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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104화 (104/225)

〈 104화 〉 가리비 별장

* * *

상준의 낚시는 곧 출장인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요. 어머니.”

“그래, 무슨 일이신데?”

다슬의 어머니는 딸에 대한 상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둘의 사이가 짐작은 되지만 이제 딸이 집으로 돌아오니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저러다 가스나, 낙동강 오리알 되는 것 아냐?’

딸을 둔 어머니의 당연한 걱정일 수 있다.

“걱정마세요. 아직 전 해야 할일이 많이 있거든요. 걱정하지 마시고 믿고 기다려 주세요.”

“.....?”

“아시겠죠. 어머니.”

“응. 알았어.”

그리고 상준은 전화를 끊었다.

어머니는 딸이 공부하는 방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똑똑.”

“네.” 대답소리를 듣고 방문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

“상준이 총각 전화 왔더라.”

“그럼, 좀 바꿔주지 않고.”

다슬은 어머니 말을 듣고 못내 아쉬워했다.

영문학과를 나와 교육대학원에 진학한 후 영어교육학을 이수하여 중등 2급 교사자격증을 획득하였다. 그러나 임용고사를 보지 않고 대기업 항공사에 승무원으로 근무를 했다. 그러나 영문학과 회화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학 이론과 수업실연 실기시험, 그리고 면접시험 이었다.

“내게 온 전환데 너를 왜바꿔.”

“뭐라던데?”

“몰라. 밑도 끝도 없이 믿고 기다리래.”

“음.”

“가스나. 넌 상준이 하고 무슨 약속한 게 없어?”

“없는데.”

“가스나. 똑똑한 척은 혼자다하면서. 맹추같이.”

“엄마!”

그러자 어머니는 다슬을 향해 눈을 흘기면서 방을 나갔다.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인어도 별장 공사가 진행되었다. 먼저 유명 실내 디자이너가 일을 맡았고. 작은 화물선이 달라붙어 필요한 물자를 수송하였다. 또한 외부는 외부대로 전문 조경사가 맡아 정원 설계, 수목 조성, 야외 팔각정 건립 등을 맡아 진행하였다.

실내는 실내대로 설계 디자인과 필요한 가구, 상하수도 배관, 전기, 인터넷, 방송배선 등을 책임 감독제 하에 추진하게 되었다.

그리고 전체적인 것은 현장 감독이 일괄하여 시공하는 일괄 책임완공 방식을 도입하였다.

모든 일들은 한치의 허술함도 없이 착착 진행하였다.

그리고 한편으로 필요한 전력을 얻기 위해 태양열 주택을 병행하고 섬 남쪽 한편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였으며 태양열 전력 시스템을 구비하였다. 섬으로 오르는 계단 옆에는 작은 약수터가 마련되었고 건너편 언덕 아래엔 작은 실외 풀장과 우물이 만들어져 주택 옆에 설치한 대형 물탱크로 모터를 이용한 물의 공급을 원활하게 하였다.

뿐만 아니다. 우물 옆에서 물고기를 넣을 수 있는 대형 수족관을 만들어서 언제든지 보관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간혹 상준은 공사 현장을 둘러본 뒤, 틈틈이 바다에서 낚시를 하여 원석 어종과 보석 물고기를 건져 올렸다.

하루는 막바지 공사가 얼마 남지 않는 별장을 둘러보기 위해 요트를 정박해 둔 채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계단 옆에 설치된 약수를 받아 마셔보았다. 물맛이 상쾌하고 온 몸에 에너지가 새롭게 충전되는 느낌을 받았다.

집안에 들어와 거실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니 시야가 확 트여있고 멀리 좌우로 두 개의 섬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였다. 거실 앞 유리는 모두 통유리로 설치하였고 지붕 양쪽은 구멍을 뚫어 밤하늘에 뜬 별을 볼 수 있도록 창을 만들었다. 반대편 양쪽은 공기 순환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환풍기가 설치되었다.

