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90화 (90/225)

〈 90화 〉 돌기가 난 변종 혹돔(1)

* * *

다음에 도전할 지역은 제주도였다.

이명호를 불러 서귀포 위미항 부근에 숙소를 준비하고 세 사람의 비행기 왕복티켓과 현지에서 이용할 렌터카까지 모두 알아보라 지시하였다.

3박 4일의 제주 낚시계획이었다.

동행할 팀은 이번에도 역시 방송 홍보팀과 영상 제작팀 담당자만 데리고 갈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김해공항에 도착하여 주차를 한 뒤 제주를 향해 출발하였다.

명호와 혜영은 여행을 간다고 좋아하고 있었지만 알고 보면 여행이 아니다.

바로 그들의 일을 하러 왔기 때문이었다.

제주 공항에 내리자 예약해둔 렌터카 업체의 미니버스가 도착해 있었다.

미니버스를 타고 렌터카 업체 사무실에 들러 렌트 계약서를 작성한 후 바로 서귀포 위미항으로 직행하였다.

예약해둔 숙소는 민박집이었다.

가정집을 개조하여 만들었는지 거실이 넓고 큰 방이 두 개나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깨끗한 주방과 베란다에서 볼 수 있는 항구 풍경이었다.

60에 가까운 주인집 아저씨는 상준의 일행을 단순한 여행객으로 생각하고 주변 맛집과 위미항에 있는 자신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횟집을 알려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이 자신의 출신지역이라 새벽 일찍 들어오는 어선들을 통해서싼 값에 해산물을 살 수 있다는 정보까지 주었다.

“언제든지 사고싶은 것 있으면 전화만 하라고. 내가 직접 사다 줄테니.”

연락만 하면 자기가 알아서 사다준다고 하였다.

참 친절한 분 같았다.

마당에는 오래된 팽나무가 이 집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대표님, 식사 준비는 어떻게?”

방송홍보팀 선혜영이었다.

“평소 처럼 해. 나가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도록.”

혜영은 인근 농협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구입하고 햇반 몇 개와 초장, 깻잎과 상추, 나무젓가락과 컵과 음료수를 구입해 왔다.

잠시 후 영상제작팀 이명호에게 전화가 왔다.

낚싯배를 운영하는 선장님이 이미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이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곧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상준의 일행은 일단 짐을 민박집에 풀어놓고 낚시 준비를 하여 항구로 나갔다.

위미항은 그리 큰 항구는 아니었지만 새로 조성된 방파제 덕분에 제법 아담한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약속된 낚싯배가 도착되어 있었다.

지금 출조하면 밤 10시에 귀항한다고 하였다.

낚싯배는 다른 동승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명호가 단독으로 배를 빌린 모양이었다.

위미항을 벗어나 지귀도를 지나 수심이 깊은 앞바다에 배가 정지하였다.

간간히 어선들이 지귀도 근해에 조업 중이었고 위미항에서 약 4㎞ 정도 나온 것 같았다.

지귀도는 섬 모양이 타원형으로 낮고 평평하여 섬 정상의 높이도 불과 15m정도가 체 안될 것 같아 보였다.

섬 주위 갯바위에도 간간히 갯바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억새풀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간혹 배를 정박해 두고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지도자의 안내를 받으며 다이빙 체험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띠곤 하였다.

상준이 낚시채비를 하여 바다에 던져 넣자 선혜영도 낚싯대를 던졌다.

명호는 위미항에서 출발하면서부터 카메라를 돌리고 위미항을 담은 뒤 항구 뒤로 보이는 한라산 풍경을 촬영하고 있었다.

삿갓 모양의 제주도 전체 모양과 한라산 정상 모양이 서귀포 앞바다에서 제대로 나오는 것 같다.

위미항이 바로 서귀포 남원에 속하는 작은 항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지귀도를 카메라에 담고 다이빙 체험과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까지 하나하나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요즘 여기에서 한치가 좀 올라와요.”

“그럼 한치 채비는 무엇이 좋을까요?”

“이카메탈 2단이나 3단 채비가 좋은 것 같습니다.”

일단 상준은 한치 채비로 바꾸었고 선혜영도 이카메탈 루어를 바꾸었다.

