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86화 (86/225)

〈 86화 〉 아쿠아리움 인어쇼(1)

* * *

어느 날 상준은 뷰리를 대표실로 불렀다.

"넌, 육지생활에 완전 적응이 된거야?"

"아직은 아닌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상당기간 입수하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 같았는데 아쿠아리움 수족관에 인어쇼를 하면서부터 많이 좋아졌어요.”

"그건 다행이지만 다른 애로사항은 없어?"

뷰리는 무슨 말인가 할것 같이 머뭇거리다 그만 두었다.

"아저씨, 아니 대표님. 언제한번 휴일 날 잠깐 죽순 바위섬에 데려다 주시면 안돼요?"

상준은 잠깐 생각하다

"왜, 할아버지 보고 싶어서 그래?"

"그런 것도 있지만 그냥 가보고 싶어요."

상준은 언제 시간될 때 잠깐 다녀오자고 하였다.

기업을 운영하는 일은 생각보다도 쉽지 않았다. 각종 교육과 연수 등 직접 참석할 것과 부서장이나 팀장을 보내야 할 것 등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하였다.

당장 요즘 미투 운동과 관련된 직장 내 성희롱 및 성추행 예방교육과 재난안전 대비교육. 전시및 지진대피 훈련, 소방안전 교육. 화재대피 훈련. 자연보호 운동, 소방점검, 가스점검, 전기점검. 식품안전 교육, 건강검진 관련교육, 세금정산 관련교육. 폐수처리 정기점검 등 하루라도 누구를 출장조치 하지 않으면 안 될 입장이었다. 자신도 수시로 각종행사나 회의에 불려 다니기가 일수였다.

아쿠아리움 식인 괴물관에는 자이언트 킹크럽, 멍크, 악구 백상아리 등을 포함한 32종. 괴물 어종관에는 돌연변이 해마. 용장어, 괴물아귀, 다슬조기 들을 중심으로 40종. 희귀 수족관에는 상괭이, 대형가오리(홍어), 대형 다금바리 등 50여종이 전시되고 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어종을 보충하거나 교체 할 계획이었다.

가장 관리가 어려운 것은 식인 괴물관의 운영에 있었다. 아무리 괴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수시로 수족관내 괴물들 간의 싸움이 일어나고 있으며 워낙 본성이 사납고 성질이 거친 놈들이라 수족관 내에서도 양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들 서로 간에 기회를 엿보다 조금이라도 약한 놈이 보이면 공격하기가 일수였다.

이를 관리하고 그들의 본성을 조절하여 최대한 억제하는 것도 뷰리의 몫이었다.

일주일 한 번씩 뷰리가 식인 수족관에서 인어쇼를 할 때는 보는 사람들이 모두 아슬아슬할 정도였다. 뷰리가 유영을 하여 지나갈 때쯤은 주변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뷰리에게 접근하는 장면을 볼 때면 기겁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뷰리는 자신이 가진 특유의 영법으로 괴물 사이를 빠져 다니면서 곡예를 펼쳤고 이것이 관람객들에게는 더 인기있는 시간이 되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뷰리는 결코 이를 거절하거나 망설임조차 없었다. 어떤 때는 자신의 의지로 더욱 더 위험한 곡예를 펼치며 관람객들에게 스릴을 제공한다. 이를 본 상준은 뷰리에게 절대 무모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도 하였지만 늘 웃는 얼굴로 생글거리기만 하였다.

“너, 왜 그래? 내가 보기가 안스러워 그래.”

“전 대표님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뷰리야. 그건 결코 나를 위한 것이 아니야.”

어느 언론 사설에서 [인어공주의 곡예]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곡예사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글이 떴다.

이 글을 본 많은 댓글에 괴물아쿠아룸이 거론되었다.

상당하게는 지지도 했지만 당장이라도 그만해야 한다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당장 상준은 식인 괴물관 곡예쇼를 중단하라는 지시까지 내렸지만 뷰리는 자신의 SNS에 [인어공주의 의견]이란 글을 올려놓고 결코 자신은 곡예쇼를 거절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고 그것은 분명 누구의 강요가 아닌 본인 의사에서 행하는 쇼라고 피력하였다.

