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해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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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후 몇가지 결재를 하였다.
그 중에는 인터넷 방송 OSI TV에 나갈 악구 백상아리 출현에 대한 내용이었다. 악구 백상아리는 악어머리에 상어몸통을 지닌 괴물로 공형진항 앞바다에서 잡은 영상기록이었다. 그 악구 백상아리에서 주먹 크기의 수정원석과 버섯 모양의 수석을 찾아낸 바로 그 기록물이다.
놈의 길이는 2.4m. 무게는 무려 300Kg 정도였으며 참외크기 푸른 하늘색 수정원석 세 개와 8각 모양의 형태가 완벽한 기둥에 버섯 머리를 가진 상준에게 횡재를 가져다 준 바로 그 낚시 기록이었다.
분명한 것은 이 것이 보도되면 엄청난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점과 당분간 OSI TV가 사람들로부터 많은 집중을 받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다.
그리고는 비서실 방송제작 담당 이명호와 함께 사량도 근해 낚시를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데 선혜영이 두 사람의 발을 멈추게 했다.
"대표님. 왜 저를 빼고 두분만 가시려고 그래요."
“빼려고 뺀것이 아니지. 처녀가 계속하여 야근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
“그래도 전 가고 싶은데.”
“오늘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칼퇴근 하도록 해. 한번 씩 쉬면서 교대를 하자고.”
“그건 그렇고, 드릴 말씀이 있는데."
"할 얘기가 있으면 내일 사무실에 와."
혜영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다 더는 하지않고 그만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그 모양이 심상치 않았다.
“선혜영. 급한 이야기야?”
혜영은 다시 돌아서서 상준의 가까이에 다가섰다.
“이번 낚시 조심하셔야 돼요.”
“.....?”
“이런 예기 하려니 쑥스럽지만 안할 수가 없어요.”
“이상한 괴물이.”
“.....?”
“좌우튼 조심하세요.” 그리고 혜영은 얼른 사무실로 돌아가 버렸다.
‘꿈을 꿨나?’
“무슨 얘기 했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상준과 명호는 요트를 몰아 남해와 창선을 지나 통영 사량도로 향했다. 사량도는 통영의 내해로 물결이 잔잔하고 주변에는 다양한 양식장이 많은 곳이다. 최근 곳곳에 많은 펜션들이 들어서고 경치가 아름다운 옥녀봉이 있어, 낚시하는 사람들과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인가가 높아 부쩍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일부러 이곳을 택한 이유는 며칠전 뉴스에서 본 기사 때문이었다. 사량도 앞 작은 섬 두미도연안에서 소형문어가 많이 잡히는 가운데 변종 문어가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상준과 명호는 두미도 근해에 낚싯배들이 많은 곳을 찾아 요트를 정박하고 미끼를 왕눈이에기로 채비하여 바다에 던져 넣었다.
명호도 일단 주변 풍경과 다른 낚싯배를 카메라에 담아 동영상 제작에 필요한 기본 자료 확보를 끝낸 후 같은 왕눈이에기로 채비로 문어 낚시를 시도하였다. 의자를 내어 자리에 앉은 후 간간히 챔질을 해 보며 꾸준히 기다렸다. 먼저 쭈꾸미 한 마리가 상준의 미끼를 물고 올라오자 연달아 명호와 상준에게 쭈꾸미가 걸려들었다.
건너편 배에서도 쭈꾸미가 대세인지 연신 환호를 하며 즐기고 있었다. 쭈꾸미 배낚시는 여자 분들도 많이 즐기는 것 같다. 아주머니, 아가씨 할것 없이 연신 소리를 질러 댄다.
그러는 가운데 다른 낚싯배에서 큰 외침이 들려왔다. 상준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문어를 건진 것이 분명하였다.
“문어다.”
이번에는 요트의 뒤편에서 소리를 쳤다. 문어의 크기로 봐 돌문어 같다. 상준의 손보다 조금 큰 것 같아 보였다. 결국 요트에도 소식이 왔다. 먼저 명호가 걸어 올렸다. 가까이서 보니 제법 커 보였다.
명호는 이어서 또 한 마리를 건져 올리고는 낚시를 걸쳐두고 카메라를 잡았다.