선상 낚시에 참여하면 뭔가가 좀 올라와야 지루하지 않다.

얼마가지 않아 상준과 혜영의 낚시에 맑고 깨끗한 한치가 물고 올라왔다.

가끔 한 번씩 찍찍 쏘아붙이는 먹물 세례도 재미있고 한치를 보면 달큰한 맛에 입맛을 당기게한다.

원래 한치는 밤낚시가 제격이다.

수심 약 30m정도에서 집어등을 밝히면 줄줄이 올라오는 것이 한치다.

그래도 오늘 대낮인대도 몇 마리를 건져 올려 그런대로 운이 좀 통했다고 하였다.

식사를 하려하자 선장님은 잡아 올린 한치를 장만하여 먹을 수 있게 회를 쳐 주셨다.

준비한 햇반과 초장, 상치들을 가지고 선상에서 먹는 한치 맛은 실로 환상이었다. 량이 좀 부족하여 더욱 맛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상준은 수시로 바다 속을 이리저리 관찰하면서도 어군 탐지기까지 살펴보곤 하자 선장님이 한 마디 하였다.

“세분은 한치 낚으러 오신것 아니죠?”

“예?”

이명호가 머리를 끌쩍거렸다.

“세분은 보통 낚시꾼이 아닌것 같아서요.”

선장은 카메라까지 동원하여 낚시를 하는 모습에 약간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혹시 유튜브에 올리려고 저러나?’

“아뇨, 우린 아무거나 다 잡아요. 우리 대표님 만 빼고요.”

“그럼 대표님은 무슨 고기를 노리는데요?”

“돗돔도 좋고 다금 바리도 좋고.”

“하하하, 농담도 잘 하세요. 돗돔은 지금 철이 아니고 수심이 300m가 넘는 심해에 있거든요. 이곳엔 없어요. 지난 7월 초에 한마리 올라 왔다고 하던데.”

“산란기에만 올라온다면서요?”

“네, 5 ­ 7월 사이 수심이 얕은 곳으로 올라올 때 그때를 노리거든요.”

“일 년에 몇 마리 정도 잡아낼까요?”

“대중없어요. 어떤 해는 거의 못잡을 때도 있고 어떤 해는 세, 네 마리 올라올까?”

식사 후에는 상준은 다시 채비를 바꾸어 달았다.

본격적으로 참돔이나 감성돔, 아니면 다금바리라도 운 때가 맞으면 올라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상준은 낚싯대를 뱃전에 꽂아두고 세심하게 바다 속을 관찰하고 있었다.

참돔 한 마리와 고등어 몇 마리가 걸려들었고 선혜영 역시 참돔 몇수를 건져올렸다.

잠시 후 해가 질 무렵 다시 상준의 찌가 물속으로 처박혔다.

느껴지는 힘이 실로 엄청났다.

한참을 시름한 후 놈의 정체가 드러났다.

“이것 혹돔입니다.”

선장은 약간 흥분된 어조로 환호를 질렀다.

그런데 이건 혹돔 암놈이네요. 수놈은 이마에 혹이 있거든요. 길이는 약 80Cm정도였다. 큰 놈은 1m가 넘는 것도 있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구경만 하던 선장이 재빨리 채비를 하여 낚싯대를 던져 넣었다.

혹돔의 경우는 한 마리의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들을 거느리고 배회하기 때문에 잘 하면 부근에서 다른 암컷이나 수컷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혹돔의 성전환은 매우 특이하여 측면에 흰 줄이 있는 미성어 시기에는 성이 구별되지 않다가 성장하면서 흰 줄이 없어지면서 일단 모두 암컷으로 성이 분화된다.

그리고 다시 수년에 걸쳐 천천히 수컷으로 성전환이 이루어지는 매우 특이한 물고기였다.

선혜영도 혹돔을 잡아 볼 거라 기대를 하였고 상준도 다시 낚싯대를 던졌다.

그러나 좀처럼 소식이 없다.

얼마의 시간이 또 흘러갔을까?

드디어 대상어가 눈에 들어온다.

어둑한 바다 속에 연두빛 섬광의 크기가 가히 1m는 육박하는 것 같다.

천천히 꼬리를 흔들며 낚싯배의 주위를 거닐듯이 움직였다.

