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백장어의 약효(2)
* * *
송이는 어느 날 친구 선애를 카페로 불러내었다.
“네가 날 이런 곳으로 다 불러내고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은. 모처럼 너와 술한잔 하고 싶어서 그렇지.”
원래 선애는 송이의 둘도없는 친구다. 졸업하고 난뒤 각자 취업 준비하랴 바쁘다가 막상 취업이라고 하다 보니 업무를 배우랴, 부서상사의 비위를 맞추랴, 시간이 맞지않아 최근에는 제대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
“자 우리 무슨 술 할까?”
“가스나. 너 위스키 아니면 안하잖아?”
“그렇지. 위스키.”
독한 위스키 몇잔을 주고받으며 약간의 취기가 올랐다.
평소엔 늘 말이 없고 내성적인 송이는 술 몇잔이 들어가자 본격적으로 입 주위의 근육이 풀린 것 같다.
“너, 직장 다닐만 해?”
“그냥 그렇지. 직장이란게 다 그런것 아니겠어.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옛말이 있잖아.”
“근데 넌?”
“나. 직장 좋지.”
“너 전공 살렸다며. 누구 비서야. 전무? 이사?”
“나 우리 회사 대표님 비서.”
“그래? 너 출세했구나. 대표님이 잘해주셔?”
“응,”
“근데 고민이 뭐야.”
“나 고민없어.”
“가스나. 내가 널 몰라. 너 얼굴에 고민녀라고 쓰여있거든.”
송이는 결국 선애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 요즘 이상한 꿈을 꿔. 한번도 아니고 거의 매일.”
“무슨 꿈인데? 혹시 너....남자?”
“응,”
“누구야? 혹시 니네 회사 대표님?”
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안돼. 너 그럼 벌 받는다. 가정있는 사람과 사고치면? 나이가 얼만데?”
“스물일곱.”
“야. 쉰일곱이면 할아버지잖아. 애들이 너와 비슷하겠어.”
선애도 술기운이 도는지, 아니면 옆 좌석에 앉아 마틴 한병을 시켜두고 흘깃흘깃 처다 보며 떠들고 앉아있는 애들 때문인지 송이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스물일곱.”
“그래, 그렇다니까 너보다도 나이가 많네.”
“....?”
“꿈은 무슨 꿈인데?”
“몰라. 나 그 애긴 못해.”
“가스나. 밤마다 나타나 안아줘?”
“응.”
“정말이야? 너 아직 생과부지?”
선애가 말한 생과부란 짝사랑만 하다 남자들을 다 놓치고 독수공방하는 여자를 말한다. 딱지도 한번 떼지 못한.
“응. 넌 경험있어?”
“야, 요즘 그런경험 없는 애가 어딨어?”
“언제?”
“왜 이야기가 내게로 와. 나야 고삐리 때지. 이미 그때 딱지 땠지. 그 후에도 몇 번.”
“좋았어?”
“몰라.”
“난 어떡하면 좋아?”
“그래도 안돼. 영감태기 하고는. 차라리 저 옆에 있는 저런 애들 꼬셔 딱지 떼는 게 낫지.”
송이가 고개를 돌려 돌아보니 그 옆에 앉아있는 놈팽이로 보이는 하나가 손을 흔들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못생기고 팔푼이 같이 생긴 놈이었다.
“야.”
송이는 선애의 팔을 꼬집으며 눈을 흘겼다.
“나. 그 사람 보면 얼굴도 못 보겠고 가슴이 콩닥거려 말도 못하겠어.”
“가스나. 이거 큰일났네.”
“나 어쩌면 좋지?”
“그래도 안돼. 영감태기 하고는.”
“스물일곱이라니까. 왜 자꾸 영감태기래?”
“뭐? 너 대표가 스물일곱이야. 애가 스물일곱이 아니고?”
“그렇다니까.”
“좋겠다. 그럼 꼬셔.”
“어떻게? 그 사람 사귀는 사람 있데.”
“있으면 어때. 안되면 휴혹해서 한번 따먹고 차버려.”
“차버려?”
“따먹고 차버리면 되지. 그럼 어디가서 말하겠어. 말 못하지. 그럼 너 병도 고칠거고.”
“그럴까?”
그리고 그들은 위스키 한병을 더 시켜서 마셨다. 평소 같으면 얼음이라도 섞어서 천천히 녹여가며 마셨겠지만 오늘은 짧은 시간에 좀 과음을 한것 같았다.
