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91화 (91/225)

〈 91화 〉 대형 광어(1)

* * *

“대표님, 우리 인터넷 방송 YSJ TV에 [정다슬씨 부시리 낚시] 동영상 제작 완료했습니다. 결재 올려뒀으니 부탁드립니다.

“실장은 결재했고?”

“네.” 인터넷 결재라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꼭 구두보고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럼 앞으로 실장 전결 처리할까?”

“그래도 대표님께서 한 번씩 봐 주시면...헤헤”

“선혜영씨가 대표님께 자랑하고 싶어서 그런 가 봅니다.”

“음....알았어. 결재라인 복잡하면 번거로울 텐데?”

“대표님께선 군소리 안하시고 결제 잘해 주시잖아요.”

선혜영도 이제 연 대표와 많이 가까워진것 같다. 처음에는 제대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고 제대로 처다 보지도 못하더니 몇번의 출조가 벽을 허물었다고 할까?

“요즘 동영상 반응은 어때?”

“ [무인도의 헌터 홍멸치와 개우럭 잡이]에 특히 댓글이 많았는데요 어떤 사람은 그 무인도가 어디인지 가리켜 달란 댓글이 가장 많았구요. 홍멸치가 많이 궁금한가 봐요. 홍멸치 맛이 어떻냐? 개우럭 맛은 어떠냐는 등의 댓글이 많이 보였어요.”

“답글 좀 달아주지.”

“저도 먹어보지 못해서.”

“그럼 내가 가끔 들어가서 댓글 좀 달아줘야 겠다.”

“그리고 동영상 마다 대표님 안부 묻는 내용이 있고요. 연락처 알려달란 글도 많아요.”

“그건 안되지.”

그리고 또 [화암 갯바위 도치 낚시], [뉴 해양 컴퍼니 오동도 낚시대회]도 올려뒀습니다.

“수고 많았다.”

“대표님, 올해 연세 얼마세요?”

이명호가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한다.

“왜, 나하고 친구하고 싶어?”

“아,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

“넌 나이가 얼만데?”

“전 이제 스물다섯.”

“뭐, 나와 비슷하네.”

“네?”

명호는 자심의 귀가 의심스러운지 연 대표를 다시 쳐다보았다.

“보세요. 내가 그랬잖아요?”

이번엔 혜영이 내가 뭐랬냐는 표정으로 명호를 쳐다보았다.

“내가 많이 삭았지?”

상준은 다시 낚시를 던지며 혜영을 바라보았다.

“그런뜻이 아니라.”

“혜영은 올해 나이가?”

“저야 이제 스물넷.”

“그럼 올해 졸업하고 바로 입사했네.”

“네.”

“대표님 정말 올해 스물여덟 맞으세요?”

“그건 됐고. 우리 회사에 근무해 보니 어때?”

“남들이 그렇더라고요. 꿈의 직장이라고.”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때 다시 이명호의 낚시에 어신이 왔다. 명호씨는 이제 능숙한 솜씨로 뱅어돔 한 마리를 건져 올렸다.

“시간 다 됐습니다.”

선장의 말에 낚싯대를 건져 올리자 배는 곧바로 위미항으로 회항하였다.

선상에서 먹은 식사 탓인지 숙소에 들어왔을 땐 모두 배가 고파 허기지는 느낌 이었다.

“모두 배고프지?”

상준은 일단 쌀을 씻어 밥솥에 넣어 스위치를 올려 둔 뒤, 잡아온 고기로 간단하게 매운탕을 끓였다.

혜영은 주방에 상준이 버티고 있자 안절부절 못하다가 민박집 사장님이 주고 간 제주 고사리나물을 챙겨 식탁에 올려놓고 갈치를 구워 상에 올렸다.

“혜영씨, 고기도 잘구워.”

명호는 밤사이 찍은 동영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 식사합시다.”