현관을 나와 북쪽은 별장으로 올라오는 돌계단이 있었으나 남쪽으로 가면 섬 중턱에 나무가 울창하고 숲 가은데가 수영장이고 언덕 아래가 우물이다 수영장 주변에 몇 개의 벤치가 놓여있고 무엇보다 아름드리 동백과 향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상준은 전력을 체크하기 위해 이곳저곳의 전기 스위치를 켜보며 실내 등과 조명등, 실외 등까지 모든 스위치를 올려보았다.

날이 어두워지면 자동감지 시스템을 도입하여 모든 야외 등에 불이 들어온다.

상준의 행동을 지켜보던 현장 감독이 얼른 뛰어왔다.

“지금 정도의 발전 용량이라면 전력 문제는 걱정을 안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네. 몇 번 점검해 보았습니다만 축전 용량이 많아 문제가 없습니다.”

“앞으로 해안에서 올라오는 계단 양편에도 야외 등을 설치해야 할 텐데 그래도 상관없겠습니까?”

“네, 그정도 추가된다 해도.”

“만약 전력이 부족하면 풍력발전시스템이라도 도입할 생각이거든요.”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좋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제 며칠 만 지나면 실내 공사도 완공되어 필요한 집기만 넣으면 완성된다고 하였다. 집기도 대부분 현장에서 직접 제작하여 설치하다 보니 특별히 들여야 할 것은 냉, 난방기가 주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인어도에 들렀다.

난방기를 확인 한 후 에어컨도 켜 보았다. 태양열 주택이 처음 생겨날 때만 해도 전력량 생산이 너무 적어 겨울에는 온수를 활용하여 실내 난방을 보조하거나 몇 개의 전등불을 밝히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점점 기술이 향상되고 연구가 거듭되어 이젠 아예 냉장고와 TV. 에어컨뿐만 아니라 곳곳에 야외 등을 켜고 전기를 이용한 장식까지 할 정도여서 한 가구가 사용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다고 업체관계자가 설명해 주었다.

또한 최근에 와서는 가정용 태양열도 본가에서 사용하고 남는 전력은 한전에 판매하여 수입까지 생기는 가정도 있다고 하였다.

그 정도의 이야기로 전력 문제도 해결된 것 같다.

그리고 며칠 뒤 별장의 모든 일이 완공 되었다.

[가리비 별장]

누구보다 먼저 별장의 기능을 손 수 체험하고 싶은 것이 상준의 마음이었다.

늘 하던 일과처럼 점심 식사를 한 후 퇴근을 하여 요트를 몰아 낚시를 할 겸 혼자 인어도로 출발하였다.

별장 입구에 요트를 세워두고 낚시부터 하였다. 볼락도 잡고 게르치도 잡았다. 길쭉한 노란빛 섬광이 잠시 눈에 비치더니 채비도 하기 전에 사라져 버렸다. 기다려 봤으나 끝내 잡히지는 않고 우럭 한 마리를 더 건진 후에야 낚시를 거두고 진입로를 따라 별장으로 향했다. 오늘 밤을 여기에서 편히 쉬어볼 계획이었다.

상준의 열쇄 고리에 요트 키 외에 별장의 키가 하나 더 늘어났다. 비번 장금장치와 열쇄 키를 각각 부착하였고 CCTV 기록함 키도 직접 소지하였다.

낚은 물고기를 장만하여 식사를 하였다. 주방의 기능도 모두 살펴보고 점검하였으며 사용 방법도 하나하나 익혔다.

저녁을 먹고 다시 해안으로 내러와 낚시를 던져두고 주변 해안을 걸어 보았다. 한 바퀴를 도는 데 시간은 불과 1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자갈밭이 섬 전체를 에워싸고 있고 곳곳에는 갯바위가 어지럽게 널려있어 빠른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던져둔 낚시에는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우럭과 전어가 걸려 올라왔다.

별장이 완성되고 고기까지 잡히니 상준의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음. 오늘 같은 날. 새로운 고기라도 잡을 수 있다면.’

요트에 올라 낚시를 던져 설치대에 꽂아둔 뒤 안락의자에 누워 가리비 별장을 처다 보았다. 보면 볼수록 멋진 풍경이었다. 섬의 모양과 조화가 잘 되었고 주변의 수목하고도 잘 어울렸다.

이렇게 하여 인어도의 가리비 별장이 완성된 것이다.

