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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06화 (106/225)

〈 106화 〉 백장어의 약효(1)

* * *

상준의 어머니도 아들 상준에게 이와 비슷한 충고를 한 일이 있다.

“어머니. 그건 엄마 아들이니 그리 보이는 게에요.”

“아니다. 내가 안다. 너 아버지도 그랬다.”

“아버지가 왜요.” 상준의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하면서 아버지 주변에 많은 여자들의 유혹이 있었던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넌 아버지를 너무 많이 닮았다. 그래서 내가 늘 걱정했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 아버지도 모든 것을 잘 극복하셨잖아요.”

“그랬지.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했지.”

“알았어요. 어머니. 조심할게요.”

그렇게 대답하며 넘겨 버렸다.

사실 상준은 그것이 약점이었다. 자신에게도 문제가 좀 있다. 모든 사람들께 지나치게 친절을 베푸는 일. 그 것은 상준의 본성같았다. 남자든 여자든, 노인이든 어린애든.

전송이라고 해서 여자가 아닐까?

상준을 처음 본 순간부터 늘 가슴이 설레었다. 그에게는 가까운 여친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직장 내 모든 여자들이 수시로 상준을 입에 올린다.

여자들 끼리 모이기만 하면 대화의 초점이 꼭 한두번은 대표의 이야기가 언급되었다.

오늘 낚시를 하자고 한것도 사실 따지고보면 송이 자신의 발상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회사 대표와 가깝게 지낸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며 소문을 낸다. 그런데 자신은 가장 가까운 비서이면서도 가까워 질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것이 늘 자존심도 상했고 아쉬워했다.

그런데 막상 좁은 선실 안에서 대표와 마주앉아 식사를 하려하니 손이 떨리고 가슴이 뛰어 처다 볼 수가 없다.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것 같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자신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기분이었다.

저녁 식사를 어떻게 하였는지 아무 생각도 나지않았다. 상준이 끓여준 매운탕 맛도 느끼지 못했다.

‘내가 미쳤나?’

‘왜 이렇게 가슴이 뛰고 설레는 걸까?’

식사를 한후 서둘러 선실 밖으로 나오니 살것 같았다.

식사 후 갑판에 나와 바람을 쐬고 있으니 다시 몸이 으스스하였다. 벗어두었던 바람막이 옷을 걸치고 상준을 눈치를 보며 의자에 앉아 쉬고있었다.

어느 때 같으면 담배를 피우고 있을 타임에 상준은 커피를 타서 송이에게 건네주었다.

“자. 커피.”

“제가 그만 깜박하고.”

송이는 미안해서 두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아냐. 내가 저녁 담당이잖아.”

싱글벙글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상준을 보자 다시 가슴이 쿵쿵뛰었다.

“우리, 낚시 그만하고 돌아갈까?”

“안돼요.”

송이는 왜 이런 반응을 보였는지 자신이 너무 황당하였다.

“내일 아침까지만 해요.”

“밤을 새우자고?”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요.”

그들은 이제 밤낚시로 전환하였다. 야광찌를 달고 갯지렁이로 미끼를 바꾸어 바다로 던졌다.

“밤에 여기 갈치도 올라오고 장어도 올라와.”

“갈치 잡히면 좋은데.”

“갈치?”

“네, 요즘 갈치값이 엄청 비싸요.”

“그래. 그렇다고 들었어. 갈치 좋아해?”

“옛날에는 비린내 땜에 먹지 않았는데 요즘 값이 비싸니 맛이 있더라고요.”

“허허허, 꼭 아줌마 같은 소리하네.”

“호호호.”

날이 어둑해 지고 시야가 점점 좁아질 무렵 상준은 요트 네귀퉁이에 불을 밝혔다.

그 무렵 오이 크기의 노란빛 섬광이 요트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분명히 작은 장어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붕장어를 잡아 봤지만 변종 보석장어는 보지 못했다.

크기가 작고 모양으로 봐서는 별것 아닌것 같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미끼를 물자 가볍게 잡아올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미끼를 물고 올라온 것은 바로 백장어였다. 백장어라 해서 힌색 장어가 아닌 투명장어였다.

우리는 여기에서 백사라는 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백사는 원래 힌색 뱀을 의미한다.