상준의 말에 모두 식탁 앞에 둘러앉잖다.

“우리 이런날 술한잔 안할 수가 없죠?”

혜영씨의 말에 명호는 차에 가서 소주 몇 병과 캔 맥주 몇 개를 들고 들어왔다.

“혜영씨는 맥주하려면 하고.”

명호가 혜영에게 배려하는 말투로 캔맥주를 권하자

“아뇨, 저도 소주 주세요.”

역시 요즘 아이들 보통이 아니다.

“건배.”

그들은 한밤에 저녁인지 간식인지를 제대로 차려놓고 식사를 즐기면서 오늘 있었던 선상 낚시 이야기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몇잔의 술을 마신 혜영이 연 대표를 보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우리 회사 여사원들에게 인기많으신 것 알죠?”

“내가?”

“요즘 우리 회사 여직원들이 왜자꾸 예뻐지는지 모르세요?”

“무슨 소리야?”

“모두 대표님께 잘보이려고 그래요.”

상준은 어이가 없어 명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명호도 한마디 거든다.

“대표님 빨리 장가 가셔야지 안되겠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래야 우리 같은 총각도 인기가 좀 올라가죠.”

“이명호씨가 어땠어?”

“그렇죠? 그런데도, 하하하.”

“자, 그만하고 자자. 내일 또 출조해야지.”

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나와 추리닝을 갈아입고 거실 TV앞에 자리를 폈다.

“두 사람은 방 하나씩 차지해서 자라고. 난 여기 거실에서 잘 테니.”

혜영은 처음 연 대표를 만났을 때 대표의 얼굴에 광채가 나는 것 같았다고 한다.

도저히 같이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

유명 연애인이 너무나 잘 생겨 마음을 설렌 적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은 직접 얼굴을 보지 못했다.

어떤 친구들은 펜클럽에 가입하여 밤낮 주구장창 따라 다니는 친구도 있었다.

자신은 그냥 마음속으로만 그들을 좋아했지 직접 행동으로 나서진 못했다.

그것도 주로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 입사 시험에 합격하여 방송 홍보팀에서 일하다보니 공교롭게도 방송 홍보팀이 회사 대표의 직속팀으로 비서실에 배치되어있었다.

그때 대표님을 처음 만났다.

그를 보는 순간 숨이 막힐 것 같았고 자신이 너무 초라한 것 같았다.

그런데도 대표님은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배려를 해 주셨다.

한 때 혜영은 대표님도 자기를 좋아하신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바로 그런 모습이 대표님의 일상모습이었고 모든 직원들을 똑같이 우대해 줬다.

그것이 한때는 불만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마음속으로 짝사랑하기 시작했다.

가끔 꿈에서 그의 얼굴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늘밤에도 그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잠이 들었다.

아침엔 일어났을 땐 아홉시가 지나서였다.

상준은 다소 늦은 시간이었지만 운동을 할 겸 위미항 주변 올레 길을 따라 방파제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항구 왼쪽 방파제에 거의 도달했을 때 큰 건물의 횟집이 보였다.

바로 민박집 사장님이 말씀하신 자신의 아들이 경영한다던 그 횟집 같았다.

아직 문을 열진 않았지만 상당한 규모의 큰 횟집이었다.

방파제에 올라서니 한라산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자귀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방파제를 따라 몇 번을 오가며 몸을 풀었다.

이마에 땀이 돋아날 때쯤 상준은 숙소까지 또 뛰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이제야 이명호가 눈을 부스스 뜨고 방에서 나왔다.

“이명호씨, 대표님 본 좀 보세요.”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며 들어오는 연 대표를 보며 혜영은 한마디 하였다.

“운동하셨어요?”

“음, 조금.”

혜영은 언제 일어났는지 아침밥을 준비해 두었다.

“자, 이제 밥먹고 또 나가봐야지.”

“오늘 계획은 어디로 갈 거예요?”

