을까.

“아저씨. 이것 한번 먹어보세요.”

“뭔데?”

“배고프죠? 죽을 먹어서. 이건 톳 비빔밥이에요.”

“톳 비빔밥?”

“톳을 데쳐 참기름 간장에 마늘과 파를 썰어 넣어 밥좀 비벼봤어요.”

“음. 너무 맛있네. 좀더 주면 안될까?”

“그 정도가 맞아요. 밤에 많이 먹으면 안돼요.”

“똥 싼다 말이지?”

“큭, 큭.”

뷰리는 상준의 대답에 웃음을 참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세요?”

“아니, 그냥 멍 때리고 있는 거야.”

“아닌 것 같던데?”

“맞아.”

“다슬이 언니 생각하죠?”

뷰리는 상준의 표정을 살피며 다슬이 이야기를 꺼냈다.

“뭐, 그런건 아니고, 며칠 전날 밤에 바다에서 뭘 좀 봤거든.”

“.....?”

“계속 그 생각이 나서 잊혀지질 않네.”

“뭔지는 모르고요?”

“응. 모르겠어. 그게 뭐였는지.”

상준은 사실 자신의 머리에서 계속해서 맴도는 바다 생명체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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