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향긋한 대형 멍게
* * *
‘자슥, 머리가 비상하네. 타고난 머리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일 텐데.’
결국 뷰리는 육지 인간의 문화를 배우고 언어를 익혀 대입검정고시까지 합격하여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하였다.
“지난번에도 이야기 했지만 네 집을 구해 뒀어. 언제든지 오고싶으면 즉시 올 수 있어. 만약 육지로 오게되면 우리 회사에 특채 해줄거야.
경결국 뷰리는 상준의 도움을 받아 섬을 떠나 미리 준비해둔 자신의 빌라로 이사를 하였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육지생활 적응에 많은 진전이 있었고 보기에도 제법 의젓한 숙녀로 성장하고 있었다.
뷰리는 이사를 오는 날 조그만 주머니를 상준에게 주었다.
"이게 뭔데?"
“아저씨, 제가 죽순도에서 지내면서 하나씩 하나씩 모은 거예요.”
“이게 뭐야고?"
"작은 것들이라 마음에 들지 모르겠어요.”
주머니를 열어보니 34캐럿 정도의 다이야몬드 보석들이 여럿 들어 었었다.
“이런 것을 어떻게 찾았어?”
"잠수를 하던 중에 모래에 섞여있는 걸 찾아냈어요. 아저씨께 드리려고 골라왔어요."
역시 유성우의 산물 같았다.
“어째튼 고맙다."
"아니에요. 저 때문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신데."
"여기서도 많이 도와줘. 진호동 앞바다에도 유성의 잔해가 많이 쏟아졌거든.”
“예 아저씨.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 저의 생명을 구해주셨고 제게 너무 많은 것들을 베풀어주셨는데 꼭 보답하겠어요.”
“고맙다. 뷰리야.”
죽순도 출신 천뷰리.
상준은 뷰리를 상미에게 부탁하여 특채를 하도록하였다.
뷰리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지을 괴물 아쿠아리움에서 대박을 터뜨려볼 생각이었다.
역대급 태풍 솔릭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계류장으로 내러가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우렸다.
철저한 대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날이 어두워지자 크라캔을 불렀다.
얼마나 먼곳에 있었기에 한 시간이 지나서야 조용히 머리를 수면위로 내밀었다.
“크라캔. 지금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 조심하도록 해.”
“.....”
“내가 괴물고기 아쿠아리움 건설을 추진하고 있거든. 도와줄 수 있겠어?”
크라캔은 눈을 껌벅였다.
“난 중소형 괴물고기들이 많이 필요해. 네가 이런 놈들을 잡아주면 좋겠어.”
아무 반응이 없다.
“넌 그놈들이 사는 곳을 찾을 수 있어?”
역시 반응이 없었다.
“그럼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뭐야?”
크라캔은 한쪽 다리를 들어 상준에게 내 밀었다.
대형 문어 크라캔의 빨판에 주먹크기의 돌 두개가 붙어있었다.
"이건 또 뭔데?"
돌을 받아 살펴보니 분명 운석이었다.
“운석이네. 이 것도 고마운 일인데 시험삼아 잡아봐. 내가 이곳에 비상벨을 설치해 놓았거든.”
“.....?”
“만약 무슨일이 있으면 네발로 이 벨을 눌러. 내방으로 연결되어 있어 방에 누워서도 들을 수 있어."
"....."
"오케이?”
크라캔은 알아들었는지 눈을 껌벅거렸다.
“인적이 없는 밤 시간을 이용해.”
"....."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크라캔은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방송 홍보팀 선혜영과 영상 제작팀 이명호는 어떻게 소문을 내었는지 상준이 잡아올린 용장어 낚시를 [신의 한수]란 이름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히트를 친 영화제목에서 따온 것이었다.
'신의 한 수.'
‘참 멋진 이름이야.’
상준은 크라캔이 떠난뒤 평소 즐겨찾는 갯바위에 올랐다.
채비를 한후 낚싯대를 던져두고 다시 담배를 빼어물었다.
오늘도 역시 붕장어가 올라온다.
그리고 가끔은 게르치와 망상어, 우럭도 잡혔다.