혜영이 행선지를 묻자 상준이 명호를 바라보며 같은 질문을 하려하자 이명호씨가 얼른 대답하였다.

“오늘은 마라도 방향으로 나가기로 약속되어 있어요.”

상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라도 보다 좀더 내러가면 좋은 포인트가 있다고 하던데.”

“조금 더 남쪽으로?”

모든 준비를 해서 기다리고 있던 상준의 일행은 약속 시간이 되자 다시 선착장에 나갔다. 이미 선장은 미리 선창에 나와 있었다.

"오늘도 좋은 꿈 꿨어요?" 선장은 상준을 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예, 잘 주무셨어요?"

"예, 푹 잤어요. 근데 연 프로님 낚시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 딸래미가 연 프로님 낚시 보고 싶다고 졸라서 할 수 없이 데리고왔어요."

"아, 예. 잘 하셨어요. 관중이 있으면 때때로 힘이 될 때가 있거든요. 하하하."

그때 정박해 있던 선실 안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하나가 고개를 까딱하며 선실에서 나왔다.

"이 학생인가 보네요."

상준은 가방을 들고 선실에 올랐고 무엇을 그리 많이 넣었는지 묵직한 가방을 든 선혜영과 카메라 가방을 멘 이명호가 따라 배에 올랐다.

"이제 마라도 쪽으로 출발합니다."

선장은 즉시 시동을 걸어 배를 출발시켰다.

얼마나 갔을까. 저 멀리 보이는 섬이 마라도라 일러주고는 선장은 배를 정지시켰다.

"일단 여기서 하겠습니다."

선장은 그곳이 주요 포인트라 했다.

채비를 서두르는 상준의 옆에 선장의 딸이 지켜보면서 자기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준비하는 폼이 처음 낚시를 하는 아이같진 않았다.

"너 낚시 좀 해봤구나?"

"네, 가끔."

상준은 채비를 다한 후 낚싯대를 바다에 던져넣으며 그 학생에게 물었다.

"몇 학년?"

"이 학년요."

"너, 나를 알아?"

"말씀 들었어요. 아저씨처럼 낚시하겠다는 남학생들이 좀 있어요."

상준은 바닷가에 사는 남자애들이 자신의 흉내를 내는 아이가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보통 부모님이 고기를 잡거나 양식 일을 하는 집 자녀들이 낚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여학생도 있나?"

"가끔요."

상준은 파도를 따라 움직이는 유동찌를 보며 가만히 있으려니 담배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러나, 이번엔 바로 옆에 학생이 딱 버티고 있으니 그럴 수도 없고 해서 하는 수없이 낚싯대를 꽂아두고 선체 앞쪽으로 가서 담배를 꺼내물고 라이터를 켜 불을 막 붙이려고 하는데 벌써 그 학생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왜 저래?’

그 얘는 상준이 하는 분위기를 보고 기침을 하는 것 같았다.

불을 붙이려다 말고 학생을 돌아보니 혜영과 학생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지 않는가?

그러자 혜영은 얼른 고개를 돌렸으나 그 얘는 끝까지 자기를 보고 있었다.

‘가스나, 고것참 맹랑하네.’

가끔가다 길거리에 서서 담배를 피려할때 저런 경우를 본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었다. 이미 아는척 인사를 나눈 사람이 저렇게 한 적은 처음이었다.

상준은 담배를 호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가끔 한 번씩 가자미가 올라왔고 고등어도 물고 올라왔다.

혜영의 낚시에도 학생의 낚시에도 상준과 다름없이 고기가 물었다.

몇 번이나 호주머니에 담배를 만지작거리다 결국 다시 선두에 나가서 담배를 피웠다.

담배를 안 피우면 영 고기가 잡히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제 골초가 되어가나?’

그때였다.

수심 100m 내외.

무엇인가가 미끼를 물었다.

릴을 당겼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바닥인가?'

