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괴물 킹크랩(1)
* * *
이제 요트 네 귀퉁이에 불이 밝혀졌다.
요트의 불빛이 대낮이 무색하리 만큼 환하게 비춰주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야광찌를 쓰지 않고도 잘만하면 낚시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야광찌로 교체하였다.
이들 중에서는 적어도 몇명은 낚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저녁식사 때는 히라스 회를 먹었다.
히라스는 방어의 일종으로 맛이 고소하여 도톰하게 썰어두면 먹을 만 하지만 탄력이 부족하고 쫄깃한 맛이 조금 모자란다.
도톰하게 썰어야 아쉬운 점을 보완해 준다.
밤이 깊어가면서 혜영과 송이도 히라스를 올렸다.
크기는 그리 크지않았으나 손맛 하나는 죽이는 것 같았다.
“야호.”
이 세상을 다 얻은 모습같았다.
낚시를 하는 미녀들의 모습은 섹시해 보인다.
연약한 손목으로 지지 않으려는 야무진 모습.
있는 힘을 다 쓰가며 용을쓰고 있는 모습.
그런 것에서 매력이 보인다.
“지치지느 않아?”
상준은 담배를 피우며 그들에게 물어 본다.
그들의 흥이 지켜보는 자신에게 전해 오는 것 같았다.
“아뇨, 이제 시작입니다.”
송이는 얼굴에 만연의 미소를 띠며 대답을 한다.
“명호씨, 여기 좀 잡아줘요.”
고개를 돌려보니 혜영이가 또 히라스를 올리는것 같다.
참 다부진 아가씨다.
이를 악물고 모든 것을 건듯 필사적이었다.
두손에 잡은 낚싯대를 아랫배에 붙여 죽기 살기로 당기고 서 있다.
“도와줄까요.”
카메라를 든 명호가 혜영에게 물었다.
“아니, 카메라 좀 잘 잡아 주시라구요.”
“예, 그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명호 역시 낚시를 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번에는 상준의 차례같다.
엄청난 크기의 원판 모양 섬광이 다가오는 것을 보게되었다.
‘음, 이제야 대상어가 나타났구나.’
상준은 저녁 식사에서 남은 히라스 회를 바늘에 꿰어 던져둔 상태였다.
침착하게 대형 섬광덩어리 앞에 던져넣었다.
‘자 한번 물어보자.’
천천히 움직이던 원판 섬광이 드디어 미끼를 덥썩물었다.
기회는 이때다.
신속하게 챔질하며 잡아당겼다.
“....?”
꼼짝도 하지않는다.
자신의 힘을 믿고 느긋한 마음으로 중얼거렸다.
‘올라 와.’
낚싯대는 이미 부러질듯 휘었지만 놈은 꼼작도 하지않는다.
‘바위틈에 또 처박았나?’
낚시를 하다보면 가끔 한번씩 미끼를 물고 돌틈사이로 들어가거나, 바위 사이에 낄때가 있다.
이런 걸 가지고 처박는다고 한다.
“물었어요?”
실장의 말이었다.
“그런것 같은데 꼼작도 안하네요.”
“또 지구를 낚은 것 아니에요?”
비서 송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연대표를 쳐다본다.
“글쎄, 그런가?”
그러나 상준은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눈엔 푸른 섬광 원판이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대표님이 또 지구 낚으셨나 봐.”
전 비서의 말에 모두들 까르르 웃고있었다.
'가스나들.'
낚싯대의 탄력을 이용하여 손잡이는 이미 하늘을 향했고 낚싯대 끝부분은 물속으로 박혀들것 같다.
근육질 팔뚝이 부르르 떨린다.
“이러다 줄 터지는 것 아니에요?”
“이 줄은 절대 터지는건 아니야. 손도끼를 가지고 찍어야 하거든.”
힘이 빠지길 기다리던 상준은 줄을 끊어버릴까 잠시 망설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놈이 거대한 몸체를 물위로 솟구치면서 요트의 옆면에 철썩 붙어버린다.
"엄 마야.”
그 모습을 보고 놀란 혜영과 송이가 비명을 지르며 기겁을 한다.
“흡,”
자신도 놀랐다.
숨을 삼키며 재빨리 소리쳤다.
“모두 선실 안으로 들어가.”
날카로운 상준의 말을 듣고 후다닥 문을 열고 안으로 튀어들었다.