그때 갑자기 떠난줄 알았던 크라캔의 머리가 물위로 다시 올라왔다.
“왜, 또?”
크라캔은 자신의 앞다리를 길게 쭉 뻗으며 축구공 크기의 대형 멍게 두개를 상준에게 건네주었다.
“너, 이런것도 잡아? 너 참 대단하다.”
상준은 멍게를 받아 내려두고 돌아서는데 갯바위 아래 34m 아래에 푸른 섬광이 어른 거렸다.
“크라캔, 너 저기 저 섬광이 보여?”
크라캔은 눈을 껌벅이고 있었다.
“그래, 저런 놈이 바로 괴물고기야. 내가 말한 그놈. 저놈 한번 잡아봐.”
상준의 말을 들은 섬광을 잡으려 몸부림 쳤다.
그러나 그리 쉽지않았다.
신기하리 만큼 섬광덩어리가 크라캔의 다리 사이를 쏙쏙 빠져나가며 좀처럼 잡히지를 않는 것 같았다
“됐다. 그만. 지금은 안되겠어."
".....?"
"조용히 숨어있다가 기습을 하거나, 수초 등을 이용하여 은폐하고 있다가 덮치는 수밖에 없겠어."
"....."
"이제 알았지? 꾸준히 노력하면 잡을 수도 있겠어.”
크라캔이 떠난 후 상준은 낚시로 섬광덩이를 잡아 올렸다.
돌연변이 해마였다.
그 작은 해마가 볼링 핀보다 두배 정도 크기로 변해 있었다.
배통의 폭은 약 30Cm, 키는 약 60Cm 정도였다.
기괴하게 생겼으면서도 예쁜 구석이 있어보였다.
상준은 재빠르게 그물에 담아 사택 지하 수족관에 풀어놓았다.
볼수록 신기하고 귀엽기까지 하였다.
해마의 배가 지나치게 볼록하여 손으로 살살 문질러 주었다.
구슬 같은 다이야몬드 원석을 여러개 토해놓았다.
'그러면 그렇지.'
귀여운 해마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들여다보며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점차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이제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고 있다.
기상청 예보에 따라 미리 요트를 선착장에 올려 대비를 철저하게 했었기에 큰 염려는 되지않았으나 워낙 역대급 태풍이라 한반도 전역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하였다.
자리에 누웠으나 금방 잠이 오질않았다.
잠을 설치다 보니 배가 고파 야참 생각이 절실하였다.
'뭘 좀 먹을까?'
상준은 아예 자는 걸 포기하고 크라캔이 잡아다 준 멍게가 생각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구공 만한 멍게 하나를 주방으로 가져와 도마 위에 놓고 수박 자르듯이 절반을 잘랐다.
일단 절반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절반은 내장을 제거한 후 큼직, 큼직하게 잘라 깨끗하게 씻은 후 소쿠리에 담았다.
물이 빠진 멍게를 접시에 담아서는 식탁에 앉았다.
"음, 이맛, 죽여주네.'
한조각을 입에 넣었는데도 한입 가득한 충만감을 느껴진다.
입안 가득히 멍게의 바다향이 번져나간다.
평소 식당에서 먹던 멍게가 감질이 났었는데 이렇게 맛있는 멍게를 먹을 수 있다니.
그때였다.
"주방에 누구 있어요?"
인기척을 느낀 도우미 아주머니가 조심스럽게 주방문을 열었다.
"예."
"대표님이세요? 혹시하고 나와봤는데. 이 시간에 뭐하세요?"
"잠이 오지않아 배가 고파서."
"그게 뭐예요?"
"아주머니. 이거 맛 좀 보세요."
"이거 멍게 아니세요. 무슨 멍게가 이렇게 커요?"
"맞아요. 멍게가 좀 커요."
아주머니는 젓가락을 들고 큼직한 멍게 한조각을 입에 넣었다.
"아, 세상에. 이런 맛이."
상준은 연거푸 멍게를 입에 넣으며 멍게의 향긋한 고유의 향을 음미하였다.
"음. 좋아."
"음. 이 향기. 죽여주는구나."
주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상미가 빼꼼히 주방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여다보았다
"지금 두분 뭐하세요?"