“가자.”
둘은 휴대폰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것 같았다.
선애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자 조금있으니 그들의 앞에 승용차 하나가 멈춰섰다.
“선애씨. 빨리타요.”
그러자 선애는 송이를 보고 손을 흔들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가시네. 저것도 그새 많이 변했네.’
송이는 갑자기 자기 혼자 외톨이가 된 기분이라 허전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 니네들 모두 잘났다.”
아무도 없는 텅빈 거리에서 송이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가씨. 나보고 그랬어?”
송이는 가는 의식을 억지로 잡아 눈을 부릅뜨고 길옆 생맥 집으로 터덜터덜 들어갔다.
“문 닫을 시간입니다.”그래도 송이는 뭣이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의자에 풀썩 주저않았다.
자꾸 감기는 눈자위에 힘을 주어가며 생각을 가다듬었다. 아무리 취해 몸이 비틀거려도 정신 만큼은 차려야 한다는 게 송이의 지론이었다.
송이는 지금 끗 술을 마신 후 필림이 끊긴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같이 마시던 친구가 계산을 하지 않고 간 다음 날 필림이 끈어졌다 넋두리를 할 때마다 믿지도 않았다. 몸이 비틀거려 중신을 못 잡고 쓰러진 일은 있었지만, 구토도 하고 실수도 했지만, 기억에 나지 않은 일은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남들이 필림이 끊어졌다는 이야기를 할때마다 속으로 비웃었다.
‘또 거진말 한다. 미안하면 밥이나 사라.’
이렇게 생각한 것이 송이였다.
겨우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하려 해 보았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 그리고 친구 선애.
오늘 같이 이런 기분 꿀꿀한 날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여 자신을 데리러올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전화번호를 살펴봐도 전화할 곳이 없는 것 같았다.
부모님과 동생은 나주에 살고 계신다.
“대표님!”
“이 시간에 전비서가 웬일이야.”
“대표님.”
“전비서 술 먹었어?”
“여기 좀 와 주시면 안돼요?”
“그기가 어딘데?”
“드릴 말씀이 있어요.”
“무슨 말?”
“오늘 밤 제게 시간 좀 내어 주시면 안돼요?”
“그러지 말고 들어가. 술 깨면 나중에 얘기해.”
상준은 전 비서가 과음했다는 걸 알고 전화를 끊었다.
송이의 태도가 좀 이상하긴 했으나 평소 송이를 잘 아는 터라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끊었다.
‘무슨 고민이 있나?’
상준은 휴대폰을 꺼내 유튜브를 검색하다 막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있지않아 다시 벨이 울렸다.
휴대폰에 뜨는 이름이 [전비서] 였다.
약간의 짜증이 났으나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보세요?”
“죄송합니다. 이 휴대폰 주인 아시죠?”
“누구시죠?”
“예, 여기 중산 치맥집인데요. 아가씨가 술을 어디에서 먹었는지 우리집에 와서 따운됐어요.”
“네.”
“최근 통화내역에 아저씨 이름이 떠있어 전화드렸어요. 이 아가씨 좀 데려가면 안되겠어요? 가게 문도 못 닫고.”
아주머니의 목소리였다.
하는 수 없이 상준은 오밤중에 차를 몰아 중산으로 향했다.
“전 송이. 너 무슨 일이야?”
상준은 송이를 흔들어 봤으나 무어라고 중얼거리며 횡설수설 하였다.
“미안합니다. 아주머니. 좀 업혀주세요.”
상준은 일단 휴대폰을 챙겨 송이의 핸드백에 넣어 어깨에 걸고는 송이를 들쳐 업고 차에 태웠다. 운전대에 앉아 뒤를 돌아보니 행색이 무인 지경이었다.
집으로 오려다 아무래도 좀 곤란할 것 같았다. 상미 보기도 그렇고 아주머니 보기도 그렇다.
일단 차를 몰아 가까운 모텔로 들어갔다.
계산을 하고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송이는 또 다시 중얼거린다.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눕혀두고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였다. 자신도 자다 일어나 경황이 없었지만 송이를 데리고 계단을 이용해 3층까지 올라왔으니 자신의 행색도 말이 아니었다.
세수를 하고 나오는데 송이가 다시 중얼거렸다.
“대표님.”
“그래 전송이. 무슨 일이야?”
