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여자의 직감(1)
* * *
“뷰리야.”
상준은 뷰리를 안아주며 본능적으로 다슬이를 바라보았다. 다슬은 의식이 돌아왔는지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
“상미야. 누가 찾아와도 대문 열어 주지마.”
그리고 상준은 자기 방에 들어가 그냥 뻗어 버렸다. 상준이 뻗어있는 방에는 급히 의사가 와서 진료를 하였고 연거푸 영양제를 투여하였다.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심한 스트레스와 영양실조로 인한 것이니 그냥 두고 보시면 털고 일어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담당 의사의 말처럼 상준은 빠른 속도로 건강이 회복되어갔다.
상준은 틈틈이 자리에서 일어나 TV방송만 지켜보고 있었다.
상준이 쉬고 있는 곳은 자신의 방이었다. 자신의 방 앞에는 중산 신항과 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고 화암대 갯바위도 절벽에 가리어 다 보진 못하지만 요트 계류장과 갯바위 일부가 보이는 곳이다.
멀리는 해자도가 보이고 가까이는 항구의 방파제에 설치된 진호 등대도 보인다.
경치가 아름답고 전망이 매우 좋아 종종 바다를 바라보며 즐길 수가 있다.
이런 풍경은 비단 2층에 위치하는 상준의 방뿐 만 아닌 1층 어머니 방에서도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풍경이고 3층에 있는 상미의 방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상준은 어머니가 계시지 않을 때는 어머니 방을 이용해 왔으나 현재에는 어머니가 계시니 자연 2층 자신의 방에 자리하고는 꼼작도 하지 않았다.
상준의 옆에는 늘 다슬이가 지키고 있었고 가끔 어머니와 상미가 상준의 방을 드나들었다.
그리고 한 번씩 도우미 아주머니가 죽을 끓여 가지고 올라왔고 뷰리도 아주머니와 함께 방문을 하였다.
죽었던 딸이 돌아오자 남희의 집에서도 소동이 벌어졌다.
남희 역시 집에 도착하자 꼬박 하루를 실신해 있었다.
남희의 가족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수십 명의 기자들이 그녀의 집 앞에 집결하였다.
바다에서 나타난 괴물에게 끌려가 행방불명이 되었던 사람이 갑자기 살아 돌아왔으니 언론에서 가만히 있을 턱이 없다.
의식이 돌아온 남희는 기자들 앞에 서서 회견을 하였다.
“납치당했던 괴물은 보셨습니까?”
“시커먼 큰 괴물이었는데 어두워서 잘 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살아올 수 있었습니까?”
“상준이란 청년이 저를 구해 줬습니다.”
“그동안 어디에서 지냈습니까?”
“무인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기자들의 질문은 집요하면서도 끝이 없었고 남희는 그런대로 사실을 기초로 아는 대로 대답하였다.
“그동안 무얼 먹고 살았느냐?”
“그 괴물은 어떻게 되었느냐?”
“상준이란 청년이 잘 대해주었느냐?”
“먹을거리는 주로 누가 마련했는가?”
“그 청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춥지는 않았느냐?
“나이는 얼마냐?”
결정적인 질문은 어떻게 해서 무인도를 탈출할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 장면을 TV에서 지켜보던 상준은 남희라는 그 아줌마가 과연 어떻게 대답할지 몹시 궁금하였다.
“상준이란 청년의 친구가 와서 탈출을 도와줬습니다.”
남희의 대답이었다.
“그 친구는 누구지요?”
“잘 모릅니다.”
“어디에 사는 누군지 모릅니까?”
“네, 모릅니다.”
“그럼 상준씨는 알고 있겠네요?”
“아마 그렇겠죠?”
죽은 걸로 알았던 두 사람이 살아 돌아 왔다는 보도가 며칠간 이어졌고 별별 억척과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였다.
상준은 그 여자의 대답을 꼼꼼히 기억하려 방송국을 돌려가며 보고 있었고 휴대폰으로 검색도 하였다.
자신이 대답할 모든 자료가 확보된 셈이었다.
