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82화 (82/225)

〈 82화 〉 상처 입은 크라캔

* * *

정수리를 보니 크라캔이다.

‘저놈이 이 시간에.’

“너 지금 이시간에 왜 여기 나타나?”

크라캔은 눈만 껌벅이며 상준을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야?”

크라캔은 상준을 바라보며 눈을 껌벅거리더니 다리를 들어 자신의 머리를 비비고 있었다.

“아니 저건 뭐야?”

크라캔의 뒷통수에 어마하게 큰 선박의 닻이 박혀있었다.

‘그랬네. 이놈이 내게 구조 요청을 했네.’

상준은 재빨리 칼을 뽑아들고 크라캔의 머리에 올라탔다. 닻을 당겨보았으나 꼼짝도 하지않았다.

“조금만 참아.”

상준은 잽싸게 가지고 있던 비상용 칼로 닻이 박힌 크라캔의 머리 뒤쪽을 과감하게 그은 뒤 다시 당겼다.

말뚝이 흔들리듯 닻이 빠져나왔다.

“잠깐만,"

상준은 즉시 요트에 가서 바늘과 실, 진통제와 항생제를 모두 꺼내고 알콜 소독약과 요오드팅크까지 가지고 나왔다.

그냥 통째로 상처부위에다 들어부었다. 알콜 소독약과 요오드팅크까지.

그리고 상준은 벌어진 살을 잡고 옷을 꿔매듯 봉합을 하였다.

“나중에 또 찾아 와. 실은 그때 뽑아 줄게.”

그리고 난 후 크라캔의 입에 진통제 와 항생제를 몽땅 털어넣었다.

“이젠 괜찮을 거야. 고생했다. 크라캔.”

그러고 나자 크라캔은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며 어저께 밤에 낚아올렸던 돌연변이 해마 한마리를 상준에게 내 밀었다.

“그래, 고마워. 지난번엔 잡지 못하더니 용케도 잡았네. 그런데 앞으로 이 시간에 나타나면 곤란해."

"....?"

"사람들에게 발각되면 잡힐 수도 있어. 아주 위험한 시간이라고?"

" ....?"

"반드시 어두울 때 나오도록 해. 빨리 돌아 가.”

상준은 혹시라도 크라캔이 알아듣지 못할까봐 몇번이고 강조하였다.

크라캔이 떠난 후 돌연변이 해마에게 구슬을 뽑아낸 후 다시 지하 수족관에 넣어두었다.

‘야호.’

‘크라캔이 괴물을 잡을 수 있다니?’

이번 결과를 종합해 보면 크라캔이 괴물고기를 알아볼 수 있고,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잘만 이용하면 바다 속의 괴물들을 확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죽순 바위섬에 뷰리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요트에서 무인도 갯바위에서 요트를 따라오던 그 생명체가 바로 크라캔이 아니었을까 추측을 해 보았다.

“조 박사님.”

조 박사는 해양관리부 조성우 부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으로 해양학에 상당한 조예를 가진 인물이다.

“네, 대표님.”

“박물관 방문객 수는 변동이 없어요?”

“처음 보다야 많이 늘었지만 아직은 홍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점차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관광버스가 간혹 들어오고 있어 소문이 나면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만.”

“괴물 아쿠아리움이 완성되면 그때는 대대적인 홍보를 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역대급 태풍이 온다던 보도에 비해 다행이 큰 인명 피해 없이 지나간 것 같다. 물적 피해는 제주도가 가장 심한 것 같고, 태풍의 상륙지점과 거리가 가까운 남해안 일대와 전남 서해안 일대에 피해가 더 큰것 같다. 그러나 과거의 큰 태풍에 비해서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워낙 초반부터 역대급이라 떠들었던 탓에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한 것 같다.

오동도 남쪽 바다 원정 낚시에는 비서실장을 비롯하여 비서실 전원을 함께 대동할 계획이었다. 이들이 실제 현장을 파악하고 체험을 해야만이 실질적인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비서진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낚시에 참여하고 싶어 몇 차례나 건의를 했기 때문에 이들의 건의도 받아들일 겸 결정된 것이었다.