이정도가 되자 아쿠아리움 관장 김민수도 인어쇼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잠시 중단 되었던 인어쇼는 다시 진행되었다.

어느 날 뷰리가 아쿠아리움 관장에게 보고를 하였다.

괴물 중 멍크가 알을 낳을 것 같다는 것이다. 뷰리의 보고를 받은 민수는 전문가들을 불러 대책을 세웠고 결국 수족관에 있는 멍크는 암컷이란 것과 난생임이 밝혀졌다.

만약 멍크가 잡히기 전 수놈을 만나 교미가 이루어 졌다면 분명 알에서 새끼가 깨어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무정란으로 그냥 썩어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난태생은 체내에서 부화하여 새끼를 낳지만 난생은 알을 낳아 체외 수정하거나 체내에서 수정되어 체외에서 부화한다.

흔히 알고 있는 닭과 같은 것이다.

암탉은 모두 성인이 되면 알을 낳는다. 그러나 수탉은 못 만나 체내수정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무정란을 배출하여 부화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암탉이 수탉을 만나 체내 수정이 되어 낳는 알은 병아리가 부화한다. 멍크는 바로 닭과 마찬가지다.

이 소식이 언론에 게제 되자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관장은 괴물 멍크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새끼를 보호한다는 구실로 식인 괴물관을 잠정적으로 폐쇄하고 그 대신 비서실에 연락하여 방송 홍보팀 사원과 영상 제작팀이 자체 촬영을 하도록 지시하였다.

결국 괴물 멍크를 별로 수족관에 분리시켰고 멍크의 배란을 도와주었다. 다행이 멍크는 두 개의 알을 낳았다. 수정이 잘 되었는지 알을 낳은 후 일주일이 지나자 작은 새끼 멍크가 알에서 나왔다.

아무리 무서운 괴물이라 해도 모든 새끼들은 하나같이 예쁘다. 꼬물꼬물 하는 것이 귀엽기까지 하다. 멍크 새끼들이 좀 자라나면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될 것이다.

그때 쯤 비서실 방송홍보팀에서는 [진호 해자도 앞바다 해상낚시]와 [진호해수욕장 해수욕장 이안류], [공형진 앞바다 여성 프로 낚시꾼의 부시리 낚시]를 게재하여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제 인터넷 방송 YSJ TV의 인기도 급속도로 상승하고 간혹 올리는 유튜브 동영상도 낚시프로의 인가가 폭발하여 비서설에서 영상제작부를 따로 신설하여 별도의 부서를 만들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었다.

어느 날 일찍 귀가하여 상미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는데 모처럼 벨에서 음악소리가 흘러 나왔다. 처음엔 거실에서 나는 소리인가 착각하다가 번개같이 머리를 때리는 뭔가가 있어 확인하였다.

분명 크라캔이 보낸 음악벨의 소리가 맞는 것 같았다. 상준은 서둘러 식사를 끝낸 뒤 담배를 물고 화암대 갯바위로 내러가 보았다.

상준이 도착하자 크라캔이 머리를 내밀고 고개를 꾸벅였다.

"잘 있었나, 크라캔. 오늘은 무슨 일이지?"

눈을 껌벅이던 크라캔이 다리를 들고 상준에게 내밀었다.

크라캔이 내민 것은 소형 콜로서스 한 마리였다.

온몸엔 상처를 입었고 다리 여러곳엔 검은 피가 흘려내렸고 기진맥진한 상태로 상준을 찾아왔다.

기리고 콜로서스를 건네주려하였다.

"잠깐만,"

상준은 즉시 상미에게 전화를 하여 쇠그물 하나와 냉장고에 있는 육류 통조림을 몇 개를 챙겨 갯바위로 나와 달라 부탁하였다.

"오빠, 이 시간에 웬 그물과 통조림은?"

"그건 묻지 말고."

결국 상미는 오빠의 말을 듣고 오토바이에 그물과 통조림이 든 봉투를 싣고 솔밭 오솔길을 따라 화암대로 나왔다.