그 뒤를 따라 엄 실장도 안으로 튀어들어 간다.
“문닫아.”
그러나 이명호는 좀 달랐다.
카메라 맨의 프로정신인가?
선창에 붙은 괴물을 찍고 있다.
어마, 어마한 크기의 주황빛을 내는 자이언트 킹크랩이었다.
이건 고기가 아니라 그냥 괴물이었다.
그 역시 잠시 놀랐다가 정신을 수습하고 주문을 외웠다.
“죽어라. 이놈,”
그러나 놈은 상준의 주문을 받지않았다.
꼼작도 하지않고 공격을 계속한다.
'이크.'
어마어마한 촉수.
2m가 넘는 긴 다리로 갑판을 휘젖으며 상준과 명호를 잡으려고 한다.
상준과 명호는 선실 갑판 반대편에 서서 놈의 촉수를 피하고 있었다.
요트 선실 안에서는 창밖을 내다보며 떨고있었다.
'한번 죽어 봐라.'
고기를 건져 올리는 갈고리를 이용해 버둥거리는 다리를 있는 힘을 다해 내리찍었다.
“티디딕.”
위기의 순간이었다.
놈은 눈에는 붉은 광채를 쏟아내었고 놈의 이빨은 틈을 주지 않고 벌렁거렸다.
마치 오징어 이빨과 거머리의 입을 닮은 괴상하게 생긴 것을 오물거리며 그들을 향해 노려보았다.
상준의 머리엔 번개같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잡았을 때의 주문과 올릴때의 주문.
마지막으로 던진 죽어라는 주문.
그 어느 것도 먹힌 것이 없었다.
다시 말하면 아무것도 먹혀들지를 않았던 것이었다.
‘이놈은 그럼, 내가 제압 할 수 없는 놈이구나.’
여기까지 판단한 상준은 재빨리 크라캔을 불러들였다.
“크라캔, 빨리와. 급해."
소리를 쳤으나 아무도 듣지 못하는 것 같다.
공포에 질려 킹 크랩이 내는 이상한 소리만 귓전을 때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젠 칼이다.
비상 나이프를 다리에서 뽑아내어 괴물의 다리를 잡고 난도질을 하였다.
다행이 다리 마디 사이에 칼이 꼽히면서 푸른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래도 놈은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칼을 다시 집어넣고 갈고리를 들었다.
대형 물고기가 잡히면 찍어서 올리는 바로 그 갈고리였다.
버둥거리는 다리 사이로킹크랩의 등줄기를 다시 찍었다.
역시 허사였다. 강철과 다름없이 꼼짝을 하지않는다.
그때였다.
크라캔의 머리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카르릉."
크라캔과 킹크랩의 한판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상준은 기회를 주지 않고 연거푸 크랩의 눈을 찌르고 다리관절 사이를 사정없이 찍었다.
30여분이 흘러가고 있었다.
결국 크라캔이 다리를 이용하여자이언트 크랩을 뒤집는데 성공을 한 것 같다.
우두둑."
킹크랩의 다리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는 갑판위에 내동댕이쳤다.
상준은 재빨리 놈의 배에 올라타고 뒤집혀진 크랩의 중앙 부분에다 칼을 박았다.
푸른빛의 액체가 분수처럼 뿜어 나왔다.
“죽어라 이놈.”
상준은 반복하여 킹크랩의 배를 사정없이 찔렀다.
그렇게 딱딱하던 등껍질에 비해서 배의 앞부분이 놈의 약점 같았다.
“키릭, 키릭.”
놈은 벌렁 자빠져서 엄청난 긴 다리를 허공에서 휘젓다가 차츰 동작이 둔해지기 시작하며 서서히 잠잠해 졌다.
돌아보니 크라캔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수고했다. 크라캔.’
이제야 모두 선실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들의 안색은 창백하였다.
몸은 모두 오들오들 떨고 있다.
한쪽편에 서서 끝까지 도망가지 않고 촬영을 하던 명호가 카메라를 바닥에 놓고 실신하였다.
“엄 실장님, 빨리 명호를 선실에 옮겨 좀 눕혀주고 물을 좀 먹여 봐요.”
상준도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명호를 옮겨두고 물을 먹여준 뒤 생수병을 가지고 나와 상준에게 건네주었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혜영이 갑자기 상준을 껴안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제야 엄실장도 정신을 차리고 갑판으로 나온다.