낚싯대를 쥐고 감을 잡아보려는데

“아저씨, 돌 걸었네 여?”

“......?”

아닌것 같았다.

상준은 다시 챔질을 해보았으나 역시 꼼작도 하지 않았다.

‘지구를 걸었나?’

‘바위틈에 처박았나?’

상준은 조금 더 기다렸다 다시 당겨보았다.

분명히 뭔가가 물린 것 같았다.

“또 대물이네요.”

선장이 상준의 낚싯를 보고 있더니 뜰채를 가지고 상준이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다.

“정말 걸렸어요?”

선장의 딸이 다시 묻는다.

"아마도."

상준은 그때부터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고 있었다.

밀고 당기고 있는 힘을 다해 놈과 싸웠다.

“무슨 고기 같아요?”

혜영이 상준을 처다 보며 물어보았으나 상준은 그냥 머리만 흔들뿐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손맛은 처음 느끼는 것이었다.

‘이게 뭐야?’

수면위로 오르는 건 어머 어마한 크기의 광어였다.

이렇게 큰 광어는 본 적이 없다.

선장은 아예 뜰채를 버리고 갈고리를 걸어 당겨 올렸다.

“우와!”

학생과 혜영이, 선장 할것 없이 똑 같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저씨, 짱!”

“짱?”

혜영은 상준의 얼굴을 보며 환희에 찬 미소를 보내주었다.

응원 중에도 제일 마음에 드는 응원이었다.

명호씨는 아무 말도없이 잡은 광어를 동영상으로 담고 놀라워하는 그들의 모습도 하나하나 카메라로 잡고있었다.

‘이건 내 대상어가 아닌데?’

상준은 다시 채비를 하여 바다에 던져 넣고 있을 때, 올라온 광어의 길이를 잰다고 시끌벅적 하였다.

“대표님. 길이가 98Cm예요. 무게가 무려 25Kg구요.”

“아저씨, 역시 짱이에요.”

이 얘는 특히 짱을 좋아하나보다.

말만하면 짱이란다.

“고맙다.”

“아저씨 사진 한컷 찍어주세요.”

학생이 휴대폰을 꺼내 명호에게 건네주면서 상준의 옆에 찰싹 붙었다.

“한판 더, 아저씨 저 광어 좀 들어줘요.”

상준은 하는 수 없이 낚싯대를 거치대에 꽂아두고 광어를 들어올렸다.

“무겁긴 하네.”

학생은 광어를 사이에 두고 또 포즈를 잡는다.

그리고는 누구에겐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너 알지? 연상준 아저씨.”

[......]

“왜 있잖아. 낚시 천재.”

[......]

“나 그 아저씨와 낚시하고 있어.”

[......]

“정말이라니까. 기다려 봐.”

이제야 이 얘가 학생처럼 보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애 늙은이 같더니 요란스럽게 떠드니까 좀 애같다.

“사진 봤지?”

아마 인증 샷을 날린 모양이다.

[.....]

“그래. 월요일에 보자.”

“오늘 무슨 요일이야?”

상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혜영에게 물었다.

“대표님, 오늘 토요일인데요.”

“뭐? 토요일?”

“토요일인데 혜영씨가 왜 여기있어? 명호도 그렇고.”

‘내가 미쳤구나.’

“출장 내고 왔어?”

“네.”

“미안하다. 내가 정신없이.”

“봐요. 혜영씨. 대표님 모르실거라 했지요?”

명호의 말에 혜영은 명호를 바라보며 웃음을 참지 못한다.

“알았으면 말을하지.”

“재미있잖아요. 제주도까지 놀러왔는데.”

“그럼 내일 일요일은 제주 관광이나 하고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자.”

“네.”

상준은 자신의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다시 상준의 낚싯대가 큰원을 그리며 물속으로 빨려들어 갈것 같다.

낚싯대를 잡은 상준의 팔이 심하게 요동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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