아무 생각없이 갯바위까지 내러왔던 상미는 크라켄을 보자 기겁을 하며 절벽위에까지 도망을 쳤다.

“괜찮아. 내러와도 돼.”

언덕위에서 상준의 모습을 지켜보던 상미도 제 정신을 차리고 조심조심 절벽아래도 다시 내러왔다.

“오빠, 도대체 이 괴물은 뭐야?”

아직도 상미는 믿겨지지가 않은지 큰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심조심 크라캔을 살펴보고 있었다.

상준은 쇠 그물을 벌려서 크라캔에게 잡은 콜로서스를 직접 넣어 달라고 지시하였다.

콜로서스 받아 방파제에 묶어두고 소고기 캔과 돼지고기 햄 등을 따서 크라캔에게 먹여주었다.

그리고는 즉시 요트에 가서 구급상자를 꺼내와 상처 난 부위에 소독을 한 후 약을 발라 주었다.

한편 고맙기도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가엾고 불상하기도 하였다.

“크라캔. 너무 위험한 일은 안해도 돼. 그런 일은 하지마.”

상준은 진심을 담아 크라캔에게 전하였다.

그러고 나니 전과 다름없이 크라캔은 눈을 껌벅이며 조용히 바다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콜로서스는 고래 모양의 몸매에 머리가 크고 보기는 흉했다. 엄청나게 큰 입과 날카로운 이빨이 징그러울 정도로 험상궂었다.

쇠 그물에 담긴 콜로서스는 잠시도 입을 그냥두지 못하고 쇠 그물을 끊어보려 발버둥을 쳤다. 돌고래를 닮은 몸엔 험상궂은 돌기가 온 몸에 돋아있어 잘못다루면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판이다.

상준과 상미는 위험을 감수하며 콜로서스를 수족관으로 옮겨야 할 판이다.

그 보다 더 놀란 것은 상미였다.

상미는 처음 크라캔을 보고 공포에 떨었지만 이번엔 또 콜로서스를 보고 또한번 놀랐다.

"오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이놈부터 옮기자."

“나, 겁나. 그리고 징그러워.”

상미는 아예 근처에도 오지않고 망설이기만 하더니 쇠그물의 끝 부분만 겨우 잡고 슬금슬금 오빠의 눈치만 살폈다.

캄캄한 밤에 화암대 아래 갯바위에서 이상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상준과 상미의 남매가 서 있었다.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기만 하던 상미도 이제 오빠의 말을 따라 주었다.

“너 오늘 수고했다.”

모처럼 상준은 상미의 손을 잡아주며 격려를 해주었다.

콜로서스를 잡았다는 뉴스가 지역 신문에 보도되자 각 방송에서도 취재 경쟁이 치열하였다.

"너 절대 누구에게도 크라캔에 대해서 발설하면 안돼."

“오빠, 정말 저게 영화에 나오는 크라켄이야?”

“그래, 그런것 같지? 꼭 같진 않지만 거의 비슷하잖아. 그 일종임에는 틀림없어.”

“그런데 어떻게 저게 오빠 말을 들어?”

“글쎄 말이야. 그건 나도 몰라.”

“오빠는 정말 기인이야. 기인.”

상미는 오빠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최근 뷰리는 건강이 좋지 않는지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고 점차 몸이 약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의 맡은 일은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콜로서스를 살펴본 후 동물병원 원장을 불러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 한 후 콜로서스도 멍크처럼 난생임을 발표하였다.

아쿠아리움 부장 김민수 부장이 뷰리를 불러 건강을 위해 인어쑈를 중단하고 특별 휴가를 내어 휴양을 권고하였으나 좀처럼 말을 듣지 않고 버티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상준은 요트를 몰아 소라도 부근의 갯바위에 요트를 매어두고 갯바위 낚시를 시도하였다. 손맛도 볼겸 맛있는 횟거리도 건져볼 겸 소라도 해역을 택한 것이다. 한려수도는 언제 봐도 청정지역이다. 물이 푸르고 맑아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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