근심어린 표정으로 상준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대표님?”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않아있던 상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비서. 주방에 가서 식칼을 좀 가져다 줘.”
칼을 받아든 상준은 킹크랩의 가장 약한 배부분을 사정없이 갈랐다.
[자이언트 킹크랩]
그놈의 배에서 수십 개의 구슬이 쏟아져 나왔다. 상준은 양동이에 구슬을 담아두고 놈의 간을 꺼내 우걱우걱 씹었다.
“초장 좀 가져다 줘.”
상준의 말에 전비서가 다시 선실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명호씨가 깨어났어요.”
상준은 간을 잘라 실장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너희들도 먹어봐.”
혜영과 송이는 머리를 흔들며 한 발짝 씩 물러났다.
“이명호, 넌 역시 프로야. 나도 놀랐어.”
명호는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오늘 두건은 확실합니다.”
“[5인 낚시대회]와 [자이언트 킹크랩 낚시]. 선혜영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워 연대표와 이명호에게 몇 번을 흔들었다.
“수고 하셨습니다. 대표님.”
“크랩의 간은 맛이 어땠어요?”
“정말 맛있는 회를 먹은것 같습니다.”
“자, 모두 크랩의 시신을 바다에 던져 넣고 요트 갑판위에 물청소를 좀 하자.”
실장의 말을 듣고 모두가 합심하여 요트를 씻어 내렸다.
그들이 청소를 끝낼 때까지 명호와 상진은 의자에 앉아 지난 한 시간을 돌아보며 온 몸을 떨었다.
“그런데 대표님, 괴물 킹크랩 말고 또하나 나타난 괴물의 정체는 뭐 같았습니까?”
“글쎄,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요트 청소가 끝난 뒤에도 더 이상 낚시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괴물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상준의 활약을 직접 목격한 비서실 직원들은 자신들의 대표가 진정 프로 괴물 낚시꾼임을 실감하였다.
눈으로 확인된 것만 진실이라 할 수 있다.
“엄 실장님, 돌아가는 대로 영업구매부장에게 말해서 소형 포경 작살을 제작해 요트 양편에 부착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포경 작살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십니까?”
“원래 포경선에서 고래를 잡던 작살을 의미하는데 요트에는 큰 것은 필요 없고 작은 규모지만 멀리까지 갈수 있게 제작하면 될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길이 60Cm정도의 장도 제작도 함께 부탁하고.”
상준은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비상용 단도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하였다.
“장도는 개인 보관이 어렵다고 하던데요.”
“60Cm정도는 괜찮을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요즘 괴물이 종종 나타나거든.”
상준은 크라캔도 보았고 자이언트 킹크랩의 출현까지 보았으니 비상용 사냥도구도 필요할 것 같았다.
상준은 돌아와서 영업구매부에 새로 입수한 구슬을 넘겨 보석관리 대장을 만들 것을 권고하고 지하 보관실에 철저한 보안을 지시하였다.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들은 사택 지하금고에 두어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였다.
아울러 함께 잡아온 대형 홍어도 회사 수족관에 넣어 관리하게 하고 수시로 체크하라 일러두었다.
"대표님, 새로운 물고기 관리사를 채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인사팀장 연상미가 대표의 방에 들어와 건의를 하였다. 관리부에서 건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회사와 사택에 있는 보호 어종은 전문 물고기 관리원이 아니면 어렵다는 것이었다.
"인사팀장, 지난번 특채한 천뷰리 있잖아. 해양박물관에서 관리부에 이동시켜 보호어종 관리를 맡겨봐.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라."
"천뷰리씨는 저도 이력서 살펴보았어요. 그런데 특별한 것이 없드라구요."
"알아. 하지만 한번 대화를 하다 보니 감이 있어 그래."
"예, 불러서 상담을 해본후에 조치하겠습니다."
연 팀장은 즉시 뷰리를 불러 의견을 물어보고 상담을 해 보니 매우 좋아하였다.
“저가 원래 섬출신이라 바다와 늘 가까이 살았어요.”
팀장에게 한 뷰리의 대답이었다.
상준도 혹시 하여 뷰리의 의견을 직접 물어보니 갑갑한 사무실에 하루 종일 앉아있는 것보다 물고기를 돌보며 그들과 함께 교감을 나누는 것이 좋을것 같다며 반기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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