상준의 집 앞에도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으나 일체 외부와 차단되어 있었다.
결국 상준은 납치된 한 여자를 구했고 그녀를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 영웅으로 남았다.
상준을 진료해준 담당의사도 잠시 기자들의 성화에 못이겨 TV화면에 얼굴을 내어놓았다.
“진료 당시 상황이 어땠습니까?”
“영양실조가 매우 심했고, 스트레스성 사람 기피현상이 있었습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다친 곳은 없지만 당분간은 심신의 안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회복이 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까?”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말 눈치 백단 담당의사의 대답이었다.
상준은 아예 출근을 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한 결재를 하였다.
필요할 때마다 전화로 보고를 받거나 업무 지시를 하였다.
상미와 뷰리도 다시 출근을 하였고, 다슬은 아예 사표를 제출하였다.
“너 사표 냈어?”
상준이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왜?”
“직장이 다 뭐야. 오빠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러나 다슬은 상준의 옆에서 틈틈이 공부를 하며 임용고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상준의 어머니도 가게 도우미 아주머니께 모든 것을 맡겨두고 상준의 집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친구야. 난 네가 반드이 살아오리라 확신하고 있었어.”
민수의 첫 전화였다.
“고맙다. 친구야.”
회복이 됐다는 소문이 퍼져가자 회사 직원들이 삼산오오 모여 상준의 집을 문안차 방문했다.
부장들이 다녀간 후 팀장들을 포함하여 하나, 둘씩 다녀갔다.
“총무부장. 이번 추석 보너스는 임직원, 계약직 구별하지 마시고 일괄해서 500%를 지급하세요.”
“예, 대표님. 그렇게나 많이요?
"다들 마음 고생 많았을거 아니에요."
"그렇기는 하지만."
"살아서 돌아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비서 송이도 위문을 왔다
그를보자 눈물을 흘리며 오랫동안 상준의 옆을 지켜주었다.
선혜영과 이명호도 함께 다녀갔다.
“혜영씨가 날 살려줬어. 선견지명이 있었나?"
혜영은 눈물을 흘리며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수줍어했다.
"....?"
혜영은 혼자 대표 상준을 짝사랑하였다.
훤칠한 상준의 외모와 은근한 유머감각. 따뜻하고 넓은 마음씨. 어찌 젊은 여자라면 마음이 설레지 않겠는가?
그런데 상준이 행방불명되기 전날 밤 창피스런 꿈을 꾸었다.
상준의 품에 안겨 처녀로써 부끄러운 사랑을 맛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처음 있었던 날, 생각만 해도 무섭고 공포스러운 괴물이 나타나 상준을 납치해 가는 꿈을 꾼 것이었다.
그래서 그날 상준의 낚시를 막아보려 했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조심하라고만 당부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행방불명이 되자 자신의 무기력과 우유부단 했던 태도에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것도 후회가 되었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던 것도 후회가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인이 있으면 또 어떻고 회사 대표이면 또 어떠냐?
마음이라도 전달하고 싶었다.
“대표님. 제가 그날 끝까지 대표님을 붙잡지 못한 걸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릅니다."
“음,”
“저도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미안해.”
정말 혜영은 상준이 보기에도 얼굴이 많이 수척해 보였다.
그런데 혜영은 그 뒤로도 상준의 꿈을 수시로 꾸었다.
자신을 안아주고 위로도 해 줬지만 때때로 괴물에게 엄청난 고통을 당하는 걸 목격하는 꿈이었다.
‘살아 계신 것은 분명한 것 같아.’
혜영은 자신의 꿈을 생각하며 일말의 기대도 하고 있었다.
왜 그런 꿈이 자신이 꾸는지는 알 수는 없었다.
태몽이라면 또 모를까?
태몽은 가끔 주위 사람들이 대신 꾼다는 말을 들었다.
‘혹시 그 사람을 사랑을 해서 그런 걸까?’
마음속 혼자 그렇게 생각하며 그가 상아오길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상준은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더는 새로운 내용을 내어놓지 않았다.