“엄 실장, 요트를 이용하여 바다낚시를 할 생각이니 준비에 차질 없도록 해 주세요. 낚싯대는 요트안에 여러대가 있으니 그걸 이용하면 될 것이고.”

“알겠습니다. 모두들 기대가 큰것 같습니다.”

결국 오동도 낚시는 엄경욱 비서실장과 비서 전송이, 방송 홍보팀 선혜영, 영상 제작팀 이명호 등 상준과 더불어 5명이 함께 참여하기로 하였다.

새벽 일찍 출발하여 1박 2일 일정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막상 오동도 부근에 도착했을 때는 태풍으로 인한 주변 양식장의 피해도 있고, 태풍의 후유증이 많아 보여 그곳에서 낚시하기엔 무리라 판단했다.

어민들 보기에도 아닌것 같았다.

연상준 역시 전문 낚시꾼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취미생활로 놀러 나온 사람으로 비칠 것이다. 많은 어민들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취미 낚시를 한다고 생각하면 그들의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먼 바다로 가보자.”

단순히 배낚시를 한다는 것에 들떠있던 사람들이 정작 현장 상황이 여의치 않자 약간의 실망을 하는 표정이었다.

“원래 낚시란 그런거야. 하루 상황도 늘 같진 않거든.”

“예, 그런것 같습니다. 전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부시리를 낚으러 단체로 배에 올랐는데 그날따라 바람이 세고 파도가 심해서 결국 중도 포기했거든요.”

엄 실장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실장님도 낚시를 해 보셨네요.” 전송이 비서가 엄 실장을 보며 입을열었다.

“낚시야 해봤지. 고기를 못잡아서 그렇지.”

“전비서는 해봤어?”

“저야 뭐, 원래 잘해요.”

“아, 그래?”

상준은 배를 몰면서 전 비서의 말에 반문을 하였다.

“네, 저 어릴때 가족끼리 바닷가에 가면 아버지는 의례히 낚시를 하시고 바다에 낚싯대를 일단 던져두고 놀았거든요. 그때 저도 낚시에 관심이 있어 다른 식구들이 텐트 아래에서 고기도 굽고 과일도 먹고 놀고 있을 때도 저는 주구장창 아빠 옆에서 낚시만 했어요.”

상준은 그들의 말을 듣고보니 그때의 상황이 눈에 훤히보이는 것 같았다.

“음, 그렇다면 전비서는 이미 낚시에 중독된 것 같은데.”

결국 장소를 옮겨 돌산도를 지나 연도와 작도 사이에서 하기로 하였다. 수심도 깊고 바람도 잔잔하여 낚시하기엔 그만인 것 같았다.

상준은 채비를 완료하자 바다로 던져넣었다.

실장과 전비서도 뒤지지 않으려 얼른채비를 한후 낚싯대를 던졌다. 한편에서는 영상 제작팀 이명호가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들어갔다.

"우리 넷이서 내기하자. 대어상 어때?"

상준은 그들이 낚시에 재미를 느끼도록 내기를 제안하였다.

"다어상은 없어요?" 선혜영이었다.

“다어상도 좋지.”

"상품은 무엇보다 현금으로 하시죠."

전비서의 말이었다.

“전 비서 자신 있나보네.”

“헤헤헤.”

“그럼, 1인당 3만원씩 내. 이걸 모아 대어상 10만원, 다어상 2만원. 어때?”

“좋습니다.”

결국 엄 실장은 자신의 지갑에서 3만원을 꺼내들고 차례대로 거둬들였다.

"대표님도 예외는 없습니다."

상준은 하는 수 없이 3만원을 꺼내 엄 실장에게 건네주었다. 그때 전비서의 낚싯대가 부르르 떨리는 것이었다.

"저, 왔어요."

식당 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고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했다는 전비서가 먼저 고기를 잡아 올렸다. 그리 큰고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기 좋은 광어였다.

"야, 전비서 잘하네."

그때 상준의 낚싯대가 묵직하게 움직이며 휘어지고 있었다.

"대표님, 걸렸어요."

그러나 상준은 낚싯대를 쥐고 이리저리 당기며 용을 쓰고 있었다.

