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84화 (84/225)

〈 84화 〉 괴물 킹크랩(2)

* * *

"사실 뷰리야. 우리 아쿠아리움이 완성되면 물고기 관리뿐 아니라 네가 수족관에 들어가서 물고기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걱정마세요. 아저씨. 아니, 대표님."

"고맙다. 뷰리야."

"전 대표님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오늘의 제가 있는 것은 다 대표님의 덕분이잖아요."

뷰리의 마음이 너무 착해 오히려 자신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고맙다. 빌라에 살아보니 불편한 점은 없어?"

"전혀 없어요. 죽순 바위섬에서도 살았는데요. 뭐."

이제 며칠있지 않으면 아쿠아리움이 개관된다. 개관에 맞춰 다시 직원을 추가 채용해야 하며 주요 방송국에 협조 요청하여 관련 프로그램을 연계시키며 인기 연예인들이 찾아오는 프로그램도 제작할 것이다

아울러 전국 일간지에 홍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괴물 아쿠아리움 이란 특별 뉴스를 세계적인 방송과 신문에 홍보할 계획이다. 이미 이런 내용은 담당부서에 지시하여 많은 진척이 이루어지고 있다.

방송 홍보팀과 영상 제작팀에서 비서실장을 통해 새로운 영상제작 및 방송 게시에 관한 결재 건이 올아 왔다. [군산 선유도 해안 갯바위 갈장어 낚시] 와 [공형진 앞바다 변형 쏠종개 낚시] 동영상이었다. 결제를 하면서 선혜영 사원과 전화를 했더니 현 시점에서 조회수 최고 100만을 돌파한 것도 세개나 된다고 보고하였다.

이제 박물관 수입도 만만하지 않고 최근 낚시 성과도 좋은 편이라 하루하루가 즐거운 날들이었다.

[하루라도 낚시를 하지않으면 손바닥에 가시가 돋친다.]

상준은 다음 일정을 고민하고 있는 어느 날 밤 ,방에 설치해둔 무선벨에서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혹시라도 지난번처럼 잘못 눌렀나하고 기다려 봤더니 잠시 후 다시 벨이울렸다.

상준은 옷을 챙겨입고 주방에 들어가 수박 한통을 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계류장으로 나갔다.

“불렀나. 크라캔?”

잠시 후 물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들어올린 크라캔의 네다리에 다슬조기와 괴물아귀가 잡혀 있었다.

즉시 놈들을 그물망에 넣어 두고 크라캔에게 수박 한통을 던져 주었다. 계류장 주변에 설치된 가로등을 받아 크라캔이 미소를 짓는것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우거적, 우거적.”

크라캔은 순식간에 수박 한통을 통째로 씹어먹고는 머리를 보다 더 치켜세웠다.

“그렇지.”

“미안, 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얼마 전 머리 상처를 꿰맨다고 실로 봉합을 했는데 아직 실밥을 빼낸적이 없었다. 상준은 크라캔의 머리에 실밥을 빼내려 다리를 밟고 올라서다 그만 쭈르르 미끄러졌다.

“어어.”

순간 크라캔은 상준의 팔뚝을 잡아 머리 옆에 올려주었다.

“역시.”

상준은 크라캔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뒤 머리에 남아있는 꿰맨 실들을 모두 뽑아주고 상처 났던 부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제법 큰 흉터가 머리와 목 뒷부분에 남아있었다.

“너 많이 아팠겠구나.”

상준은 크라캔의 머리를 툭툭 쳐주면서 방파제로 내러오자 고개를 꾸벅한 크라캔은 다시 물 속으로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날 밤 상준은 친구 민수에게 전화를 하였다.

“친구야. 내말 절대 오해하지 말고 들어줘.”

상준은 민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왜 그리 뜸을 들여. 너 답지 않게?”

“알다시피 우리 회사에서 조만간 괴물 아쿠아리움을 개관하거든. 나 좀 도와주면 안 되겠어?”

“....?”

“니가 필요해서 그래. 여기 내려와 이것 좀 맡아줘.”

“내가 그걸 어떻게?”

“그래서 물어보는 거야.”

“.....?”

“한번 고민을 좀 해줘.”

“음.”

