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85화 (85/225)

〈 85화 〉 오빠. 힘내세요.(1)

* * *

그러고 나서 잠시 후 식사를 알리는 소각 소리와 함께 메가폰을 쥔 총무부장의 목소리도 들렸다.

“알립니다. 오전 낚시 종료됐습니다. 모두 항구로 돌아가 점심을 먹고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알립니다. 알립니다.”

신용만 총무부장의 반복된 목소리가 상준에게도 들려왔다.

점심식사는 물회와 회덮밥 두 종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특별 주문을 한 탓인지 넉넉하게 넣은 회가 보기에도 좋아 식욕을 당기고 있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두개 중에서 선택해서 먹는 점심이었다.

“여기 만약 회를 못드시면 소라죽이 준비되어 있어요.”

상준이 고개를 들어 좌우를 살펴봐도 죽을 먹겠다고 일어서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대표가 일단 자리를 잡자 간부들은 대부분 연 대표와 가까이에 자리를 잡았지만 나머지 직원들은 부서별로 앉아 식사를 하였다. 상미가 물회 그릇을 가지고 상준의 정면에 앉았다. 모든 사람이 대표의 정면에 앉기가 거북하여 가운데 자리를 비켜 앉다보니 우연하게도 정면 자리가 빈 모양이었다.

“오빠, 저 오늘 큰 참돔 잡았어요,”

회사에서는 꼭 대표님으로 부르는 상미가 여기서는 거리낌 없이 오빠라고 불렀다.

“그래. 역시 너 대단하다.”

상미는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이 대견스러운지 무척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상준은 상미의 생각을 떠보려고 자연스럽게 친구 민수 이야기를 꺼냈다.

“나 민수에게 전화했어.”

“무슨 전화?”

“우리 회사에 좀 와 달라고.” 상미의 표정을 보니 애써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뭐라 그래요?”

“생각 좀 해 보겠다고.”

“음.”

상미는 오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한후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상미가 다가왔다.

“오빠, 만약에 민수 오빠가 정말 오시겠다면 어떤 자리를 줄지 생각해 봤어요?”

“사원은 안되겠지? 주임 정도면 모르지만.”

짐짓 상준은 마음에도 없는 엉뚱한 대답을 하였다.

“그래도 민수 오빠는 경력 사원인데?”

“그럼 너 생각은?”

“팀장 자리는 줘야하지 않을까요?”

“그럴까?”

상준의 말을 들은 상미는 약간 뽀로통한 얼굴로 돌아섰다. 상준은 시침을 떼고 모른척 하고 있었다.

오후 대회가 다시 시작되었다.

얼마 되지않아 다시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상준의 낚시에도 소식이 왔다.

큼직한 가자미가 손맛을 더해주며 딸려나왔다. 그런대로 오늘은 적당한 손맛과 단합대회라는 두 가지의 목표에 도달한것 같다.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며 여유를 즐겼다.

날씨가 다소 흐린 탓인지 오후 다섯시가 되자 한 여름에 비해 해가 제법 짧아진 걸 느꼈다.

그러나 아직 어두워지려면 한참의 시간이 필요할 때다. 대회를 마칠 다섯시 반이 되어도 어두워지려면 시간이 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때 짙은 바닷물 아래쪽에서 아주 희미한 연두색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자세히 살펴보니 예사 고기는 아닌것 같다.

‘이런 좋은 날에 저런 것까지 찾아오다니.’

상준은 다시 루어로 교체하여 던져 넣었다. 낚싯대를 잡고 루어가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로 당겼다, 놓았다 하며 낚싯대를 움직였다. 그런데도 놈은 말을 듣지 않는다.

레이져를 방출하며 주문을 외웠으나 꼼작하지 않았다.

‘그럼 이놈도?’

상준은 약간 긴장을 하며 릴을 감았다. 그 순간 엄청난 힘으로 낚싯대가 휘청하며 상준의 몸을 끌어 당겼다.

‘왔다.’

상준은 챔질을 하여 낚싯대를 들어올려 머리 위를 향해 쳐들어 올렸으나 꼼짝도 않으면서 줄을 당겨갔다. 릴은 마치 안전핀이 풀린 것처럼 역방향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띠리릭, 띠리릭.”

그러나 상준은 한판 일전을 결심하였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안되지 안돼.’