"나, 지구를 낚았어."

상준의 말에 모두들 까르르 웃었다. 그 다음에는 엄 실장이 우럭 한 마리를 건져 올리고 연거푸 전비서가 다시 힘을 쓰고있었다.

"이건 어느 것이 대물인지 비교가 안 되네."

엄 실장은 우럭과 광어를 보며 다소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무게를 달아야 할것 같아요."

그때 상준의 낚싯대를 활처럼 휘면서 뭔가가 낚싯대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음, 이건 대물인데."

상준은 묵직하게 올라오는 힘을 받아가며 손맛을 즐겨가며 천천히 감아 올렸다.

"대표님. 뭐 같습니까?"

프로 낚시꾼이라 하니 손맛 하나로 모든 고기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지 엄 실장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상준은 활처럼 휘어 버둥대는 모습이 가오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가오리 같아. "

결국 상준은 중형 가오리 한마리를 끌어 올렸다.

태풍 뒤라 그런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솔솔하게 재미를 느끼고 있을 때 선헤영이 소리를 질렀다.

“저, 고래잡은 것 같아요.”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 엄청난 그 무엇이 혜영을 물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처럼 발버둥을 하고 있었다.

“명호야. 빨리 들어가. 아니 명호는 안되겠고, 전비서 안에 들어가서 갈고리 가져와!”

이명호는 올라오는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카메라의 초점을 선혜영의 낚시에 집중하고 있었다.

엄 실장도 자신의 낚싯대를 뱃전에 꽂아두고 혜영과 함께 낚싯대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천천히 릴을 감아.”

결국 그 놈이 얼굴을 내밀었다. 빙그레 웃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는 대형 홍어였다.

홍어의 얼굴은 어떻게 보면 꼭 귀여운 아기같다.

“우와!”

모두의 입에서 환호가 터졌다.

“이걸 살려둘 수 없을까?”

결국 엄 실장의 제안에 따라 그물망에 넣어 뱃전에 달아두기로 하였다.

“저도 이제 낚시에 완전 빠져 버렸어요.”

“그래, 즐기면서 해.”

“선혜영, 오늘 장원이네.”

혜영의 입이 귀에 걸렸다. 얼굴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자신의 대견함에 취한 듯 보였다.

“정말 대단하네.”

일단 낚싯대를 뱃전에 걸어두고 일단 가오리를 잡아 뜨거운 물에 푹 삶아 초장에다 찍어 식사를 하였다. 이런 자리에는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소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고 난 후 다시 도전 하였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고기를 건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제 누가 얼마나 잡았는지 알 길이 없다. 고기 그물이 여러 개도 아니고 그물하나와 통하나 뿐이다. 너것, 내것 할것없이 함께 담고 보니 잡은 마릿수를 체크할 사람도 없었다.

“다어상은 멀리 갔네.”

“왜요?”

“누가 체크하는 사람이 있어야지. 자기 잡느라고 정신도 없는데.”

처음엔 엄 실장이 잡은 물고기 수를 헤아리는 것 같더니 이젠 아예 자기가 잡은 고기 수도 헤아리지 못한다.

“제가 워낙바빠서. 하하하.”

“그래도 대어상은 혜영씨가 받겠네.”

이제 날이 어둑해지고 있었다.

“히라스다.”

엄 실장의 낚시에 방어가 걸린 것 같았다. 힘을 쓰는 것이 만만하지가 않았다. 몇 번을 차고 나가면서 힘겨루기를 하고있었다. 아무리 엄 실장이 낚시 초보라 하지만 역시 남자였다. 낚싯대를 쥐고 뱃전에다 발을 버티고 서서 끝까지 지지않고 끌어 올렸다. 약 80Cm는 족히 될 것 같은 놈이다.

“얏호.”

엄 실장 역시 주먹을 불끈쥐고 환호를 지른다. 그러는 모습을 본 상준은 빙그래 미소를 지었다.

‘낚시는 역시 즐거운 것이다.’

상준의 대상어는 이런 부류가 아니었다. 오늘은 뭔가가 새로운 것이 나타날 것 같은 특별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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