“미안한 건 내가 너무 내 욕심만 차리는것 같아서.” 상준은 친구에게 전화를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었다.

본래 친한 친구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야한다. 모르는 남에게도 조심하는데 친한 사이일수록 더 믿고 존중하는 것이 참된 친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 생각해 볼게.”

“내가 좀 이기주의지?”

“무슨 말인지 알아. 말은 그렇게해도 날 생각해서 그러는 거.”

“아냐. 절대로.”

“그것 그렇고 상미는 잘있어?”

“너 상미에게 전화 한번씩 안하니?”

“가끔 해. 상미도 가끔하고.”

“그래, 친구야. 생각해보고 전화 줘.”

다음날 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총무부장 신용만이 제안을 하였다.

“대표님 우리 아쿠아리움 개관이 다가오는데 혹시라도 아쿠아리움에 넣을 수 있는 대형 물고기도 확보할 겸 사원 낚시대회를 가지면 어떻겠습니까?”

“요즘 총무부장 낚시 한지 오래됐지? 혹시 총무부장이 낚시하고 싶어 그런 것 아니야?”

“저야 이제 매번 토요일 마다 낚시 다니는 걸요. 이제 낚시 안하고는 목 베깁니다.”

상준은 신 부장의 말을 들으며 웃어넘기려 했다.

“한번 해 보시죠. 사실 제가 낚시에 관심은 많지만 그게 뜻대로 잘 안되더라고요. 직원 단합 겸 낚시대회 한번 열어 보시죠.”

관리부장 김시후가 신용만의 제의에 동의하자 영업구매부장 양시후와 해양관리부장 조성우도 동조를 하였다.

“아니, 부장님들 주말 시간 뺏으면 사모님들께 내가 욕먹을 텐데.”

모두들 웃고나니 비서실장이 수정 제의하였다.

“대표님, 회사 예산으로 상금 좀 푸짐하게 거시고 참여한 사람은 기념품도 증정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걸요.”

“그럼 절대 부장들이 강요하지 말고 부서별로 희망자 조사해 봐요. 참가인원이 많으면 고려를 해 봅시다.”

“이런 건 어느 부서에서 주관해야 하나?”

“아무래도 총부부에서 주관하고 각부에서 협조하면 안 되겠습니까?”

“그래요. 총무부장 괜히 말 꺼냈다가 덤탱이 쓴 것 아닌지 모르겠네.”

“아닙니다. 대표님, 직원단합대회라면 당연히 주관 해야죠. 그럼 각부 인원조사해서 총무부로 좀 알려 주세요.”

“날짜는?”

“이번 토요일로 하죠. 일요일은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하고.”

“그럼 이번 주말에 일찍 시작해서 저녁 먹고 헤어지는 걸로 계획하겠습니다.”

결국 점심을 먹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낚시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사실 말이지 자기 부장이 솔선해서 참석하자고 하면 정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말이 자유참가 지만 강제적 참가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상준은 그 점도 알고 있었고 부서별 경쟁이 되어 반강제적으로 참석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식사를 하고 오후 업무가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각 부 사무실로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총무 부장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임시 안내를 한 것이 분명하였다. 대표의 구두 결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야만 예상 인원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뉴 해양 컴퍼니(주) 사원 낚시대회 안내

1. 일시 : 2018. 9. 1. 07: 30. ­ 19 : 30.

2. 장소 : 중산 앞바다 도라섬 해역

3. 집결지 및 집결 시간 : 중산 어판장 주차장(07 : 00)

4. 준비물 : 간편 복장, 낚싯대 및 기타 도구(각자 준비), 미끼 및 밑밥(일괄지급)

5. 상금 :

가. 부서간 대회 : 다어상(총량 무게) : 금일봉(추후공개).

나. 개인 대어상 : 금일봉(추후 공개)

다. 기타 참가자 전원 : 기념품 증정.

6. 유의점 : 내일 점심시간까지 참가 희망자는 총무부에 접수바랍니다.

메시지가 전달되자 각양각색 반응이 다 달렸다. 각부 부장들은 알게 모르게 압력 수단을 행사할 것이다.

최종 집계된 인원은 몇 명이 불참하고 25명으로 집계되었다.