“두 분을 데려다 준 그 친구는 누구죠.?”
“예, 그런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는 어떤 분이시죠? 혹시 어부 입니까?”
“예, 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물고기를 잘 잡는 친구입니다.”
“그 친구가 누구인지 밝힐 수는 없습니까?”
“본인이 싫어하니 약속은 지켜야겠죠?”
그 뒤 어느 영화제작사에서 그 일을 내용으로 하여 영화제작을 타진했고 얼마 후 곧 제작에 들어갔다.
어느 날 상준은 처음 받는 전화를 받았다.
“예, 뉴 해양 연상준입니다.”
“대표님, 저 손남희입니다.”
“손남희요. 누구신데요?”
“무인도에서 함께 지낸.”
“아, 예, 아주머니. 잘 지내셨어요?”
“그땐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너무 경솔했어요.”
아줌마는 진심이 담긴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아, 아닙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그리 못된 인간은 아닌데.”
“알고 있습니다.”
“저의 가족들이 너무 고마워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어 하시는데. 물론 저도 그렇고요. 시간 좀 내어 주시면 안되겠어요?”
“아뇨. 먹은 걸로 하구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상준은 지난 무인도 생활에서 그 아주머니가 자신에게 특별히 나쁘게 한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단지 여자라 몸을 아끼고 궂은 일을 하지 않으려 한 것 밖에 다른 것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 정도 젊은 여성이라면 대부분은 다 그럴 것도 같았다.
한 가지가 궁금한 것은 크라캔이 나타난 그날 밤에 왜 그 아줌마가 빨가벗은 상태로 크라캔의 앞에서 의식을 잃고 기절을 해 있었는지 그 점은 지금까지 매우 궁금하였다.
그 여자의 제보와 상준의 증언에 의해 제작되고 있는 영화 [바다 괴물의 습격]이 완성된다면 그 점이 과연 세상에 밝혀질지 그 것이 궁금하였다.
영화의 주연은 최근 뜨고 있는 인기배우 설정용과 주빛나였다.
그들의 연기도 궁금했지만 두 남녀의 스토리를 어떻게 엮어 갈지도 궁금하였다.
그 영화가 세상에 나오는 날 또 한 번 세상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사람들의 이목이 점점 멀어지자 상준은 밤이 되면 다슬과 함께 화암대 갯바위에 나가 낚시를 한다.
가끔 상미도 민수와 함께 참여 할 때도 있었고 어쩌다 뷰리도 동참하곤 했다.
비서 전송이와 방송팀 선혜영도 어쩌다가 한번씩 참여를 한다.
상준은 결국 회사 업무조직에 방송제작부를 설치하였다.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에는 연상미 인사 팀장이 최고상을 받았다.
방송제작 경험을 살려 다양한 업무 추구와 새로운 아이템으로 성공한 것 같았다.
새로 설치한 방송제작부 부장에는 연상미 인사팀장을 승진 발령하였고, 또한 비서실에 근무하던 방송홍보 담당자 선혜영을 승진시켜 방송홍보 팀장으로, 그리고 노해철을 방송홍보 사원으로 신규 임용하였다.
영상제작팀에도 이명호를 승진시켜 영상제작 팀장으로 양주리를 영상제작 사원으로 발령하였다.
후속 조치로는 새로운 인사 팀장에 전혜술을 승진 발령하고 전해술의 자리였던 경리 주임에 나슬기 사원을 주임으로 승진 시켜 후속조치를 완료하였다.
[뉴 해양 컴퍼니 대표 연상준]
그는 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였다.
바로 국내 몇몇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괴물 가공업체를 인수, 내지 합병하는 것이었다.
괴물가공업은 성격에 따라 여러 개로 분류할 수가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괴물피혁, 원석가공. 우주보석 가공. 괴물상아 판매가 주류를 이루며 기타 파생 사업으로 괴물고기 요리, 괴물 식품가공 등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경쟁률이 뒤떨어진 기존업체를 인수하여 탄탄한 기업으로 육성시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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