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 부산 앞바다 요트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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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상준은 전 비서를 데리고 부산으로 출장을 떠났다.
마침 출장지역이 부산 남구 대연동 모 대학에서 열리는 국제 세미나라 승용차 보다는 요트를 타고 가기로 하였다. 요트를 이용하게 된 이유도 우연히 세미나에 대한 대화를 하던 중 중산에서 가려면 승용차 보다는 바닷길로 가는 것이 시간도 절약되고 거리도 가까울 뿐 아니라 부산 시내 교통체증도 피하는 좋은 방법이라 했다.
결국 실장의 권고를 받아들인 점도 있지만 전비서 역시 요트를 타는것이 좋겠다는 건의를 해서 결정한 것이었다.
사실 상준도 승용차 보다는 요트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 모로 마음이 편하고 기대도 컸다.
그런 것 뿐 아니라 기회가 되면 어느 곳을 가든 목적지에서 낚시를 하는 것이 그이 철칙이기도 했다.
일찍 중산을 출발하여 수영만에 요트를 정박한 후 택시를 타고 현장에 갔다가 점심식사 후 오륙도를 목표로 낚시를 할 계획을 세웠다.
미리 요트 청소를 하고 필요한 낚시도구와 먹을 식자재를 구비하였다.
전비서는 꼭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드는지 내내 들뜬 분위기였다.
요트가 중산항을 벗어나자 흥분을 감추지 못한 전송이는 자연 말이 많아졌다. 주변 해안과 바다 풍경을 구경하면서 꼭 유람선이라도 탄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았다.
“대표님?”
“....?”
“대표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뭐가?”
“이렇게 마냥 즐겁게 사시니까요.”
“그래 보여?”
“네.”
“꼭 그렇지는 않아. 단지 그렇게 보일뿐이지.”
전송이는 원래 말이 거의없는 편이다. 어떻게 저런 아가씨가 비서학과를 전공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때도 있다.
그만큼 내성적이고 말이 없다.
좋게 표현하자면 내유외강 형이랄까?
부산에 도착했을 땐 오전 아홉시 밖에 되지 않았다. 광안대교를 지나자마자 남천마리나 항에 요트를 정박했다. 그리고 해안로에서 택시를 탔더니 목적지까지 기본요금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세미나를 시작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전송이는 커피를 뽑아들고 상준에게 건네주었다.
“전비서. 가서 나랑 전비서 등록하고 와.”
“들어가시지 않으시게요?”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가야지.”
최근에 이곳에는 여러 대학들이 자리를 잡았다. 모처럼 대학 캠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아보니 한결 자신이 젊다는 걸 인식했다. 나이는 이제 얼마되진 않았지만 CEO가 되고보니 애늙은이가 다된 기분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마음도 그렇고, 말도 그렇고, 이제 행동도 그런것 같다.
“대표님 무슨 생각하세요?”
“여기 앉고보니 내가 너무 일찍 사람사는 것을 배운것 같아서.”
“네.”
전송이는 상준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하는지 아니면 그냥 대답만 하는지 아리송하였다.
상준은 한때 또래에 비해 자신의 인생이 뒤쳐진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니 이삼년 늦은것은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그땐 왜 하루하루가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이해가 제대로 되지않는다.
취준생 3년. 정확하게 말해서 졸업을 한후 2년 5개월. 왜 그 세월이 그렇게 갑갑했고 속이 뒤집히고 인생의 낙오자가 된것처럼 느껴졌을까?
어쩌면 그것은 학창시절 때부터 취업준비에 골몰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오랫동안 취준생 기분을 느꼈을지 모른다.
아직도 자신의 또래집단 대부분은 부모님이 주는 용돈으로 학원에 가고, 도서관에 가고, 공무원 시험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은 100여명이 넘는 회사 가족들의 생계를 짊어진 책임자가 되었다. 직원들에게 딸린 가족까지 생각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달려있다.
그래서 지금도 마음이 가는대로 쉬지도 못하고 기업이윤 창출에 골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미나 시간은 불과 두시간.
[해양생물의 활용과 보존]. 오늘의 주제였다.
회의를 마치고 송이와 함께 가까운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오늘의 메뉴는 (순대국밥) 모처럼 먹어보는 음식 메뉴였다.
점심을 먹고 요트에 올라 옷부터 갈아입었다.
정장은 낚시꾼의 참모습이 아니다.
신도 바꿔신었다.
비서 전송이는 지난번 낚시에서 몇마리 잡은 경험을 가지고 들떠있었다.