상준의 힘도 무시할 힘은 아니다. 팽팽하던 기운이 어느 순간부터 맞대결로 들어섰다. 조금이라도 힘을 늦추면 몸이라도 딸려 바다 속으로 처박힐 판이다.

5분, 10분.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건너편 낚싯배에서 누군가가 상준의 상황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와!.”

함성이 터졌다. 1,500 만원짜리 최고급 낚싯대가 둥근 원형을 이루며 포물선을 그리고 있다. 상준과 괴물의 맞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대표님! 힘내세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뷰리의 목소리다.

“오빠, 힘내요.”

저것은 상미의 소리다. 그러자 갑자기 모두가 한꺼번에 오빠를 외친다.

“오빠, 오빠, 오빠, 오빠!”

그 뒤를 이어 곳곳에서 자기 회사의 대표를 응원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응원도 경쟁인가?

“음.”

상준은 작은 신음을 토해내며 팔에 힘을 주었다. 이젠 요트에 작살도 장착되어 있다.

뭐하나 겁나는 것도 없고 뭐하나 아쉬울 것도 없다.

많은 직원 앞에서 멋진 포음으로 프로 괴물 낚시꾼 연상준의 모습만 보여주면 그만이다.

‘오너라. 괴물아, 이제 그만하자.’

소용없는 주문인줄 알았지만 그래도 했다.

“퍼드덕.”

순간 상준은 놈이 잠시 주춤하자 기회를 주지 않고 가차 없이 줄을 감기 시작했다. 버티던 균형을 잃은 괴물이 순식간에 딸려 나오기 시작했다. 상준은 신속하게 요트 갈고리에 줄을 걸었다. 지렛대를 이용하듯 천천히 당기며 감고 또 감았다.

너무 힘이 들어 잠시 멈추었다 다시 감기 시작했다.

“첨벙.”

괴물이 이번에는 물 밖으로 튀어올랐다.

“와!.”

“상괭이 아니야?”

“상괭이 같긴 한데 색갈이 검은색이야.”

모두들 놀라워하며 자신들이 다니는 회사 대표의 낚시에 정신이 빠졌다.

결국 상준은 요트 옆면까지 괴물을 올리는데 성공하였다.

“야아.”

이런 모습을 보고있던 모든 직원들이 환호를 보내주었고 중산 앞바다에서 때 아닌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

바로 괴물 멍크였다.

상준은 재빨리 낚싯줄은 요트 걸이에 걸어둔 채 가는 밧줄로 아가미를 걸어 요트 옆면에 매어두었다.

괴물 멍크는 둠크의 모양과 흡사했으나 이빨이 없고 돌고래와 비슷한 입을 가지고 있는 보석원석을 내재한 바다 괴물의 일종이다.

상준은 팔을 뻗어 놈의 입으로 손을 들이 밀었다. 아가미와 입에 밧줄이 걸려 반쯤 요트에 메어 달린 격이라 입은 자연히 열려있었다. 위장 속으로 들어간 상준의 손에 한 움큼의 원석이 쥐어져 나왔다. 몇 번을 반복하여 원석을 꺼내어 양동이에 담았다. 모든 것이 완료되자 보석원석과 진주 구슬을 양손에 나누어 쥐고 직원들이 보는 곳으로 크게 흔들었다.

박수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그러자 시간은 이미 대회 종료시간이 마감된 뒤였고 요트를 몰아 중산 본항으로 들어왔다. 중산 본항은 원래 명칭이 중산항인데 신항이 생긴뒤로 구별하기 위해 불리는 애칭이다. 상준의 뒤를 따라 모든 낚싯배들이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왔다.

총무부장 신용만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부터 뉴 해양 컴퍼니 직원 낚시대회 시상식을 갖겠습니다. 영업부장님과 관리부장님께서는 부서별로 잡은 물고기 무게를 다는데 협조바랍니다.

차분에게 전 직원이 바라보는 가운데 총 무게를 달게 되었다.

가장 많이 잡아 우승한 부서는 총무부였고 준우승은 비서실이었다, 우승 상금 200만원과 준우승은 100만원이 전달되었다.

개인상 역시 가장 큰 고기를 잡아 우승한 사람은 인사팀장 연상미와 준우승은 해양관리부 관리팀 박일환이었다. 그들에게도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이 수여되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최고급 낚시 장비 일체를 부상으로 전달하였다.