상준은 명호의 카메라를 자신이 받아 쥐고 명호를 바라보며 계속 낚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명호는 일단 자신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히자 약간 당황하는 것 같더니 이내 낚싯대를 쥐고 문어 낚시에 돌입했다.
상준은 명호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담으면서 문어가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건너편에서 다시 소리를 질렀다. 상준은 재빨리 카메라를 당겨 낚지를 들고 웃고 있는 아주머니와 딸로 보이는 아가씨에 초점을 맞추며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까지 모두 담았다.
그때 명호가 챔질을 하였다. 상준은 재빨리 명호의 손놀림을 담아내면서 달려 올라오는 돌문어를 캣치하였다.
“음.”
명호는 얼굴이 상기되어 매우 흥분하는 느낌이었다. 낚시란 이래서 좋다. 크기와 상관없이 대상어가 올라오면 어른이든 아이든 모두가 흥분한다. 아마추어들에겐 더욱 더하다.
명호는 다시 카메라를 돌려받아 자신의 일에 열중하였다. 상준은 바다 속을 들여다보았으나 날씨가 화창하고 구름 한점 없이 맑아 바다속의 섬광을 보기가 어려웠다. 간간이 돌문어를 건져 올리다가 해가 기울 무렵에다 휴식을 하며 저녁 식사 준비를 하였다.
문어숙회를 하려면 먼저 문어를 삶아야 한다.
상준은 명호에게 물을 끓이라 한 후 무우를 큼직하게 썰어 넣었다. 무우를 넣어 삶으면 돌문어의 살이 훨씬 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주기 때문이다.
"대표님. 물이 끓고 있습니다."
상준은 돌문어의 내장을 제거하고 밀가루를 넣어 손으로 문질러 깨끗하게 씻었다. 다음 문어의 머리를 잡고 다리 끝 부분부터 끓는 물에 넣었다가 건지고를 반복하며 점점 통째로 냄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잠시 끓인 다음 건져내었다.
도마 위에 올려놓은 삶은 돌문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 지경이었다.
"명호야. 들어가서 초고추장과 햇반 가져와. 반찬은 이것 밖에 없어."
"이것이면 최고죠."
오들오들한 돌문어의 맛은 그냥 그대로 짱이었다. 새콤달콤한 초장에 찍어먹는 문어 맛은 환상적이었다. 바다에서 바로 잡아 금방 데쳐먹는 돌문어 맛이야 말로 최고의 맛이다. 이 또한 낚시꾼이 아니고서는 감히 맛볼 수 없는 별미 중에 별미였다.
"정말 대박입니다."
명호는 연신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럴 수밖에.
자신이 잡은 돌문어를 가지고 이렇게 맛나는 저녁 식사를 하고 있으니. 이런 기분을 누가 알겠는가?
낚시하는 사람이 아니면 설명을 해봐도 이해하지 못한다.
“음, 이 식감.”
씹을수록 맛이 더한 것 같다.
“이제 너도 낚시를 잘하네. 프로가 다 된 것 같아.”
상준의 칭찬을 들은 명호는 스스로 자부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
상준도 모처럼 문어숙회의 진정한 맛을 본것 같았다.
"다시 우리 손맛을 좀 봐야지?"
"예. 그래야죠"
대답을 하고 난 명호가 다시 카메라를 잡는 것을 보고 상준은 명호에게 그냥 낚시를 하라고 말해 주었다. 특별 사항이 생기지 않으면 무방할 것이다.
명호는 신이 나서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지를 못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바다의 물색이 바뀌면서 상준의 눈에 섬광식별이 쉽게 되었으나 특별한 징조는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땐 담배가 최고다.
최근에 와서 가급적이면 담배를 줄여보려고 애는 쓰고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 모금 길게 숨을 세게 들이마시다 다시 내어 뿜었다. 순간 왠지 머리가 핑 돈다. 최근 담배를 자주 피우지 않았던 탓인지도 모른다.
담배 한 모금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담배가 해로운 것이란 뜻도 된다.
'시발. 담배는 어느 놈이 만들어 가지고.'