요트를 타고 광안대교 밑을 통과하여 오륙도 까지 가는데는 시간이 불과 얼마걸리지 않았다.
오륙도는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22호이다.
부산만의 승두말에서 남동쪽으로 약 600m 지점에 있으며, 우삭도,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밭섬) 등 다섯개의 섬으로 파도에 깎인 이암으로 되어있다.
오륙도라는 이름이 붙게된 것은 간조시가 되면 우삭도가 한개의 섬이었다가, 만조시가 되면 바닷물이 차올라 두개의 섬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부산항의 관문으로 등대섬에는 유인등대가 있고, 나머지 섬에는 무인등대가 설치되어있다.
부산광역시의 상징이며, 경치가 아름다운 경승지로 유명하다.
일설에 의하면 바다 가운데 나란히 서 있어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되어 이러한 이름을 얻은 것이라고도 한다.
보는 사람의 위치와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서 명칭이 유래하였다고도 한다.
상준의 낚시는 오륙도 중에서도 가장 육지에서 먼 등대섬 앞 바다이다. 오륙도는 유람선이 드나들고 많은 낚시꾼들이 갯바위 낚시와 배낚시를 즐겨하는 대표적인 명소이다. 부산 출신 낚시꾼이라면 가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없다고 할 정도로 프로 낚시꾼들은 한번쯤은 모두 거처간 곳이다.
등대섬 앞바다에 요트를 정박하고 본격적인 낚시에 돌입하였다.
전송이 역시 기회가 되면 낚시를 하고 싶어 늘 기다리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으니 오늘 만큼은 작정하고 실력발휘를 해보고 싶었다.
“대표님. 오늘 저하고 내기 하실래요?”
“무슨 내기.”
“소원 들어주기 어때요?”
‘저것 큰일 낼 여자네.’
“좋지. 무슨 소원?”
“한달에 한번씩 낚시 데려오기.”
‘칫, 난 또 뭐라고.’
“내가 이기면?”
“대표님 원하시는게 뭐에요?”
“너."
"...?"
전비서는 순간 흠짓 놀랐다.
"농담이고 저녁 요리 담당.”
“놀랐잖아요. 밤낚시 때는 요?”
“간식준비 담당.”
“네, 좋아요.”
잠시 후 전송이는 다시 제안하였다.
“대표님 잡으시는 괴물고기는 빼야되요.”
“알았어.”
언젠가 비서실 낚시대회에서 자극을 주기위해 경쟁을 시킨것이 오히려 오늘 역제안을 받게 된 것이다.
역시 이곳은 고기를 건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낚시를 드리우고 얼마 되지 않아 걸려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망상어가 올라오더니 조금 있으니 게르치가 올라왔다. 그러나 무게를 달 정도의 대어 손맛은 보지 못했으나 조금 있으니 고등어가 낚였다.
“이건 무게를 달아야 할것 같아요.”
“한번 달아봐.”
전비서는 고등어 한마리를 잡자 무게를 단다고 법석을 떨었다.
“400g입니다.”
“알았어. 일단 오후 게임은 여섯시까지 하자.”
“네.”
전비서는 낚시를 하면서 상준의 낚시를 유의해서 보았다.
“왜 자꾸 날 처다보는 거야?”
“배워 두려구요. 대표님이 워낙 낚시를 잘하신다 소문이 나신분이라.”
“커닝하려고?”
송이는 매우 유쾌하게 웃었다. 사무실에 있을 대와는 전혀 딴판인 것 같았다.
상준이도 고등어를 걸어 올리고는
“요즘 고등어가 많이 잡히나 보네.”
“시장에 가면 비싸던데.”
“그럼 앞으로 좀 싸지겠다. 이 정도면 씨알도 좋은데.”
“이것 볼락이지요?”
“그러네.”
“요것 회하면 진짜 맛있는데.”
“볼락회 먹어봤어?”
“네, 한번.”
“볼락은 잘아도 미식가들이 좋아하지. 회가 쫄깃하고 식감이 좋거든.”
“맞아요.”
그리고 상준은 참돔 한마리를 낚아올렸다.
“내가 이긴것 같은데.”
저울 위에 올리자 1.2Kg이었다.
“조금만 더 계셔보세요. 마지막 1분이 승패를 좌우하거든요.”
“전비서 혹시 도시어부 봤지?”
“호호호.”
요즘 방송 중에 남녀노소 누구든 간에 인기가 높은게 도시어부 인가보다. 전송이 역시 표정을 보니 즐겨보는 시청자가 틀림없어 보였다.
“저도 낚았어요.”
낚시를 잡은 떨림을 보니 제법 큰것이 물린 것 같다.