그리고 아쿠아리움에 넣어 전시 가능한 물고기를 잡은 특별상 대상자는 상괭이를 잡은 영업구매팀 정말영과 대형 다금바리를 잡은 총무부장 신용만이었다. 이들에게는 가각 특별상금 100만원을 받는 영광이 돌아갔다.

연 대표는 즉석에서 경리팀장을 불러 낚시대회 성과금으로 특별 보너스 100%를 금월 월급이 지급될 때 함께 지급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경리 팀장의 즉시 발표하여 마지막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저녁을 먹고 모든 행사가 종료되었다.

후문으로 듣기에 일부 부서는 2차, 3차를 연거푸 어울려 다니며 밤늦께 까지 놀았다고 했고, 일부 부서는 노래방을 거쳐 밤새도록 놀았다고도 했다.

상준은 자신이 잡은 괴물 멍크와 대회에서 잡은 대형 다금바리와 상괭이를 수족관에 넣어 관리하도록 하였다.

집에 돌아온 상준은 하루의 일들을 정리하며 잠자리에 들려하는데 상미가 1층까지 내러왔다.

“오빠, 아직 안자요?”

“응, 곧 자려고, 왜?”

“민수 오빠께 아쿠아리움을 맡아달라고 했다면서?”

“어, 전화왔어?”

“아니 내가 해봤지.”

“뭐라 그래?”

“고민하고 있다기에 무조건 오라했지. 난 오빠 말만 믿고 팀장자리 운운했지.”

“팀장 준다면 안온대?”

“오빠께 속았구나 하며 킬킬 웃더라고. 고마워 오빠.”

“네가 왜 고마워.”

“참. 내가 왜 그러지.” 상미는 얼굴을 붉히며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이튿날 민수는 중산에 올것을 동의하였다. 상준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민수는 원래 생명공학을 전공했으며 아쿠아리움에 대해 연구를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결국 그동안 착실한 준비를 해온 뉴 해양 컴퍼니 괴물 아쿠아리움이 개관되었다.

상준은 민수를 아쿠아리움부 부장겸 관장으로 임명하고 관리팀과 영업팀, 교육팀, 생태보호팀을 두어 운영을 하도록 일임하였다.

부지 면적 800평. 지하 2층, 지상 3층, 연건평 15,00평으로 구성된 아쿠아리움에는 희귀 수족관, 식인 괴물관, 괴물 어종관으로 구분되어 있고 별도로 괴물 학습관. 해양 체험관을 두어 각 수족관의 어종을 전반적으로 사육보호및 질병예방, 안전 관리 등에 역점을 두었으며 뷰리도 생태보호팀에 배치하여 각종 어종관리와 인어쑈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하였다.

"친구야. 난 너를 믿어. 최선을 다해 운영해 줘."

"걱정하지마. 나도 자신있어."

상준은 친구 민수의 손을 잡고 굳은 악수를 나누었다.

결국 뉴 해양 컴퍼니의 중심사업은 해양박물관과 괴물아쿠아리움 운영이 사업의 중심축으로 구축되었다. 결국 본사는 이 두개의 운영관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시스템으로 재편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괴물 아쿠아리움이 개관을 알리는 홍보 뉴스가 각 방송과 신문에 게재되고 세계적인 언론기관에 홍보되자 인기가 폭발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찾아온 사람들은 자연히 해양박물관을 거쳐가 인해 박물관 관람객도 평소보다 몇배가 넘어섰다.

국내 관광객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여행객도 만만치 않았고 그 여파로 중산은 국내및 세계의 초점이 되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연일 시장과 상가에 사람이 들끓고 식당과 가게도 신바람이 났다. 어민들도 고기를 잡기가 바쁘게 연일 매진되고 빵집, 수퍼, 심지어 담배 가게까지 매출이 늘어났다.

다슬의 어머니도 민박집 손님이 많이 늘었다며 입을 다물지 못하신다.

"연 사장. 우린 연 사장 덕분에 살판났어."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기가 바빴다.

민수도 역시 상준이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업무 수행 능력이 탁월하여 몇 배의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뷰리는 아쿠아리움에 있는 모든 어종의 관리를 맡아 자신의 업무에 타인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였고, 일주일에 두 번씩 괴물관에 들어가 인어처럼 그들과 어울려 유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대로 하는 도우미가 있었으나 마치 물개처럼 유연한 모습은 뷰리처럼 자연스럽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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