과거에 있었던 기록을 보면 백사를 잡아 큰 부자가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본래 백사는 힌색 뱀을 뜻하지만 진짜 백사는 그런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외래종 백사가 수입되어도 값진 보물로 여기기 않는다. 열대 밀림지역에는 힌색 뱀이 많이 서식한다.

진짜 백사는 투명한 뱀을 의미한다.

내장까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투명백사. 이것이 바로 명약 중에 명약이라고 소문이 나 있다.

기록에 의하면 투명백사는 300년 묵은 산삼과 값이 같고, 전답 10마지기와 맞 바꾼다고 하였다.

그만큼 값이 비싸다는 뜻이다.

오늘 바로 상준이 잡은 장어는 그런 장어였다. 굵기는 비록 오이 만큼하고 길이는 불과50Cm밖에 안되지만 내장이 다 보이는 투명붕장어였다. 투명한 속을 가만히 들여야 보니 팔딱거리는 심장이 다 들여다보이고 콩알만 한 보석 세개가 그냥 봐도 다 보였다.

소중하게 건져 올려 미리 잡은 고기들을 그물망에 넣어 요트에 매달고 투명 백장어는 고기통에 넣어 산소 공급기를 틀어주었다.

“야호.”

상준은 흥분된 어조로 짧게 소리치고는 재빨리 다시 낚시를 던져 넣었다.

“요것 참 신기해요.”

전송이는 낚시할 생각을 하지않고 고기통에 들어있는 백장어를 보면서 마냥 신기해하고 있었다.

“이것 자세히 보니 실치 같아요.”

“실치?”

“네, 꼭 실치 어미 같아요.”

“실치는 그 자체로 다 큰 놈이거든.”

“그러네요. 실치가 크면 이거하고 아주 비슷할 것 같아요.”

전송이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 모양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크기만 엄청 클 뿐이다.

그런데 그때 다시 노란 섬광이 요트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였다.

상준은 다시 미끼를 달아 바다로 던졌다. 이번엔 아예 요트 가까이 던져 넣었다. 연거푸 두 마리를 추가로 건졌다.

세 마리의 투명 백장어를 잡고 보니 오늘 낚시는 일단 성공이었다.

오륙도 등대는 아련하게 바닷길을 비추어 주었고 작은 어선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이제 낚시 안할 거야?”

백장에 구경에 넋이 빠진 송이를 보고 낚시를 할 것을 권해보았다.

송이는 대답대신 백정어의 효력에 대해서 꼬치꼬치 물었다.

“저거 진짜 약효가 좋아요?‘

“글세, 누가 먹어본 사람이 있어야지. 옛날 백사가 죽어가는 사람을 살렸다고 하니 이놈도 아마 효과가 있겠지.”

“우리 저것 한번 먹어보면 안되요? 값이 너무 비싸 안 되겠지요?”

“안될게 뭐있어. 세마리나 되는데. 낚시꾼이 좋다는 게 뭔데.”

“그래도.”

“한마리만 먹어보자. 먹을 때 보석을 뽑아내면 그것도 돈인데.”

자신도 역시 투명장어의 맛을 보고 싶었다. 인터넷에 고지하여 팔 생각만 하지 말고 자신도 몸도 챙기고 싶었다.

더구나 오늘은 세마리나 잡았고 그 속에는 값진 우주 보석이 들어있지 않는가?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백장어 한 마리를 붙잡아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장만 할 것도 없었다.

배를 갈라 구슬을 뽑아낸 뒤 그냥 얇게 바로 썰었다.

껍질이고 뭐고 모두 투명하여 내장만 버린 체 쟁반위에 올렸다.

초장 하나와 젓가락을 챙겨 갑판으로 나왔다.

“자 한번 먹어봐.”

“이건 평생 처음이면서 마지막일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겠지.”

상준은 먼저 투명 붕장어를 초장에 찍어 맛을 보았다.

“음,”

쫄깃하면서 고소하고 묘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처다만 보고 있던 송이도 얼른 맛을 보았다.

“하.”

환상의 맛이다.

“대표님. 행복해요.”

“음. 역시.”

이런 맛은 처음이다.

도저히 그 맛을 표현할 수 없다. 그저 황홀하다고 밖에 더 표현하지 못한다.

“세상에.”

“음.”

그렇게 그들은 말을 잇지 못하고 황홀감에 빠져들었다.