"마침 너 잘왔다. 이거 먹어봐."
상미 역시 감탄사를 연발하며 두, 세 점을 순식간에 먹는다.
"이제 없네."
"왜? 더먹고 싶어?"
"그럼 더 있어?"
"냉장고 열어봐."
상미는 얼른 냉장고를 열고 들여다보았다.
"와, 역시 오빠 짱!"
상준은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벽에 걸린 무선벨에서 노래 소리가 조용하게 흘러나왔다. 바로 계류장에 설치해둔 벨 소리였다.
'된장. 오늘 잠은 다 잤다.'
'벌써 크라캔이 괴물을 잡았나?'
상준은 침대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있다가 고기 망태를 메고 계류장으로 내러갔다.
"크라캔, 너야?"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뭐지?’
그때 족제비 한마리가 방파제를 따라 살금살금 지나가고 있었다.
이튿날 당장 인부를 부르게 하여 스텐으로 된 말뚝을 계류장 방파제에 세우게 한뒤 벨을 부착하게 하였다.
바닥에 부착한 벨은 또 어떤 놈이 장난을 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간부들이 먹는 식탁위에 때 아닌 멍게살이 올라와 식욕을 돋우어 주었다.
그걸 맛본 기혼의 간부들은 거시기의 힘이 평소와는 다르더란 농담을 주고받았다.
모두 자신이 먹어본 멍게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였다.
크라캔이 잡아온 대형 멍게의 매력을 맛과 향 외에도 다른것 하나를 추가하였다.
상준도 자신의 기를 억제하지 못해 몇 번이나 화장실에 드나들며 잠들게 하였다.
오후가 되었으나 태풍의 속도가 늦어지면서 비만 조금 내릴 뿐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다.
태풍은 제주 서해안에서 예상속도 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다.
제주는 이제 본격적인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 것 같다.
갯바위에 나가 파도의 상황을 살펴보았지만 아직은 중산에는 태풍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상준은 낚시를 펴 바다에 던져두고 혹시 있을지 모를 해일을 살펴보고 있었다.
어민들과 농민들이 가장 걱정이 클 것이다.
중산 신항에도 많은 선박이 대피해 있고 태풍에 대비하여 어선들을 한데 묶어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모든 힘을 다했다.
그리고 나서는 태풍이 피해 없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미심쩍은지 일부 어민들은 다시 항구에 나와 선박들을 살펴보며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것이 보였다.
찌의 움직임이 무엇인가가 물은 것 같다.
통장님께서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태풍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계신다.
농촌이나 어촌이나 걱정되는 건 매 일반인 것 같다.
낚싯대를 건져보니 중자 우럭이 걸려들었다.
“연 대표, 여기 오래 있으면 안되는 것 알지?”
“예, 압니다.”
“조금만 하고 들어가.”
“예, 통장님. 조심하십시오.”
통장이 돌아간 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찌가 물속에 처박혔다.
미끼를 물고 탈탈 터는 모양세가 농어가 분명했다.
반경 좌우 5m 거리를 지그잭으로 왕복하면서 치고나가려고 발버둥 치는 모양세가 보통 놈은 아닌 것 같았다.
‘그것 참. 재미있는 녀석이네.’
한 손에 낚싯대를 쥐고 쉽게 포기할 수 없는것이 손맛이고 입맛이다.
전화벨이 울렸다.
영업구매부장 장승재의 이름이 휴대폰에 떴다.
지금은 낚시 중. 전화를 받으래야 받을 수가 없다.
올라온 놈은 예상했던 대로 60이 채 안되는 농어였다.
이제 상준은 하루라도 낚시를 하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돋을 것 같다. 아예 낚시에 중독된 것 같다.
횟집에 가서도 수족관에 들어있는 고기만 보면 낚시 생각에 손이 저린다.
옛말이 그런 말이 있지 않았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친다]고 했던가?
빨리 태풍이 지나가야 마음 끗 바다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 볼 수 있을 텐데.
태풍이 지나가면 지난 번 계획을 세웠던 오동도 남쪽 바다에 도전을 할 생각이다.
그때였다.
상준이 서있는 10여 미터 앞에 물이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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