“천천히 감아. 낚싯대를 늦추지 말고.”
전송이는 연약한 작은 체구에도 조금도 밀리지 않고 악바리 같이 힘을 주며 줄을 감아올렸다.
‘저거 보기보단 악바리네.’
바들바들 떨면서 끝까지 지지않고 환호성을 질렀다.
“와 후.”
감성돔 한마리를 건져 올렸다.
무게를 달아본다고 설쳐대더니 다시 소리를 질렀다.
“대표님. 제가 이겼어요.”
“뭐, 얼만데?”
“대표님보다 200g이 더나가요.”
“그럼 졌네. 시간 다됐는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웃을 때마다 양볼에 생겨나는 보조개가 유난히 귀엽고 예뻐보였다. 이젠 아예 바람막이 웃옷은 벗어 던진 채 짧은 티를 입은 송이의 모습은 섹시하기가 이루말할 수 없었다.
“더워?”
“네,”
“요걸 잡고나니 이제 더워요.”
상준은 신이나 어쩔줄 모르는 송이를 보며 한마디 더해 주려다 꾹 참았다. 잘못 말하다간 (성희롱)이나 (metoo) 등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불과 몇년 전만 해고 짓궂은 친구들이 가까운 여학생에게 흔히 하던 말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런 말들도 상대방이 받아들이기에 따라 성희롱이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오늘 낚시만 해도 그렇다.
출장을 하고 바로 돌아갔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아무리 본인이 낚시를 하자고 졸랐다고는 하나 비서와 단둘이만 요트에 있는것이 불안하기 그지없다.
언제부터인가 요트 선실 내에 CCTV를 설치해두었다. 방범용 CCTV. 그리고 그 아랜 CCTV를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했다.
이 또한 잘못되면 몰카로 오해받아 걸려들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오후 여섯시가 되자 상준은 낚싯대를 던져두고 저녁준비를 하였다. 원래 요리가 상준의 취미다. 식사준비 같은 걸로 갑질을 하고싶은 생각은 없다.
전에도 그랬고, 이 앞에도 그랬다. 기회가 되면 요리는 스스로 자청했다.
요리를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왜 이렇게 즐거운지 자신은 모른다. 자신이 만든 요리가 맛을 내어주면 그것으로 즐겁다.
잡아 올린 잡어로 매운탕을 끓이고 밥은 밥솥이 알아서 해주니 별로 더 준비할 것도 없다. 참돔을 꺼내 회도 치고 참돔 대가리도 잡어와 함께 매운탕 꺼리로 같이 넣었다. 무와 양파를 적당하게 넣고 땡초(청량고추)도 적당하게 썰어넣었다.
마지막으로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은 뒤 산초를 뿌려 올려놓았다. 매콤하면서 맛있는 냄새가 요트 안밖으로 퍼져 나갔다.
송이는 비록 게임에는 이겼으나 자신의 상사가 요리를 한다고 매어 있으니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쓸데없이 선실과 갑판을 수시로 드나들며 좁은 공간에서 몇 번이나 상준과 부딪치곤 하였다.
“복잡하니 나가 줄래?”
매운탕이 끓어 갈 때 숟가락을 들고 간을 봐 주면서 상추와 쌈장, 초장을 꺼내고 마늘과 양파를 썰어 식탁위에 올렸다. 이것은 결국 송이가 거들었다.
“대표님. 수고 하셨어요. 이제 먹어요.”
송이의 말투가 누가 상사인지 구별이 안 되었다. 상준이 할 말을 지가 다 하는 것 같았다.
선실 안에서 접이식 식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고 보니 공간이 좀 좁은 것 같았다.
“맛이 어때?”
송이는 대표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얼굴을 숙여 겨우 대답했다.
“맛있어요.”
“왜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
“아뇨.”
“그럼 왜?”
“그냥요.”
언젠가 동생 상미가 지난 이야기를 하면서 상준에게 충고 같은 것을 한 적이 있었다.
“오빠.”
“응?”
“오빠 진짜 잘생기고 섹시한 것 알지?”
“내가?”
“여자 조심해.”
“무슨 뜻이야?”
“오빠 처음 보면 반하지 않은 여자 하나도 없을 걸.”
“그게 칭찬이라고 하는 거야?”
“나도 한때 오빠께 뿅 갔었잖아.”
“미안.”
“여자들 유혹 조심하란 말이야.”
“야, 난 유혹 좀 해주면 좋겠어. 내가 그딴 걸 못하잖아.”
그때 상준은 동생 상미의 충고를 농담으로 받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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