입안에 번져오는 묘한 향기에 취하는 것 같았다.

남은 몇점을 다 먹어버리려다 송이에게 넘겨주었다.

백장어.

그날 그들은 백장어를 먹으면서 음식을 먹는 소중한 행복감을 만끽하였다.

회를 다 먹은 뒤 다시 낚시에 빠져들었다.

황홀감과 행복감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모르고 일에만 열중하였다.

참돔도 낚았고 감성돔도 잡고 우럭을 건져 올렸다.

이 모든 것들이 백장어가 가져다준 선물 같았다.

잠시 후에는 송이는 자신이 잡고 싶어 했던 갈치를 올렸다.

불빛을 받아 하늘하늘 거리는 갈치의 지느러미가 왜 이렇게나 고운지 넋을 잃을 정도였다.

온통 정신이 빠지는 것 같았다.

몇 마리를 건져 올리자 떼가 지나갔는지 한 동안 소식이 없었다.

시간은 벌써 자정이 다 되간다. 기다려 봤지만 더 이상 어신은 찾아오지 않았다.

낚싯대를 꽂아두고 의자에 앉아 하늘에 뜬 별만 보고있었다.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한 순간부터 교향곡처럼 아련하게 들렸다.

낚시꾼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함의 극치.

정막의 축제.

행복의 축제.

우주 만물이 그들에게 베풀어주는 무한한 행복의 축제 같았다.

지간이 흘러가자 뜨거운 열기가 몸에 차 오름을 어렴풋이 느꼈다.

바다를 향해 소리치고 싶고, 만세를 부르고 싶고, 대한민국을 외치고 싶었다.

전송이도 그럴까.

비서 송이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있었다.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치밀어 오르는 오묘한 감정에 사로잡힌 것 같다.

백두산에 처음 올라 천지를 바라보며 외치고 싶었던 충동감.

독도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북받쳐 오르던 그 감회.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두팔을 벌려 만세를 부르고 싶었던 만감.

번지 점프를 할때 전신에 번져오던 짜릿한 쾌감.

환호의 몸부림.

그들은 둘다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대표님.”

눈을 감고 자는 줄만 알았던 송이가 상준의 팔을 잡으며 일어서려 하다 비틀하였다.

“왜, 멀미나나?”

“그런 건 아닌데.”

“그럼?”

“그런데 몸이 이상해요.”

“왜, 아파?”

“발바닥부터 간질간질 한 것이 이상해요.”

“그럼 좀 들어가서 쉬어.”

송이는 선실에 들어가 소파에 누웠다.

온 몸에 번저오는 야릇한 쾌감에 자신의 두 무릎 살살 문지르며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선창에 앉아있던 상준도 자신의 몸에 이상이 옴을 느끼고 있었다.

불끈불끈 솟아나는 충동을 느끼며 의자에 앉아 잠을 청했다.

‘그래, 이제 알았다. 투명 장어는 젊은 사람이 먹는 게 아니었어.’

‘이건 분명히 노인들이 먹어야 기가 살아나고, 체력이 증강되며, 죽었던 정력이 살아나는 것이지.’

상준은 느끼고 있었다.

무한한 힘과 솟아나는 정기.

잘못 먹으면 사고를 칠수 있는 엄청난 기가 발산하고 있다는 것을.

연세 많은 사람들에게 체력을 증강시키는 신비의 물고기.

백장어.

그날 선창에서 상준은 몽정을 하였고 송이는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야릇한 꿈을 꾸었다.

그러한 현상은 그날 밤만이 아니었다.

대표를 처다 볼 때마다 얼굴을 붉히고 가슴이 뛰는 것은 밤마다 찾아오는 이상한 꿈 때문에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상준은 집에 돌아왔으나 몸에 넘치는 힘은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일단 백장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자신이 먹어본 경험담과 효력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언급했다.

얼마가지 않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어떤 고객에게 거금을 받고 넘겨주었다.

그리고 얼마 뒤 문자 회신에서 감사하다는 글과 함께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았다는 구매자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만약 다시 구하게 되면 꼭 연락바랍니다. 값은 얼마든지 지불하겠습니다.]

그 뿐만 아니다.

자신에게 넘쳐나는 주체할 수 없는 힘을 발산할 곳도 필요한 것 같았다.

‘무슨 이런 영약이 있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다시는 이런 것은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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