하룻밤을 별장에서 자고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니 온 몸이 가볍고 공기가 맑아 상쾌하였다. 바다에서 떠오르는 찬란한 아침 해가 오늘 따라 상준의 마음을 더욱 충만 시켰다.

“아. 연상준. 너 정말 멋진 녀석이다.”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넌 이제 이제부터다. 넌 낚시꾼임을 절대 잊지 말고 자만하지 마라.”

상준은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소리를 지르면서 한 편으론 새로운 다짐과 각오를 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프로 낚시꾼임을 가슴속에 새겼다.

그리고는 입구로 내려와 크라캔을 불러 자신이 가져다 준 대형 가리비가 어떠한 모습의 별장이 되었는지 보여주면서 크라캔의 다리를 잡고 입맞춤을 해 주었다. 크라캔은 돌아가면서 전복 몇 마리를 건져 상준에게 건네주며 두 다리를 흔들어 축하해 주고는 물속으로 사라졌다.

아침 식사를 한 후 야외 풀장으로 나가 보았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신기한 것은 이런 작은 섬에 한줄기 물이 샘솟고 있는 것이었고 대형수조에 가득하여 항상 탱크로 필요한 만큼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발견한 계단 옆의 약수보다 수량이 많은 것도 다행이었다. 야외 수영장 옆에는 아름드리 동백나무 몇 그루가 작은 꽃망울이 맺어가고 있었다.

상준은 어머니와 상미, 다슬이에게 가리비 별장의 전체 풍경과 입구에서 올라가는 진입로 돌계단과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조경 사진을 찍어 단체 카카오 톡에 날려 보냈다.

어머니의 반응은

“수고했다. 아들.”

상미의 반응은

“언니는 좋겠다.”

“다슬의 반응은

“가보고 싶어요.”

반응을 보면서 상준은 다른 생각을 했다.

“모두 함께 와서 즐거운 휴가를 보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난 후 상준은 요트에 올라 섬 주위에서 낚시를 하였다. 역시 가을은 전어낚시 철이다. 간간이 전어들이 잡혀 올라왔다. 마침 그때 물결이 반짝이더니 고등어 때가 무더기로 지나갔다. 재빨리 미끼를 바꾸어 곤충의 유충을 본뜬 말랑말랑한 테일그럽 윔을 달아 고등어 때가 지나가는 곳으로 던져 넣으니 던지기 바쁘게 물고 늘어졌다.

그냥 던졌다가 감기만 하면 한, 두 마리는 꼭 물었다. 간간이 고들어 외에도 전갱이도 같이 올라왔다. 말 그대로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금방 고기통에 한 통을 잡아두고 계속해서 올렸다. 그물망에 담아 물속에도 넣었다. 더는 잡을 수가 없을 만큼 가득하였다. 지난겨울에 울산 강동 앞바다 정자해수욕장에서 잡히던 고등어 보다 훨씬 굵고 씨알이 좋았다.

‘오늘 점심 반찬은 고등어회와 전갱이 구이로 대체해야겠다.’

상준은 낚시를 접어두고 본격적인 칼솜씨를 선보이고 있었다. 빠른 시간에 수십 마리를 장만하여 별장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또다시 일부는 고기통에 넣어 염장처리 하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회와 구이로 점심을 먹었다.

원래 혼밥은 맛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그것도 아니다. 신이 나는 만큼 밥맛도 좋고 고등어 회는 자주먹지 못한다. 낚시꾼만이 맛 볼 수 있는 별미 중에 별미다.

전갱이 구이를 먹어본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등어와 전갱이는 매운탕을 끓여 산초가루를 넣으면 제 맛을 낸다. 그러나 전갱이의 진짜 맛은 구이다. 고소한 고등어 껍질과 전갱이의 껍질 맛은 먹어본 사람이 아니면 말을 할 수 없다. 그만큼 독특하고 별맛이 난다.

‘이것이 혼밥의 행복일지 모른다.’

상준은 지금 혼밥을 먹으면서 행복이란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 낚시는 부산 오륙도 근해를 목표로 잡았다. 비서 전송이와 부산 출장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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