‘팔땐 언제고 더러운 사진은 왜 넣고 지랄이야’
엿 같은 세상이다. 그럴 바엔 아예 팔지를 말던지.
'시발 안피운다. 안피워. 더러워서 안피운다. 시발'
상준은 호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꺼내 요트 안 서랍에 집어넣었다. 그냥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그러기엔 뭔가 좀 불안한 것 같다.
밖으로 나와 바다 속을 살펴보니 아직도 대상어는 보이지 않았다.
명호와 교대로 돌문어를 한 마리씩 건져 올렸다.
그때 상준의 눈에 붉은 섬광을 뿜어내는 초대형 쭈꾸미의 움직임이 보였다. 적게 보여도 대왕오징어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래, 너라도 오너라.”
주변의 낚싯배들에서도 모두 불이 켜진 상태다. 상준의 요트에도 사방에 불을 밝혀둔 상태였다.
“명호야. 카메라.”
명호는 재빠르게 카메라를 메고 주변 상황과 요트 주변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놈의 힘은 별로 세지 않았으나 무게는 제법 나가는 것 같다.
조심스럽게 그물망에 넣어 요트에 매달아 물에 넣어두었다. 잘만 된다면 보석도 뽑아내고 살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잠시 후에 인근 낚싯배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사람 살려요.”
상준이 살펴보니 검붉은 물체가 사람 하나를 꿔 차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괴물이 가는 자리엔 두 갈레로 물이 갈라지고 있었다.
상준은 거의 본능적으로 선실로 뛰어들어 장도를 찾아 옆구리에 차고는 재빨리 시동을 켜 놈을 쫓았다.
놈의 몸체는 잘 보이지 않았으나 물길을 따라 떠 있는 거품을 따라 그 뒤를 추격했다. 그리고 상준은 크라캔을 불렀다.
“크라캔! 위급해. 빨리 와.”
어디까지 달렸을까? 작은 섬들 사이로 빠져나갈 쯤 다시 사람의 비명이 들렸다.
“사람 살려.”
그때였다. 거대한 물체가 물 위로 솟구치며 거미같이 노는 발들이 괴물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괴물과 괴물의 싸움. 물이 튕기고 크르렁 대는 괘성이 귀를 찢는 듯 했다. 실로 생사를 건 괴물의 싸움이었다.
하나는 분명 크라캔일 것이다.
“카르렁, 카르렁.”
그때 사람하나가 물위로 떨어졌다. 상준은 재빨리 옷을 벗어던지고 물속으로 다이빙 하였다.
쥐고 있던 손전등이 이미 물속을 비춰보고 있었다.
엄청난 조류가 소용돌이쳐 흐르고 상준의 옆에는 두 괴물의 싸움이 끝도 없이 진행되었다.
물속으로 차고든 상준은 사방을 살펴보다 깊은 물속으로 가라않고 있는 사람을 목격했다. 있는 힘을 다해 숨을 몰아쉰 뒤 물 속 깊이 박혀들었다. 엄청남 힘과 속력이었다. 조류가 너무 빨라 자신의 몸도 가눌 수가 없었다. 정신을 잃고 가라않고 있는 사람의 손목을 낚아채듯하여 물 밖으로 솟아올랐다.
일단 사람의 호흡이 중요하니 두 손으로 받쳐 올렸다. 발헤엄을 쳐 봤지만 사람을 안고 수영을 하기엔 이미 상준도 힘에 지친 상황이라 그냥 조류를 따라 흘러가기만 하였다.
“킥킥.”
가끔 한번씩 사람의 입에서 기침소리인지 신음소리인지가 조그맣게 들인다.
‘아직 살아있어.’
상준은 다시 힘을 내었다.
괴물들의 싸움을 어떻게 되었는지 더 이상 보이지도 소리도 없었다. 조류가 흐르는 대로 이리저리 몸도 같이 흘러갔다. 그 길만이 살 수 있는 길이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발헤엄을 치면서 의식을 잃은 사람을 가슴에 올리고는 가라않지 않을 정도의 힘만 쓰며 조류를 따라 끝없이 흘러갔다.
자신의 의식도 자꾸만 가물가물 가는 것 같았다.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상준은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차리려 애를 쓰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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