“오실 줄 알았어요. 대표님 사랑해요.”
“야, 전송이. 정신 차려.”
그러나 술에 취한 송이는 의식이 없는것 같았다. 그냥 송이를 모텔에 남겨두고 돌아오려 했으나 차마 그냥 나올 수가 없었다.
상준은 송이가 잠꼬대를 하자 꿈인가 생인가 하고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았다.
“아휴 가깝해.”
가슴이 답답한지 입고 있던 정장의 단추를 풀어헤치고 베개를 껴안았다.
“사랑해요. 대표님.”
분명 잠꼬대였다.
미니스커트는 엉덩이 까지 올라가 있고 조그만 팬티가 그녀의 여성을 가리고 있었다. 팬티 주변으로 검은 털 오라기가 삐져나와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상준은 갑자기 온몸에 열기가 오르고 욕망이 끓어올랐다.
'아이 참.'
상준은 이성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열락의 꿈속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대표님. 빨리.”
그녀의 가슴은 헐떡이고 있었다.
“사랑해요.”
'....?'
“으응.”
'.....'
“으응. 으엉.”
그녀는 베개를 움켜잡고 온몸을 비틀며 여성의 몽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갖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주먹을 꼭 쥐고 침을 삼겼다.
“사랑합니다. 대표님.”
한참 후 그녀는 편안한 얼굴로 되돌아 왔다.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 송이를 보고도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불을 덮어주고 밖으로 나왔다.
‘열병이구나 열병. 어쩌다 우리가 이런 열병에 걸리게 됐을까?’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오다 도저히 그냥 집으로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집에 가봐야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송이가 저러는 건 함께 먹은 투명장어 때문이라 확신하였다.
자신이 바로 그녀와 비슷한 열병을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밤마다 찾아오는 사춘기 때 있었던 꿈속의 경험.
이제 와서 다시 그때보다도 열배는 더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지 아니한가?
‘투명장어. 참 그놈은 영약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백장어는 젊은 사람들이 먹을 음식은 아닌 것 같았다.
오늘 다시 그것을 깨달았다.
남자들 뿐만 아닌것 같았고 여성에게도 마찬가지 인가보다.
중산에 도착했을 땐 새벽 두시가 다된 상태였다.
‘이대로 가서는 한 잠도 제대로 못 잘 것 같네.’
‘다슬이를 찾아가자.’
‘그녀라면 나를 받아줄 것 같다.’
‘어머니가 아시면 안될 텐데. 에라 모르겠다. 일단 가는 거다.’
상준은 차를 몰아 다슬의 집으로 향했다.
대문 밖에 차를 대어두고 다슬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시험공부에 열중하던 다슬이, 막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누구세요?”
“나.”
‘오빠가 이 시간에.’
갑자기 찾아온 상준의 목소리에 다슬은 깜짝 놀라 얼른 방문을 열어주었다.
다슬을 보자 와락 껴안고 그녀를 입술부터 먼저찾았다.
"오빠."
그리고 손은 어느새 그녀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오빠. 저방에 엄마가”.
상준은 대꾸도 하지 않고 그녀의 잠옷을 서둘러 벗겼다.
새하얀 젖가슴을 한입에 넣고 힘껏 빨아 당겼다.
“아파.”
상준은 얼른 옷을 벗어 던진 뒤 다슬의 속옷을 벗겨 내렸다.
그녀를 안아 침대 위에 눕혔다.
그녀의 나신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통째 모두 삼키고 싶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참지 못해 순식간에 체중을 실어 그녀를 몸에 흔적을 남기자 어느새 그녀도 그의 목을 끌어안고 동조를 해 준다.
경직되었던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슬며시 허벅지를 벌려주었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자신의 양물을 그녀의 몸속 깊이 한꺼번에 박아넣었다.
“하악.”
그리고 상준은 고개를 들고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하복부에는 엄청난 힘으로 가차 없이 그녀를 공격하였다.
“오빠.”
얼마가지 않았다.
다슬은 눈을 뒤집으며 몸속 깊이 사랑의 물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상준의 몸은 지칠 줄을 몰랐다.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고 연거퍼 다슬을 까무러치게하여 졸도까지 시켰다.
기진맥진 하여 쓰러진 다슬을 보고야 자신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 모두가 투명장어를 먹은 후유증인 것 같았다.
투명백사가 그랬듯이 투명장어도 조심해야한다.
인간의 자제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