눈에 만 띠면 상준의 것이다.

낚싯대에 온 힘을 싣고 가볍게 당겼다, 놓았다, 반복하면서 조용히 한마디 말을 잊지 않았다.

‘자, 이제 물어 봐라.’

상준의 낚싯대가 엄청난 저항을 받으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미끼를 물고 저항하는 놈은 엄청난 괴력을 가진 놈이었다.

“이 정도는 돼야 괴물이라 할 수 있지.”

‘그래 한번 발버둥 처봐. 그래야 낚시하는 기분이 나지.’

상준은 한 발을 뱃전에 딛고 지긋이 힘을 주며 당기고 있었다.

“대물인 것 같습니다.”

선장은 자신의 낚싯대를 감아 거치대에 꽂아두고 갈고리를 쥐고 상준의 옆에 붙어 섰다.

상준은 서두르지 않고 손맛부터 즐겼다.

이런 물고기는 한 가지 맛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손맛, 눈맛, 입맛 외에 돈맛까지 안겨준다.

낚시의 네 가지 맛,

이경규씨가 말한 세가지 맛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된 맛이었다.

‘자. 이제 올라와.’

결국 놈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선장의 갈고리는 놈의 머리를 가차 없이 찍어서 끌어 당겼다.

“와! 성공이다!”

카메라를 잡고 있던 명호씨가 환호를 질렀고 선혜영씨도 급기야 박수를 쳤다.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이건 혹돔이 아닌것 같은데?”

선장은 올라온 고기를 보며 눈을 휘둥그렸다.

“예?"

"이 놈은 돌연변이 혹돔입니다.”

“예? 돌연변이요. 나도 지금까지 이런 고기는 첨 봤어요.”

“그러시겠죠. 국내에는 처음 올라오는 혹돔입니다.”

상준은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들었다.

상상을 해 보시라.

제주 혹돔에 아가미 양편에 날개 같은지느러미가 펄럭거리고, 튀어나온 이마엔 두 개의 쌍혹이 붙어있었다.

상준은 먼저 혹을 칼로 찢었다.

그 속에는 보랏빛 구슬과 주황색 원석이 쏟아져 나왔다.

구경만 하고 있던 선장은 상준을 처다보며 무릎을 쳤다.

“아, 그 사람, 프로 괴물 낚시꾼.”

이제야 상준을 알아보았는지 놀라 방방뛰었다.

혹돔의 배 속에는 파란빛 청석 한 개가 들어 있었다.

"이정도면 그리 나쁘진 않네."

상준은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 앞에 손을 내밀어 승리의 브이 자를 그려보았다.

돌돔을 잘라 박스에 담고는 아이스 팩을 덮은 뒤 뚜껑을 닫아 보관하였다.

혜영은 이제 기운이 빠졌는지 명호가 잡고있는 카메라를 받아들고 아예 낚싯대를 명호씨에게 넘겨주었다.

“나도 이제부터 손맛을 좀 즐겨야겠다.”

명호씨도 낚시할 기회를 얻게되자 흥분이 되는 모양이었다.

"대표님, 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그래, 누가 뭐라했어. 잘해보라고."

상준도 다시 바다를 향해 낚시를 던져두고는 담배를 꺼내 길게 한 모금 뽑아내었다.

혜영은 연 대표의 담배 연가가 거북스러운지 몇 발자국을 물러나서 카메라 앵글을 다시 맞추었다.

상준은 혜영의 표정을 보고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 아예 낚싯배의 앞쪽으로 돌아가 바다를 바라보며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돌아왔다.

"지금 몇시 쯤 됐는데?"

상준이 묻자 명호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할 때 명호씨의 찌에 신호가 왔다.

"저도 왔습니다."

명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볍게 챔질을 한다.

역시 명호씨도 꾼이 다되었다.

70 Cm가 넘은 대물 감성돔을 걸어 올렸다. 명호의 입가엔 만연의 미소가 가득하였다.

“역시 이명호, 대단해.”

싱글벙글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다가 올린 감성돔을 두 손으로 치켜세워 선혜영에게 촬영을 부탁했다.

선혜영 역시 기분이 좋은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런 분위기가 될 때마다 혜영은 잊지 않고 한마디씩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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