총무부에서는 이 인원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였고 기념 타월과 참가자 전원에게 모자를 맞춤 제작하였다.

낚싯배는 세척를 빌렸고 오전 낚시와 오후 낚시로 구분하였다.

비서실에서는 대회 진행 상황을 촬영할 계획을 세웠으며 점심 식사는 오전 낚시 후 중산항에 들어와서 먹기로 하였다.

점 심 식사 후 다시 오후 5시 30분 까지 진행하도록 계획되었다.

상준은 참가한 사람들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대회와는 무관하게 별도 요트를 이용하여 대회를 치르는 인근 지역에서 혼자 낚시를 하기로 하였다.

상금은 무게를 달아 가장 많이 잡아 우승한 부서는 상금 200만원, 준우승은 100만원, 개인상 역시 가장 큰 고기(무게)를 잡아 우승한 사람 100만원, 준우승 50만원으로 계획되었다.

그리고 개인 수승과 준우승자에게는 최고급 낚시 장비 일체를 부상으로 지급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아쿠아리움에 넣어 전시 가능한 물고기를 잡은 사람에게는 특별상 100만원을 별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대회당일 아침 07시에 중산어판장 주차장에 집합한 대회 참가자들은 기념 타월과 모자를 지급받고 대표의 인사말을 들은 후 부서별로 밑밥과 미끼를 지급 받은 후 세대의 낚시배에 나누어 탔다. 오전 낚시는 07 : 30 ­ 11 : 30분으로 제한하였고 항구에 돌아와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낚시 시간은 13 : 30 ­ 17 : 30 분으로 결정되었다.

대회에 참석하는 모든 임직원들은 이름 그대로 축제의 분위기에로 들떠있었고 낚시에 대해 잘 아는 직원이든, 그렇지 않는 직원이든, 남자든 여자든, 우승은 곧 자기 것처럼 생각이 되었다.

특히 낚시에 들 뜬 사람은 총무부장과 인사 팀장 연상미였다.

그 다음은 아마 비서실 직원들 같았다. 이들은 이미 연 대표와 함께 출조 경험이 있어 낚시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판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모두가 일찍 나와있었다. 상준은 아예 요트를 타고 항구로 바로 나갔다. 오늘은 혼자 조용히 지켜보며 격려를 해 줄 계획이었다.

낚시 개시 후 30여분이 흘렀을까? 연 대표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영업부장의 전화였다.

“대표님, 구매팀 정말영 사원이 상괭이를 낚아올렸습니다. 이건 앞으로 아쿠아리움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좋은 소식이네요. 격려 좀 해주세요.”

“예, 대표님,”

상준도 요트에서 낚시를 하였지만 소소한 것들만 올라오고 특별한 건 없었다. 참돔, 감성돔 중자가 올라 온 것 제외하고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간혹 낚싯배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누군가가 고기를 잡아올리고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조금 후에는 총무부장의 전화가 왔다.

“대표님, 저가 오늘도 한건 했습니다.”

“뭘 잡았는데?”

“제가 여기에서 제주도 다금바리를 걸어 올렸습니다.”

“다금바리? 여기에서? 아니겠지?”

“맞습니다. 확인했습니다.”

“그래? 아직 실력 살아있네.”

“그렇지요. 대표님 다 대표님 덕분입니다.”

“내가 뭘 했다고?”

“대표님께 배운 실력 아니겠습니까?”

“그래, 총무부장, 축하해.”

다금 바리는 반도 해역에서는 오래 전 자취를 감췄으며 현재는 제주 바다에서 간간이 잡히는 자바리가 '제주 다금바리'를 대표하고 있다. 자바리를 다금바리로 보는 것에 대하여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최고급 생선으로서 인지도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였다.

‘다금바리가 남해안에서 잡히다니.’

상준은 다소 이외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점차적으로 우리나라 해안의 수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고 남해안이나 한려수도 부근에 상당량의 산호가 서식하는 것을 보면 다금바리라 해서 올라 오지 않을 거란 생각도 잘못일 수가 있다.

어째튼 오늘 대회는 직원의 단합과 근무 중에 생기는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데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였다.

더구나 자신의 회사가 낚시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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